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단의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사당에서 정성껏 음식과 물을 내어 주던 사람들, 방금 태어난 아기와 서 과부, 순박한 얼굴들이 눈앞을 스쳤다.그들을 절대로 화에 말려들게 할 수는 없었다.“가자.”그녀는 한 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소한은 무공의 부축을 받아 간신히 몸을 일으켰고, 고지운도 재빨리 짐을 정리했다.은인이 곧 떠난다는 말을 듣자, 마을 사람들은 사당 어귀로 몰려나와 쉽사리 발길을 떼지 못했다.촌장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김단의 손을 붙들었다.“낭자의 큰 은혜를 우리 서 씨 마을이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우리 동네가 외져서 길도 험한데, 다친 분도 계시니… 마을에 소달구지가 한 대 있습니다. 낡았어도 걷는 것보단 나을 터이니, 부디 그걸로 한 길 모셔 가게 하십시오.”김단이 급히 사양했다.“촌장 어르신, 괜찮습니다. 우리는...”“낭자, 부디 사양 마시지요!”건장한 장정이 이미 소달구지를 끌고 와 두툼한 마른 풀을 가득 깔아 두었다.“낭자께서 서 부인 모자를 살려 주셨으니, 온 마을의 은인이십니다. 달구지 한 대쯤이야 무슨 대수겠습니까. 어서 오르십시오!”사람들의 간절한 눈빛, 창백한 소한의 얼굴, 지친 기색의 고지운이 한눈에 들어왔다.이 달구지야말로 지금 가장 절실한 길이라는 것을 김단은 알았다.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켰다가 내쉬며 더는 사양하지 않았다.촌장과 마을 사람들에게 정중히 한 번 허리를 굽혔다.“고맙습니다, 어르신들. 그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일행은 마른 양식 몇 꾸러미를 챙겨, 소박하되 든든한 소달구지에 올랐다.정 많은 장정이 고삐를 잡고 앞장섰고, 마을 사람들의 배웅을 받으며 고요한 마을을 천천히 빠져나와 마을 밖 샛길을 따라 나아갔다.달구지는 삐걱삐걱 소리를 내며 빠르진 않았지만, 분명히 걸음의 고단함을 덜어 주었다.소한은 마른 풀더미에 기대 눈을 감고 숨을 고르고 있었다.김단은 주위를 경계하며 둘러보았고, 최지습은 검자루를 눌러 쥔 채 길가 산림을 예리하게 훑었다.고지운의 안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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