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Chapter 1061 - Chapter 1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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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1화

“단아…”소한은 끝내 참지 못하고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목소리의 떨림에 듣는 이들의 마음을 흔들렸다.여만서는 이를 차마 볼 수 없어 말했다. “김 낭자, 아무리 그래도 장군님과 낭자 사이에는 십수 년의 정이 있지 않소? 어릴 적 소꿉친구로서 좋게 두어 마디 해주는 것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오.”“그 정을 생각하여 이 약을 드리는 것입니다.”김단은 낮은 목소리로 말하며 여만서를 바라보았다. “저는 종사관님이 장군님을 매우 싫어하시는 줄 알았습니다. 왜 이제 와서 장군님을 돕는 것입니까? 무슨 이득이라도 주신 겁니까?”그 말을 들은 여만서는 입을 열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김단은 다시 소한을 보며 말했다. “대군께서 떠나라고 명령하셨으니, 어서 떠나시지요! 마차는 이미 준비되었습니다. 제가 올 때 탔던 목씨 가문의 마차입니다. 충분히 크고 편안하니, 그 마차를 타고 한양으로 돌아가십시오! 감사 인사는 필요 없습니다.”말을 마친 김단은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소한은 황급히 그녀를 뒤쫓아갔다. “낭자!”그의 발걸음이 휘청거렸지만, 다행히 따라잡을 수 있었다.김단은 고개를 돌렸고, 소한이 자신에게 달려오는 것을 보았다.그녀는 그를 피하려 했지만, 순간 소한의 다리가 풀리며 김단을 향해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다급한 마음에 김단은 서둘러 손을 뻗어 그를 부축했다. “단이 낭자…”그의 떨리는 목소리는 애써 무언가를 참고 있는 듯했다.김단은 소한의 붉어진 눈을 보며, 끝내 마음속으로 약간의 동요를 느꼈다.그는 한때 그녀가 모든 것을 바쳐 사랑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그녀의 시선은 소한의 어깨 너머 막사 밖으로 나오고 있는 여만서에게 향했다.김단은 그제야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조심하십시오.”그 말을 듣자 소한의 몸이 굳어졌다.방금 전까지 죽을 듯이 아팠던 심장이, 그 순간 마침내 온기를 되찾았다.그는 천천히 몸을 세우고 김단을 품에서 놓아주었다.김단도 소한을 놓아주고 숨을 깊이 들이쉬며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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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2화

소한은 마차 안에 누워 눈을 뜬 채 천장을 바라보았다. 머릿속에는 방금 전 김단의 품에 안겼던 순간만이 가득했다.그는 자신이 정말 병에 걸린 것이라 생각했다.그저 가벼운 접촉이었을 뿐인데, 어째서 가슴이 이렇게 격하게 뛰는 걸까?이에 그는 손을 들어 천천히 가슴에 올려보았다.심장의 박동이 느껴졌다. 쿵, 쿵, 쿵.한 번, 다시 한 번, 강하고 빠르게 뛰었다.그리고 그는 이 느낌을 지독히도 사랑했다.하지만 분명 예전에는 이러지 않았다.과거 그녀가 매일 그의 주위를 맴돌았을 때도, 이런 느낌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그저 익숙해졌을 뿐이었다.그녀의 다정함에 익숙해졌고, 그녀의 관심에 익숙해졌으며, 그녀가 줄곧 '오라버니'라고 불러주는 것에 익숙해졌다. 훗날 그녀와 혼인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에도 익숙해져 있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계획은 틀어졌다.완전히 틀어져 버렸다.그렇기에 과거 당연했던 것들조차 이제 와서는 사치스럽게 느껴졌다!그는 수도 없이 후회했다. 그녀를 좀 더 일찍 아내로 맞이하지 않은 것을 말이다.임원이 나타나기 전에, 그들이 일찍 혼인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서둘러 혼인한들, 무엇이 문제겠나?남들이 이러쿵저러쿵 말한 들, 어떠한가?적어도 지금쯤 그들은 함께할 수 있었을 것이다!!그와 그녀는 적어도 '서로'로 남을 수 있었을 것이다.생각하면 할수록, 가슴속의 저릿하고 쓰린 통증이 더욱 선명해졌다.소한은 자신도 모르게 숨을 두 번 깊이 들이쉬며, 이 아픔을 억누르고 싶었다.