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Bab 1011 - Bab 1020

1048 Bab

제1011화

최지습은 다소 불안했지만, 의원의 근엄한 표정을 보고는 결국 물러났다.그 역시 의원이 김단을 구할 수 있다 생각하여 온 것이지 않은가?어찌 안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방문이 닫히자, 최지습은 그제야 옆에 있던 숙희를 보며 말했다. “맹씨 가문에 가서 있었던 일을 모두 이야기해 보거라.”숙희는 김단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가, 최지습의 낮은 목소리를 듣고 정신을 차렸다. 비록 목소리는 여전히 떨렸지만, 맹씨 가문 저택에 들어간 뒤 있었던 모든 일을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말했다.그러던 중, 진산군과 임학도 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왔다.숙희의 설명을 들은 후, 임학은 폭발하며 소리쳤다. “맹씨 가문이 대놓고 단이에게 누명을 씌우려 하는 것 아니냐?”숙희는 멈추지 않고 눈물을 흘렸다. “도련님 말씀이 맞습니다! 아씨께서 속지 않으시니 그 자들은 아씨를 보내주지 않으려 했습니다! 집안에 병사들을 모은 것뿐만 아니라, 두 명의 자객까지…”이 말을 하던 숙희는 뭔가 생각난 듯이 임학에게 황급히 말했다. “도련님! 아씨는 그 폐허가 된 절에서 아씨가 여자임을 알아봤던 그 자객에게 다친 것입니다!”“줄곧 우리를 암살하려 했던 그 자객이란 말이냐?”임학은 두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런 쓰레기를 집안에 들여보냈다니, 맹씨 놈들이 우리를 눈 뜬 장님으로 본 것 아니냐?”이는 명백한 도발이다! 진산군도 참지 못하고 최지습을 보며 말했다. “대군, 맹 판서는 오늘 조정에서 한마디 한마디 내뱉을 때마다 맹영지의 몸 상태를 단이와 연관 짓고 있었소. 맹영지는 이미 죽었으니, 아마도 그들은 단이에게 살인죄를 씌울 것이오!”이 점은 최지습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 알고 있었기에 조정에서 나온 뒤 어디에도 가지 않고 곧장 맹씨 가문으로 향한 것이다. 하지만 한 발 늦었다. 마당에 들어서자마자 고통으로 창백해진 김단의 얼굴을 본 순간을 떠올리니, 최지습은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여기는 자네들이 지키시오. 난 처리할 일이 있으니.”그 말과 함께 최지습은 서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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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2화

최지습은 사실 맹씨 가문에서 사람을 보내지 않을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8년이라는 세월은 너무 길었다.너무나 긴 시간이었기에 조정의 사람들은 과거 누가 홀로 오왕의 난을 평정하고 조선 팔도를 평화롭게 한 것인지 잊어 버린지 오래였다.이에 한 시진 뒤, 최지습은 다시 맹씨 가문 저택으로 향했다.저택 밖의 호위병들은 이미 지시를 받은 터라 최지습을 보고는 그저 간단히 인사를 올린 뒤 그의 앞을 막아섰다. “대군 자가, 저희 대감 마님께서… 으악!”호위병은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비명을 질렀다.어디선가 날아온 서늘한 빛의 칼날이 호위병의 팔을 단숨에 잘라냈다. 최지습은 검은 장포를 입고 두 손을 뒤로한 채 미동도 없이 서 있었다.이때 호랑이군 열 도령이 하늘에서 내려와 검은 철갑옷을 입고 일제히 저택 안으로 돌진했다.맹씨 가문의 호위병들은 이런 광경을 본 적이 없었기에 순간 겁에 질려 꼼짝도 하지 못했다.바로 그때, 저택의 대문이 열렸다. 맹씨 가문의 겸인이 나왔고, 이 광경을 보고는 잠시 할 말을 잃었으나 애써 침착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대, 대군 자가, 어찌 이리 소란을 피우시는 겁니까? 만약 주상 전하께서 아시게 되면….”“시끄럽군.”낮게 깔리는 목소리가 마치 야수와 같았다. 그 순간, 호랑이군의 장검이 그의 목에 닿았고, 그는 너무 놀라 더 이상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그제야 최지습은 호위병들을 보며 말했다. “막아서면 죽는다.”그는 원래 말수가 적은 사람이긴 했지만, 지금 이들과는 더 이상 말을 섞을 필요조차 없었다. 호위병들은 자신들이 최지습 일행의 상대가 될 수 없음을 분명 잘 알고 있었다. 막 손에 든 장검을 내려놓으려는 찰나, 뜻밖에도 검은 옷을 입은 자들이 저택 안에서 일제히 튀어나왔다. 그들의 무기는 일반 호위병들과 확연히 달랐고, 입고 있는 옷 역시 최지습은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바로 그날 숲에서 김단을 쫓던 무리가 입고 있었던 옷이었다!다섯 번째 도령도 그들을 알아보고는 싸늘한 웃음을 보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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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3화

