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Chapter 831 - Chapter 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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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1화

그때 서원공주의 시선이 김단에게로 향했다.“그렇다면 아까는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느냐?”말발로는 따라올 자가 없는 김단이었기에 방금 전의 침묵은 오히려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김단이 입을 열려 하자 서아름이 다급히 끼어들었다.“의녀님은 그저 공주님께서 잘못된 결정을 내리기 원치 않았을 뿐입니다. 이 약은 아무래도 정당한 일에 쓰이는 것이 아니다 보니 전하께서 아신다면...”“그 입 다물라!”서원공주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네가 감히 본 공주를 훈계하려 드는 것이냐? 전하와 겨우 한 번 동침했다고 해서 본 공주의 윗사람이라도 된 듯이 굴다니! 감히 전하를 들먹이며 나를 압박하려 드는 것이냐?”“여봐라. 당장 이 자의 입을 다물게 하거라.”“예!”가장 앞장선 이는 소복이었다. 그는 순식간에 서아름에게로 다가갔다. 이를 본 김단은 그를 막아서기 위해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공주님, 숙원마마는 전하의 아이를 품고 있습니다. 만약 무슨 일이 생긴다면…”“김 의원!”서원공주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복화궁에 오래 머물다 보니 자신의 처지를 잊은 것 같소. 주제넘은 말은 삼가하시오.”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소복이의 손바닥이 허공을 가르며 서아름의 뺨을 후려쳤다. 그 충격에 서아름은 옆으로 쓰러졌고 무겁게 내려앉은 배도 땅바닥에 부딪혔다. 그러자 그녀의 다리 사이로 선붉은 피가 흘러나오며 치마 자락을 붉게 물들였다.김단은 얼굴이 사색이 되어 서아름에게 달려갔다. 그녀는 배를 움켜쥐며 눈물에 젖은 채 김단을 향해 애원했다.“제 아이를… 제발 살려주세요…”김단은 태아가 더 이상 서아름의 뱃속에 머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곧바로 공주를 향해 몸을 돌렸다.“공주님, 제발 도와주십시오. 숙원마마를 방으로 옮겨야 합니다.”하지만 공주는 냉소를 머금은 눈으로 김단을 바라볼 뿐 도와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녀는 차라리 지금 이 자리에서 서아름이 죽기를 바라는 기색이었다.“김단, 정말 저 자를 구할 생각인 것이오? 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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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2화

왕의 아이를 해하는 것은 용서받지 못할 죄였다. 서원공주는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자기의 사람들을 이끌고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그제야 복도 모퉁이에 숨어 있던 어린 몸종이 조심스레 고개를 내밀었다. 그 모습을 본 김단은 단호하게 호통쳤다.“뭐 하는 것이냐? 당장 가서 사람을 불러오거라.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제일 먼저 죄를 뒤집어쓰게 될 사람은 너 일 것이다!”그제야 무언가를 떠올린 몸종은 화들짝 놀라며 어디론가 달려갔다. 김단은 이미 그녀에게 당부해 두었던 바가 있었다. 혹 서아름에게 위급한 일이 생긴다면 가장 먼저 소하에게 알리라는 지시였다.몸종이 눈앞에서 사라지자 김단은 곧장 방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녀의 눈앞에는 피로 물든 침상과 그 위에 맥없이 늘어진 서아름이 있었다. 그녀의 몸에서는 여전히 피가 흘러나왔고 김단은 더 이상 지혈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직감했다. 오늘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 아이는 반드시 세상 밖으로 나와야 했다.김단은 서아름의 정수리에 침을 놓아 기력을 돕고는 낮고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숙원마마, 걱정 마십시오. 태아가 조금 크긴 하지만 아직 만삭인 상태가 아니라 무사히 순산할 수 있을 것입니다.”서아름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오로지 하나였다.“부디... 제 아이만은... 꼭 살려주세요.”김단은 그녀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은 채 곧바로 분만 준비에 들어갔다. 그녀는 이날을 대비해 수많은 의서를 뒤적이며 분만 지식을 익혀두었다. 그러나 자신이 직접 해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하지만 서아름이 몇 차례 힘을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초조해진 김단의 눈가에는 어느새 뜨거운 눈물이 고였다. 숨쉬기조차 버거워 보이는 서아름을 바라보며 김단은 간절히 말했다.“숙원마마, 포기하지 마십시오. 오늘 이 자리에는 도와줄 산파가 없습니다. 오직 저희 둘이서 해내야 합니다. 아이의 생명은 마마께 달려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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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3화