하지만 깊게 숨을 들이쉴수록, 눈시울은 더욱 붉어졌다.오늘 그녀가 자신을 안아주었으니, 기뻐해야 마땅했다.하지만 그녀의 말투는 너무나도 차가웠다. 그에게 조심하라고 당부할 때조차도, 마치 자신과 아무 상관없는 사람을 대하는 듯했다.그가 어떻게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 될 수 있겠는가?그는 그녀의 소꿉친구이자, 오라버니이자, 약혼자였다!“단아…”울먹이는 목소리가 마침내 목구멍에서 흘러나왔다.소한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뜨거운 눈물이 머리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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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3화

목씨 가문은 당국 소속이었다.경씨는 심부름꾼이 오해할까 봐 서둘러 해명하려 했지만,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심부름꾼이 대문을 활짝 열며 말했다. “아니, 목씨 가문의 도련님이셨습니까? 소인이 눈썰미가 없어 몰라뵈었습니다.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어서 들어오시지요!”그 말을 들은 소한과 경씨는 서로를 쳐다본 뒤, 심부름꾼을 따라 객잔으로 들어갔다.심부름꾼은 재잘거리며 말했다. “요즘 화성이 전쟁 중인지라 손님도 없어서 객잔에 방이 많습니다! 그런데 일찌감치 목씨 가문의 도련님 한 분이 와서 묵고 계십니다. 일호방에 계시는데, 혹시 도련님도 그 분을 찾아오신 겁니까?”심부름꾼이 말하는 그 '도련님'은 아마 묵설원일 것이다.밖에 있는 마차가 그의 것이었으니 말이다.소한은 그를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는 목씨 가문 사람이 아니고, 그저 목씨 가문의 마차를 빌렸을 뿐이네. 내가 이곳에 온 것을 굳이 그 도련님에게 알릴 필요는 없네. 자네는 그저 방 두 칸만 내 주면 되네.”말을 마친 그는 허리춤에서 은덩이 하나를 꺼내 심부름꾼에게 던져주었다.심부름꾼은 황급히 은을 받아들고 생각했다. 비록 사람을 잘 못 알아보긴 했으나, 목씨 가문의 마차를 빌려 쓸 수 있는 사람이라면 목씨 가문과 예사롭지 않은 관계 일 것이 분명했다.더군다나 이렇게 통 크게 돈을 쓰는 것을 보니, 평범한 신분일 리 없었다.이에 그는 곧장 공손히 대답했다. “예, 예, 소인이 도련님을 모시고 방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도련님, 이쪽으로 오시지요.”그렇게 말하며 그는 소한과 경씨를 이층으로 안내했다.뒤따라오는 발걸음이 다소 느린 것을 느껴서였을까?심부름꾼은 무심코 뒤를 돌아보았고, 경씨가 소한을 부축하며 계단을 오르는 것을 보았다.심부름꾼은 말이 지나치게 많은 나머지 다시 되물었다. “도련님, 어디 불편하신 곳이라도 있으십니까? 소인이 의원을 불러올까요?”그 말을 듣자 소한은 싸늘한 눈빛으로 심부름꾼을 쳐다보았다.심부름꾼은 흠칫 놀랐다. 그와 같은 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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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4화

심부름꾼은 그제야 놀란 기색을 거두고 아첨하듯 웃으며 목설원에게 다가갔다. “도련님,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주무시지 않으신 겁니까? 예, 손님이 오셨는데 도련님 댁 목씨 가문의 마차를 타고 오셨습니다! 마차를 보지 못했더라면 이렇게 늦은 시간에 손님을 받지 않았을 겁니다. 안 그래도 지금은 전쟁 중이라 세상이 흉흉하지 않겠습니까?”그가 재잘거리며 떠들었지만, 목설원은 한가지 사실에만 꽂혀 있었다.목씨 가문의 마차라니?설마 그가 김단에게 빌려준 그 마차를 말하는 것일까?하지만 김단과 최지습은 오늘 군영으로 떠나지 않았나? 왜 갑자기 객잔으로 왔단 말인가?“남녀 한 쌍이었나?”그가 물었다.심부름꾼은 곧장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두 사내들이었습니다. 주인과 하인처럼 보입니다. 두 사람 다 체격이 꽤나 건장했습니다. 젊은 쪽이 주인인 것 같습니다만, 몸이 별로 좋지 않으신지 계단을 오를 때도 마부가 부축을 하였습니다!”두 사내라고?목설원은 다시 미간을 찌푸렸다.그는 무의식적으로 소한의 방 쪽을 바라보았다.속으로는 의아해했으나,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돌아서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목설원이 떠나는 것을 본 심부름꾼은 그제야 알량한 미소를 거두고 다시 자신의 나무 침상에 몸을 뉘였다. 