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 동맹은 지금의 나에게도 목씨에게도 최선이오. 다른 길이 없소.”우문호의 말은 꽃말도 수식도 없었다.베일을 벗긴 듯 노골적인 이해와 생존의 교환만이, 차갑고 또렷하게 목몽설 앞에 펼쳐졌다.목몽설의 가슴이 거세게 뒤집혔다.놀람, 분노, 수치, 그리고 가혹한 현실에 찍힌 무력감까지...거친 말이긴 했으나, 그 칼 같은 문장들은 목씨의 화려한 겉옷 아래 도사린 균열과, 그녀 어깨에 얹힌 무거운 책무를 정확히 가르고 들어왔다.그녀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횃불빛에 더욱 음영이 깊어진 우문호의 얼굴을 복잡한 눈길로 바라보았지만, 막상 무어라 반박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이성은 그의 분석이 맞다고 했다.지금의 궁지에서 빠져나갈 방책으로서, 혼인 동맹은 분명 하나의 출구일 수 있었다.그러나 마음은 도무지 받아들이지 못했다.거래와 다를 바 없는 혼인, 게다가 상대가 저처럼 속을 알 수 없고, 때로는 불쾌하기까지 한 둘째 황자라니.“허망하오.”끝내 목몽설은 이 한마디만을 짜내듯 내뱉었다.목소리는 마른 기척이 섞였고, 결연한 거부가 배어 있었다.그녀는 고삐를 홱 잡아챘다. 말머리를 돌려 이 질식하는 기운과, 우문호의 몰아붙이는 시선을 당장 벗어나고 싶었다.“이랴.”짧은 채찍 소리와 함께 말이 뛰기 시작했다.우문호가 곧장 뒤를 따랐다. 나란히 고삐를 잡아탄 채, 낮게 가라앉힌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목몽설, 그대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아오. 나를 이용이라 여기는 것이오? 거래라 여기는 것이오?”그는 한 박자 멈추고, 어둔 밤빛을 곧장 응시했다.목소리에는 드물게 자조와 솔직함이 스쳤다.“나는 여색을 가까이하지 않소. 황도에 모르는 이가 없소. 둘째 황자 관저의 안채 뒤뜰은 여러 해 적막했소. 첩 하나 들인 적도 없소. 그게 고결해서가 아니라 값어치 있는 이를 만나지 못했고, 여인으로 문패를 꾸밀 뜻도 없었기 때문이오.”그가 고개를 비껴 그녀를 깊이 바라보았다.그 눈빛은 헤아리기 어려웠다. 탐색과 진정, 그리고 옅은 기대감이 섞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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