하지만 최선을 다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녀는 반드시 서아름을 살려야만 했다. 그때, 밖에서 몸종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의녀님, 누군가 의녀님을 뵙고 싶어 합니다.”누가 찾아왔다는 것일까?김단은 직감적으로 그 사람이 소하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하지만 몸종이 아무 이유 없이 사람을 들이지는 않을 터, 김단은 급히 문을 열고 확인해 보았다. 그녀의 눈앞에 서있는 사람은 바로 임학이었다.예상치 못한 인물에 김단은 할 말을 잃고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그가 왜 이곳에 나타난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의 모습을 본 임학 역시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김단의 머리는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고 머리카락은 뺨에 달라붙어 있었으며 그녀의 두 손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 그녀의 처참한 모습에 그의 가슴은 땅바닥으로 내려앉는 것 같았다.하지만 그는 곧 정신을 차리고 조심스레 옷소매에서 작은 약병 두 개를 꺼냈다.“이게 필요할 것이다.”몸종이 보는 앞이라 임학은 말을 아끼는 듯했지만 김단은 약병을 보는 순간 그것이 의원이 보내 준 것임을 바로 알아차렸다. 그녀는 즉시 약병을 받아 들고 냄새를 맡아 보았다. 그것은 분명 기혈을 소진한 서아름을 살릴 수 있는 약이었다.김단은 짧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곧장 방 안으로 달려갔다.김단은 약을 서아름의 입에 부어 넣고 목을 어루만지며 그녀가 약을 삼킬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러고는 곧바로 다른 약병 하나를 열었다. 그 안에는 작은 환약이 들어 있었다. 색과 향은 김단이 만든 귀식환과 흡사했지만 어딘가 묘하게 달랐다.그녀는 다시 밖으로 달려나가 토끼를 확인했다. 토끼는 여전히 죽은 듯한 모습이었고 깨어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미 약을 먹인지 한 시진이 넘었는데도 말이다.그녀가 만든 귀식환은 이렇게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임학이 가져온 약은 분명 의원이 실험을 거쳐 성공한 약임이 틀림없었다.김단은 다시 서둘러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이렇게 바쁘게 들락날락하는 동안 임학은 그저 투명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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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4화

아무런 망설임 없이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가는 김단의 모습을 바라보며 임학은 마음이 무거워졌다.임학은 자주 궁 안을 드나드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곳의 사정이 얼마나 복잡하게 얽혀있는지 정도는 알고 있었다. 더구나 이번 일은 김단이 남매의 연을 끊은 이후 처음으로 자신에게 부탁한 일이었고 김단의 생사까지 달려있는 중대한 일이었기에 반드시 완벽하게 처리해야 했다. 임학은 눈썹을 찌푸리며 조용히 곁에 서 있던 몸종을 바라보았다.“이곳을 잘 지키거라. 만에 하나라도 무슨 일이 생긴다면 널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그 말을 남기고 임학은 아이를 품에 안은 채 자리를 떠났다.그러나 궁안의 길은 그에게 익숙하지 않았다. 특히 복화궁처럼 외진 곳은 더욱 그랬다. 올 때는 내시의 안내를 받았지만 돌아가는 길은 자신의 감에 의지해야 했기에 막막하기만 했다. 그는 어서재가 있는 방향만 어렴풋이 기억날 뿐 정확한 길은 몰랐다. 임학은 이 시간에 전하가 그곳에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자신이 거억하고 있는 방향으로 걸어갔다.하지만 궁궐은 생각보다 너무 넓었고 길은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임학은 품에 안긴 아이를 살피며 누구에게도 길을 묻지 못한 채 그저 정처 없이 돌아다니기만 했다. 그때 한 궁녀가 그에게로 다가왔다.“임 도련님.”그녀는 임학을 알아보는 듯했다. 그는 경계심을 드러내며 물었다.“누구냐?”“저는 덕빈마마를 모시는 나인입니다. 도련님을 어서재로 모시라는 덕빈마마의 명이 있었습니다.”뜻밖의 이름이 거론되자 임학은 잠시 말을 잃었다.“덕빈마마께서? 무슨 이유로?”그의 어머니와 덕빈은 절친한 사이였다. 그러나 오늘의 일은 중대한 사건이었기에 무작정 덕빈을 믿을 수 없었다. 그녀가 이 일에 어떻게 연루되었는지 알 길이 없는 임학은 그저 눈을 가늘게 뜨며 눈앞의 나인을 바라보았다.그러자 나인은 조용히 설명을 덧붙였다.“임 도련님께서 모르실 수도 있으나 숙원마마는 원래 저희 궁에 계셨던 분이십니다. 김 낭자께서도 덕빈마마의 부탁으로 숙원마마를 돌보러 가신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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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5화

