인아가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녀는 병실 침대에 누워 있었다. 손등에는 링거 바늘이 꽂혀 있었고, 배의 통증은 많이 가라앉아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병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인아는 링거병을 올려다보았다. 링거는 거의 다 끝나가고 있었고, 그녀는 몸을 일으켜 호출 벨을 눌렀다. 몇 분 후, 젊은 의사가 병실로 들어와 링거를 교체한 뒤 인아를 보며 물었다. “좀 괜찮아지셨나요?” 인아는 의사를 잠시 쳐다보다가 침대 옆에 놓인 핸드폰을 들어 글을 입력했다. [선생님, 어떻게 된 거죠?]의사는 글을 보고 잠시 놀란 듯했지만, 곧 익숙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그녀가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의 첫 반응은 늘 한결 같았다. 인아는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환자분께서 기절하셨어요. 링거가 끝나면 주치의한테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시죠.” 그제야 인아는 그가 인턴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인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침대에 누워 링거가 끝나기를 기다렸다.병실은 텅 비어 있었다. 구석에는 한 노인이 누워 있었는데, 그도 말을 할 수 없는 것 같아 보였다. 말하지 못하는 두 사람이 있는 병실은 더 적막하고 쓸쓸했다. 인아는 핸드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벌써 오후 4시가 넘어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아무런 메시지도 오지 않았다.인아는 핸드폰을 끄고, 병실 구석에 누워있는 할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잠시 후, 머리가 하얀 할머니가 커다란 짐가방을 들고 병실로 들어왔다. 할머니는 곧장 할아버지의 침대로 다가가, 익숙하게 대야와 수건을 꺼내 할아버지의 몸을 닦아주기 시작했다. 몸을 닦아준 후, 할아버지에게 밥을 먹이면서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아마도 손자가 학교에서 무슨 일을 겪었는지, 아들이 돈을 얼마나 보내왔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러다 화제가 점점 바뀌며 불만 섞인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결혼 후 복을 누리지 못했고, 늙어서까지 남편을 돌봐야 한다는 하소연이었다. 할아버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그저 눈동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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