최지습은 그에게 더 이상 말을 할 기회를 주지 않고 명령을 내렸다. “죽여라.”명령이 떨어지자, 겸인은 눈앞에서 서늘한 빛이 번쩍 지나가는 것을 느꼈고, 이내 목에 따끔한 통증이 느껴졌다. 목을 감싸 쥐려 했지만, 엄청난 피가 뿜어져 나와 아무리 막아도 소용없었다… 그는 분노에 차 눈을 부릅뜬 채 바닥에 쓰러졌고, 호랑이군이 차례로 그의 몸을 넘어가는 것을 지켜봤다.이럴 순 없다…겸인은 생각했다. 그는 방금까지 자신의 주인과 어떻게 김단에게 누명을 씌우고 손을 쓸 수 없도록 할지 상의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그가 가장 먼저 죽게 된 것일까?그는 애써 입을 벌렸지만, 용서를 구하려는 것인지 살려달라고 외치려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결국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그 무렵, 맹 판서는 서재에 틀어박혀 있었다. 문과 창문은 모두 잠겨 있었고, 문 밖에는 많은 호위병들이 지키고 있었다. 비록 이들로 최지습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적어도, 최소한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최지습이 대문 밖에서 자신이 준비한 자객들과 싸우는 동안, 그는 사람을 궁으로 보내 도움을 청했다.주상이 분명 금군을 보내줄 것이다!조금만 시간을 벌면 살 수 있다.허나 이는 계산 착오였다!어찌 최지습이 이런 미친 짓을 벌일 줄 예상하지 못한 걸까?그가 생각에 빠져 있던 와중, 밖에서 호랑이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맹씨 네 이놈, 당장 나오거라!”열 명이 동시에 외치는 소리가 마치 한 부대의 함성처럼 우렁찼다. 하마터면 맹 판서는 앉아 있던 자리에서 넘어질 뻔했다.밖에 있던 호위병들 중 한 명이 말했다. “대군 자가, 부디 노여움을 푸시지요. 이렇게 맹씨 가문을 피로 물들이신 걸 주상 전하께서 아시면 분명 책망하실 것입니다!”안에 있던 맹 판서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주상은 분명 이를 책망할 것이다!그는 엄연히 예조판서로, 중전의 친 오라버니였다!최지습 같은 권세 없는 왕자가 호랑이군을 등에 업고 감히 맹씨 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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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4화