제발 더 이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하지만 그가 바라는 대로 되지는 않았다.얼마나 지났을까, 거리에서 빗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겨울비가 주륵주륵 내리며 음산한 기운으로 가득 찼다. 빗소리만으로도 등골이 서늘해지는 듯했다.소한은 창틈으로 들이치는 밤비에 잠에서 깨어났다.그는 번쩍 눈을 떴고, 심장 박동에 따라 가슴 쪽 상처가 욱신거렸다.군의관이 발라준 지혈 약가루는 벌써 식은땀에 의해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빗줄기는 창살 밖에서 방 안으로 들이쳤다. 소한의 손이 허리춤의 장검으로 향하는 순간,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그의 귓가를 스쳤다.세 개의 버드나무 잎 모양 칼이 침상 기둥에 박혔고, 칼날이 서슬 퍼렇게 빛났다.소한은 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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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5화

“행인이오.” 목설원은 날아간 부채를 다시 집어 들고 우아하게 펼쳐 보이며 살살 부채질했다. “혹은 그저 지나가다 불의를 보고 칼을 뽑아 돕는 의인이라 생각해도 좋소.”검은 옷의 사내는 미간을 찌푸리며 옆에서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는 소한을 다시 바라보았다. “운이 좋은 줄 아십시오!”말을 마친 그는 창 밖으로 몸을 날려 멀리 떠나갔다.검은 옷의 사내가 사라지자, 소한은 온몸의 힘이 빠져나간 듯 힘없이 쓰러졌다.목설원은 곧장 앞으로 나아가 소한을 부축하며 말했다. “괜찮으십니까?”그때, 인기척을 들은 경씨가 뒤늦게 도착했다.그는 방 안의 상황을 파악하고 깜짝 놀라 황급히 앞으로 나서 소한을 부축하며 말했다. “장군님, 괜찮으십니까?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장군이라 하셨소?”목설원은 소한을 보며 의아한 눈빛으로 말했다. “그렇다면 혹 소한 장군님이신 겁니까?”소한은 창백해진 얼굴로 목설원을 보며 물었다. “그렇소, 당신은 누구시오?”목설원은 소한에게 예를 표했다. “목설원이라 하옵니다.”소한은 그제야 깨달은 듯 말했다. “자네가 바로 심부름꾼이 말한 오늘 이 객잔에 묵는다는 목 씨 가문 도령인가보군.”목설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소인이 오늘 마차 안에서 잠을 너무 많이 잔 나머지 아직까지 잠에 들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마침 장군님의 방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렸고, 다행히도 제때 올 수 있었습니다.”그 말을 들은 경씨는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런, 낮에 너무 피로했던 나머지 곧장 골아떨어져 버렸습니다! 그런데 장군님께서는 어쩌다 암살자를 마주치신 겁니까? 누가 장군님을 죽이려 한 것입니까?”소한은 고개를 저었다.목설원은 소한과 경씨를 번갈아 쳐다본 뒤 말했다. “소 장군님의 상처가 가볍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마침 제가 화성에 의술이 뛰어난 의원 몇 명을 알고 있으니, 가서 장군님을 치료할 수 있도록 데려오겠습니다.”소한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목 도령에게 신세 좀 지겠소.”“천만입니다. 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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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6화

