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의 모든 챕터: 챕터 1551 - 챕터 1560

1566 챕터

제1551화

산길은 험하고 가팔랐고, 칡넝쿨과 가시덤불이 발톱처럼 옷자락을 쥐어뜯었다. 발걸음마다 울퉁불퉁한 괴석과 미끄러운 썩은 낙엽이 밟혔다. 깊이 빠지거나 가볍게 디뎌가며, 오직 가슴속에서 타오르는 살고자 하는 의지만으로 간신히 버텨냈다.김단은 최지습의 옆에서 반 걸음 뒤를 따랐다. 그녀의 가슴은 격하게 오르내렸고, 숨을 쉴 때마다 폐가 아파왔다. 식은땀이 속옷을 적셨고, 손바닥은 축축하고 차가웠다.그녀는 참지 못하고 뒤를 돌아보았다. 왔던 길은 이미 끝없는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 그러나 그 어둠 깊은 곳에는 수많은 눈들이 숨어 엿보고 있는 듯했다. 차갑고 탐욕스러운 시선이었다.추격자들은 도대체 누구였을까?우문호의 사람들일 가능성이 가장 컸다.목씨 가문에 죄를 뒤집어씌워 한 번에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한 것으로 추측되었다. 눈엣가시와도 같은 그들을 제거하는 동시에, 목씨 가문과 조선 사이의 연결 고리를 완전히 끊어내 목씨 가문을 자신의 전차에 단단히 묶어두려는 수작이었다.그러나 겉으로는 온화해 보이는 황태자 우문각 역시 결코 만만히 볼 인물이 아니었다.만약 습격이 성공하면 우문호를 모함할 수 있었고, 가만히 앉아 짐승들이 싸우는 것을 구경하며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었다!아니면 노쇠한 당국 황제가 두 아들이 서로 싸우며 죽는 것을 즐기고 싶어 했을 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들처럼 조선에서 온 ‘은근한 근심거리’를 제거하기 위해 아들들의 손을 빌려 서둘러 없애려 했을 수도 있다.만약, 정말로 늙은 황제의 짓이었다면, 추격의 그물은 하늘을 뒤덮을 만큼 펼쳐졌을 테니 피할 수 없을 것이다!배후의 검은 손이 누구든, 이는 그들이 날카로운 칼날 아래 완전히 노출되었다는 의미였다. 사방이 위기였고, 발걸음마다 살기가 도사리고 있었다.밤새도록 광기에 가까운 필사적인 도망을 친 끝에, 날이 밝아오고 동쪽 하늘에 희미하게 물고기의 비늘과 같은 흰빛이 감돌 때, 그들 일행은 마침내 응수간의 가장자리에 도착했다.눈앞의 광경에 모두가 순간 숨이 턱 막혔다. 두 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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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2화

따뜻한 기운이 순간적으로 그녀의 마음속의 한기를 몰아냈다. 그녀는 힘껏 고개를 끄덕이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모든 두려움을 억누르고, 그의 넓은 어깨와 등 뒤에 시선을 단단히 고정했다. 그리고 마치 칼날 위에서 춤을 추듯 조심스럽게 발을 옮겼다.소하는 고지운을 안은 채 한 걸음 한 걸음 극도로 느리고 안정적으로 움직였다. 그의 건장한 몸은 활처럼 팽팽하게 긴장을 유지했고, 작은 흔들림조차 품 속의 연약한 여인을 놀라게 할까 두려워 절대적인 균형을 유지하려 했다.경씨는 남아 있는 왼손으로 숙희의 팔을 꽉 움켜쥐었다. 너무 힘을 준 탓에 그의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변했다. 발을 내디딜 때마다 유난히 걸음이 무거웠다.영칠은 마치 도마뱀처럼 가장 앞에서 암벽에 몸을 붙인 채 신중하게 이동했다. 발을 디딜 나무판자 하나하나의 무게를 계속 시험해 보며, 튀어나온 썩은 나무를 단검으로 깎아내 뒤따르는 이들에게 상대적으로 안전한 경로를 개척해 주었다.소한은 대열의 맨 끝을 지켰다. 그는 살귀에 가까웠다. 그의 눈빛은 매처럼 날카로웠고, 뒤쪽으로 구름과 안개가 끓어오르는 길과 아래쪽의 끝없는 깊은 골짜기를 끊임없이 살폈다. 어둠 속에서 날아올 수 있는 치명적인 화살 공격에 대비하고 있었다.잔도는 끝이 없는 것처럼 길었고, 한 걸음 한 걸음이 생과 사의 갈래 위를 걷는 것과 같았다. 마침내 앞쪽 맞은편으로 산체 윤곽이 옅은 안갯속에 희미하게 보였고, 희망이 손에 잡힐 듯 가까워졌을 순간, 돌연 변고가 발생했다!“슉슉슉!”공기를 찢을 듯한 날카로운 파공음이 순간 아래쪽에서 피어오르는 짙은 안갯속에서 터져 나왔다!서늘한 빛을 내뿜는 쇠뇌 화살 여러 발이 지옥에서 뻗어 나온 독사의 송곳니처럼 매우 정교한 각도로 날아왔다. 목표는 대열 중간의 소하와 그의 품에 안긴 고지운이었다!“아래 조심하십시오!” 소한의 고함이 벼락처럼 울려 퍼졌다!그의 반응 속도는 매우 빨랐다. 파공음이 들림과 동시에 허리의 장검은 이미 비단처럼 서늘한 빛을 내뿜으며 칼집을 벗어났다. “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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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3화

