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황궁.금빛 찬란한 대전 안에 단향이 피어오르고 있었으나, 그것이 형언할 수 없는 제왕의 위엄까지 억누르지는 못했다.황제는 용상에 앉아 침울한 표정으로 아래에 있는 둘째 황자 우문호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우문호는 공손한 자세로 고개를 숙여 서 있었고, 두 손으로는 정교한 비단 상자를 받들고 있었다. 상자 뚜껑이 열리자, 안에는 밝은 노란색 비단이 깔려 있었고, 그 위에 용안 크기만 한, 둥글고 은은한 약향을 풍기는 알약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그것은 바로 김단이 내놓은 세 알의 회혼단 중 두 알이었다.“폐하, 부디 살펴 주시옵소서.” 우문호의 목소리는 침착했고, 적절한 후회와 무력감이 담겨 있었다. “소자가 무능하여 최지습 일당 역적들을 모조리 베어 없애지 못하였으니, 실로 큰 죄를 지었사옵니다. 허나, 당시 조선의 대장 임학이 병사를 국경에 배치하여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사옵니다. 이에 소자는 득실을 저울질하여, 만약 추격 섬멸을 고집하였다면 조선 대군의 처절한 보복을 불러왔을 것이고, 북쪽 관문이 뚫려 사직이 위태로울 지경에 놓였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소자는... 어쩔 수 없이 국사를 중시하고 사적인 원한은 잠시 미뤄두었던 것입니다.”그는 살짝 고개를 들었고, 어투는 미묘하게 설득하 듯 바뀌었다. “더욱이, 최지습이 살길을 구하고자 약왕곡의 비보인 회혼단을 스스로 바쳤사옵니다! 이 단약은 천지의 조화를 흔들 수 있는 힘이 있어, 아무리 중한 상처라도 숨이 붙어 있다면 복용 시 목숨을 부지하고 영혼을 잇게 한다 하니, 지극히 귀한 물건이라 하옵니다! 소자가 생각건대, 이 단약은 폐하의 성체 강녕하심에 큰 도움을 줄 것이며, 그깟 떠돌이 개들 몇 마리를 베어 죽이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이 옵니다. 그리하여... 그리하여 치욕을 참고, 이 단약을 받아 그들의 살길을 열어 주었고, 앞으로 3년 간 당국의 국경을 침범하지 않겠다는 맹세를 받아냈사옵니다. 비록 임무를 온전히 달성하지는 못하였으나, 잠시나마 국경의 우환을 늦추었고, 폐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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