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에 예종원군 관저.임학은 어둠을 틈타 예종원군 관저로 숨어들었다. 그는 머릿속에 새겨진 최지습이 보여준 지도를 떠올리며 소하가 머무는 처소를 향해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다.그러나 마침내 뜰문을 밀어 열려는 찰나, 등 뒤에서 서늘한 살기가 몰아쳤다!임학은 거의 본능적으로 몸을 비틀며 피했고, 차가운 검날이 목덜미를 스치며 머리카락 몇 가닥을 잘라냈다.그는 뒤돌아보지 않고 곧바로 몸을 굴린 뒤, 오른손을 발톱처럼 세워 정확히 검을 쥔 자의 손목을 움켜쥐었다.“이각, 나다!” 임학은 낮게 속삭였다.상대가 순간 멈칫했다. “너, 임학인가?”이각은 마침내 장검을 거두었으나, 여전히 검끝을 임학의 목구멍 앞에 겨누며 말했다.“한밤중에 예종원군 관저를 무단침입하다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임학이 전에 김단을 도와 달아나게 한 일은 이미 그의 귀에 들어와 있었다.진산군 또한 그로 인해 목숨을 잃었으니, 그 결단은 참으로 경의로웠다.그러나 지금은 대공자의 안위가 걸린 문제라, 그는 한순간도 경계를 풀 수 없었다.임학은 품에서 약병 하나를 꺼내 들며 말했다.“나는 평양원군의 명을 받고 예종원군께 해독약을 전하러 왔다.”이각의 눈빛이 즉시 빛났다. 그는 약병을 노려보더니 마침내 장검을 거두며 낮게 말했다.“따라와라.”방 안은 밖보다 더 어두웠고, 오직 침상 앞의 작은 촛불 한 자루가 미약한 불빛을 흔들고 있었다.한때 기개가 넘치던 소하는 지금 얼굴이 잿빛으로 질려 입술까지 비정상적인 창백함을 띠고, 숨결은 거의 느껴지지 않을 만큼 희미했다.침상 옆에는 소복을 입은 여인이 서서 축축한 천으로 소하의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고 있었다.“예정빈, 이분은 임학이라 하며 김 낭자의 오라버니이십니다.” 이각이 낮게 말했다.여인이 몸을 돌자, 임학은 그제야 그녀의 용모를 똑똑히 보았다.높은 콧대와 깊은 눈매, 호박빛 눈동자가 등불 아래서 유리처럼 맑게 빛나고 있었다.바로 고지운이었다.김단의 이름을 듣자, 고지운은 즉시 긴장하여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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