“소 오라버니!” 김단은 혼비백산하며 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그녀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소한의 왼쪽 어깨에 깃털까지 깊숙이 박힌 화살이었다!끔찍한 상처에서는 순식간에 끈적한 피가 다량으로 솟구쳐 나왔고, 그의 옷 절반을 빠르게 적셨다!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라 소리를 질렀다. 눈에는 극한의 충격, 두려움, 그리고 형언할 수 없는 가슴 저릿한 아픔이 가득했다!“난 신경 쓰지 마시오! 빨리 가시오!” 소한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렸다. 굵은 식은땀이 순식간에 이마를 뒤덮었고, 날카로운 턱 선을 타고 흘러내렸다.그는 이를 악물어 뼈를 씹는 듯한 고통을 간신히 참아냈다. 그러고는 부축해 주려는 최지습의 손을 홱 밀쳐냈다. 그는 검집으로 휘청거리는 몸을 지탱했다. “아래에 매복이 있습니다! 영칠! 저들을 처리하시오!”영칠은 화살이 날아올 때 이미 귀신같이 벼랑 끝으로 달려들었다. 그의 손에서 독을 묻힌 암기들이 아래에서 끓어오르는 구름과 안갯속으로 비처럼 쏟아졌다. 몇 차례 짧고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고, 이내 무거운 물체가 떨어지는 둔탁한 메아리가 뒤따랐다.“가자! 빨리 다리를 건너! 멈추지 마시오!” 최지습은 단호하게 결단을 내렸다. 그는 극심한 고통에 몸을 미세하게 떨고 있는 소한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매우 복잡했다. 충격과 걱정, 그리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거운 경의가 담겨 있었다.그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한 손으로는 김단의 차가운 손을 꽉 쥐고, 다른 한 손으로는 소한을 부축했다. 자신의 몸을 방패 삼아, 목소리를 높여 대열이 가장 빠른 속도로 마지막 남은 위태로운 잔도를 통과하도록 재촉했다.단단하고 차가운 맞은편 암벽 땅에 발을 디뎠을 때, 김단은 소한의 곁에 무릎을 꿇듯 주저앉았다. 그녀의 목소리는 자신조차 알아듣지 못할 만큼 심하게 떨렸다. “움직이지 마십시오! 화살에 맹독이 있습니다! 제가 보겠습니다!”그녀는 재빨리 몸에 지닌 약 주머니에서 은침을 꺼냈다. 정확하게 소한의 상처 주변 혈자리에 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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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4화

