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단이 눈썹을 살짝 올렸다.“장서각에 해독법이 있습니까?”“그건 당연하도다.”“저를 속이는 건 아니시겠지요?” 김단이 다시 물었다.심묵이 미간을 찌푸렸다.“노부가 어찌 거짓을 말하겠느냐?”어차피 그는 전에 서재에 해독법이 있다고는 말한 적이 없었다.김단은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가 다시 물었다.“만약 장서각에 해독법이 없다면 어찌하시겠습니까?”“노부의 머리를 베어 네 발받침으로 주겠노라!”“……”김단은 잠시 말문이 막혀 마른 식량을 조금 떼어 입에 넣고는 중얼거렸다.“정말 쓸모없는 소리만 하시네요.”심묵은 그 말을 듣자 당장이라도 벌떡 일어날 기세였다.“이 버르장머리 없는 계집애, 무어라 하였느냐?”김단은 히죽 웃었다.“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심묵은 눈을 흘기며 한숨을 내쉬었다.“그만하거라. 죽음을 무릅쓰고 노부를 구하러 온 정을 봐서 이번은 눈감아 주겠다.”“약왕곡의 주인께 감사드립니다.”김단은 소리 내어 인사한 뒤, 다시 자신의 식량을 먹으며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보았다.그러나 심묵은 계속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기억 속 얼굴과 똑같은 옆모습을 보며 저절로 미소가 번졌다.요망서, 보고 있느냐.네 후손은 너처럼 선하고 용감하구나.다음 날.김단이 심묵을 부축해 기산을 내려오자 약왕곡의 수많은 시자들이 일제히 달려 나와 맞이했다.심월 또한 그 자리에 있었다.그는 창백한 입술을 떨며 붉어진 눈으로 말했다.“스승님……”말이 끝나기도 전에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했다.어제 스승은 그를 구하려다 영사에게 포위되었고, 김단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세 마리 영사의 먹이가 되었을 것이다.심월의 그 모습에 심묵은 눈살을 찌푸리며 못마땅하게 말했다.“사내가 울음이나 짜고, 그게 무슨 꼴이냐!”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더는 심월을 신경 쓰지 않고 시자들에게 몸을 맡긴 채 자리를 떠났다.이 광경을 본 김단은 앞으로 나서며 위로했다.“약왕곡의 주인은 겉으론 거칠어도 속정은 깊으니 사형께선 마음에 두지 마세요.”심월은 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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