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Bab 1021 - Bab 1030

1048 Bab

제1021화

김단의 말은 정확히 그의 가슴 한가운데를 강타했다.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라 화끈거렸고 마음속에서는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의 수치심이 치밀어 올랐다. 도무지 진정되지 않는 자책감과 절망으로 인해 그는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그 순간 오래전 명정대군이 했던 말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나는 김단 같은 낭자는 처음이오. 살을 찢는 듯한 채찍이 등 뒤를 갈라놓아도 김단은 한 마디 비명조차 내지 않았소. 온몸이 떨릴 만큼 고통스러워 보이는데 얼굴에는 아픈 기색이 단 하나도 없었지.”지금에야 그 말의 의미가 너무도 또렷하게 들렸다. 임학은 다리에 힘이 풀려 더 이상 서있기조차 힘들었다. 그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조여오는 가슴을 어루만졌다. 그녀는 이미 오래전부터 아픔을 참는 법을 몸으로 익혀온 것이다. 그는 귀로 듣고 눈으로 보았으면서, 심지어 그 자리에서 명정대군이 하는 말을 똑똑히 들었음에도 그녀의 고통을 알아채지 못했다.김단이 세답방에서 어떻게 지냈는지, 어떤 대우를 받으며 살아왔는지 묻지 않았고 그냥 외면하기만 했다. 그녀가 세답방에서 나왔을 때는 더 이상 자신을 오라버니라 불러주지 않는다고 원망하고 자신을 멀리한다고 책망했다. 심지어 그녀를 벌하겠다며 굵은 회초리를 들기까지 했다.“짝!”임학은 자신의 뺨을 있는 힘껏 내리쳤다. 얼굴이 얼얼해졌지만 그 고통조차 마음속에서 몰아치는 괴로움을 덮을 수는 없었다. 과거의 자신은 무슨 자격으로 그녀를 탓했던 것일까? 그녀는 세 해전 자신의 오라버니를 잃었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그녀의 말대로 진작 죽었어야 할 인간은 자신이었을지도 모른다.“짝!”그는 다시 한번 더 세게 뺨을 내리쳤다. 이제는 정말로 자신을 때려죽이고 싶을 만큼 미웠다. 하지만 손에는 더 이상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결국 그는 벽에 머리를 묻은 채 자신도 모르게 끊어지는 듯한 흐느낌을 흘렸다.“방금, 임학이 다녀갔소.”김단의 입가에 옅은 웃음이 번졌다.“알고 있어요.”김단은 이미 문 너머로 비치는 길고 흐릿한 그림자를 보았다.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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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2화

막 저택을 나서려던 찰나 두 사람은 뜻밖에도 진산군과 마주치게 되었다. 김단을 품에 안고 있는 최지습의 모습에 진산군은 눈이 동그래지더니 이내 어색한 듯 웃으며 말을 건넸다.“이렇게 바로 가느냐? 차라리 저녁이라도 함께 하는 게 어떠느냐? 부엌에 네가 좋아했던 음식도 준비해두었고 네 어미도 오늘은 상태가 좋아 보이던데 잠시라도...”김단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고개를 떨구었다. 무슨 대답을 해야 할까? 함께 밥을 먹는다고 해서 무너진 정이 돌아올 리 없었다. 그녀의 기억에 각인된 마지막 가족 식사는 생선 한 조각에 두드러기가 올라와도 누구 하나 관심 주지 않았던 차가운 식사였다. 그날 밤, 홀로 방에 돌아가 찬물로 몸을 씻으며 울음을 참았던 김단은 그날의 일을 평생 가슴속에 묻고 살았다. 그때 최지습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괜찮다.”단호하면서도 부드러운 어조였다. 그렇게 말한 뒤 그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진산군은 그 자리에서 굳은 얼굴로 멈춰 섰다가 억눌렀던 분노를 쏟아냈다.“최지습! 김단은 제 딸입니다! 대군자가께서 무슨 자격으로 단이를 대신해 대답하는 겁니까?”그러자 최지습은 걸음도 멈추지도 않은 채 담담하게 말했다.“단이는 짐이 맞이할 정혼자이지.”그 한마디에 김단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반면 진산군은 망연히 그 자리에 선 채 우두커니 바라보기만 할 뿐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두 사람의 뒷모습이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그는 마치 정신이 퍼뜩 든 듯 혼잣말로 투덜댔다.“이 나이에 저런 망측한 소리를… 정혼자라니! 그리고 정혼자를 이렇게 다치도록 내버려두는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이냐?”하지만 그 말은 그저 입안에서 맴돌 뿐 밖으로 당당하게 내뱉지 못했다. 최지습이 손을 쓰지 않은 건 맞지만 그보다 더 방관했던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 진산군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맹 가의 권세는 너무도 컸기에 감히 진산군 따위가 건드릴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그 생각에 이르자 진산군은 깊은숨을 들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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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3화

