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의 모든 챕터: 챕터 1541 - 챕터 1550

1566 챕터

제1541화

말발굽 소리가 완전히 멀어지고 나서야, 계단 모퉁이의 그림자 속에 숨어있던 최지습과 김단은 동시에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팽팽했던 긴장감이 일순간 풀리자, 두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돌려 서로를 바라보았다.어둑한 불빛 아래, 서로의 가까운 얼굴과 빛나는 눈빛만이 보였다.그들은 극도로 가까이 붙어 있었다.김단의 등은 차가운 나무 벽에 닿아 있고, 최지습은 그녀를 가려주기 위해 몸을 살짝 앞으로 숙였다. 한 손으로는 그녀 옆 난간을 짚고 있었기에, 보호적이면서도 극도로 은밀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그의 숨결은 은은한 솔잎 향을 머금은 채 그녀의 이마 위 머리카락을 스쳤다.김단은 그의 짙은 속눈썹 아래 깊은 눈동자를 볼 수 있었다. 그 속에 그녀의 모습이 비쳤고, 채 가시지 않은 긴장감과 함께 가슴속에서 조용히 피어오르는... 묘한 설렘이 담겨 있었다.주위는 고요해졌고, 아래층 주인이 물건을 정리하며 내는 작은 소리와 멀리서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만이 있었다.희미한 주황색 불빛이 아래층에서 비쳐 올라와, 모퉁이에 빛과 그림자를 드리웠다. 두 사람은 세상과 단절된 듯, 은밀한 공간에 갇혔다.공기는 멈춘 듯했고, 소리 없는 긴장감이 감돌았다.최지습의 시선은 김단의 살짝 벌어진 입술에 머물렀다. 그의 눈빛은 폭풍이 일기 직전의 깊은 바다처럼 평온했다.난간을 짚은 그의 손에 무의식적으로 힘이 들어가 마디가 하얗게 변했다. 다른 손은 천천히 위로 올라와, 미세한 떨림과 함께 그녀의 뺨을 어루만졌다. 얇은 그녀의 살갗 위로 따뜻하고 굳은살이 박인 그의 엄지손가락이 부드럽게 뺨을 쓰다듬었다.순간 김단의 심장은 북소리처럼 규칙을 잃고 뛰기 시작했다.그녀는 그의 손끝에서 전해지는 뜨거운 온도와 그의 눈 속에서 점점 짙어지는 갈망을 느낄 수 있었다.그의 숨소리가 가빠졌고, 뜨거운 입김이 그녀에게 점점 가까워졌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눈을 감았다. 긴 속눈썹이 나비 날개처럼 살짝 떨려왔다. 이윽고 몸에 힘이 풀린 듯 나른하게 벽에 기대어 예상하고 있었던, 가슴 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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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2화

계단 모퉁이에는 두 남자만이 남았다.공기는 일순간 얼어붙었고, 마지막 남은 온기마저 사라진 듯했다. 적막이 좁은 공간을 무겁게 짓눌렀고, 숨을 들이쉴 때마다 얼음장과 같은 한기가 느껴졌다. 희미하게 흔들리는 불빛은 벽에 일그러지며 길게 늘어진 그림자를 드리웠다. 마치 귀신이라도 숨어 있는 듯, 이 무언의 싸움을 조용히 엿보고 있는 듯했다.최지습의 눈빛은 차가운 연못처럼 깊었고, 그는 소한을 조용히 훑어보았다. 그 시선은 무서울 만큼 고요했다. “나도 이만 들어가지.” 그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응고된 공기에 내리치는 쇠망치 소리처럼 둔탁한 울림을 일으켰다.말을 마친 그는 이 숨 막히는 침묵을 뚫고 나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소한은 움직이지 않았다. 여전히 월백색 잠옷 차림이었다. 어둑한 불빛 아래 그의 모습은 다소 야위어 보였지만, 등은 늑대처럼 곧게 펴져 고독함을 드러내고 있었다.최지습이 막 그를 지나치려 할 때, 갑자기 소한이 팔을 뻗어 복도 한가운데를 가로막으며 최지습의 길을 막았다.그의 목소리는 매우 낮았지만 얼음송곳같이 날카로웠다. 불쾌함이 가득 담긴 그의 눈은 최지습의 눈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그의 마음을 꿰뚫어 보려는 듯했다. “단이는 그저 너무 많은 일들을 겪어 마음 둘 곳이 없어, 당신을 유일한 기댈 곳으로 여기는 것뿐입니다! 그 의지와 감사를 사랑으로 착각했을 뿐이죠! ‘형님’께서는 부디 헛된 꿈을 꾸지 마시기 바랍니다!”소한의 말은 독이 묻은 화살처럼 최지습의 오만을 꿰뚫으려 했고, 동시에 김단이 최지습을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는다고 스스로를 납득시키려 했다.최지습의 발걸음이 멈추었다.그는 소한의 팔을 곧장 뿌리치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살짝 돌렸다. 어둠 속 그의 깊은 눈빛은 차가운 연못처럼 평온했다. 그는 소한의 공격적인 눈빛을 고스란히 받아들였다.“그래?” 최지습의 목소리는 낮고 침착했으며, 감정을 읽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셋째 아우’의 생각에, 낭자가... 어쩌다 그렇게 많은 일들을 겪었다 생각하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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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3화

