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사랑과 침묵 사이: Bab 71 - Bab 80

100 Bab

제71화 보잘것없는 존재

원호는 희도의 곁에서 조심스레 눈치를 살폈지만, 희도의 얼굴에서는 아무런 감정도 읽어낼 수 없었다. 단지 주변의 온도가 살짝 내려간 것만 느껴질 뿐이었다. 무언가 말하고 싶었지만, 희도가 이미 발길을 돌려 가버리자 원호도 서둘러 그의 뒤를 따랐다. 한편, 수현의 도움으로 인아는 복사기를 다루는 방법을 익혔다. 그녀는 수화로 말했다. “고마워요, 이제 혼자 할 수 있어요.” 수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인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가 떠나는 것을 지켜보았다. 두 사람의 대화는 몇몇 직원들의 시선을 끌었고, 현서도 그 장면을 목격했다. 원래 그녀는 인아에게 재촉하려고 했는데, 이 모습을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수현은 회사에서 항상 친절한 사람이었지만, 이런 사소한 일에 시간을 들이는 일은 드물었다. 게다가 신입 직원에게 친절하게 가르쳐줄 정도라니, 혹시 두 사람이 남모를 관계라도 되는 걸까? 현서는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희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희연은 수현을 좋아했기 때문에, 회사에서 그가 다른 여자와 엮이는 것을 결코 가만두지 않을 것이었다. 현서 역시 희연이 회사에 심어둔 ‘스파이' 역할을 하고 있었다. 메시지를 확인한 희연은 분노에 휩싸였다. [천한 년! 꼴도 보기 싫어!] 화를 참지 못한 그녀는 핸드폰을 꽉 쥐며 울분을 터뜨렸다. “뭐야, 왜 이렇게 화가 난 거야?” 옆에서 그녀의 행동을 지켜보던 장희정이 물었다. “또 그 벙어리 때문이에요! 도대체 오빠는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어요. 그 여자한테 회사 일을 맡기다니, 장애인이 회사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어요? 남자나 꼬시는 것밖에 더 하겠느냐고요!”희연은 거침없이 말을 쏟아내며 분노를 드러냈다. 장희정 앞에서조차 더는 참을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뭐라고? 희도가 그 벙어리를 회사로 데리고 갔다고?” 장희정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 그게 그녀에게는 더 큰 문제였다. 장희정은 예전부터 인아를 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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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권력을 누릴 수 있는 위치

서류를 안고 회의실로 들어간 인아는 안에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았다. 고위급 임원들이 거의 다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인아가 문을 두드리고 들어가자 모두가 일제히 그녀를 쳐다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오늘은 왜 사람이 바뀐 거지? 보통은 연서가 맡았던 일인데... 인아는 고개를 숙인 채 사람들의 시선을 무시하고, 준비한 서류를 차례로 나눠 주기 시작했다. 희도의 자리로 다가갔을 때, 그는 고개를 들어 인아를 쳐다보았다. 그의 깊고 어두운 눈빛은 마치 사람을 빨아들일 듯했다. 하지만 인아는 그 눈빛을 마주치지 않고, 서류를 그의 앞에 놓고 다음 사람에게로 이동했다. 그때 중년 남성 한 명이 인아를 보며 물었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 신입인가?”그 남자는 인아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탐색하듯 쳐다보았다. 인아가 말을 하지 않으면 그녀의 예쁜 얼굴은 어떤 남자든 심장을 뛰게 만들 수 있었다. 남자는 가까이에서 인아의 화장기 없는 맑은 피부를 볼 수 있었고, 햇빛이 비추자 그녀의 하얗고 투명한 피부는 금세 붉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인아는 그를 무시하고 서류를 나눠주던 일을 계속했다. 남자의 얼굴에 불쾌한 기색이 서렸지만, 그는 내색하지 않았다. 일단은 마음속으로 인아를 기억해두기로 했다. 조금만 알아보면 금세 누군지 알아낼 수 있을 테니. 그 순간, 남자는 자신을 쳐다보는 차가운 시선을 느꼈다. 그 시선을 따라 희도의 검은 눈동자와 마주쳤다. 표정 하나 없이 그를 꿰뚫어보는 듯한 그 눈빛에 남자는 서둘러 고개를 숙이고, 앞에 놓인 서류를 넘기며 서둘러 시선을 피했다. 인아는 서류를 다 나눠주고 나서야 밖으로 나왔다. 자리로 돌아오자마자 현서가 서류 더미를 들고 와서 그녀 앞에 내려놓았다. “이거 다 정리해서 도표로 만들어 저한테 보내세요.”비록 인아는 ‘총괄 비서'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었지만, 실상은 잡일을 처리하는 것에 불과했다. 회사의 핵심 업무는 비서 팀장이나 원호 같은 사람들이 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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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미치광이

