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씨!”숙희가 놀라 약사발을 내려놓고 달려와 부축했다.영칠이 더 빨랐다. 한 걸음에 다가서서 앞으로 고꾸라지던 김단의 몸을 붙들어 세웠다.두 눈은 꼭 감겨 있었다.피기가 쏙 빠진 얼굴, 핏기 없는 입술.완전히 시들어 버린 꽃 같았다.영칠이 맥을 짚고 낮게 말했다.“약왕곡의 주인은 심신이 지쳐 탈진했을 뿐이오. 당장 쉬어야 하오.”그는 김단을 가로로 안아 들었다.“여긴 그대가 맡아 살피시오. 깨어나는 기미가 보이면 미지근한 물을 먹이시오. 나는 약왕곡의 주인을 방으로 모시겠소.”숙희가 눈물을 머금고 고개를 끄덕였다.바닥 여기저기서 아주 미세한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그녀는 그들을 돌아보았다가, 영칠 품에 안겨 나가는 김단을 다시 보았다.걱정과 서늘한 쓰라림이 가슴속을 가득 채웠다.…김단은 만 길 깊은 찬 물밑에 가라앉은 듯했다.숨을 죄는 압박과 살을 베는 냉기뿐이었다.피로 물든 최지습의 형상,칠흑처럼 가라앉은 소한의 눈동자,독살스런 심월의 웃음….잘게 부서진 장면들이 뒤엉켜 몰아쳤다.그녀는 소리치려 했으나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한 치도 움직일 수 없었다.끝 모를 어둠이 삼키려는 찰나, 아주 희미한 빛과 온기가 서서히 스며들었다.그녀는 힘겹게 눈을 떴다.흐릿하던 시야가 맞춰졌다.익숙한 객실의 천장, 창밖에서 스며드는 이른 아침의 빛이 눈에 들어왔다.목은 바싹 말라 쓰라렸고, 온몸은 바위에 깔린 듯 뭉개진 통증만 남아 있었다.“아씨! 깨어나셨습니까!”곁을 지키고 있던 숙희가 벌떡 일어나 침가로 몸을 기울였다.눈가가 퉁퉁 부어 있었다. 오래 울어 온 얼굴이었다.“정말 기절할 뻔했습니다. 하루 밤낮을 내내 주무셨어요.”김단이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거의 갈라졌다.“물….”숙희가 서둘러 따뜻한 물을 가져왔다.그녀의 등을 받쳐 일으켜, 조금씩 조심스레 입에 댔다.미지근한 물이 메마른 목을 적셨다.기력이 아주 조금, 돌아왔다.김단의 의식이 또렷해지자, 그녀가 숙희의 손을 움켜쥐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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