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단이 가볍게 눈썹을 올리며 숙희를 바라보았다.“오? 무슨 방법이 있소?”숙희는 으쓱 어깨를 올리며 흐뭇하게 웃더니, 조금 떨어진 곳에서 회랑 기둥을 닦고 있던, 영리해 보이는 시녀 하나를 향해 손짓했다.“춘도, 이리 좀 와 보아라.”춘도라 불린 시녀는 열다섯, 열여섯쯤 되어 보였다.말끔한 푸른 빛 천옷을 입고 있었고, 부름이 떨어지자마자 손에 쥐고 있던 걸레를 재빨리 내려놓고 종종걸음으로 달려와, 또렷하게 예를 올렸다.“숙희 누이, 김 낭자, 부인, 무슨 일 분부하실까요?”숙희가 김단과 아원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아씨, 부인, 이 춘도는 얼마 전 관저에 새로 들인 아이인데, 바깥 장보기를 맡고 있지요. 대수롭지 않게 볼 일이 아니에요. 날마다 골목골목을 누비며 온갖 부류의 사람들을 상대하다 보니, 이 한양 안에서 돌아다니는 크고 작은 새 소식이며, 별별 기이한 소문까지 귀가 제일 먼저 듣는다니까요.”그러고는 살짝 춘도의 등을 떠밀었다.“자, 부인이랑 김 낭자께 한 번 들려 보렴. 요즘 한양에 무슨 재미난 일들이 떠돌고 있는지, 부인 심심하지 않게 이야기해 드려라.”춘도는 원래 성격이 발랄해서, 아씨들이 흥미를 보이자 조금도 주눅 들지 않았다.동그란 얼굴 가득 환한 웃음이 번지며, 쨍한 목소리가 튀어 나왔다.“예! 부인, 김 낭자, 두 분은 아마 못 들으셨을 거예요. 요즘 이 한양이 얼마나 떠들썩한데요. 곧 무예대회가 열린다 해서, 거리에 칼과 검을 찬 강호인들이 바글바글하다니까요.”춘도는 손짓까지 보태며 신이 나서 이야기를 이어 갔다.“바로 엊그제예요. 이 계집종이 고기를 사러 정육점에 갔는데, 눈앞에서 문파가 다른 사람 둘이서, 잘 빠진 오겹살 한 덩이를 두고 서로 가지겠다고, 하마터면 가게 앞에서 싸움이 벌어질 뻔했지 뭐예요. 웃기지 않으세요? 결국엔 정육점 주인이 눈치껏 나서서, 고기를 반으로 갈라 두 집이 똑같이 나누어 가지라고 해서야 일이 싹 정리됐다니까요.”아원은 그 말을 들으며, 저도 모르게 손으로 입가를 가만히 가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