그 일이 있은 후, 그는 사람을 시켜 이 일을 자세히 알아보게 했다.조사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도성에서 길흉을 가장 정확히 짚어 내는 이는 법화사의 고승이었다.단 며칠 만에 그는 모든 전말을 파악했다.“‘대부대귀’였던 팔자가 어찌 소 대부인의 손에 넘어가 ‘천살고성’이 되었단 말이냐? 소한, 감히 네 입으로 낭자에게 해명할 수 있겠느냐?”최지습의 추궁은 채찍처럼 소한의 영혼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피 묻은 진실을 들추어내는 듯했다.그의 목소리는 더욱 음울해졌고, 일부러 낮춘 소리는 칼날보다 더 날카로웠다. “그 사실에 낭자가 얼마나 많은 밤을 뒤척이며, 모든 고난을 자신의 탓으로 돌렸는지 너는 알고 있느냐?! 낭자의 가까운 측근들이 연이어 죽어 나갔지만, 너는 위로 한 번 건네지 못 했을뿐더러, 이 악독한 족쇄를 네 손으로 낭자에게 채워준 것이다! 그런데 이제 와 너는 감히 이곳에 서서, 이토록 오만한 태도로 나에게 경고하는 것이냐?! 소한, 가슴에 손을 얹고 자문해 보거라, 너에게 무슨 자격이 있겠느냐?!”소한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그는 반박하고 싶었고, 부정하고 싶었다... 그러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최지습의 눈과 마주하자, 모든 변명은 무색하게 느껴졌다.과거의 모든 업보가 한꺼번에 밀려들었다. 그것은 무거운 족쇄처럼 그를 그 자리에 꼼짝 못 하게 묶었고, 그는 그저 이 뒤늦은 심판을 감당할 수밖에 없었다.최지습은 소한이 위태롭게 서서 핏기 없는 모습을 하고 있는 걸 보았지만, 마음속 분노는 가라앉기는커녕 결단력만 커졌다.그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천둥 같은 힘을 담고 있었고, 마치 최종 선고를 내리는 것 같았다. “낭자가 진흙탕에서 허우적거릴 때, 심연의 가장자리에서 살려달라 애원할 때, 네가 낭자에게 베푼 것은 보호가 아니라 더 강한 밀침과 짓밟음이었다! 네놈이, 제 손으로 낭자를 번번이 절망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었단 말이다! 이제야 낭자가 간신히 그 사무치는 어둠에서 벗어나 숨 쉴 곳을 찾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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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4화

