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Chapter 1101 - Chapter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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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1화

김단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 덕빈궁을 빠르게 빠져나갔다.멀지 않은 곳에서 소공주는 이미 유모의 손에서 열이 내렸고, 젖을 마신 뒤라 기분이 한껏 좋아 보였다.곁에 있던 궁녀가 손수건을 흔들며 놀아주자, 소공주는 낄낄대며 해맑게 웃음을 터뜨렸다.그 웃음소리는 얼마나 맑고도 생기 넘쳤던가.허나……김단의 두 손은 저도 모르게 꽉 쥐어졌다.그 시선을 억지로 떼어내며, 마음을 단단히 다잡았다.덕빈과 중전 사이의 앙금은 오래전부터 시작된 일.그 속에 끼어들 수는 없다.지금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사람을 구하는 일뿐.만일 덕빈이 진정으로 미쳐버려 소공주를 해치려 들 때, 그때 다시 궁에 들어가 소공주를 구해내야 한다.그 외의 일은 감히 더 이상 손댈 수 없다.사람을 구하고자 한다면, 먼저 자신부터 지켜야 했다.얼마나 걸었을까. 김단은 마침내 덕빈궁을 벗어났다.얼마 가지 않아, 그녀는 소하와 마주쳤다.두 사람의 시선이 맞닿는 순간, 소하가 먼저 김단을 향해 다가왔다.그 이마에 엷게 서린 근심이 느껴졌다.“공주께서 사람을 보내, 네가 덕빈 마마께 불려 들어갔다 하셨다. 괜찮느냐? 소공주는 무사하냐?”소하를 보자, 김단은 그동안 애써 버티고 있던 마음의 끈이 조금 느슨해지는 듯했다.그러나 그의 앞에서 감정을 드러내진 않고, 그저 옅게 입꼬리를 올려 보였다.“네. 소공주께선 이제 몸속 독이 다 빠져나가셨어요.”“소공주께서 중독되셨다고?” 소하는 깜짝 놀라, 본능적으로 덕빈궁 쪽을 힐끔 돌아보았다.이내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누가 그런 짓을 한 건지 알고 있느냐?”김단은 고개를 저었다.“중전의 혐의가 가장 크지만, 아직 뚜렷한 증거는 없어요.”말을 끝맺으며, 김단은 두어 번 깊은 숨을 들이쉬어, 언제 터질지 모를 감정을 가라앉히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덕빈 마마께선 소공주를 이용해 중전을 공격하려 하실지도 모릅니다.”소하는 곧바로 그 뜻을 이해했다.후궁 안에서 벌어지는 암투는, 때로 전장의 살기보다 더 매서운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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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2화

김단의 마음속에는 아직도 덕빈 마마께서 조금이라도 자비를 베풀어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이 남아 있었다.이토록 어린 소공주를 생각해서라도, 손을 거두어주시기를.그러나 사흘 뒤, 소공주가 갑작스레 혼절하여 깨어나지 않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이번에 평양관저로 소식을 전하러 온 이는 다름 아닌 주상 곁을 모시는 고 영감이었다.그는 얼굴에 급박한 기색을 띠고 다급히 외쳤다.“나으리! 어서 저를 따라 궁으로 가셔야 합니다! 소공주께서 위중하십니다!”김단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곧장 고 영감을 따라 궁으로 향했다.소공주는 이미 주상의 강녕전에 옮겨져 있었다.주상의 침상에 누운 채 의식을 잃었으며, 그 아래에는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내의원의 어의들과 소공주를 돌보던 유모와 나인들,그리고 평소 소공주 곁을 드나들던 궁녀들과 내관들까지, 마치 죄인처럼 바닥을 뒤덮고 있었다.김단은 그 광경을 바라보며, 마음속에 서늘한 기운이 스쳐갔다.오늘의 이 일이, 과연 얼마나 많은 무고한 이를 끌어들이게 될지 알 수 없었다.덕빈 마마는 곁의 궁녀에게 몸을 기댄 채, 이미 눈물을 다 쏟아낸 듯 기진맥진한 얼굴로 앉아 있었고,주상은 침상 곁에 앉아, 한순간도 시선을 거두지 못한 채 소공주를 바라보고 있었다.