과거의 일들이 하나하나 눈앞에 생생하게 떠오르자 진산군의 숨결이 점점 가빠졌다. 하지만 그는 끝내 숨을 고르며 뻔뻔한 태도로 변명했다.“그저... 속은 것뿐이다. 누가 진짜인지 몰라봤을 뿐이야.”그 말을 들은 임학은 씁쓸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그 웃음은 체념과 자책이 뒤섞인 참담한 웃음이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가 그 아이에게 저지른 일을 그런 가벼운 말로 덮을 수 있을까요? 족보에서 이름까지 지우셨으면서 이제 와서 함께 식사하자는 말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너…!”진산군은 당황해 목소리를 높이더니 겨우 말을 이었다.“지금 아비를 원망하는 것이냐?”“아뇨, 원망하지 않습니다.”임학은 깊이 숨을 들이쉬고 낮게 읊조리듯 말을 이었다.“제가 누구를 탓할 자격이 있겠습니까? 가장 어리석고 못난 사람은 바로 저인 걸요.”그는 시선을 돌려 여전히 자신의 세계에 갇힌 임씨 부인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담담히 말을 이었다.“하지만 아버지, 단이가 이제야 비로소 편안한 삶을 찾았다면 우리가 굳이 그 삶을 다시 흔들 필요가 있을까요? 멀리서 지켜보며 그 아이의 행복을 빌어주는 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최선 아닌가요?”더는 말을 잇지 못한 그는 돌아서서 조용히 걸음을 옮겼다. 그의 뒷모습에는 후회도 미련도 없었다. 그는 앞으로 다시는 김단의 용서를 구하지도 않을 것이고 그녀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을 것이다. 그녀가 웃고 있는 모습만 볼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하겠다고 스스로를 되뇌었다.진산군은 임학의 말에 멍하니 서 있다가 그가 몇 걸음 물러간 뒤에서야 정신을 차리고 외쳤다.“이렇게 늦은 시간에 어디 가는 것이냐?”임학은 등을 보인 채 대답했다.“취향각이요.”“지금 취향각에 간다고?”진산군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섞였다.“오늘이 무슨 날인지 모르는 것이냐? 설날인데 우리와 함께 식사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냐?”그러나 그의 말은 공허하게 허공에서 흩어질 뿐이었다. 식구가 빠진 식사 자리가 어떻게 화목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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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4화