소한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너무 빠르군.”이 객잔은 큰 편이 아니었다. 그의 방은 서쪽 끝에 자리하고 있었고 천승호 방은 동쪽 끝에 있었다. 밤은 점점 더 깊어졌고 밖에서 내리는 비는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도 종사관이 조용히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던 그때 그의 앞에 목설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렇게 빨리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보아 아마 그는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을 것이다.소한은 이미 목설원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그가 화장대를 엎질렀을 때 흔들리는 청동 거울 속에서 목설원의 흐릿한 그림자를 봤었다. 그래서 소한은 일부러 상처를 입혔는데 그나마 다행인 것은 상처투성이인 몸이 아직 쓰러지지 않고 겨우 버텨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소한의 안색이 점점 더 창백해지자 곁에 있던 경 씨는 안절부절 못하며 물었다.“단이가 준 약, 아직 가지고 있소?”소한은 그제야 정신을 가다듬은 듯 품에서 조심스레 작은 약병 하나를 꺼냈다. 경 씨가 손을 뻗자 소한이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그 녀석들에게 이 상처를 확인 시키는 게 우선이오. 약은 그다음에 써도 늦지 않소.”맞는 말이었다. 목설원이 데려올 의원은 반드시 상처를 확인할 것이다. 만약 약을 쓴 흔적이 있다면 이 연극도 무용지물이 된다. 이성적으로 판단한다면 당연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경 씨는 점점 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소한의 안색은 이미 창백함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피가 가시지 않은 흰 얼굴, 꺼져가는 숨결, 그리고 그의 몸에 새겨진 오래된 흉터들.경 씨는 처음으로 이 남자에게 연민을 느꼈다. 사실 그는 소한이라는 사람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그저 최지습의 명에 따라 그를 보호하러 온 것뿐이었는데 지금 이 허약한 남자를 보고 있자니 왠지 모르게 가슴이 아려왔다.다행히 목설원은 오래 지나지 않아 의원을 데리고 돌아왔다. 그때 소한은 거의 혼수상태에 가까웠다. 그 모습에 경 씨는 눈을 붉히며 다급히 외쳤다.“어서! 어서 우리 장군부터 보시오!”말을 하며 물러선 그의 눈동자에는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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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7화

“수고했소, 손 의원.”“당연한 일입니다.”목설원이 몸을 숙여 정중히 인사하자 손 의원은 급히 대답하고는 자리를 떴다. 곁에 서 있던 경 씨 또한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오늘 목 도련님께서 나서지 않았다면 우리 장군님께서는 아마 목숨을 부지하지 못했을 겁니다.”목설원은 머쓱한 듯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는 조용히 잠들어 있는 소한을 바라보며 물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렇게 중상을 입은 사람을 병영 밖으로 내쳐야 했던 겁니까?”경 씨는 변방에 있을 때 목설원과 마주한 적이 없었다. 이번 화성 행차 역시 최지습보다 이틀 먼저 출발했기에 서로의 얼굴을 볼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목설원도 경 씨가 최지습의 사람임을 알지 못했다. 다만 그가 소한의 안위를 걱정하는 것을 보며 그의 측근이라 여겼고 질문도 자연스레 이어졌다.목설원이 진심 섞인 물음을 건네자 경 씨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다 그 평양원군 때문입니다! 사사로운 감정을 군무에까지 끌어들이더니 결국은 여자 하나 때문에 우리 장군께 앙심을 품은 겁니다!”목설원은 속으로 웃음이 피어오르는 걸 애써 누르며 감정을 추슬렀다. 엄격하기 그지없던 최지습이 뒤에서 저리 욕을 먹는 것을 보니 십 년 묵은 체중이 내려가듯 속이 후련하고 통쾌했다. 그러나 티를 낼 수 없었기에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며 물었다.“들은 바에 따르면 이번 일은 소 장군께서 다소 무리하신 면도 있었다고 하던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 도령님께서 이토록 노하신 걸 보니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사정이 있는 듯하군요.”그 말에 경 씨는 목설원을 흘끗 보더니 선뜻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자 목설원이 한발 물러서며 말했다.“병영의 일은 중대한 기밀이니 굳이 알려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무례했습니다.”경 씨는 잠시 망설이다 이내 난처한 듯 고개를 저었다.“기밀까지는 아닙니다. 다만… 이 일은 우리 장군께서 스스로 말하는 게 나을 듯합니다. 저로선 입을 열기 어려운 사연이라…”그 말에 목설원의 눈빛에는 더욱 깊은 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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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8화