김단이 도착한 것조차 눈치채지 못할 정도였다.고 영감이 주상 곁으로 다가가 조심스럽게 알렸다.“주상 전하, 김 의원이 도착하였습니다.”그제야 주상이 소공주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김단을 바라보았다.그리고 급히 자리를 비켜주며 말했다.“어서, 어서 소공주의 상태를 살펴보게!”김단은 예를 갖출 틈도 없이 급히 소공주 곁으로 다가갔다.소공주의 안색은 비정상적으로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며칠 전 고열을 앓을 때보다도 더욱 붉게 물든 얼굴이었다.그녀는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소공주의 뺨을 만져보았다.하지만, 피부는 그다지 뜨겁지 않았다.몸의 다른 부위도 살펴보았으나 고열의 징후는 없었다.그때 수 어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며칠 전 소공주께서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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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3화

소공주의 맥은, 스승에게서조차 배운 적 없는 생소한 증상이었다.김단이 해독하지 못한다면, 주상께서는 반드시 해약을 찾아야 했고, 만약 그 해약이 중궁전에 있다면……김단의 가슴속으로 싸늘한 기운이 연이어 스며들었다.분명 덕빈의 제안을 단호히 거절했건만, 지금 상황은 끝내 덕빈이 짜놓은 판 위로 흘러가고 있었다.공범이 되기를 거절했건만, 결국엔 조종당하는 말이 되어 있었다.김단의 눈빛에 서린 망설임은 주상께 전해지지 못했고, 그녀의 말을 듣기 무섭게 주상은 당황한 기색으로 되물었다.“그게 무슨 말이오? 해독하지 못한다니, 그게 무슨 소리요?”김단은 마침내 시선을 거두고 차분히 설명했다.“소공주께서 사흘 전 중독되셨던 독은 약왕곡에서 유래한 ‘열주’라 하며, 명의께서 남기신 의서에 기록되어 있었기에 신이 해독할 수 있었습니다. 허나 오늘 소공주께서 중독되신 독은 의서 어디에도 기록이 없습니다. 그러하오니, 신으로서는…… 해독이 불가합니다.”“그렇다면 어찌한단 말이오?”주상은 더없이 막막해 보였다.천하를 손에 쥔 황제라 하여도, 김단이 해독할 수 없다고 말하는 그 순간, 더는 어찌할 도리가 떠오르지 않는 듯했다.김단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차마 주상의 눈을 마주 보지 못했다.시선은 이내 침상으로 떨어졌다.소공주의 숨결은 아까보다 더욱 약해진 듯했다.이대로라면…… 소공주는 죽고 말 것이다.김단은 손을 꽉 쥐었다.다시 한번 덕빈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그녀는 여전히 궁녀의 품에 몸을 기대어 흐느끼고 있었고, 연신 눈물을 닦는 손짓은 애절해 보였으나…… 그 시선은 김단의 것과 허공에서 정확히 맞닿았다.김단은 생각했다. 이쯤이면 덕빈이 입을 열 차례였다.소공주께 독을 먹인 자가 있다면, 그 자에겐 반드시 해독약이 있을 것이고, 후궁 전체를 샅샅이 수색한다면 반드시 단서를 잡을 수 있을 터였다.이대로 소공주께서 눈을 감으시는 걸 마냥 지켜보는 것보다는 백번 낫지 않겠는가.하지만 덕빈은 끝내 말하지 않았다.오히려 김단을 향해 살짝 미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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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4화

주상께서는 그 순간 분노로 가득 차 있으셨지만, 덕빈의 애처로운 모습에 끝내 마음을 내려놓지 못하셨다. 황급히 허리를 굽혀 덕빈을 일으키시더니, 품에 끌어안으며 살며시 다독이셨다.“희단은 너의 유일한 희망이 아니더냐. 네가 희단을 얼마나 귀히 여기는지 어찌 짐이 모르겠느냐. 희단에게 일이 생긴 지금, 네 마음이 짐보다 더 아플 터인데, 짐이 어찌 너를 꾸짖을 수 있겠느냐. 안심하라. 짐이 반드시 너와 희단을 위해 정의를 세우리라.”“흑... 주상...”덕빈은 주상의 품에 안긴 채 흐느끼고 있었다.허나 김단은 알고 있었다. 분명 그 입꼬리는 은밀히 올라가 있었을 것이다.왜냐면, 덕빈의 예상은 적중했으니 말이다.오늘 주상의 모든 반응이 말해주고 있었다. 소공주께서 쓰러지신 이후, 주상께서 덕빈을 더욱 애틋이 여기고 계시다는 것을.