밤이 점점 깊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평양관저는 이제 막 불을 밝히며 생기를 띠기 시작했다. 새롭게 갈아단 붉은 비단등은 부드러운 빛을 머금고 길 위에 쌓인 눈마저 따스하게 물들였다. 그 불빛을 따라 성큼성큼 걸어오는 이들은 모두 한 덩치 하는 자들이었고 하나같이 가정을 꾸린 사내들이었지만 왁자지껄 웃고 떠드는 모습은 여전히 철부지 아이 같았다. 김단은 대청에 앉아 그들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가장 먼저 그녀에게 다가온 사람은 다섯 번째 도령이었다. 그는 김단의 어깨를 한 번 흘끗 보고는 눈썹을 찌푸렸다.“많이 다쳤소?”그의 말에 다른 호랑이 군들도 우르르 몰려들어 옷깃 안을 슬쩍 들여다보려는 기세였다. 그러자 김단은 급히 다른 손을 들어 올리며 맹세하듯 말했다.“괜찮습니다. 한 달만 푹 쉬면 멀쩡해질 거예요.”사람들은 흔히 뼈와 근육의 상처는 백 일 정도 지나야 낫는다고 말하지만 스승님이 내린 약은 예외였다. 그 말을 들은 다섯 번째 도령은 비로소 웃음을 되찾았다.“좋소. 그럼 한 달간은 움직이지 마시오. 필요한 건 우리가 다 해줄 테니 말만 하시오.”그러자 멀찍이 있던 숙희는 즉시 발끈하며 앞으로 나섰다.“저도 있습니다.”그녀는 씩씩하게 김단 곁으로 다가왔다.“아가씨가 원하시는 건 제가 다 해드릴게요.”꼭 자기 일이랍시고 눈에 불을 켠 모습에 다섯 번째 도령은 껄껄 웃으며 숙희의 머리를 툭툭 두드렸다.“큰 형님이 그러시더라. 네가 한꺼번에 몇 명은 거뜬히 감당할 수 있다고 말이지. 겉으로는 안 그래 보이는데...”그 말에 멀리 있던 경 도령이 곧장 받아쳤다.“다 뛰어난 스승 덕분 아니겠소?”다섯 번째 도령은 눈을 흘기며 대꾸했다.“운 좋은 줄 아시오. 좋은 제자 하나 건진 거잖소.”경 도령이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숙희는 자랑스러운 듯 환하게 미소지었다. 그러다 문득 무언가 떠오른 듯 숙희는 서둘러 손짓했다.“지운 공주님, 이쪽으로 오세요.”그제야 고지운이 천천히 대청 안으로 들어섰다. 공주라는 신분 탓에 호랑이 군들은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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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5화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갑작스러운 폭음이 하늘을 가르며 울려 퍼졌다.“취향각의 불꽃 연회입니다!”숙희는 기쁨에 어린 목소리로 외치다가도 무언가 떠오른 듯 급히 고개를 돌려 김단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김단이 처음 저택에 돌아왔던 날, 하늘에서 불꽃이 터졌을 때 그녀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었는지. 그래서 이번에도 김단이 지난날의 아픈 기억을 떠올리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 시선을 그녀에게 고정시켰던 것이다.하지만 숙희의 예상과 달리 김단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 번져 있었다. 하늘 위 찬란한 불꽃이 연달아 피어오르며 눈부신 빛이 김단의 옅은 뺨에 부드럽게 스며들었다. 그녀의 웃음은 너무나도 눈부시고 따뜻했다. 그 순간 긴장했던 숙희의 마음도 눈 녹듯 사라졌다.다행이다. 이 불꽃이 눈부시게 아름다워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그런데 내 눈에는 그걸 보고 있는 우리 아씨가 훨씬 아름다운걸.최지습 또한 무심결에 고개를 돌려 김단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의 공허했던 가슴속이 무언가로 따뜻하게 채워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지난 여덟 해 동안 그는 자신이 외롭다고 느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호랑이 군 도령들이 하나같이 가정을 이루어 해마다 섣달그믐이면 자신의 곁에 함께 있어주지 못하더라도 평소에는 술잔을 기울일 벗들이 있었기에 외롭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그는 혼자의 삶을 그럭저럭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김단이 그의 곁에 앉아 있는 지금, 그 지난 세월이 문득 쓸쓸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괜찮았다. 앞으로는 이 사람이 곁에 있어줄 테니까.고지운 역시 눈앞의 불꽃을 바라보다가 자연스레 김단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러나 그녀의 시선이 김단에게 닿기도 전에 최지습한테 머물게 되었다. 그가 김단을 바라보는 눈빛은 따뜻하고 깊었으며 애틋한 감정을 품고 있었다. 그가 김단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그녀는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녀는 다시 고개를 숙이며 고요한 혼란에 휩싸였다. 자신은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올해 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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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6화