응수간 맞은편 깊은 숲 속, 그들은 버려진 통나무 오두막에 자리를 잡았다.집의 구조를 보니, 산에 사냥 온 어느 사냥꾼의 거처였던 듯했다. 다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미 폐허가 되어 있었다.최지습은 마른 나뭇가지를 주워 모닥불을 피웠다. 따뜻한 불빛이 방 중앙에서 춤을 추듯 타올랐다. 숲속의 축축한 냉기는 몰아냈지만, 공기 중에 감도는 무거운 분위기와 비릿한 피 냄새는 없애 주지 못했다.소한은 구석에 마른 풀을 깔아 만든 간이 침상에 눕혀졌다.김단은 이미 독화살을 제거하고 썩은 살을 도려냈다. 해독과 새살을 돋게 하는 좋은 약을 위에 발라주었다.하지만 맹독의 침투와 과다 출혈로 그는 여전히 혼수상태였다. 얼굴은 종이처럼 창백했고, 호흡은 미약했다.경씨는 옆에서 조심스럽게 그를 간호했다. 숙희는 눈시울을 붉힌 채 젖은 천으로 그의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아주었다.소하는 고지운 곁에 앉아, 거칠고 투박한 손으로 고지운의 차가운 손을 꽉 감쌌다.그의 시선은 정신이 혼미한 아우에게 한참을 머물렀다가, 소한에게 약을 갈아주느라 지쳤지만 여전히 억지로 힘을 내고 있는 김단의 옆모습으로 옮겨졌다. 마지막으로 부인의 살짝 불러온 아랫배에서 시선이 멈추었다.가슴을 짓누를 듯한 거대한 죄책감과 무력감이 물밀 듯 밀려왔다.소한이 화살을 맞고 산골짜기에 떨어질 뻔한 순간이 아직도 생생했다.김단이 몸을 날려 뛰어드는 모습 또한 그의 가슴을 저미게 했다.그는 알 수 없었다. 상대방의 화살이 고지운을 겨냥한 것인지, 아니면 우연이었는지.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그 일촉즉발의 위기 순간, 자신들이 짐이 되었다는 사실이었다.고지운의 안색 또한 좋지 않았다.그녀는 고개를 살짝 돌려 소하와 눈을 마주쳤다. 분명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두 사람은 서로의 눈빛에서 깊은 뜻을 읽어냈다.소하의 눈빛에는 깊은 걱정이 서려 있었다.그러나 고지운은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를 지었고, 소하에게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그에게 그가 내리는 모든 결정을 지지한다고 말하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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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5화

김단은 무심코 멍하니 생각했다. ‘음? 정말 그렇게 산적 같나?’김단의 멍한 모습을 본 소하는 그제야 웃음을 보였다. “걱정 마시오. 훗날 두 사람이 혼인하면, 언젠가는 바뀔 것이오.”적어도 ‘서방님’으로는 바뀔 터였다.그 말을 들은 김단의 얼굴에는 약간의 수줍음이 떠올랐다. 그녀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작은 오두막은 다시 침묵에 잠겼다.점차 몇몇 코고는 소리가 들려왔다.소하는 김단 일행을 살폈다. 그들이 잠들었음을 확인한 후,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희미한 달빛을 빌려, 거친 나무 탁자 위에 목탄으로 급히 몇 줄의 글을 썼다.“저희 부부는 스스로 살길을 찾아 나섭니다. 생사는 운명에 달려 있으니, 부디 원망 마시길 바랍니다! 모두 몸조심하시고, 저희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고지운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조용히 소하의 손을 잡았다.순간 만감이 교차했다.김단 일행이 짐을 덜어내면 아마 앞으로의 길이 더 순조로울 것이라고 바랄 뿐이었다.소하는 목탄 조각을 놓았고, 동시에 천 근의 짐을 내려놓은 듯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고지운을 품에 안았다. 두 사람은 숨을 죽였다. 마치 소리 없는 두 그림자처럼, 희미한 빛이 새어 나오는 낡은 문으로 다가갔다.그러나 그들이 오두막 문에 다다랐을 때, 키 크고 꼿꼿한 자태의 누군가가 소리 없이 길을 막았다.최지습은 달빛과 그림자의 경계선에 서 있었다. 그의 검은 옷은 어둠과 하나가 된 듯했다. 오직 그의 깊은 눈만이 밤의 어둠 속에서도 놀라울 정도로 빛을 냈다.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예리함과 거부할 수 없는 위엄이 담겨 있었다.“어딜 가는 것이냐?” 최지습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한기를 담은 얼음과 같았다. 소하와 고지운의 움직임을 순식간에 얼어붙게 했다.소하는 몸이 굳었고, 무의식적으로 고지운을 더 꽉 안았다. 목울대가 한 번 움직이더니, 힘겹게 입을 열었다. “대군... 저희는...”최지습의 시선이 실내 탁자 위 희미하게 보이는 서신의 윤곽을 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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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6화

