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령의 한마디에, 우문호의 낯빛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공기가 굳어 붙었다. 남은 건 전령의 거친 호흡뿐이었다.우문호는 안장 위에 곧게 앉아 있었다.몸은 쇳덩이처럼 굳고, 단정한 얼굴의 근육은 뜻대로 따라주지 못한 채 가늘게 떨렸다.치밀어 오르는 격노, 깊이 박힌 울분, 운명에 농락당한 듯한 광폭함이 눈동자 속에서 미친 듯 뒤섞여 끓어올랐다.금세라도 터져 나올 기세였다.베어라.지금 당장 모두 쓸어버려라.명령 한 마디면 된다.화살비가 쏟아지면, 최지습과 김단— 한순간에 차디찬 시체로 변할 것이다.하지만… 임학.군보의 글자 하나하나가 달군 인두처럼 가슴에 박혔다.패서가 무너지면 북변의 문이 활짝 열린다.조선의 대군이 곧장 밀고 들어와, 당국의 황도 심부를 겨누게 될 것이다.그건 국본을 뒤흔드는 대재앙이다.그때가 되면, 세자 책봉 다툼은커녕, 그는 당국의 천고의 죄인이 된다.부황은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그의 말로는, 이미 폐출되어 유폐된 세자 우문각보다 백배는 비참할 것이다.게다가 지금 이 병력은 최지습 일행을 포위해 베어내기엔 넉넉해도, 임학이 이끄는 철기 오만을 막기에는 어림도 없다.원수를 베자고, 멸국의 위험을 무릅쓸 것인가.아니면 대국을 위해, 자신의 앞날과 목숨을 위해, 즉시 회군해 구원에 나설 것인가.거대한 모순과 자괴감이 파도처럼 밀려와 우문호를 거의 찢어놓을 듯했다.그는 최지습을 노려보았다.불붙은 원한이 눈빛에 서렸다.단 한 걸음.정말, 마지막 한 걸음이었다.김단은 상상도 못했다.이 목숨이 오가는 때, 임학이 폭풍을 거꾸로 세울 줄은.사방의 살기 어린 기운이 아직 가시지 않았다.김단은 고지운을 꼭 끌어안았다.몸이 미세하게 떨렸다.부정할 수 없었다. 그 소식에, 모두가 안도했다.모두가 손에 쥔 병기를 끝내 놓지 않았다.우문호가 아직 퇴각을 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순간 분노가 앞서면 끝이 어찌될지 알 수 없었다.마침내 최지습이 먼저 입을 열었다.“둘째 황자 전하. 이 정도까지 왔으니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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