머리, 사지 그리고 몸통이 모두 분리되어 있었다. 누가, 언제 그렇게 걸어놓은 건지 알 수 없었으나 한 가지 분명한 건 맹 판서가 눈을 떴을 때 그 머리가 침상 위에 매달려 있었다는 것이다. 핏기 잃은 눈동자가 자신을 똑바로 응시하자 그는 그 자리에서 혼이 빠졌고 머릿속이 하얘졌다.처음 방 안으로 뛰어든 호위병들조차 그 기괴한 광경에 다리가 풀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고 말았다. 결국에는 담이 큰 자들을 불러들여 침상 위에 줄줄이 매달려 있던 것들을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분리되어 있던 사체를 이어 붙이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얼마 전 김단을 습격했던 그 자객이었다.맹 판서는 사람들의 부축을 받으며 침상에서 내려왔다. 그의 하의는 이미 흠뻑 젖어 있었고 맹씨 부인은 부리나케 사람을 시켜 새 옷과 바지를 가져오게 했다. 그녀는 잠시 숨을 돌리더니 한밤중에 급하게 의원을 불러들였다. 의원이 맹 판서에게 침을 놓고 진정약을 먹인 후에야 그는 겨우 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엄청난 충격과 공포에 휩싸인 그는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입을 열었다.“최지습... 그놈 짓이야.”그 자는 분명 자신이 최지습에게 보낸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런 모양으로 다시 돌아오다니. 의심의 여지 없이 그것은 최지습이 그에게 날리는 경고였다. 맹씨 부인은 그 시체가 어떤 상태로 침상 위에 걸려 있었는지 그리고 이어붙인 모습이 어땠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하인들의 말만으로도 온몸이 서늘해졌다.“대감님, 아무 기척도 느끼지 못했단 말입니까? 그런 걸 하나하나 걸어두려면 시간이 꽤 걸렸을 텐데요?”사실 그녀는 그 정도 시간이라면 맹 판서를 조각내고도 남았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의 물음에 맹 판서는 참지 못하고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내가 어떻게 알겠소? 만약 알았다면 그걸 눈 뜨고 보고만 있었겠소? 몰랐으니 이렇게 된 거지.”그가 눈을 떴을 때 본 장면만 떠올려도 온몸이 다시 덜덜 떨려왔다. 그는 급히 진정효과에 도움이 되는 차를 몇 모금 더 들이켜며 간신히 속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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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7화

맹 판서가 성을 내자 그제야 맹씨 부인은 다급히 말을 바꾸며 수습에 나섰다.“알았어요. 내가 한마디 했다고 그렇게 토라져서야 원….”그러더니 방을 정리하던 몸종을 힐끗 보며 날을 세웠다.“다 정리했으면 얼른 나가보거라.”“예, 마님.”몸종은 고개를 숙인 채 부리나케 물러났다. 그녀가 방을 빠져나가는 순간 맹씨 부인은 조용히 문을 닫고 빗장을 걸었다. 그리고 천천히 돌아서며 남편을 향해 한숨을 쉬며 말했다.“솔직히 따지고 보면, 이 일 대감님 잘못 아닌가요? 영지를 그렇게 처리하지만 않았어도 그 무서운 평양대군을 건드릴 일은 없었잖아요.”그녀의 말속에는 원망과 두려움이 뒤섞여 있었다. 김단 하나 때문에 저택 앞이 피바다로 물들었고 하인들을 시켜 하루 종일 닦고 또 닦아도 핏물이 좀처럼 가시질 않았던 그날이 아직도 그녀의 뇌리에 생생했다. 그런데 이제는 토막 살인이라니. 그것도 하필이면 설 명절을 앞둔 날에 말이다. 어찌 이리도 흉흉한 일들이 겹치는 것인지.“이게 다 내 탓이라고?”맹 판서는 눈을 부릅뜨며 부인을 노려보았다.“당신이 딸 하나 제대로 단속하지 못해서 벌어진 참사이지 않소? 그년이 내 서재에 들어가 보지 말아야 할 것들을 봤단 말이오. 그게 새어 나가기라도 했다간 우리 집안은 물론이고 아홉 족속까지 모조리 멸문당할 수도 있다고!”맹씨 부인은 화를 꾹 눌러 삼키며 억울한 듯 입을 열었다.“서재에 그런 걸 숨긴 사람이 누군데요? 난 애초에…”하지만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맹 판서의 눈빛이 싸늘하게 그녀를 짓눌렀다. 그 눈빛에 기가 질린 맹씨 부인은 더는 말을 잇지 못하고 조용히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잠시 정적이 흐르더니 그녀는 긴장된 숨을 내쉬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그래서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그 평양대군이라는 사람, 눈빛부터가 보통이 아니에요. 오늘은 시신으로 끝났지만 내일은 또 어떤 걸 들이밀지 누가 알겠습니까?”그녀는 말끝을 흐리며 몸을 떨었다. 밤마다 악몽에 시달릴 것 같은 불길함이 뼛속까지 파고들었다. 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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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8화