“단이… 떠나지 마… 나를 두고 가지 마…”부서진 듯한 중얼거림이 김단을 번쩍 깨웠다.그녀가 고개를 들었을 때, 소한은 깊은 악몽에 잠겨 있었고 이마엔 땀이 번들거려 온몸이 젖어 있었다.김단은 급히 몸을 일으켜 그의 이마에 손을 대었다. 손끝에 전해진 뜨거움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열이 난 것이었다.그녀는 곧장 은침을 꺼내어, 열을 가라앉히고 마음을 안정시키는 몇몇 혈자리에 정확히 침을 놓았다.“윽…”소한이 낮고 아픈 신음을 흘렸다. 떨리던 속눈썹이 힘겹게 몇 차례 파르르 떨리더니, 흐려진 시선이 겨우 김단의 얼굴에 초점을 맞추었다.그제야 그는 그녀를 알아본 듯했다. 눈속에 솟구치던 고통과 혼란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물에 빠진 자가 외줄을 붙잡듯 비루할 만큼 간절한 의지와 의탁만이 남았다.말라 갈라 트인 입술이 미세히 움직였다. 코 막힌 듯 흐릿한 숨결 속에서도 그 말은 또렷했다. 부서질 듯 여린 음성이었다.“단이… 가지 마… 나 혼자 두지 마라… 나를 미워하지 말아 달라… 제발…”김단의 심장이 세차게 한 번 내려앉았다.한때 패기와 광기에 가까운 집착까지 지녔던 이 젊은이가, 지금은 버림을 두려워하는 아이처럼 연약했다.과거의 상처들로 차갑게 쌓아 올렸던 마음의 성벽에, 아주 미세한 금이 스르르 갔다.그녀는 소리 없이 숨을 고르고, 다른 손을 내밀어 땀에 젖은 그의 이마 앞머리를 살짝 쓸어 올렸다. 자신도 모르게 손끝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목소리는 온화했으나, 흔들림 없는 다짐이 배어 있었다.“나는 여기 있소. 떠난 적 없소. 지금은 상처가 깊으니 고요히 쉬어야 하오. 쓸데없는 생각은 접고, 먼저 몸부터 추스르는 게 급하오.”“정말… 나를 미워하지 않는 것이오?”소한은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전부를 내던진 이의 불안과 바람이 그 눈빛에 얇게 떨렸다. 마치 그녀의 대답 하나가 마지막 구원 이기라도 하다는 듯이.김단은 한동안 답을 내지 못했다.그녀가 소한을 미워하였는가.아마, 한 번도 그러지 않았다.기억을 더듬어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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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7화

최지습의 얼굴은 여전히 호수처럼 고요했고, 그 표정에는 아무런 파장도 일지 않았다. 마치 약을 건네주러 들른 것 말고는 다른 목적이 없는 듯했다.그러나 평소 온화하기도, 날카롭기도 하던 그의 눈빛 깊은 곳에서는, 마치 차가운 연못에 돌이 던져지듯 보이지 않는 물결이 일렁이고 있었다.설명할 수 없는 쓸쓸함이 덩굴처럼 조용히 그의 가슴을 휘감더니, 무게져 내려앉았다.그는 확신할 수 없었다.오늘 소한이 몸을 던져 김단을 지켜냈던 그 순간 때문에, 김단의 마음에 동요가 생긴 것은 아닌지.한편 소하는 동생이 정신을 차리자 재빨리 다가왔다.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다.“한아! 몸은 어떠하냐. 좀 나아졌느냐?”그는 자연스레 김단이 있던 자리를 넘겨받아 소한의 상태를 살폈다.고지운은 최지습의 아주 짧은 굳어짐과 방 안에 감도는 미묘한 기류를 곧바로 알아차렸다.그녀는 눈을 한 번 깜빡였다.침상 위, 여전히 연약하게 의지하는 소한을 보고, 다시 침상 곁에서 복잡한 빛을 감추지 못하는 김단을 보았다.마지막으로, 겉보기엔 평온하나 어딘가 팽팽히 조여 있는 최지습의 옆얼굴에 시선을 멈추었다.무슨 일인지 이미 짐작이 간 듯, 그녀의 입가에 알 수 없는 구경꾼의 미소가 얕게 그려졌다.김단은 몸을 비켜 고지운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차갑게 식은 두 손을 꼭 잡으며 눈동자에 의문을 띄웠다.“어디를 다녀오셨습니까? 어찌 밖에서 들어오시는 것입니까?”아까 소한이 문득 깨어난 탓에, 고지운과 소하가 방에 없었다는 사실을 미처 살피지 못했던 것이다.고지운은, 막상 그들이 거의 떠날 뻔했다는 일은 말하지 않았다.그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오래 앉아 있으니 몸이 조금 성가셔 바람을 쐬고 왔소.”김단은 곧장 고지운의 맥을 집었다. 별다른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서야 겨우 안도했다.이어 품에서 작은 환약 몇 알을 꺼내 그녀의 손바닥에 올려주었다.“아무 데나 돌아다니지 마십시오. 지금은 아이를 품으셨으니, 그 몸 하나가 둘의 목숨입니다. 사소한 일이라도 탈이 나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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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8화

