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눈을 떴을 때, 김단은 바깥이 새벽노을인지 저녁노을인지조차 분간하지 못하였다.온몸이 흐릿하게 흐려진 채 한참을 멍하게 있다가, 그제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렴풋이 떠올랐다.곧장 중얼거리듯 말했다.“그 괴팍한 노인네, 제 뜰에서 몽혼향을 왜 피운 거람…”“내가 뭘 하든 네가 상관할 바냐!”옆에서 갑자기 소리가 들려왔다. 김단은 깜짝 놀라 돌아보았고, 약왕곡의 주인이 조금 떨어진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뒤에서 남을 헐뜯는 건 예의가 아니라는 걸 알기에 김단은 괜스레 코끝을 문질렀다.그러다 문득, 혼절하기 직전에 들었던 그 말이 떠올라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대군자께선 어디 계십니까?”약왕곡의 주인은 의외라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오호라, 겨우 깨어나자마자 사내나 걱정하고, 제 몸 상태는 관심도 없구나? 너희 둘, 무척이나 애틋한 사이였나 보지?”김단은 그의 말에 어리둥절했지만, 문득 그 이상한 몽혼향이 떠올라 무심결에 자신의 두 손을 내려다보았다.그제야 손바닥 한가운데, 조약돌만 한 검은 덩어리가 웅크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김단의 얼굴에 드러난 놀란 기색이 마음에 들었는지, 약왕곡의 주인은 수염을 쓸어내리며 흐뭇한 듯 웃었다.“지금은 조그마한 돌멩이일 뿐이지만, 머잖아 계란 크기만큼 자라게 되면, 너의 목숨은 거기서 끝이지.”김단은 이마를 살짝 찌푸리며 깊게 숨을 들이켰고, 곧장 약왕곡의 주인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러니까, 대군자께선 지금 어떠신 겁니까?”약왕곡의 주인은 이 시점에서도 김단이 최지습을 걱정하는 것에 다소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말했다.“아가야, 너의 목숨이 남의 목숨만 못하단 말이냐?”김단은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약왕곡의 주인께선 무고한 이를 함부로 죽이는 분이 아니시지요. 이건 그저 저를 놀래키시려는 수단일 뿐입니다. 하물며 저를 해하시려 했다면, 굳이 지금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으셨을 테고, 이런 방식도 필요 없었겠지요. 어젯밤, 저를 죽이실 기회는 충분히 있으셨으니까요.”“쓰읍……”약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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