당국, 둘째 황자의 저택, 호숫가에 위치한 누각.창밖에는 몇 그루의 수양버들이 이제 막 연둣빛 새순을 틔웠고, 싸늘한 바람에 조심스럽게 흔들리고 있다.호수 위의 얇은 얼음은 대부분 녹아내려 그 아래 깊은 물을 드러냈고, 잿빛 하늘을 비추고 있다.누각 안에는 은빛 숯이 타오르며 이른 봄의 차가움을 몰아냈지만, 공기 중에는 왠지 모를 서늘함이 가시지 않고 맴돌았다.목몽설은 자단목으로 조각된 의자에 단정하게 앉아 있었다. 그녀의 모습은 명문 귀족 규수 특유의 도도함을 풍겼다.그녀는 기품 있는 서리색 운금 긴 치마를 입고 있었고, 이는 화려하지 않고 소박했다. 다만 옷깃과 소맷자락에 은실로 성긴 대나무 잎 무늬가 수 놓여 있어, 걸을 때만 은은한 광택을 엿볼 수 있었다.머리에는 붉은 금과 비취로 장식된 장식이 눈에 띄었고, 그녀의 수수한 의상과 묘한 대조를 이루었다. 이는 그녀의 얼굴을 옥처럼 맑게 보이게 하면서도, 사람들을 멀리하는 듯한 고고함을 더욱 두드러지게 했다.그녀의 아름다운 눈에는 불안 대신 마치 시혜를 베푸는 듯한 오만함과 가족의 책임으로 인해 억지로 해야만 한다는 번거로움과 불편함이 담겨 있었다.그녀의 맞은편에는 우문호가 검은색 바탕에 어두운 구름무늬가 새겨진 비단 도포 차림을 하고 있었다. 그는 꼿꼿한 자세로 앉아 손가락 끝으로 윤이 나는 푸른 옥잔의 가장자리를 천천히 문지르고 있다.그의 표정은 평온했고, 입가에는 알 듯 모를 듯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마치 인내심 있는 사냥꾼이 먹잇감이 미리 설정한 궤도 안으로 들어서기를 기다리는 듯했다.목몽설은 턱을 살짝 치켜들고, 심사하는 듯한 시선으로 우문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본론부터 꺼냈다. 말투는 단호했고, 심지어는 거역할 수 없을 듯한 명령조였다. “이전에 청혼했던 것을 받아들이겠습니다.”찻잔을 쥐고 있던 우문호의 손이 미세하게 멈칫했다. 그가 고개를 들자, 깊은 눈동자에는 정확히 계산된 듯한 ‘놀라움’이 스쳤고, 온화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 말이 진심이오? 나도 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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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5화

앞서 우문호가 황자 저택 후원에 오직 그녀만을 둘 것이라고 맹세했지만, 목몽설은 순진하고 무지한 소녀가 아니었다. 그녀는 황자이며 속이 저토록 깊은 사내가 오직 자신만을 지킬 것이라고는 결코 믿지 않았다.그가 오늘 목씨 가문의 힘 때문에 그녀에게 청혼한 것이라면, 내일 또 다른 집안의 권세를 위해 다른 이를 맞이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하지만 만약 들어온 여인들이 그녀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훗날 같은 지붕 아래에서 매일 마주하며 심란함만 더해지지 않겠나?그러니 우문호가 누구를 첩으로 맞이하든, 반드시 그녀의 눈에 들어야 했다!이것은 그녀가 이익을 위한 정략결혼에서, 스스로 확보해 둘 수 있는 마지막 통제감과 안락함이었다.우문호의 얼굴에 번진 미소는 오히려 더욱 온화하고 포용적이었다. 심지어 아내에게 관리를 당하는 듯한 ‘달콤함’마저 느껴졌다. “그것은 당연하오. 낭자가 나의 아내가 되었으니, 내실의 일은 마땅히 낭자가 주관해야 하오. 비록 난 마음을 굳혀 평생 낭자 한 사람으로 충분하다 여기지만, 혹여 정말이지 그런... ‘눈치 없게’ 성가신 일이 생긴다면, 반드시 부인에게 먼저 뜻을 물을 것이오.”그는 ‘부인’ 두 글자에 일부러 힘을 주어 말했고, 친밀한 농담을 섞어 ‘사나운 아내’에게 관리당하면서도 달가워하는 남편의 모습을 완벽하게 연기했다.목몽설은 그의 ‘부인’이라는 호칭과 순종적인 태도에 기분이 좋아졌다. 줄곧 도도하던 그녀의 얼굴에 드디어 만족스러운 미소와 득의양양한 표정이 번졌다. 마치 봄날에 불쑥 피어난 가시 돋친 장미 같다.그녀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 “이만하면 되었습니다. 그럼 각서를 작성하시지요.”“좋소.” 우문호는 흔쾌히 따르며 자리에서 일어나 서재 앞으로 걸어갔다.금박을 뿌린 옥판선지가 펼쳐지고, 자단목의 이리 털 붓에는 먹이 가득 채워졌다. 그는 능숙하게 글씨를 써 내려갔다. 각서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쓰였고, 글자마다 힘이 실렸다.“부인, 살펴보시구려.” 그는 각서를 목몽설 앞에 공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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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6화