희도는 하던 일을 멈추고 원호를 쳐다보았다. 무언가를 떠올린 듯, 그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빠르기도 하네.”인아는 병원에 가서 수액을 맞아야 했기 때문에 자연스레 서둘러 퇴근했다. 그녀는 제시간에 퇴근하려고 점심도 건너뛰고 자료 정리에 매진했다. 인아는 의사에게서 받은 약을 들고 수액실로 향했다. 어제 수액을 맞고 나니, 오늘은 확실히 아랫배 통증이 조금 나아졌다. 여전히 약간의 통증이 남아있었지만, 진통제 없이도 견딜 수 있는 정도였다. 인아는 빈자리를 찾아 앉아 수액을 맞기 시작했다. 이 시간대에는 환자들이 많았지만, 다행히 보호자는 들어올 수 없어서 모두 홀로 앉아 수액을 맞고 있었다. 인아는 핸드폰을 꺼내 다시 양세형의 카톡을 확인했다. 어젯밤에 메시지를 보냈지만, 답장이 없었기에 양세형도 더 이상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 이번엔 인아가 물어봤다. [노인 부양 문제에 대해 상담하고 싶습니다.] 인아가 계속 궁금했던 것은 바로 이 문제였다. 그녀는 임태성이 요구하는 돈을 마련할 수 없었기에 법률적인 방법을 사용해보려 했다.대략 2분 뒤 양세형에게서 답장이 왔다.[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인 거죠?]인아는 양세형에게 구체적인 사정을 설명했다. 즉, 장옥순이 쫓겨난 일과 임태성이 장옥순을 빌미로 자신에게 금전적인 요구를 했다는 점을. 몇 분 후, 양세형이 물었다. [통화 가능하신가요?] 인아는 잠시 멈칫한 후, 입술을 깨물며 자신이 말을 못 한다고 답장을 보냈다. 양세형은 잠시 침묵하더니, 이해한다는 답장을 보냈다. 그리고 이어 음성 메시지를 보내왔다. [대략적인 상황은 이해했습니다. 말씀하신 임태성이라는 사람은 유기죄에 해당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증거가 확실하다면, 감옥에 갈 수도 있어요.] [일반적으로 이런 민사 문제는 먼저 대화를 통해 해결하려고 할 겁니다. 그래도 해결되지 않으면 법적 절차를 밟는 거죠. 왜냐하면, 이런 일이 가족 간의 관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양세형의 목소리는 침착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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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왜 나를 무서워하는 거야?

인아는 손가락을 꽉 움켜쥔 채, 눈앞에 있는 남자의 차가운 얼굴을 쳐다보았다. 곧 순간의 시선이 흐려졌다. 인아는 그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희도는 인아의 턱을 더욱 세게 움켜쥐며 물었다. “내 말 들었어?” 인아는 고통에 정신이 번쩍 들며,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다. 희도가 다시 말했다. “이번이 마지막이야. 또 내 말을 듣지 않으면, 다리를 부러뜨리고 집에 가둬버릴 거야. 알겠어?”인아는 온몸이 얼어붙었다. 그의 말은 전혀 농담 같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정말 그렇게 할 수도 있는 사람이었다. 인아는 결국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희도는 그제야 그녀를 놓아주며 손가락으로 인아의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래, 이래야 착하지.” 희도는 인아의 입술에 입을 맞추려 했고, 인아는 그 순간 의사의 말이 떠올라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피했다. 희도는 눈을 가늘게 뜨며 인아의 얼굴을 다시 억지로 돌리며 낮고 위협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방금 내가 뭐라 했는지 벌써 잊은 거야? 정말 기억력이 나쁜가 보네.” 인아는 황급히 수화로 설명하려 했지만, 그녀의 서툰 동작은 그저 반항으로 보일 뿐이었다. 희도는 인아의 손목을 움켜잡고 넥타이로 그녀의 손을 묶어버렸다. 인아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으며 거부했다. 너무 몸부림을 치자, 결국 소파에서 떨어져 단단한 바닥에 부딪히고 말았다. 인아는 충격으로 어지러움을 느끼며, 몸을 웅크리고 고통에 몸을 떨었다. 그녀는 희도를 애원하듯 쳐다보았고, 그 눈빛 속에는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 희도는 인아의 옷깃을 붙잡고 그녀를 들어 올리며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날 무서워하는 거야?”인아는 그의 입가에 걸린 미소를 보자 두려워서인지 아니면 배가 아파서인지, 몸이 끊임없이 떨리고 있었다. 희도는 웃고 있었지만, 그 웃음은 오히려 소름 끼칠 정도로 섬뜩했다. “왜?” 희도는 인아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마치 그 속에서 답을 찾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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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이렇게 보니까 더 잘 보이네