호위병들은 그 말을 듣자마자 중상을 입은 자객을 바로 끌고 왔다.그 자객은 자신이 맹씨 가문의 치료를 받고 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최지습의 앞에 끌려오게 된 것이다. 그가 눈을 뜨고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최지습을 마주하자, 마치 한 시진 전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았다.마침내 그는 자신이 살아남지 못할 것임을 깨달았다.최지습은 고개를 돌려 두 번째 도령을 쳐다보았다.두 번째 도령은 그의 뜻을 알아차리고 곧장 세 번째 도령과 함께 나서서 자객을 데리고 갔다.이윽고 서재 안에서 맹 판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최지습! 자네가 원하는 사람은 이미 넘겨주었소! 내, 내가 이미 사람을 보내 주상 전하께 이 일을 고했으니, 곧 금군이 올 것이오! 속히 떠나지 않으면 살아 돌아가지는 못할 것이오!”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서재 문이 발로 차이며 열렸다. 최지습은 당당하게 걸어 들어왔고, 의자에 앉아 있던 맹 판서는 깜짝 놀라 벌떡 일어섰다. 그는 몸을 떨며 바깥에 잠자코 물러서 있는 호위병들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았다.하지만 그들을 탓할 수는 없었다. 호랑이군이 방금 전 경고하였던 대로, 그들을 막아서면 죽음뿐이었다. 게다가 살인마 신분으로 죽게 된다면, 그때는 자신들의 가족들까지 연루될 터였다! 탓하려거든 맹 판서 스스로를 탓해야 했다. 그 자객들을 집안에 두지 말았어야 했다! 호위병들은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숙였다.최지습은 천천히 맹 판서에게 다가갔다. 맹 판서는 겁에 질린 채 책상 주위를 빙빙 돌며 최지습을 피했다. “대군, 부, 부디 진정하시오! 날 죽이는 것은 별일 아니겠지만, 만약 주상 전하께 의심을 받게 되면, 대군과 호랑이군 모두 살아남지 못할 것이오!”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마시오! 할 말이 있다면 차분히 말해보시오. 내, 내 딸의 죽음에 대해서는 나도 더 이상 추궁하지 않을 테니, 절대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마시오…”하지만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최지습의 손바닥이 날아와 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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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5화

주상은 섣달그믐 날에 살인 사건을 처리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게다가 지금 맹영지의 시신이 어서재 앞에 와있다!땅바닥에 내팽개쳐져 아직까지 깨어나지 못한 맹 판서와 옷보다 더 검게 변한 얼굴을 한 최지습을 본 주상은 격분하여 옆에 있던 고 영감에게 말했다. “어서 빨리 저자를 깨우지 않고 뭐 하는가!”고 영감이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황급히 주상의 탁자 위 찻잔을 가져와 맹 판서의 얼굴에 들이부었다.맹 판서가 마침내 정신을 차리고 깨어났다. 깨어나자마자 그는 주상을 마주했다.그는 상황을 채 파악하기도 전에 재빨리 몸을 일으켜 절을 올렸다. “주상 전하를 아뢰옵니다! 성, 성, 성은이 망극…”맹 판서는 인사를 다 올리기도 전에 옆에 있는 최지습을 발견했다.순간 그는 극심한 공포에 사로잡혀 무릎을 꿇은 채 주상에게 기어갔다. “주상 전하! 대군이 학살을 벌이고 있습니다! 폐하께서 부디 소신을 위해 정의의 처벌을 내려주십시오!”학살이라니?주상은 미간을 찌푸렸다. “어찌 저 자가 자네를 죽이려 한단 말이오?”“전하! 소신의 딸 아이가 오늘 방에서 죽은 채 발견되었는데, 김 낭자에게 치료받다가 죽게 된 것이 분명하옵니다! 이는 소신의 겸인이 증명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군이 이 일을 알게 된 뒤, 사람을 이끌고 저희 가문에 쳐들어와 겸인을 죽였을 뿐만 아니라, 소신까지 죽이려 하였습니다! 주상 전하, 전하께서 부디 소신을 구해주십시오. 제발 소신을 살려주십시오!”주상은 용포를 꽉 움켜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방금 깨어났음에도 상황 파악이 참 빠르군!”전혀 몽롱한 기색 없이 유창하게 말하는 것이, 마치 오래전부터 생각해 둔 변명 같았다.맹 판서는 흠칫 놀랐지만 더 이상 길게 변명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그저 주상에게 계속해서 애원할 수밖에 없었다.옆에 있던 고 영감이 말했다. “맹 대감, 너무 조급해하지 마시지요. 따님의 시신은 밖에 있고, 주상 전하께서 이미 검시관에게 명하여 조사하도록 하셨습니다. 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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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6화