이튿날, 정월 초하루가 지나자마자 맹 판서의 침상 위에 토막 시신이 걸렸다는 기이한 소문은 눈 깜짝할 사이에 온 거리와 골목을 휩쓸었다. 사람의 입을 타고 전해진 그 말들은 날이 갈수록 살이 붙어 점점 더 부풀려졌고 전하의 귀에 들어갔을 때는 이미 최지습이 맹 판서 눈앞에서 시신을 난도질했다는 괴담으로 변해 있었다.물론 이보다 더 기괴한 이야기도 있었다. 최지습이 직접 맹 판서의 손을 붙잡고 함께 시체를 분리했다나 뭐라나. 그 황당한 이야기들을 전하가 믿을 리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느낀 것은 이번 일에 최지습이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그리하여 정월 초이튿날 그는 최지습을 궁궐로 불러들였다. 어서재 안, 전하와 최지습은 각각 바둑판 양쪽에 앉아 검은 돌과 흰 돌을 두고 조용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국면은 팽팽했고 어느 쪽도 쉽게 우세를 점하지 못하고 있었다. 전하는 손가락으로 백돌 하나를 집어 들었으나 바로 놓지 않고 슬쩍 최지습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나서야 결정적인 자리에 천천히 그 돌을 내려놓았다.최지습은 바둑판을 조용히 바라보다가 가볍게 미간을 좁혔다. 생각에 잠긴 듯 손끝으로 흑돌을 굴리던 그는 마침내 해법을 찾아낸 듯 단호히 한 수를 내리꽂았다.“허.”전하는 그 수를 보고 잠시 눈썹을 찌푸렸다. 의심할 여지 없이 훌륭한 수였다. 하지만 그는 돌파구를 찾는 일보다 더 급한 것이 있었다.“맹씨 저택에서 일어난 그 일, 네 짓이냐?”최지습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는 고개조차 들지 않았다. 입 밖으로 확인할 수는 없겠지만 그 무언의 정적이 바로 대답이었다. 전하는 그를 꾸짖거나 탓하지 않았다. 오히려 흥미롭다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밖에서는 네가 시신을 토막 냈다는 사실을 하도 끔찍하게 떠들어대서 말이지. 그런 수법은 도대체 어디서 배운 것이냐?”최지습은 차분히 입을 열었다.“예전에 돌궐인들이 우리 포로를 잡아갔을 때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소나 양을 도축하듯 사람을 분해하곤 했죠. 그래서 본보기로 삼은 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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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9화