인아는 살짝 멈칫하더니 손에 들고 있던 숟가락이 기울어져 뜨거운 죽이 손에 쏟아졌다. 하마터면 국그릇이 냄비 안으로 떨어질 뻔했다. 인아는 고통을 참으며 그릇을 식탁 위에 놓고, 데인 손을 문지른 뒤 고개를 끄덕였다. 회사에서 벌어진 일은 희도가 모를 리가 없었다. 특히 그녀와 하동석 사이에 떠도는 소문이 그의 귀에 들어간 것도 당연했다. 희도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저녁 식사를 조용히 식사를 이어갔고, 식탁 위에는 숟가락과 그릇이 부딪히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식사를 마친 후, 희도는 서재로 들어갔다. 인아는 TV를 켜고 그녀에게 딱 맞는 좁은 소파에 몸을 웅크리고 잠들었다. 그 좁은 소파가 오히려 인아에게 안정감을 주었다. 다음 날, 인아는 평소처럼 출근했다. 이미 그녀가 말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회사 전체에 소문나 있었다. 복도를 지나갈 때마다 동료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인아를 쳐다보았다. HS그룹처럼 큰 회사에 입사하는 조건은 매우 까다로웠기에, 대부분 그런 회사에 말을 못하는 사람이 입사했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워했다. 몇몇은 인아에게 인사하려 다가왔지만, 인아는 그저 예의상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만 지었을 뿐, 그 이상은 상대하지 않았다. 그들도 진심으로 인아와 친해지려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호기심을 만족시키기 위해 인사를 건넨 것뿐이었다. 사람들은 자기보다 부족한 사람이 불행하다면 동정을 하지만, 자기보다 못한 사람이 자신과 같은 위치에 있거나 그보다 더 나은 위치에 있으면 그 사람을 깎아내리려 한다. 그들은 인아가 총괄 비서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자기가 벙어리보다 못한 존재인지 의심하기도 했다.그들은 인아를 마땅한 위치로 끌어내린 뒤, 동정과 자비를 베풀어 자신을 고귀한 사람으로 치장하려던 것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선적이다. 인아가 사무실에 도착해 앉기도 전에, 주현서가 또다시 인아에게 일거리를 던져주었다. 그러나 인아는 전날 희도가 해준 말을 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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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불길한 예감

세연은 회사 일에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희도는 세연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인아를 쳐다보며 말했다. “강인아, 나가 있어.”인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무실을 나섰다. 문이 닫힌 후, 그녀는 무심코 문을 돌아보았다가 이내 시선을 돌렸다. 지나가던 원호가 그녀의 침울한 표정을 보고 물었다. “사모님, 무슨 일 있으세요?” 인아는 그를 보며 입술을 깨물고 수화를 했다. “조용한 곳에서 얘기할 수 있을까요?” 원호는 사무실 쪽을 힐끗 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인아와 함께 사람이 없는 회의실로 이동했다. “사모님,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요?”인아는 잠시 망설이다가 주위를 둘러보고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후, 수화로 말했다. “방금 진 팀장님을 봤어요.” “진 팀장이요? 진 팀장에 대해 궁금한 게 있으신가요?”인아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원호는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 “저도 진 팀장에 대해 잘 아는 건 아니에요. 제가 이 회사에 들어왔을 때 진 팀장은 이미 대표님 곁에 있었거든요. 두 분이 대학 동기라고 들었지만, 그게 사실인지는 모르겠어요.”원호는 이어서 덧붙였다. “사모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만약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다면 벌써 일어났겠죠. 지금까지 기다렸을 리가 없잖아요.”인아는 사실 세연이 연서와 닮았다는 점이 궁금했지만, 그것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 만약 자신의 착각이라면 말하는 것 자체가 헛소문을 퍼뜨리는 셈이 될까 봐 두려웠다. 결국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묻지 않기로 했다. “고마워요, 장 비서님. 더 이상 물어볼 것은 없어요.” 원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럼 저는 일하러 가보겠습니다.” 그는 떠나기 전에 친절하게 덧붙였다. “사모님,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대표님에겐 사모님이 제일 중요하니까요.” 인아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원호는 역시 희도의 신임을 받는 유능한 조력자답게, 상대방에 따라 말을 꺼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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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후천적일 가능성