전하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헛소리!”낮게 울리는 그의 음성이 전각 안을 가르며 울려 퍼졌다.“김단은 궁중에서 후궁들의 병을 돌보는 의녀다. 그동안 단 한 번도 실수가 없었던 인물인데 어찌 하필 그 중요한 침 한 자루를 맹영지의 머리에 꽂아두고 나왔겠느냐? 짐이 보기에는 이것은 누군가가 고의적으로 모함하는 것이다.”‘고의’라는 두 글자를 내뱉을 때 그의 시선은 정확히 맹 판서에게 향했다. 그 의미는 분명했다. 곁에 있던 고 영감도 조용히 맹 판서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낮은 음성으로 경고했다.“맹 대감, 그 입으로 무엇을 먹든 신경 쓰지 않겠다만 아무 말이나 막 뱉으면 안 됩니다. 김 의녀는 매사에 처신이 조심스럽고 단 한 번도 실수가 없던 분입니다. 게다가 은침이야 의술을 아는 이라면 누구나 소지한 것이기에 그것만으로 김 의녀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습니다. 안 그렇습니까?”고 영감은 맹 판서의 계략이 너무나 조잡하다고 느껴졌기에 말끝에는 분명한 불신이 묻어있었다. 이렇게 허술한 수를 쓴다면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도리어 다른 음모가 숨어 있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그 순간까지도 최지습은 말없이 옆에 서 있었다. 하지만 그의 두 눈은 단 한순간도 맹 판서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는 알고 있었다. 맹 판서가 이 정도 계략으로 끝낼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맹 판서는 또 다른 수를 꺼내 들었다.“그렇다면, 김 의녀의 은침을 가져와 확인해 보면 되지 않겠습니까? 침구 하나에 들어 있는 은침은 고작 서른 자루 안팎입니다. 맹영지의 머리에는 가장 큰 침이 꽂혀있습니다. 만약 김 의녀의 침구에 그 침만 비어있다면 이게 바로 그 증거가 되지 않습니까?”그 말을 들은 순간, 최지습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이제야 모든 게 퍼즐처럼 맞아떨어졌다. 김단의 침구는 이미 맹 판서의 손에 넘어갔던 것이다. 그러니 지금 맹영지의 머릿속에 박힌 그 침 자체가 정말로 김단의 것일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맹 판서에게 그 침을 넘긴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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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7화

반 시진이 지났을 무렵 평양관저로부터 은침을 받아오라는 명을 받은 내시가 마침내 궁궐로 돌아왔다.“전하, 이 침구는 평양관저에서 받아온 것으로 김 의녀가 평소에 사용하던 것입니다.”어린 내시가 무릎을 꿇은 채 침구를 두 손으로 높이 들자 고 영감이 앞으로 나아가 조심스레 그 침구를 받아 전하의 책상 위에 공손히 올려두었다. 그가 침구를 펼치자 그 안에는 크고 작은 은침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하지만 그 가운데 가장 길고 굵은 침 한 자루가 비어 있었다. 전하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그는 묵묵히 고개를 들어 최지습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은연한 질책과 묵직한 책망이 서려 있었다. 고 영감은 잠시 머뭇거리다 앞서 검시관이 가져왔던 그 은침을 꺼내 침구 위에 나란히 놓아 비교해 보았다. 육안으로 보기에도 그 침은 이 침구에서 빠져나온 것이 확실해 보였다. 고 영감의 표정에는 난처함이 비쳤다.“전하, 이걸 어찌...”전하는 여전히 말을 아꼈고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때, 맹 판서는 마치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소리 높여 외쳤다.“전하! 부디 이 미천한 신하의 어린 딸을 위해 정의를 내려주십시오!”사실 이 은침 하나만으로 김단의 죄를 명확히 입증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김단이 진료한 후 맹영지가 사망했고 김단의 침구에서 빠진 그 은침이 맹영지의 두개골 안에서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전하가 아무리 김단을 감싸려 해도 이 상황에서 뚜렷한 무죄를 선언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때 조용히 서 있던 최지습이 입을 열었다.“고 영감, 이 어린 내시는 자네 측근이오?”고 영감은 살짝 당황한 듯 고개를 돌려 어린 내시를 바라보더니 잠시 머뭇거리다 대답했다.“전하, 이 아이는 소안이라 내각 소속이 맞습니다.”내각 소속은 맞지만 자신과는 무관한 인물이라는 뜻이겠지. 고 영감은 될수록 말을 아꼈지만 그의 뜻은 충분히 전달되었다. 최지습은 그 의미를 정확히 읽어냈고 전하 역시 단 번에 상황을 파악했다. 그의 시선이 어린 내시에게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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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8화