당국, 목씨 가문 의사당.단향이 은은하게 피어올랐고, 분위기는 마치 산비가 쏟아지기 직전처럼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목몽설은 금박을 뿌린 옥판 선지를 자단목 서안 위에 펼쳤다. 우문호의 힘 있는 필체가 햇살 아래 유난히 빛났다.“말도 안 된다! 기가 막힐 노릇이군!” 일곱째 어르신 목진림은 수염이 곤두선 채 앙상한 손가락은 떨며 각서를 가리켰다. 분노로 인해 그의 목소리는 쉬어 있었다. “우리 목씨 가문은 백 년이라는 역사를 가진 가문이다. 비록 풍파가 있긴 하다만, 어찌 혼인을 빙자로 각서까지 받아 내야 할 지경까지 이르렀단 말이냐?! 몽설아, 네가 이 늙은이를 기어이 화병으로 죽이려 하는게냐?!”일곱째 어르신은 목씨 가문에 남은 몇 안 되는 원로 중 한 명이었다. 오랫동안 집안의 기밀을 맡아왔고, 평소 강직함과 엄격함으로 유명했다.그의 가슴은 격하게 오르내렸고, 흐릿한 노안으로 목몽설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는 지금 안타까움과 믿을 수 없다는 감정만이 가득했다.목몽설은 소박하고 우아한 월백색 운문 치마를 입고 당 중앙에 서 있었다. 그녀의 자태는 한결같이 푸른 대나무처럼 꼿꼿했다. 일곱째 어르신의 천둥 같은 분노 앞에서도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가, 흥분으로 떨리는 노인의 팔을 부드럽게 붙잡았다. 그녀의 목소리는 맑고 평온했으며, 나이를 초월한 침착함이 느껴졌다. “어르신, 노여움을 푸시지요. 어르신께서 집안의 기밀을 맡고 계시니, 가문의 장부, 각 상단의 손익, 조정 안팎의 풍향...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그녀의 눈빛은 맑았고, 노인의 분노에 찬 두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말 한마디 한마디가 노인의 가슴을 때렸다. “목씨 가문은 지금 내우외환에 처해 있지요. 큰 오라버니와 둘째 오라버니... 연이어 비명횡사를 하며 돌아가시고, 집안에는 젊은 인재가 없으니, 홀로 막아설 수 있는 자가 몇이나 되겠습니까? 상로는 막히고, 큰 광맥에서는 지원을 요청하는 위급 서신이 오고, 조정의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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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7화

이 정략결혼은 조정과 민간을 뒤흔들었고, 세상의 이목이 집중되었다.목씨 가문에서 둘째 황자 저택까지 십 리에 달하는 긴 거리에 붉은 융단이 깔렸다.도로 양쪽은 구경꾼들로 발 디딜 틈 없이 에워싸여 있었다. 사람들의 떠들썩한 소리가 마치 일렁이는 바다와 같았다.혼수 행렬은 끝없이 이어져, 한눈에 다 볼 수 없을 정도였다.가장 앞을 이끈 것은 상징적인 예순네 채의 ‘빈 가마’였다. 붉은 칠에 금으로 문양을 새겼고, 커다란 붉은 비단 꽃이 감겨 있었다. 새빨간 옷을 입은 건장한 하인들이 일사불란하게 발을 맞춰 가마를 메고 나아갔다. 그 기세가 매우 웅장했다.그 뒤를 이은 것은 진짜 혼수품이었다.열두 채의 화려한 예복 가마에는 능라와 비단이 광택을 내며 쌓여 있었다. 특히 금실과 은실로 수놓은 백조조봉 혼례복은 가마 한 채를 독차지했고, 햇살 아래 눈부시게 빛났다.열여덟 채의 자단목과 황화리 나무로 정교하게 만든 각종 가구들은 하나하나가 섬세하고 정교했으며, 묵직한 나무 향을 풍겼다.여덟 채의 적금 보석 상감 식기 세트, 백옥 술잔, 유리잔, 관요 자기 등등... 진귀한 물품들이 눈을 즐겁게 했고, 주옥같은 광채를 뿜어냈다.열여섯 채의 비단 이불과 수놓은 요, 장막, 휘장, 양탄자, 벽걸이 등... 모두 각 지방의 특산품으로만 만들어진 귀중한 것들이었다. 이런 물품들이 산처럼 쌓여 불꽃과도 같이 붉은 자태를 자랑했다.상징적인 여섯 개의 커다란 붉은 칠함은 종친 원로가 직접 들고 따랐다. 이는 목씨 가문이 혼수로 내어주는 수천 이랑의 기름진 토지와 수 개 거리에 달하는 상점들을 상징했다.마지막 여덟 채의 묵직한 붉은 칠함은 뚜껑이 살짝 열려 있었다. 그 사이로 가지런히 쌓여 빛나는 금덩이와 은자가 드러났다. 햇빛을 받아 눈을 뜨기 힘들 정도로 번쩍였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이것은 목씨 가문 창고의 비상금이었고, '십 리 홍장'의 체면을 세우기 위해 거의 절반 가까이 비워냈다고 한다.혼수품 하나하나마다 붉은 천이 둘러졌고, 붉은 옷을 입은 하인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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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8화

