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서달은 새하얗게 변한 김단의 머리카락을 보자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가, 곧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맑게 갠 하늘 같던 얼굴이 순식간에 비바람 몰려오는 듯 일그러졌다."와아―"그는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리며 작은 몸을 비틀어 고지운의 품속으로 파고들었고, 다시는 김단을 향해 눈길조차 주려 하지 않았다.김단이 서달을 달래 보려고 내밀었던 손은 그대로 허공에서 굳어 버렸다.서달이 자신을 향해 드러낸 또렷한 두려움과 거부감을 보자, 날카로운 쓰라림이 코끝까지 확 치밀어 올랐다. 가슴 한가운데가 잘게 바늘로 찔린 듯 저릿하게 아려 왔다.이 아이는 그녀가 죽을 고비에서 두 손으로 되찾아 온, 명목상으로나마 자신의 의아들이었다. 그런데 지금은…고지운이 서둘러 서달을 더 꼭 끌어안고 등을 살살 두드리며, 미안한 기색을 띤 채 김단에게 말했다.“단이, 너무 마음 쓰지 마오. 이 아이는 본디 조금 사람을 가리는 아이라오…”김단은 천천히 손을 거두어 꼭 움켜쥔 뒤에야 고개를 저었다. 목소리는 여전히 온화하고 잔잔했다. 오히려 어딘가 다행스러운 기색까지 배어 나왔다.“알고 있습니다. 제가 없던 동안 내내 밤낮없이 돌봐 주셨지요. 그러니 더 따르는 건 당연한 일이고, 그 아이에게도 복입니다. 고마워하기도 모자란데, 제가 어떻게 서달을 탓하겠습니까?”그런 김단의 말을 들은 고지운의 옥빛 눈동자에 잠시 환한 빛이 스쳤다. 그녀는 한동안 망설이다가 마침내 용기를 내어, 오래 마음속에만 품어 두었던 생각을 입 밖으로 꺼냈다.“단이, 네가 이렇게 생각해 준다니… 참 기쁘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이제 정말 서달 없이는 못 살 것 같소. 이 아이가 나를 이렇게 의지하고, 나도 벌써 친자식 같다 느낄 만큼 아끼게 되었소. 지금은 내 아이가 따로 생겼다 하여도 서달과 떨어져 살아야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소. 그래서… 서달을 정식으로 내 무릎 아래 들여 양자로 삼아 주고 싶소. 그 아이에게 떳떳한 신분을 만들어 주고 싶소. 다만…”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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