고지운이 처음 궁궐에 들어섰던 날은 혼인 문제를 의논하기 위함이었다. 그때의 그녀는 온몸에 긴장을 두르고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던 풋내기 공주였는데 오늘은 달랐다. 그녀는 고개를 꼿꼿이 들고 당당하게 어좌 앞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러고는 돌궐 예법에 따라 전하에게 예를 올린 뒤 자연스럽게 시선을 최지습에게로 돌렸다. 그는 눈치채지 못할 정도의 미세한 끄덕임으로 화답했다. 그 짧은 신호 하나에 고지운의 마음에 다시금 용기가 들어찼다. “돌궐 공주, 무슨 일로 찾아온 것이오?”고지운은 무릎을 꿇고 있던 맹 판서를 힐끗 내려다보고는 말투 하나 흐트러지지 않고 또렷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저는 누군가가 단이를 괴롭히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왔습니다.”최지습은 이미 그녀에게 일러둔 바가 있었다. 그녀는 돌궐에서 온 공주이기에 굳이 조선의 규율에 얽매이지 않아도 되었다. 조금 무례하더라도 오히려 그 솔직함이 강한 인상으로 비칠 것이다. 폐하는 고지운의 말투에서 이건 분명 최지습이 미리 알려준 대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잠시 짧게 한숨을 삼키듯 미간을 찌푸렸지만 딱히 뭐라 하지 않았다. 전하는 시선을 맹 판서에게로 돌린 채 그가 입을 열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맹 판서는 속으로 내심 불편했지만 고지운이 공주의 신분인지라 무례하게 반응할 수 없었다. 그는 답답한 속내를 눌러가며 차분히 말했다.“공주님께 아뢰옵니다. 아무도 김 의녀를 괴롭히지 않았습니다. 다만 의녀님께서 제 딸을 치료하던 중 실수로 은침을 딸아이의 머릿속에 남겨놓았고 그로 인해 제 딸은 유명을 달리하였습니다.”고지운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말했다.“그렇소? 그럼 그 은침이란 거 한번 볼 수 있겠소?”그녀는 천연덕스럽게 허리춤을 매만졌다. 궁궐에서 김단의 침구를 가져간다는 소식을 들은 직후 그녀는 숙희에게 지시해 비슷한 침들을 미리 챙겨달라고 했고 지금 그 은침들이 그녀의 허리띠 속에 숨겨져 있었다. 평소 김단이 쓰던 침의 크기와 길이를 기억하고 있었기에 비슷한 침을 골라오는 것은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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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9화