세연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하고, 더 이상의 대화 없이 손을 씻고는 돌아섰다. 인아는 그녀의 우아한 몸매를 보다가, 거울 속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다시 한 번 보고는 큰 차이를 실감했다. 그저 한 번 보는 것만으로도 인아는 자격지심을 느끼게 되었다.세상 사람들은 분명 세연같은 여자를 좋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아는 헝클어진 자신의 머리카락을 보며 힘없이 입꼬리를 올렸다. ‘누가 이렇게 엉망인 사람을 좋아하겠어.’ 인아는 머리를 정리한 후 화장실을 나섰다.자리로 돌아오자, 세연은 이미 현서 옆에 서서 그녀의 컴퓨터 화면을 보며 무엇인가를 논의하고 있었다. 현서는 곁눈질로 인아를 힐끗 보고는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진 팀장님, 저 벙어리에 대해 아시는 게 있나요?” 세연은 잠시 멈칫했지만 곧 평정심을 되찾고 말했다. “쓸데없는 소문에 신경 쓰지 말고 일이나 열심히 해요.” 현서는 입을 삐죽 내밀며 계속 컴퓨터를 조작했다. 세연은 인아를 무심히 돌아보았고, 그 눈빛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곧 일어서서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갔다.세연이 돌아온 이후로 현서는 행동을 조심하게 되었고, 인아에게도 별다른 일을 맡기지 않았다. 원호가 인아에게 주었던 여러 업무도 사실 원호가 알아서 처리하고 있었기에 인아는 시간이 남아돌았다. 그러나 문제가 생긴 것은 하동석이었다. 금요일 퇴근 무렵, 회사 사람들 사이에서 하동석의 회계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미 조사관들이 조사 중이라고 했고, 최악의 경우 감옥에 갈 수도 있다는 말도 있었다. 직원들은 이야기를 하며 인아를 동정 어린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회사 사람들은 인아가 하동석과 관계가 있다고 믿고 있었기에, 하동석이 문제가 생기면 더 이상 인아를 보호해줄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인아는 그들의 시선을 외면하고 조용히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가, 문이 열리자마자 서둘러 나갔다. 그날 밤, 희도는 집에 돌아오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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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그렇게 원한다면 데리고 가

양세형은 살짝 눈썹을 찡긋거리며 무언가 깨달은 듯했지만, 굳이 임태성의 말을 바로잡지 않았다. 그는 손을 내밀어 임태성과 악수하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그럼요. 들어오세요.” 임태성은 원래 외출하려고 했지만, 두 사람이 오자 외출을 취소하고 집으로 들어갔다. 인아는 양세형이 무슨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몰랐지만, 그가 신뢰할 만한 사람이라고 느껴 따라 들어갔다. 임태성은 두 사람을 열정적으로 맞이하며 물을 따르고 과일까지 내왔다. 양세형은 집 안을 둘러보았다. 고급스러운 방과 어울리지 않게 허름한 담요가 소파 위에 놓여 있었고, 그 담요에서는 노인 특유의 냄새가 강하게 풍겼다. “이건 더러우니 치울게요.” 임태성은 담요를 집어 들고 화장실로 달려가 담요를 빨래 바구니에 던졌다.양세형은 다시 집 안을 둘러보며 주방 옆에 있는 술장 위에 놓인 그릇과 그 안에 든 젓가락을 보았다. 주방에서는 누군가가 요리를 하고 있었지만 문이 닫혀 있어 누군지 보이지 않았다. 임태성이 돌아오자 양세형이 물었다. “주방에서 요리하는 분이 아내분인가요?” 임태성의 얼굴이 잠시 굳어졌다. 그의 아내는 친정에 가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으니, 요리하는 사람은 당연히 장옥순이었다. 그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니요, 우리 어머니예요. 집에서 가만히 못 계시거든...” 양세형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소파로 돌아와 앉았다. “이제 본론을 얘기하죠.” 임태성은 눈을 반짝이며 손을 비볐다. “사모님한테서 얘기 들으신 거죠?” 양세형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다 들었어요. 그러니까 연기하지 말고 바로 본론을 얘기해요.” 임태성은 히죽거리며 웃었다. ‘역시, 늙은이가 그렇게 오랫동안 유씨 가문에서 일했으니 아직 영향력이 있나 보네. 유씨 가문의 도련님까지 직접 찾아오다니, 이번에 제대로 한몫 챙겨야겠어.' 이번엔 10억마저 성에 차지 않았다. “좋아요. 그러면 바로 얘기할게요. 10억을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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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따라가