김단의 미소와 눈빛이 샘물처럼 번져, 최지습의 가슴 끝에 남아 있던 뜨거움을 단번에 식혀 주었다.굳게 다물려 있던 그의 입매가 알아채기 어려울 만큼 미세히 풀렸다. 거친 굳은살이 밴 따뜻한 손바닥이 그 작은 손을 도로 감싸 쥐었다.그는 깊숙이 그녀를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였다.“좋소.”두 사람은 나란히 섰다. 부서진 달빛을 밟으며 방을 나섰다.등 뒤로 문짝이 잔잔히 맞물리며 닫혔다. 그와 함께, 소한의 눈에 비치던 뜨겁고도 질긴 질투의 빛도 문밖으로 차단되었다.성긴 가지 사이로 스민 달빛이 땅바닥 위에 얼룩진 그림자를 흘려 놓았다.밤의 산길은 고요하지 않았다. 벌레 우는 소리가 번갈아 일고, 바람이 숲끝을 스쳐 나뭇잎이 사르르 몸을 비볐다.최지습과 김단은 선뜻 입을 떼지 않았다.두 사람 사이로는 침묵이 흘렀으나, 어색하거나 멀어진 침묵이 아니라 묵직하고도 잔잔한 합이 맞아드는 고요였다.말이 없어도, 그들은 그저 손을 맞잡은 채 숲길을 나란히 걸었다.바삭한 낙엽이 발밑에서 작고 짧은 소리를 냈고, 두 발걸음은 거의 한 박자로 맞아 떨어졌다.최지습의 큰 어깨가 아주 조금 김단 쪽으로 기울어, 밤바람에서 오는 싸늘함을 그의 쪽에서 먼저 받아냈다.김단은 자연스레 그에게 더 다가서며, 그의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잔잔하고도 안온한 온기를 느꼈다.그는 때때로 고개를 약간 기울여 그녀를 바라보았다. 깊은 눈빛에는 알아채기 어려운 감정과 미세한 긴장이 여운처럼 남아 있었다.그러면 김단은 옅되 단단한 미소로 답했고, 손가락 끝으로 그의 손바닥을 한 번 더 살짝 눌렀다. 마치 말없이 전하는 듯했다. 내가 있소. 염려 마오.그녀는 그가 방금 전 문턱에서 잠깐 굳어 버렸던 마음을 이해하고 있었다.소한의 눈빛은 너무도 노골적이었고, 방 안의 공기는 끈적일 만큼 무거웠다.그러니 스스로 다가서서 지금 이렇게 함께 걷는 이 한 걸음이, 그녀가 줄 수 있는 가장 명확한 대답이었다.최지습은 그녀의 고요한 위무를 받아들였다. 가슴속에서 철렁이던 물결이 서서히 가라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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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9화