다른 한편, 산길.모닥불이 타닥타닥 소리를 냈고, 봄밤의 미세한 한기를 몰아냈다.김단은 방금 전 영칠이 가져온 밀서를 손에 쥐고 있었다. 얇은 종잇장이 천 근의 무게처럼 느껴졌다.서신에는 몇 마디 적혀 있지 않았지만, 벼락과도 같은 충격을 전해줬다. 목몽설이 이미 사흘 전에 당국의 둘째 황자 우문호에게 시집가 황자비가 되었다는 내용이었다.“몽설이... 우문호에게 시집을 갔다고?” 김단의 목소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가늘게 떨렸다. 미간은 찌푸려졌고, 눈빛에는 가시지 않는 걱정이 가득했다. “우문호는 그 속이 보이지 않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거늘... 몽설이 그 호랑이 소굴 같은 곳에 시집가 무사할 수 있을까?”그녀는 이전에 우문호에게 했던 충고를 떠올렸다. 그리고 우문호의 그 속을 알 수 없는, 늘 계산을 하는 듯한 눈을 떠올리자 마음이 조여왔다.최지습은 그녀 옆에 앉아 단검을 닦고 있었다. 그런 중 그녀의 말을 듣고 동작을 살짝 멈췄다.그는 단검을 칼집에 넣고, 손을 뻗어 김단의 차가운 손등을 부드럽게 감쌌다. 그의 침착한 목소리에는 안심이 되는 힘이 있었다. “낭자, 목몽설은 평범한 규방의 나약한 여인이 아니오. 목씨 가문이 위태로운 시기에 정략결혼을 결정할 용기를 냈다는 것만으로도 그 여인의 심지와 주관을 충분히 알 수 있지. 그 여인은 주관이 뚜렷한 사람이니, 남에게 휘둘리지 않을 것이오.”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타오르는 모닥불을 바라보며 냉정하게 분석했다. “목씨 가문은 지금 인재가 부족해 위태롭고, 당국 조정의 많은 이들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소. 내우외환 속에서 우문호의 비호를 구하는 것이 살길이 될 수도 있지. 우문호는 목씨 가문의 재력과 영향력이 필요하니, 적어도 목표를 달성하기 전까지는 목몽설을 함부로 대하지 않을 것이오. 이 혼인이 지금 목씨 가문에게, 그리고 목몽설 개인에게… 정말 최선의 선택이었을 수도 있소.”김단은 최지습의 조리 있는 분석을 들었다. 그의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따뜻함을 느끼며, 가슴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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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9화