목설원의 제안은 너무도 갑작스러웠다. 그 말에 소한은 눈살을 찌푸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목설원은 그런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미소만 머금은 채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소 장군, 오해하지 마십시오. 저는 그저 장군님이 염려되어 드린 말씀이었습니다. 더구나 장군께서는 이미 병영에서 쫓겨나신 몸이니 곧바로 조정으로 돌아간다면 왕의 책망을 피하긴 어려울 겁니다. 그런 상황에서 병세라도 깊어진다면 어찌 감당하시려고요?”그 말에 소한의 안색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그는 입술 한쪽을 비틀며 조소 섞인 어투로 얘기했다.“토끼가 죽으면 사냥개를 삶고 적이 물러나면 장수를 불사릅니다. 전에는 나라에 장수가 없다며 저를 불러내더니 이제는 최지습이 돌아왔다는 이유로 저를 내치더군요.”목설원은 재빨리 맞장구를 쳤다.“장군께서 큰 공을 세우셨다는 건 당국에서도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그 이름을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있지요.”소한은 비웃듯 낮게 웃었다.“기억해 준다고 해서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목설원은 잠시 침묵하더니 조심스럽게 화제를 꺼냈다.“실례가 안된다면 뭐 하나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전장에서 굳이 패군을 추격하신 이유가 무엇입니까?”그 물음에 소한의 눈빛이 바뀌더니 검은 눈동자 속에 뜨거운 살기가 스며들었다.“그놈이 나를 향해 웃었으니까요.”목설원은 잠시 멍해졌다. 웃었다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하지만 소한은 상대가 의문을 가지든 말든 상관하지 않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저는 이제 모든 사람들의 비웃음거리가 되었습니다. 제가 가장 사랑했던 여인은 형의 사람이 되었고 제 아내라 믿었던 자는 가짜더군요. 저도 속았을 뿐인데... 그 여인은 저를 증오하더라고요.”그의 말은 두서가 없었고 그 속에는 후회와 원망이 뒤엉켜 있었다. 하지만 목설원은 이미 김단에 대해 어느 정도 알아보고 온 터였다. 소한과 그녀 사이의 과거 역시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에 그의 뜻을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그러니까... 장군님께서는 그 패군의 장수가 장군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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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9화

소한을 당국으로 데려가기 위해 목설원은 거짓말까지 입에 올렸다. 그 말을 들은 소한은 이마를 살짝 찌푸리며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정말입니까?”목설원은 태연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장군께서 믿기 어려우시다면 진산군 댁의 도련님에게 직접 물어보셔도 됩니다. 그 또한 사정을 알고 있으니까요. 다만 지금 장군님의 처지로는 조정과의 서신은 삼가시는 편이 좋을 듯합니다.”그 말에 소한의 눈빛이 서서히 어두워졌다. 목설원의 뜻은 분명했다. 그가 병영에서 내쳐졌다는 것은 곧 조정의 눈밖에 났다는 뜻이다. 지금 돌아가 봤자 그를 기다리는 것은 책벌과 문책뿐. 만약 운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감옥에까지 연행될 수 있었다. 소한이 침묵에 빠지자 목설원은 기다렸다는 듯 말을 덧붙였다.“장군께서도 아시다시피 단이가 가장 아끼는 사람은 바로 큰 마님이십니다. 