김단은 상 위에 가득 오른 음식과 마을 사람들의 순박한 웃음을 보며 가슴이 따뜻해졌다. 연거푸 감사 인사를 올렸다.최지습은 품에서 은전 몇 닢을 꺼내 슬그머니 촌장의 손에 쥐여 주었다.“재워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수고스럽겠지만 전병을 조금 더 부쳐 주시겠습니까.”앞길은 샛길로만 돌아가야 할 터였다. 마른 양식이 반드시 필요했다.촌장은 손에 쥔 묵직한 은전을 내려다보더니 잔뜩 당황해했다.“이렇게까지는 아닙니다. 이렇게나 많이는요.”말하며 은전을 되돌려 주려 하자, 최지습이 단호히 다시 밀어 넣었다.“사양 마십시오. 지금의 우리에겐 이 은전이 전병 한 장만 못합니다.”그 말을 듣고서야 촌장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사람을 시켜 바로 부치게 하겠습니다.”말을 마치고 막 돌아서던 촌장은, 김단이 소한의 상처를 갈아매는 모습을 보고 걸음을 멈췄다. 그녀의 능숙한 손놀림과 품에서 꺼낸 상처약을 본 순간, 촌장의 눈빛이 번쩍였다.“낭자… 혹시, 의술을 아십니까?”왜 그렇게 묻는지 알 수 없었지만, 김단은 붕대를 감으며 차분히 대답했다.“조금 배웠을 뿐입니다.”“잘됐습니다, 정말 잘됐습니다. 하늘이 도우셨군요.” 촌장은 감격에 무릎이라도 꿇을 듯 몸을 숙였고, 옆에 있던 최지습이 황급히 부축했다.“낭자, 제발 자비를 베푸소서. 마을 동쪽에 서 과부가 있는데… 그만 숨이 넘어가려 합니다.”“서 과부라고요?” 김단이 고개를 들어 촌장을 바라보았다.“천천히 말씀해 보십시오. 어디가 어떻게 아픈 겁니까?”촌장은 숨을 몰아쉬듯 빠르게 사연을 풀어놓았다.“서 과부가 참으로 팔자가 기구합니다. 남편이 본디 마을 사냥꾼이었는데 반 년 전 산에 짐승 사냥을 갔다가 맹수한테 당해 시신도 온전히 찾지 못했지요. 집엔 이제 뱃속에 유복자를 품은 젊은 과부 하나뿐입니다. 그런데 오늘 아이를 낳으려다 난산을 만나 버렸습니다. 아이가 배 속에서 비스듬히 가로막혀 밤새도록 진통을 했는데도 도통 나오질 않습니다.”그는 금세 눈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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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0화

산녀 하나가 발을 동동 구르다 문을 들어서는 김단을 보고 깜짝 놀랐다.“누구시오?”바깥에서 촌장의 목소리가 들렸다.“이 낭자가 의술을 압니다. 한번 봐 주시게.”그제야 산녀가 구세주라도 만난 듯 길을 비켰다.“낭자, 어서 보십시오. 나는 더는 손을 쓸 방도가 없습니다.”김단은 재빨리 손을 씻고 앞으로 나갔다.상태는 생각보다 훨씬 위중했다.아이는 가로로 누운 채 산도에서 걸려 있었고, 산모의 골반 사정도 좋지 않았다. 밤새 진통에 시달린 탓에 기력은 이미 바닥나 있었다.김단은 곧장 품에서 약병을 꺼내 환약 두 알을 손바닥에 떨어뜨려 서 과부의 입에 넣어 주었다.잠시 후, 흐려졌던 눈빛에 미약한 생기가 번졌다.김단이 몸을 굽혀 귓가에 부드럽되 힘 있는 목소리로 속삭였다.“서 부인, 저는 도우러 온 의원입니다. 아이를 위해서, 남편이 남기고 간 이 한 줌의 핏줄을 위해서라도 버티셔야 합니다. 들리시지요?”아마도 ‘남편’과 ‘아이’라는 말이 막다른 심연에 닿았던 모양이었다.흐트러졌던 초점이 조금 모아지고, 목구멍에서 쉰 숨소리의 대답이 새어 나왔다.그다음 시간은 마치 귀문 앞에서 줄다리기를 하는 듯했다.김단은 태위 교정법을 써서, 자궁이 수축할 때마다 아이의 자세를 차분하고 정확하게 바로잡아 보았다. 산녀가 곁에서 거들었고, 여인들이 들고 나는 사이로 뜨거운 물과 천이 쉼 없이 오갔다.시간은 모래처럼 흘렀고, 매 순간이 한없이 길었다.처절한 한 번의 비명이 터진 뒤, 마침내 아이의 자세가 바로 섰다.“머리가 보입니다! 부인, 한 번만 더 힘을 쓰십시오. 곧 납니다!”산녀의 목소리에 김단은 온 정신을 모아 마지막 힘쓰기를 이끌었다.잠시 후, 탁 막힌 듯하면서도 우렁찬 울음이 방을 가르렀다.태지에 젖어 푸르스름하던 작은 생명이 세상으로 나왔다.사내아이였다.“살았다! 하늘이 도우셨다!”여인들이 잇달아 탄성을 올렸다. 산녀도 북받친 듯 김단의 손을 꼭 잡았다.“낭자는 하늘에서 내려오신 분이옵니까. 서 부인을 살리러 보내신 게 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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