숙희는 겁에 질려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김단은 그녀를 등 뒤에 숨겨 보호했다.소한의 눈빛은 얼음장 같았다. 그의 장검은 상대의 목숨을 앗아가는 은빛 뱀으로 변했고, 검광이 닿는 곳마다 사상자가 속출했다.그의 가슴속에는 풀 곳 없는 살기가 응어리져 있었고, 지금 그 모든 것을 상대에게 쏟아냈다. 그의 초식은 평소보다 더욱 잔혹하고 거침없었다.전투는 격렬했다.자객들의 솜씨는 심상치 않았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협동심이 매우 뛰어났다. 진퇴가 분명한 것으로 보아, 정예 병사들 중에서도 정예임이 분명했다.김단은 눈앞의 격렬한 전투를 보며 마음속으로 몹시 초조했다.그녀는 재빨리 몸에 지닌 약 주머니에서 특제 약환 몇 개를 꺼내 슬쩍 튕겨 보냈다.약환은 공중에서 터졌고, 코를 찌르는 매캐한 연기가 순식간에 일부 구역을 뒤덮었다. 자객들은 격한 기침과 함께 시야가 흐려져 공격에 크게 방해되었다.최지습 일행은 이 틈을 타 마침내 상대를 모두 섬멸했다.숙희는 자신의 바로 근처에 쓰러진 시체를 보고 걱정스럽게 김단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아씨, 보세요. 저들 모두 목씨 가문의 복식을 입고 있습니다!”그 말을 듣고 김단은 오늘 습격해 온 자객들이 정말로 목씨 가문의 복장을 하고 있음을 그제야 알아차렸다.그러나 최지습의 목소리는 차갑고 냉정했다. “눈속임일 뿐이오! 저들의 합동 공격 진형과 진퇴의 형상을 보시오! 이는 분명 군대의 전술 진형에서 변형을 준 것이오! 평범한 호위 무사나 떠돌이 무뢰배가 아니란 말이오!”소하는 장검을 거두며 진지한 눈빛을 하고 그의 말에 동의했다. “대군의 말씀이 옳소! 저 자들의 협동은 너무나 견고하고, 공격과 방어의 전환도 마치 군대 훈련을 받은 것 같았소! 초식은 잔혹하고 직접적이며, 적을 죽이기 위한 목적이 뚜렷했소! 조금의 허세도 없었죠! 분명 엄격한 군사 훈련을 받은 정예들일 것이오!”소한은 더욱 싸늘한 조소를 보였다. “목씨 가문에 이토록 훈련이 잘되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병이 있었다면, 어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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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0화

바퀴가 울퉁불퉁한 노면을 밟고 지나가며, 단조롭고 둔탁한 “끼익” 소리를 냈다. 죽음의 침묵이 흐르는 황야에서 바퀴 소리는 끝없이 확대되었다. 한 번 한 번의 소리가 마치 심장을 울리는 듯했다.김단은 숙희를 비롯한 일행들과 함께 마차 안에 앉아 있었지만, 모두 입을 열지 않았다.창밖에는 끝없는 어둠이 내려앉았다. 멀리 있는 산봉우리들은 굴곡진 윤곽만을 남겼다. 마치 웅크리고 있는 거대한 짐승처럼, 천지 사이에 작고 외롭게 달리는 마차를 차갑게 엿보고 있는 듯했다.가끔 올빼미의 처절한 울음소리가 하늘을 갈랐고, 이름 모를 들짐승의 낮은 울음이 아주 먼 숲에서 들려왔다. 소리가 들릴 때마다 마차 안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숨을 참았고, 몸이 경직되었다. 마차 밖 더 깊은 곳의 움직임에 귀를 기울였다. 마치 그 어둠 속에서 언제든 사람을 뜯어먹는 흉측한 짐승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평소에는 미세하게 들리던 벌레 소리조차도 이 순간만큼은 불길한 속삭임처럼 들렸다.마차는 끝없는 밤 속을 달렸다. 마치 거친 풍랑 속에서 흔들리는 작은 배와 같았다. 불안감을 한가득 실은 채, 뒤따르는 알 수 없는 심연에서 필사적으로 도망치고 있었다.앞길은 짙은 어둠 속에 잠겨 방향을 분간하기 어려웠다. 다만 급박한 요동과 심장 박동만이 죽음 같은 고요 속에서 북소리처럼 내면의 공포심을 일깨웠다.이 숨 막히는 침묵과 불안 속에서 반 시진가량 달렸을 무렵, 뒤쪽 관도에서 마침내 가까이 다가오는 급박하고 또렷한, 많은 수의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뒤이어 한 무리의 불빛이 어둠을 빠르게 가르며 다가왔다. 최지습이 사람들을 이끌고 말을 달려 쫓아온 것이었다!김단은 창 너머로 그를 보았다. 그녀의 눈이 빛났다. “오라버니!”최지습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안심하시오, 모두 처리되었소.”그가 말한 ‘처리’가 무슨 뜻인지 김단은 물론 알고 있었다.그녀는 순간 마음속으로는 살짝 떨렸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를 보였다.옆에서 이 모습을 본 소한은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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