인아는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을 꼭 쥐었다. 희도가 어젯밤 돌아오지 않았고, 핸드폰도 새로 바꿨는데도 어떻게 그가 자신의 위치를 알게 된 건지 알 수 없었다. ‘혹시 우연일까?' 인아는 스스로를 위로하며 그 메시지를 무시하고 양세형을 쳐다보았다.양세형은 여전히 장옥순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는 장옥순에게 지금이라도 이곳을 떠날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장옥순은 잠시 망설였다. 그녀는 인아에게 더 이상의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 인아는 수화로 말했다. “여기 있지 말고 저랑 같이 가요.” 장옥순은 여전히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고, 그녀의 얼굴에는 복잡한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결국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 그냥 여기 있을게...” 그러나 인아는 고개를 저으며 수화를 했다. “제가 이렇게 찾아왔는데 왜 같이 안 가요?” 이제 상황이 마무리된 이상, 장옥순이 떠나지 않으면 그녀의 남은 삶은 더 힘들어질 게 뻔했다. 인아는 그것을 도저히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장옥순은 인아의 손을 다정하게 잡고 눈물을 글썽인 채 말했다. “이 나이에 또 어디에 가서 떠돌겠니? 이렇게 찾아와 줘서 고맙다, 인아야.” “너희가 이미 충분한 증거를 가지고 있잖니? 임태성이 나에게 못된 짓을 하면, 그때 가서 고소해 주면 돼. 안 그래?”인아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고집을 부렸다. 장옥순과 자신을 위해서라도 꼭 장옥순을 데려가고 싶었다. 인아의 마음 깊은 곳에서는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욕심이 자리 잡고 있었다. 자기 자신이 이기적인 걸 알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옥순을 떠나게 하고 싶지 않았다.이렇게라도 인아는 사랑을 받고 싶었다.장옥순은 인아의 손을 잡고 문 쪽으로 데려가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인아야, 네 마음만으로도 정말 기쁘다. 이 나이 먹고 더 이상 도망 다니고 싶지 않아. 세상 모든 고생을 다 겪어봤지만, 너를 만나게 된 게 내 인생에서 가장 큰 행복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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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오해가 아니었네

인아는 차 안에 앉아 차가운 기운에 몸을 떨었다. 아마도 히터가 꺼져 있었기 때문이다. 양세형은 이를 눈치채고, 재빨리 창문을 닫고 히터를 켰다. “죄송해요. 히터 냄새를 별로 안 좋아해서 아예 안 켰었네요.” 인아는 고개를 저으며 신경 쓰지 말라는 뜻을 전했다.두 사람은 전자상가에 도착했고, 양세형은 자연스럽게 한 CCTV 판매점으로 들어갔다. 그곳 주인과 양세형은 아는 사이인 듯했다. 인아는 양세형을 다시 한번 보았다. 그는 정말 인맥이 넓었다. 임태성의 주소를 알아내는 데에도 몇 분밖에 걸리지 않았고, 지금 CCTV를 판매점의 사장과도 아는 사이였다. 양세형은 주인과 잠시 대화한 후 CCTV를 결정했고, 주인은 설치를 무료로 해 주겠다고 했다.두 사람이 전자상가를 나와 주차장으로 가려던 중, 몇 대의 외제차가 빠르게 다가와 길을 막았다. 인아는 그 차들을 보자 마음이 갑자기 조여왔다. 차에서 여러 명의 양복 차림 남자들이 내렸다. 그 중간에 있던 벤틀리에서 내린 사람은 바로 원호였다. 그는 차 옆으로 돌아가 조수석 문을 열었다. 인아는 긴장된 상태로 침을 삼키며 그 문을 주시했다. 곧, 길고 날씬한 다리가 차에서 내렸고, 반짝이는 가죽 구두가 땅에 닿았다. 그 구두는 마치 인아의 마음을 짓누르는 듯했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손을 꽉 움켜쥐었다.희도가 차에서 내렸다. 그는 검은색 코트를 어깨에 걸치고 있었고, 주변을 둘러싼 보디가드들 속에서 그의 존재감은 압도적이었다. 양세형도 긴장한 표정으로 인아를 흘끗 쳐다보았다. 희도는 천천히 인아 앞에 다가왔다. 그의 차가운 시선이 인아의 얼굴을 훑고 나서, 곧바로 양세형을 향했다. “이 사람이 네가 데려온 변호사인가?”양세형은 꼿꼿이 서서 말했다. “당신은 누구 신지?”“강인아가 소송을 맡겼는데, 나를 모른다는 거야?” 양세형은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말을 하려던 찰나, 인아가 그를 가로막았다. 그녀는 당장 설명하고 싶었다. 그러나 희도는 인아의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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