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단은 침상 곁 둥근 의자에 천천히 앉아, 차갑게 식은 침상 기둥에 몸을 기댄 채 눈을 감았다. 극도의 피로가 무거운 산처럼 내려와 어깨를 짓눌렀고, 그렇게 머리를 침상머리에 기대다 그만 모르는 사이 잠이 들었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소한의 짙은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더니, 버겁게 눈꺼풀이 들어 올려졌다. 오래도록 의식을 잃었던 탓에 시야는 온통 흐릿했고, 한참이나 지나서야 겨우 초점이 맞춰졌다. 눈앞에 먼저 들어온 것은 익숙한 휘장의 천장이었고, 고개를 옆으로 조금 돌리자 침상 기둥에 기대 선잠에 빠진 듯한 김단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그녀는 고개를 비스듬히 젖힌 채 잠들어 있었고, 땀에 젖은 몇 가닥 잔머리가 맑은 이마와 뺨에 들러붙어 있었다. 길고 짙은 속눈썹은 눈두덩 아래 짙은 그늘을 드리웠고, 얼굴빛은 여전히 창백했으며, 꿈속에서도 미간을 찌푸려 심한 피로가 배어났다.정녕… 그녀였구나.그 인식이 소한의 가슴속에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물결을 일으켰다. 쓰라림, 혼란, 그리고 그 자신조차 깨닫지 못했던 미묘한 떨림까지. 그는 거의 반사적으로, 몸의 허약과 통증을 잊은 채 오른손을 살짝 들어 올렸다. 바로 곁, 이유 없이 마음을 놓이게 하는 그 창백한 잠든 얼굴을 한 번 만져 보고 싶은 충동이었다.그러나 팔을 겨우 한 치 들어 올리자마자, 거칠고 강한 구속감이 또렷이 전해져 그 동작을 막아 섰다. 소한의 눈동자가 번개처럼 수축하며 단숨에 정신이 맑아졌다. 고개를 내려다보고서야 두 손목이 질긴 우근끈으로 침상 난간에 단단히 묶여 있음을 알아차렸다. 매듭은 능숙하여 혈맥을 조이지 않으면서도 도무지 벗어날 수 없게 되어 있었다.감금되었다는 분노와 서늘한 한기가 등줄기를 타고 번쩍 치올랐다.“윽!”목구멍 깊은 데서 눌린 신음이 새어 나왔고, 몸을 비트는 그 움직임에 본디 깊지 않던 김단의 잠이 깨어났다.김단은 거의 그 순간에 눈을 번쩍 떴다.소한이 눈을 뜬 채 여전히 몸을 비트는 것을 보자, 방금 전까지의 허약과 피로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본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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