만일 소공주께서 끝내 버티지 못한다면, 주상의 마음 속 죄책감과 연민은 더더욱 커질 것이다.김단의 가슴엔 알 수 없는 한기가 가득 차올랐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침상 곁으로 다가갔다. 묵묵히 소공주 곁을 지키며 정성을 다했다.하지만 ‘정성’이라 해도 실상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사흘 전, 떠나올 때만 해도 그녀는 자신만만했다.소공주께 무슨 일이 생기면, 곧바로 입궁하여 목숨을 구할 수 있을 거라고 굳게 믿었다.그러나 현실은 그런 그녀의 뺨을 차갑게 후려쳤다.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그런 자신감을 가졌단 말인가.그녀는 소하의 독조차 손쓰지 못했다.그런 주제에 어찌 자신이 반드시 소공주를 살릴 수 있으리라 믿었단 말인가.그녀가 알고 있는 독은 오직 스승이 남긴 몇 권의 의서 속에 기록된 것들뿐이었다.그녀가 ‘명의의 제자’라 불릴 수 있었던 이유도, 고작 그 몇 권의 책을 손에 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그 의서 바깥의 병, 독이 나타나면…그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존재가 되어버린다.그녀가 아는 것은, 너무 적었다.비록 스승께서 평생의 의술을 모두 전수해주셨다 해도, 김단은 스스로가 배운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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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5화

그 말을 들은 주상은 문득 깨달은 듯 덕빈을 바라보았다.“그래, 덕빈아. 어서 생각해 보아라. 희단이 중독되기 전, 무엇인가 이상한 낌새는 없었느냐?”덕빈은 눈물을 훔치며 곰곰이 생각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그러나 아무리 떠올려 보아도 결국 고개를 저었다.“신첩은 도무지 생각나지 않사옵니다. 다만, 어젯밤 바람이 몹시 거세 신첩이 유모에게 명하여 희단에게 옷을 하나 더 입히게 하였사옵니다.아직 완쾌되지 않은 몸이라 혹여 또 찬바람을 맞아 탈이라도 날까 두려웠사오니……그 옷은 중전마마께서 보내주신 것으로, 최상급 비단으로 만든 외투였사옵니다…… 우으으……”“중전이?”결정적인 인물이 언급되자,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었다.주상의 미간이 순간적으로 깊이 찌푸려졌고, 곧 고 영감에게 명하였다.“덕빈궁으로 가서, 중전이 보낸 그 옷을 가져오라!”“예.”고 영감은 즉시 응하고 나갔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덕빈궁에서 작은 외투 한 벌을 가지고 돌아왔다.고 영감이 두 손으로 옷을 올려 바쳤으나, 주상은 받지 않고 곧 김단을 바라보며 말하였다.“나으리, 이 옷에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시오.”김단은 눈썹을 찌푸린 채 앞으로 나와 옷을 받아들었다.곧바로 꼼꼼히 살펴보다가, 이내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하였다.“주상, 이 옷깃이…….”김단은 말하면서 옷을 주상 앞에 내밀었다.“이 옷깃에서 이상한 향이 납니다.”주상은 냄새를 맡지 않고, 곧바로 수 어의를 손짓해 불렀다.“그대가 와서 맡아 보라.”수 어의는 명을 받들고 나아와 옷을 받아 향을 맡더니, 순식간에 크게 놀라 외쳤다.“주상, 이 옷깃 안에, 독이 숨어 있었사옵니다!”이 말이 떨어지자, 주상의 얼굴은 순식간에 분노로 물들었다.그리고 그 다음 일의 전개는, 거의 덕빈이 예측했던 그대로였다.중궁전에서 끌려온 중전은 억지로 소공주의 침상 앞에 꿇려 앉았다.주상은 손에 든 어린아이의 겉옷을 중전의 머리 위에 던지며 노호하였다.“천하의 악녀! 이미 중전의 자리에 올랐음에도 어찌 이리 독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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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6화