최지습의 눈빛이 조금씩 어두워지기 시작했다.“이번 전쟁에서 패배한 돌궐인들이 고지운을 화친의 명목으로 보내왔었죠. 겉으로는 고개를 숙이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실상은 단지 저를 불쾌하게 만들려는 수작에 불과합니다.”돌궐인과 최지습 사이에 쌓인 원한은 피로 쓰인 장부와도 같았다. 평생을 다 바쳐도 갚기 어려울 만큼 깊고 끈질긴 증오인데 이제 와서 그 나라의 공주를 아내로 맞이하라고? 김단이 지금 곁에 있기에 혼인을 올리지 않을 것이지만 그녀가 없다고 해도 그 공주와의 혼인을 수락하는 일은 결코 없었을 것이다. 전하 역시 그의 마음을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돌궐공주를 아무 명분도 없이 계속 평양관저에 머물게 할 수는 없지 않느냐? 김단은 의동생이라 둘러댈 수 있었지만... 설마 또 다른 의동생을 만들려는 것은 아니겠지?”최지습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의동생이든 연인이든 그의 곁에 김단 하나면 충분했다. 그 어떤 누구도 그녀만큼 그와 가까워질 수는 없을 것이다.“이 생에 김단 하나로 족합니다.”전하는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좋다, 그럼 이 돌궐 공주를 어떻게 처리할지는 네가 잘 생각해 보거라.”“예.”최지습은 조용히 몸을 일으켜 공손히 인사한 뒤 물러나려 했다. 그런데 그가 문턱을 넘기도 전에 전하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돌궐은 여기서 수백 리나 떨어진 먼 곳이다. 공주는 몸이 허약하다 하니 혹여 물이 맞지 않아 병이 날 수도 있어. 그리고 그건 흔히 일어날 법한 일이지.”전하는 노골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 말속에 담긴 뜻은 분명했다. 그 공주를 천천히 병들게 하여 처리하라는 것이었다. 피 흘리지 않는 가장 온화한 방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최지습은 천천히 몸을 돌려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공주의 일은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바라건대 전하께서 더는 손을 쓰지 않으셨으면 합니다.”그 말에 전하의 얼굴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돌궐은 지금 내부 문제를 해결하기도 바쁘다. 그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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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0화

최지습은 조용히 그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앞에 서 있던 소하는 공손히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다.“대군자가를 뵙습니다.”최지습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고는 낮은 목소리로 간결히 말했다.“가자.”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곧장 앞서 걸었다. 소하는 잠시 멈칫했지만 이내 그 말의 의미를 헤아렸다. 최지습은 따로 그와의 자리를 마련하기보다는 함께 걸으며 이야기하자는 뜻이었다. 그는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머금고 조용히 최지습 뒤를 따랐다.두 사람은 말없이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들이 함께 발을 맞춰 걸어온 길은 오래도록 이어졌다. 얼마나 걸었을까? 묵직한 침묵을 품은 채 걸음을 옮기던 두 사람은 궁궐 깊은 곳의 어화원에 다다랐다.“이 어화원의 매화나무도 결국은 정암이 심은 그 한 그루만 못하군요.”진심 어린 한마디였다. 궁궐 속 정성껏 가꾼 수많은 매화나무조차 정암이 손수 심고 돌보던 그 나무만큼은 생기를 품지 못했다. 하지만 이 말은 듣는 이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었다. 소하 역시 이를 눈치채고 정정하려 했으나 최지습이 먼저 입을 열었다.“단이의 마음속에서 정암을 능가할 사람은 없어.”그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정암은 김단의 그 어둡고 쓰라린 시간 속 유일하게 손을 내밀어 준 사람이었다. 모두가 그녀를 버렸을 때 아무 조건 없이 곁에 있어주겠노라 약속해 준 사람. 그런 존재를 감히 누가 대신할 수 있겠는가? 소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웃었다.“대군자가 또한 그 누구와도 비교될 수 없는 분이십니다.”최지습은 흠칫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소하의 얼굴에는 봄날의 빛처럼 희미하게 웃음이 비치고 있었고 그의 눈빛에는 낯설 만큼 온기가 어려 있었다.“맹가의 일은 들었습니다. 며칠 동안 제 스스로에게 몇 번이나 물어봤습니다. 과연 저라면 대군자가보다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맹 판서의 꾀를 꿰뚫고 계획을 무너뜨릴 수 있었을까? 김단을 해치려는 자들을 벌하면서도 동시에 다시는 감히 손대지 못하게 억제할 수 있었을까? 그 모든 질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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