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운은 김단의 손을 잡고 오래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다.어쩌면 돌궐에서의 지난 십여 년 동안, 마음 놓고 말 붙일 이 하나 없었던 까닭일지도 몰랐다.그래서 이제 김단과 마주하면, 끝도 없이 이야기가 쏟아졌다.그들은 돌궐의 들소와 양 떼 얘기에서 하늘의 별 이야기로,억지로 그녀를 화친 시키려 했던 황형 이야기를 거쳐, 조선의 주상 이야기까지 흘러갔다.말끝마다 불경한 기색이 없지 않았지만, 다행히 이곳은 최지습의 관저였다.그가 돌아온 이래로 관저 안의 인물들을 깔끔히 정리해둔 터라, 헛된 말이 새어 나갈 걱정은 없었다.아무도 들을 자 없고, 설령 들었다 한들 문제 될 것 없는,그들만의 밀담이었다.두 사람은 그렇게 온 세상을 헤매듯 이야기를 주고받았고,둘이 대화를 나눈 시간이 두 시진을 훌쩍 넘겼는데도, 고지운은 돌아갈 기색조차 없었다.김단은 문득, 차라리 고지운을 붙잡아 오늘 밤 함께 머물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숙희와 셋이 한자리에 누워, 밤새 이야기를 이어가면 어떨까 싶었다.하지만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오기도 전에, 뜻밖에도 궁에서 사람이 내려왔다.하인이 들어와 전하자, 김단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최지습이 막 나간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무슨 일이 생긴 것인가 싶어처음에는 굳이 응할 생각이 없었다.그러나 상대가 덕빈의 명이라 하니, 결국 나가서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과연 덕빈의 사람임이 분명했다.김단은 덕빈궁에서 몇 차례 얼굴을 본 적이 있는 인물이었다.“덕빈마마께서 무슨 용무이신지요?”김단은 부드러운 음성으로 물었지만, 그 어투에는 낯설고 경계 가득한 기색이 어려 있었다.덕빈과 김단은 친분이 깊다 말할 수 없는 사이였다.명정 대군의 일, 그리고 서아름을 둘러싼 일로 인해 마주한 적이 몇 번 있을 뿐이었다.하지만 그녀는 덕빈에게, 자신이 그 편인 양 오해받고 싶지 않았다.깊은 궁 안의 일에는 휘말릴 생각이 없었고,눈앞의 이 인물이 덕빈의 심복이라면, 김단의 태도 속 거절의 기운을 눈치채야 마땅했다.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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