덕빈은 황급히 옷을 집어 들고 살펴보았지만, 어떠한 이상한 점도 발견하지 못했다.이는 그녀가 직접 만든 옷인데, 어찌 문제가 있을 수 있겠는가?하지만 중전은 소리 높여 외쳤다. “주상 전하, 진실을 밝혀주십시오! 이 옷은 소첩이 직접 바느질한 것이옵고, 한 땀 한 땀 모두 소첩의 손으로 완성된 것이옵니다. 이 사실은 소첩의 궁인 모두가 증명할 수 있사옵니다! 소첩이 주상 전하를 수십 년간 모시고 있으니, 전하께서 저의 바느질 솜씨를 익히 알고 계실 것입니다! 허나 보시옵소서, 이 옷깃의 바느질이 다른 곳과 다르지 않사옵니까? 어찌 이것이 소첩이 완성한 것이란 말입니까?!”이 말을 듣자 덕빈은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주상은 서둘러 옷을 가져와 자세히 살펴보았다.과연 옷깃의 바느질이 다른 곳과 달랐다.사실 주상은 중전의 바느질 솜씨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지만, 지금 중전이 한 말을 보아 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이, 이는 분명 중전이 직접 바느질한 옷이로군…”말을 마친 그는 중전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감동이 어려 있었다. “짐은 그대가 공주를 좋아하지 않는 줄 알았소. 설마 그대가 직접 공주를 위해 옷을 만들 줄이야.”중전은 눈물을 머금고 말했다.“소첩도 인정하옵니다. 소첩은 사실 공주를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공주가 숙원의 뱃속에 있을 때, 소첩은, 소첩은 공주를 해치려고까지 생각했사옵니다! 허나, 그것은 그저 생각에서 그쳤습니다. 공주가 태어난 이상, 살아있는 하나의 생명인데 소첩이 어찌 해치겠사옵니까? 하물며 주상 전하께서도 아시다시피, 소첩은 공주를 좋아하지 않사옵니다. 만약 공주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모두가 소첩의 소행일 것이라 생각할 터인데, 소첩이 어찌 그런 어리석은 짓을 벌이겠습니까? 어찌 스스로 화를 부르겠습니까?”말을 마친 중전은 무릎을 꿇고 주상에게 큰절을 올렸다. “오늘, 누군가 공주를 해치려 하고 소첩을 모함하려 한 것이 분명하옵니다. 주상 전하께서 부디 엄히 조사하시어 소첩과 공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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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7화

그는 그렇게 말하며 연지통을 건넸다.김단은 한눈에 이를 알아보았다.그 연지통은 과거 중전이 그녀에게 확인해보라고 했던 것과 똑같았다!그것은 밖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전에 중전이 그녀에게 확인해 달라고 했을 때, 그녀는 이것이 맹씨 가문이 중전에게 바친 것인만큼 매우 값비싼 재료로 만들어 진 것이라 생각했다.그런데 뜻밖에도 이것이 덕빈의 침소에서 발견된 것이다.덕빈은 그 연지를 보자마자 눈을 크게 떴다. “주상 전하, 이것은 소첩의 연지가 아니옵니다!”자신이 평소에 쓰는 물건을 어찌 모를 리 있겠는가?그러나 주상은 말도 하지 않은 채 고 영감을 통해 연지를 받고는 김단에게 건네주라고 명했다.김단은 통을 열어 냄새를 맡고는 옆에 있던 수 어의에게 건넸다.수 어의는 냄새를 맡은 뒤 깜짝 놀라 외쳤다. “옷깃에서 나는 향과 똑같사옵니다!”그 말을 들은 주상은 크게 노하며 말했다. “덕빈! 더 할 말이 남은 것이오?!”“주상 전하! 이것은 정말로 소첩의 침소에 있던 물건이 아니옵니다! 소첩이 과거 무엇을 먹고 무엇을 사용하였는지는 내무부 장부에 전부 기록되어 있사오니, 주상 전하께서 조사해 보시면 아실 수 있으실 것이옵니다!”“그만하시지요!”중전이 갑자기 버럭 소리를 질렀다. “후궁 비빈들이 종종 사람을 시켜 궁 밖에서 물건을 사 오게 한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같은 여인으로써 궁에 사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알기에 눈 감아주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설마 덕빈이 이리 나를 모함할 줄이야!”“주상 전하! 소첩은 아닙니다!”덕빈은 다급히 변명했다.