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단이 온힘을 다해 침을 놓자, 아고나 할미의 맥이 마침내 가라앉았다.숨은 여전히 실오라기 같았지만, 그 헐떡임만큼은 더 이상 격하지 않았다.시술에 기력을 쏟아부은 탓에 아고나 할미는 깊이 잠들었고, 김단도 힘이 빠져 침상 곁에 몸을 기대었다.긴 밤이었다.김단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 숨결 곁을 한 치도 떠나지 않았다.말 한마디 없는 석상처럼 앉아 지켰다.허름한 방 안에는 짙은 핏내와 톡 쏘는 약초 냄새, 눅눅한 곰팡내, 그리고 쉽게 가시지 않는 죽음의 기운이 뒤엉켜, 모두의 가슴을 눌렀다.소한은 구석에서 몸을 웅크리고 잠을 억지로 참았다.그러다 가끔 낮은 잠꼬대가 새어 나와, 밤의 귀신이 속삭이는 소리처럼 들렸다.영칠은 문가를 지켰다.등을 곧추세운 채, 숨소리마저 죽이며 그 연약한 치료를 방해하지 않으려 했다.이튿날 새벽, 잿빛 하늘빛이 두터운 먼지가 낀 작은 창을 겨우 비집고 들어와, 무덤 같은 이 방에 인색하게 흘렀다.아고나 할미가 더디게 눈을 떴다.얼굴빛은 누렇게 바래 종잇장 같았고, 숨은 금세라도 끊길 듯 미약했다.꺼진 듯한 눈구멍 속엔 생기라고는 없었지만, 적어도 그 미약한 목숨의 불씨는 아직 꺼지지 않았다.무거운 눈꺼풀이 실금처럼 벌어지며, 초췌한 낯빛과 눈 아래 검푸른 그늘을 지닌 김단에게 시선이 닿았다.말라 터진 입술이 미세하게 달싹였으나, 끝내 소리는 나오지 못하고 다시 감겼다.김단은 몸을 짓누르는 탈력과 뼛속까지 밴 피로를 억눌렀다.조심스레 맥을 짚었다.맥은 여전히 약하고 뒤엉켜 있었다.실타래가 꼬인 듯 흐트러졌지만, 어젯밤처럼 사납게 튀지는 않았다.아주 가느다란, 안정으로 기울어 가는 기미가 있었다.그녀가 길게, 소리 없이 숨을 내쉬었다.팽팽히 당겨져 있던 심줄이 한순간 느슨해졌다.곧바로 지니고 다니는 종이와 붓을 꺼냈다.희미한 빛을 등에 업고 처방을 빠르게 적었다.이어 품속 약낭에서 자잘한 자기 병 몇 개를 꺼내, 바닥난 귀한 단약들을 남김없이 쏟아 모았다.그리고 조심스레 기름종이에 싸서 챙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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