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수의 시점얼마나 잤는지 모르겠지만, 밝은 황혼이 나를 깨웠을 땐 훨씬 나아진 기분이었다.병동은 텅 비어 있었다. 의사도, 간호사도 없었다. 정기준도 없었다.아기가 제 역할을 제대로 한 것 같았다.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것에 눈물을 흘리는 건 어리석다고 자신에게 경고하며, 나는 딱딱하고 좁은 침대에서 내려와 창가로 걸어갔다. 가을 끝자락의 바람은 더 이상 따뜻하지 않았다. 쌀쌀했다.나는 아기에 의지해서 그 어색한 대화를 피하고 싶었는데, 왜 이렇게 기분이 처질까?일주일 전에 만난 여자가 임신했다는 걸 알게 된 사람이라면, 어떠한 로맨스를 기대하며 곁에 머물지 않을 것이다. 그는 옳은 선택을 했다. 사실, 내가 그가 그런 선택을 하길 바랐다.나는 다시 사랑하는 법을 모른다.언젠가 치유될 수도 있겠지만, 지금 나는 부서져 있다.나는 더 이상 사랑을 세상의 중심에 둘 수 있던 용감한 소녀가 아니었다. 그의 행복을 보며 웃고, 슬픔에 울 수 있었던 내가 아니다. 나는 그 모든 것을 지후에게 줬다. 그리고 내가 그에게 같은 것을 줄 수 없다는 걸 알면서 정기준과 무언가를 시도하는 건 그에게도 불공평했다.나는 그저... 한 번쯤은 편애 받는 쪽이 되고 싶었다.내가 위험할 때 나를 위해 몸을 던져줄 남자, 조건 없이 내 편을 들어주고 내 삶에 가득한 탐욕스럽고, 비열하며, 상처투성이인 평범함으로부터 나를 보호해줄 남자가 필요했다. 지후를 사랑했던 것처럼, 남자의 마음 속에서 ‘유일한 존재’가 되고 싶었다.하지만 그게 잘못된 것 같다. 지후는 그걸 즐기지 않은 것 같으니까.어쩌면 내가 욕심이 많은 걸지도 모른다.사람들이 대개 죽을 뻔한 경험 후에 느끼는 순수한 삶의 기쁨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갑자기 너무 지쳐서 거의 앞으로 나아가고 싶지 않았다. 위험에서 벗어났지만, 다시 한 번 나는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했다.영화를 계속 해야 할까.“조용! 내가 말했잖아!”정기준이 누군가를 조용히 시키며 문을 열었다가, 창가에 있는 나를 보고 얼어붙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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