그러나 중전이 이어서 말했다. “맞는지 아닌지는 덕빈의 궁인들에게 물어보면 알 것이옵니다!”그 말을 들은 덕빈은 두려움에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그녀는 중전이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중전이 이미 자신의 궁 안에 있는 누군가를 심어두었기 때문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아니나 다를까.얼마 지나지 않아 한 궁녀가 불려 들어왔다.김단은 이 궁녀가 낯이 익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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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8화

주상은 순간 멈칫하였다.사실 그는 덕빈이 독이 든 연지를 공주의 옷깃에 묻힌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김단이 다른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덕빈도 피해자일 수 있다니?중전은 분노하여 김단을 바라보았다. 독사 같은 그녀의 눈빛에는 원망이 서려 있었다.하지만 이내 웃으며 말했다. “낭자 말이 옳습니다. 공주를 독살하려 한 자는 반드시 죽어야 합니다!”“주상 전하, 소인이 잘못하였습니다, 소인이 잘못하였습니다!”무릎을 꿇고 있던 궁녀가 갑자기 머리를 조아리며 빌기 시작했다.김단은 순간적으로 미간을 찌푸렸고, 줄곧 말이 없던 소하마저도 미간을 찌푸렸다.김단이 가까스로 덕빈의 처벌을 피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는데, 이 궁녀는 또 무슨 짓을 벌이려는 것이란 말인가?궁녀가 이어서 말했다. “이 연지 속 독은 공주 마마의 옷깃에 있는 독과 같은 것이 맞사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해독제가 지금 소인의 방 베개 안에 있사오니, 소하 나리께서 살펴 주시옵소서!”이 말을 들은 소하는 즉시 뒤에 있던 금군에게 손짓했다.금군은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를 떠났다.얼마 지나지 않아 과연 그가 해독제를 찾아왔다.김단은 금군이 건넨 해독제를 받아 냄새를 맡고는 덕빈을 바라보았다.그 눈빛에는 약간의 연민이 서려 있었다. 이는 죽어가는 자를 볼 때나 보이던 눈빛이었다.덕빈은 마침내 자신이 살아날 방도가 없음을 깨달았다.그러나 김단은 아무 말 없이 서둘러 해독제를 물에 타 공주에게 조금씩 먹였다.주상은 크게 노하여 무릎을 꿇은 궁녀에게 소리쳤다. “말하거라! 대체 누가 너에게 공주를 독살하라고 시킨 것이냐?!”그 말을 들은 궁녀는 콧물을 흘리며 울었고, 이내 덕빈에게 예를 올렸다. “마마, 소인이 마마께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소인 역시 마마께서 중전 마마를 원망하시고, 세자 저하를 원망하시며, 오로지 명정 대군에 관한 복수심만을 품고 계신다는 것을 잘 알고 있사옵니다. 허나, 공주 마마는 무고하십니다. 만약 지금 당장 해독제를 쓰지 않으면, 공주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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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9화

그녀가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그것은 기아가 처음으로 저지른 살인이었다. 그녀는 그 사실을 알고 그를 흠씬 때리고 욕했다.하지만 그녀가 어쩔 수 있겠나?그녀에게 그는 단 하나뿐인 아들이었다. 그녀는 그저 아들을 위해 비밀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눈앞의 궁녀가 이러한 사정을 모르고 있을 줄 알았다.그녀는 궁녀의 누이가 그의 처소로 시중을 들러 갔다고 말했었다.그녀는 궁녀가 그 말을 믿었을 것이라 생각했다.하지만 뜻밖에도, 궁녀는 진실을 알고 있었다…그녀는 궁녀를 보며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손을 들어 궁녀의 뺨을 어루만졌다. 궁녀는 흠칫 놀랐다. 