단이는 진산군 댁의 다른 사람들과 오래전에 인연을 끊지 않았습니까? 단이는 반드시 목 가로 돌아올 겁니다. 그러면 그 순간부터 목 가의 아가씨가 되겠지요. 세속의 영화 속에서 살아갈 운명입니다. 그 신분으로 다시 한양에 온다 해도 목 가의 사람으로 환영받겠지요.”목설원은 이 계산에 꽤나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소한은 여전히 아무 말이 없었다. 그의 눈빛에는 복잡한 심경이 내비쳐졌다. “단이는 본래 마음이 여린 아이입니다. 이번에도 장군님께서 중상을 입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길을 가로질러 달려오지 않습니까? 평양원군만 아니었다면 단이는 장군님과 마주했을 겁니다. 장군이 병영에서 쫓겨난 것도, 실상은 그자 때문이지 않습니까? 만약 저와 함께 목 가로 돌아간다면 누구도 두 분 사이를 갈라놓지 못할 겁니다. 한양의 평양원군이 당국에서 무슨 쓸모가 있겠습니까?”그 말에 소한의 눈빛이 흔들렸다. 대답하지 않았으나 마음의 저울이 기울기 시작했다. 목설원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마지막 쐐기를 박았다.“장군께서 이대로 머무르신다면 또 다른 자객이 올지도 모릅니다. 어젯밤에 들이닥친 자는 과연 누구였을까요? 혹시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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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0화

소한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묵을 유지했다. 그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리자 목설원은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소한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괜찮습니다. 이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지요. 소 장군께서 천천히 숙고하셔도 됩니다. 다만 당국과 조선의 전세는 갈수록 팽팽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저는 내일 새벽 곧바로 떠날 예정입니다.”말인즉, 고민할 시간은 단 하루밖에 없다는 뜻이었다. 소한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제가 형님께 신세를 졌습니다.”목 도련님이라 불리던 호칭은 어느새 형님으로 바뀌었다. 그러자 목설원은 안심한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럼 장군께서 편히 쉬시길 바랍니다. 저는 이만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그렇게 말하고는 가볍게 몸을 돌려 방을 나섰다. 문이 닫히자, 소한의 얼굴은 완전히 어두워졌다. 그는 조용히 침상 머리에 등을 기댄 채 깊은 어둠 속으로 잠겼다. 최지습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이 모든 혼란의 실질적인 배후는 목가일 것이고 두 종사관을 매수한 것도 아마 그들일 것이다.목설원이 그를 꾀는 이유는 명백했다. 그렇다면 그의 진정한 속내를 파헤치기 위해서라도 그와 함께 당국으로 가야만 했다. 소한이 깊은 고민에 빠져있을 때, 경 씨가 약을 들고 방 안으로 들어섰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탕약 냄새가 방 안을 가득 메웠다. 그는 약그릇을 소한에게 내밀며 말했다.“얼른 드세요. 단이가 준 연고로 다시 한번 약을 발라드리겠습니다.”소한은 묵묵히 약을 받아들고 한 번 불어 식힌 뒤 단숨에 들이켰다. 그는 빈 그릇을 건네며 낮고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약을 바르지 않아도 된다. 나는 목설원과 함께 당국으로 갈 것이다.”그 말에 경 씨는 크게 놀라며 숨을 들이켰다.“장군,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전하께서 분부하시길 내부 배신자의 정체만 확인하면 임무는 끝이라고 했습니다.”이제 진상이 드러났고 두 종사관과 내통한 자가 목 가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하지만 소한은 고개를 저었다.“그 정도로는 부족하다. 목설원의 신뢰를 얻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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