그녀의 목소리는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지나치게 들떠 있었다. 고지운의 경쾌한 말투와 환히 웃는 얼굴을 보자 맹 판서는 미묘한 위화감을 느꼈지만 별다른 의심 없이 말했다.“맞습니다. 바로 그 침입니다.”그러자 고지운은 손에 든 은침을 살짝 흔들어 보이며 활짝 웃었다.“정말 이 침이 맞소?”그녀는 일부러 맹 판서 쪽으로 돌아서며 그 은침을 들어 보였다. 그는 무심코 고개를 끄덕이려 했으나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그가 고개를 들자 고 영감의 손에는 또 다른 은침이 들려 있었다. 그 순간 맹 판서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무언가 잘못되었다 것을 직감한 맹 판서를 바라보며 고지운은 능청스럽게 말을 이었다.“아이 참, 어쩐지 이상하다 했소. 왜 그리도 황급히 김단의 침구를 가져가나 했더니... 단이가 살인을 저질렀다고 의심한 거로군. 하지만 단이가 잃어버린 침은 나한테 있었소.”그녀는 돌아서서 자신의 손에 든 은침을 조심스럽게 김단의 침구 속 비어 있던 그 자리에 꽂았다.“전하, 보십시오. 정확히 이 자리에 딱 맞지 않습니까?”당연히 맞을 수밖에 없었다. 침의 크기며 모양까지 미리 비교하여 준비해둔 것이었으니 말이다. 전하는 어이없다는 듯 가볍게 한숨을 쉬고 이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김단의 침은 사라진 게 아니라는 뜻인데... 맹 대감, 어찌 생각하시오?”맹 판서는 속으로 어이가 없었다. 어찌 생각하냐니? 어차피 이 자리에 있는 자들은 원래부터 한패가 아니었는가? 그는 이미 이 싸움에서 졌다는 걸 알고 있었다. 맹 판서는 시선을 내리깔고 조용히 답했다.“소신은 잘 모르겠습니다.”맹영지의 머릿속에서 은침이 발견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김단이 범인이 아니라면 그녀를 해한 사람은 따로 있다는 뜻이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맹영지를 살해한 범인이 정확히 누구인지 알 수 없었지만 한 가지 명백한 것은 그녀는 맹가에서 숨을 거두었다는 사실이다. 그러기에 결국 모든 책임은 맹가에서 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맹가는 가문을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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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0화

전하는 속으로 물밀듯 밀려오는 짜증을 억눌렀다. 맹 판서는 어찌 그리도 남의 속을 긁는 말만 골라 하는 것일까? 화두를 던지는 것마다 골치 아픈 문제라 머리가 찌끈 거렸다. 하필이면 지금 그 민감한 화친 문제를 입에 올리다니. 요즘 조정에서 가장 회피하고 싶은 일이 바로 화친이라 걸 맹 판서가 모를 리 없었다. 그럼에도 굳이 이런 상황에 돌궐 공주와의 혼인을 묻는다는 것은 최지습을 곤란하게 만들기 위한 수작임이 분명했다. 전하는 얼굴을 굳힌 채 손을 내저었다.“그 일은… 짐이 알아서 할 테니 더는 묻지 말거라. 모두 물러가라.”전하의 짧고 단호한 명령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일제히 예를 올리고 물러났다. 어전을 나서자마자 맹 판서는 최지습을 향해 싸늘하게 한마디 던졌다.“대군자가께서는 참으로 복 받으신 분입니다. 저런 전하를 형으로 두셨으니 말입니다.”그의 말투에는 노골적인 비아냥이 섞여 있었다. 오늘 같은 일에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전하의 편애 덕분이라는 의미였다. 만약 전하가 김단을 노골적으로 감싸지 않았다면 그녀는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최지습은 그 조롱에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대신 무심한 듯 그를 흘끗 쳐다보더니 낮고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내 맹 판서에게 드릴 선물이 하나 있소.”그 말에 맹 판서는 걸음을 멈추었다. 안 좋은 예감이 들어 말을 잇지 못하고 있을 때 최지습이 또다시 덧붙였다.“오늘 자정, 정확히 맹 판서의 저택으로 선물이 하나 도착할 것이오.”자정이 지나면 해가 바뀐다. 최지습이 말한 선물은 곧 새해 인사이자 그에게 날리는 경고일 것이다. 맹 판서의 가슴속에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불길함이 꿈틀거렸다. 그러나 최지습은 그를 보지도 않은 채 태연히 자리를 떴다.고지운은 입을 꾹 다문 채 그의 뒤를 조심스레 따라갔다. 하지만 맹 판서의 질문으로 인하여 그녀는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녀의 혼사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전하는 과연 자신을 누구에게 시집보내려는 것일까? 돌궐에 있는 오라비들은 그녀가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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