이런 상황에서 덕빈이 이렇게 다정하게 자신을 대할 줄은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이내 덕빈의 손을 탁 쳐내며 말했다. “마마, 백 번, 천 번 잘못하셨습니다. 공주 마마를 해하려 하시다니요!”그녀 역시 사람이었다.덕빈이 수년간 그녀에게 그토록 잘해줬는데, 어찌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겠는가? 하지만 덕빈이 공주를 독살하려는 계획을 말했을 때, 비로소 그녀는 깨달았다. 악인이 아무리 겉모습을 감추고 숨기더라도 그 악한 천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공주를 위해서, 그리고 자신의 누이를 위해서, 그녀는 마침내 한 발을 내디딘 것이다.일은 이미 돌이킬 수 없었다.덕빈이 공주를 독살하려 했다는 증거가 명확했다.주상은 덕빈이 아들을 잃은 슬픔으로 심신이 피폐해졌있고, 어쨌든 공주는 무사하였기에 엄하게 처벌하지 않고 그저 냉궁에 연금시켰다.하지만 덕빈은 그런 유배 생활을 견디지 못했는지, 결국 흰 비단에 목을 매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사흘 뒤.중전의 침소.김단은 회복을 끝낸 공주를 안은 채 정자에 앉아 있었다. 그녀가 손에 든 방울을 흔들자 공주는 매우 즐거워했다.중전은 천천히 다가와 옆에 서있는 유모를 쳐다보았고, 유모는 앞으로 나와 공주를 안아들고 갔다.중전은 손을 들어 김단의 인사 치례를 물리고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낭자가 매일 공주에게 침을 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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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0화

중전이 김단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려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김단의 의술은 모두가 인정하는 수준이고, 그녀와 평양원군 사이의 일까지 있으니 중전은 그녀를 자신의 쪽으로 끌어들이고 싶어 안달이 나 있었다.하지만 김단은 궁궐에 관한 일이라면 진절머리가 났다.그녀는 바로 고개를 저으며 말하려 했으나, 중전이 손을 들어 그녀의 말을 끊었다.“성급하게 거절하지 마시오.” 중전은 그렇게 말하고는 깊게 한숨을 쉬고 말했다. “나도 알고 있소, 낭자가 얽히기를 원치 않는다는 것을 말이오. 내 낭자를 곤란한 상황에 휘말리게 하지 않겠다고 약조하겠소. 내가 낭자의 어의원 내 최고직에 앉힐 것이고, 그렇게 되면 낭자는 어의원에서 마음 편히 각종 약재를 연구할 수 있을 것이오. 무엇이 필요하거든 말만 하시오. 아무리 희귀한 약재라도 내 낭자를 위해 찾아줄 터이니!”중전은 김단이 의술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고 약재로 유혹에 나섰다.그러나 김단의 조모가 남긴 혼수만으로도 세상의 모든 희귀한 약재들을 구매하기에 충분했다.그녀는 국고의 돈을 쓸 필요가 전혀 없었다.게다가 지금 중전은 그녀를 곤란한 일에 휘말리지 않게 하겠다고 약조하였다.하지만 그녀가 보기에는 이 궁궐 자체가 복잡한 곳이었다.유일하게 휘말리지 않는 방법은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었다.이에 김단은 다시금 고개를 저었다. “중전 마마께서 소신을 높이 보아주시는 것은 감사하오나, 소신은 큰 뜻이 없어 중전 마마의 신뢰를 감당하기 어려울 듯하옵니다.”그 말을 듣자 중전은 미간을 찌푸렸다. “내가 말한 것 모두 낭자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오? 그럼 낭자가 직접 말해보시오. 무엇을 원하오? 하늘의 별과 달을 제외하고 내 낭자를 위해 최선을 다해 보겠소.”“소신은 아무것도 원치 않사옵니다.”김단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중전을 바라보았다. “그저 평범한 삶을 살고 싶을 뿐이옵니다.”중전은 김단을 빤히 바라보며 그녀의 표정에서 다른 뜻을 읽어내려 애썼다.하지만 현재 덕빈은 죽었고, 공주도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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