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단의 말은 정확히 그의 가슴 한가운데를 강타했다.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라 화끈거렸고 마음속에서는 숨을 쉴 수 없을 정도의 수치심이 치밀어 올랐다. 도무지 진정되지 않는 자책감과 절망으로 인해 그는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그 순간 오래전 명정대군이 했던 말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나는 김단 같은 낭자는 처음이오. 살을 찢는 듯한 채찍이 등 뒤를 갈라놓아도 김단은 한 마디 비명조차 내지 않았소. 온몸이 떨릴 만큼 고통스러워 보이는데 얼굴에는 아픈 기색이 단 하나도 없었지.”지금에야 그 말의 의미가 너무도 또렷하게 들렸다. 임학은 다리에 힘이 풀려 더 이상 서있기조차 힘들었다. 그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조여오는 가슴을 어루만졌다. 그녀는 이미 오래전부터 아픔을 참는 법을 몸으로 익혀온 것이다. 그는 귀로 듣고 눈으로 보았으면서, 심지어 그 자리에서 명정대군이 하는 말을 똑똑히 들었음에도 그녀의 고통을 알아채지 못했다.김단이 세답방에서 어떻게 지냈는지, 어떤 대우를 받으며 살아왔는지 묻지 않았고 그냥 외면하기만 했다. 그녀가 세답방에서 나왔을 때는 더 이상 자신을 오라버니라 불러주지 않는다고 원망하고 자신을 멀리한다고 책망했다. 심지어 그녀를 벌하겠다며 굵은 회초리를 들기까지 했다.“짝!”임학은 자신의 뺨을 있는 힘껏 내리쳤다. 얼굴이 얼얼해졌지만 그 고통조차 마음속에서 몰아치는 괴로움을 덮을 수는 없었다. 과거의 자신은 무슨 자격으로 그녀를 탓했던 것일까? 그녀는 세 해전 자신의 오라버니를 잃었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그녀의 말대로 진작 죽었어야 할 인간은 자신이었을지도 모른다.“짝!”그는 다시 한번 더 세게 뺨을 내리쳤다. 이제는 정말로 자신을 때려죽이고 싶을 만큼 미웠다. 하지만 손에는 더 이상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결국 그는 벽에 머리를 묻은 채 자신도 모르게 끊어지는 듯한 흐느낌을 흘렸다.“방금, 임학이 다녀갔소.”김단의 입가에 옅은 웃음이 번졌다.“알고 있어요.”김단은 이미 문 너머로 비치는 길고 흐릿한 그림자를 보았다.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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