임학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그럼 덕빈마마의 사람이라고 한 것도 거짓말이겠군.”그제야 어린 궁녀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임 도련님, 좋은 자리를 봐가면서 앉으시지요. 머지않아 조선의 왕은 세자저하가 될 것입니다. 그러니 부디 도련님께서도 현명한 선택을 하시길 바랍니다.”그 말에 임학은 싸늘한 웃음을 머금으며 되물었다.“그 말, 중전마마께서 직접 시키신 것이냐?”궁녀는 눈을 내리깔며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침묵 속에 담긴 의미를 임학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그는 깊은숨을 들이쉬고는 단호히 말했다.“중전마마께 아뢰거라. 먼 훗날 이 나라의 주인이 누가 되든 우리 임가는 오직 전하에게만 충성을 다할 것이라고 말이다. 세자저하께서 즉위한다면 그때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지 않느냐?”그 말을 끝으로 그는 자리를 뜨려고 했다. 그때, 고요한 공간을 가르며 울려 퍼지는 목소리가 뒤에서부터 들려왔다.“임 도련님, 그리 급히 떠나실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중전마마였다.임학은 다시 몸을 돌려 단정히 무릎을 꿇고 절을 올렸다.“중전마마를 뵙습니다.”그녀는 우아하게 걸어오더니 그의 앞에 섰다.“도련님께서는 중상을 입고 겨우 목숨을 부지하셨다 들었습니다. 그 귀한 목숨을 또다시 위태롭게 만드시는 까닭은 무엇입니까?”그녀의 입가에는 은근한 미소가 떠올랐고 말에는 뼈가 섞여 있었다.“그 아이를 이리 주시지요.”곁에 있던 유모가 조심스레 손을 내밀며 나가섰다.그러자 임학은 갑작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두 걸음 물러섰다.“중전마마의 걱정은 잘 알겠으나 제 목숨은 누이가 구해준 것입니다. 그러니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제 누이와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킬 것입니다. 만약 이 길 끝이 죽음이라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저야 그저 누이에게 빚을 갚았다고 생각하면 그만이니까요.”그 말에 중전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그렇다면, 임 도련님은 내 명을 거역하겠다는 뜻이군요?”“그런 뜻은 없습니다.”임학은 냉정하게 받아쳤다.“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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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6화

자신들을 모욕하자 두 명의 내시는 참지 못하고 분노에 찬 눈빛으로 임학을 향해 돌진했다. 그러나 임학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했다. 그는 최지습의 가르침을 떠올려 보았다. 그는 싸움에서 가장 먼저 버려야 할 것이 성급함이라고 늘 강조해왔었다. 그러니 먼저 공격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적절한 시기를 기다리는 게 관건이었다.내시 둘이 앞뒤에서 달려들었지만 임학은 물러서지 않고 숨을 죽이며 때를 기다렸다. 선두에 선 내시가 코앞까지 다가오자 임학은 그제야 번개처럼 무릎을 들어 올리며 무공을 펼쳤다. 상대는 임학이 아이를 안고도 그런 공격을 감행하리라 예상하지 못했다. 임학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순간 자세를 바꿔 상대의 급소를 파고들었다. 단 세 번의 교전 끝에 임학의 팔꿈치가 정확히 상대의 가슴팍을 후려쳤다. 강력한 공격을 그대로 받은 내시는 멀리 날아가 버렸다.이어 달려온 두 번째 내시는 첫 번째 내시의 패배를 목격한 탓에 눈빛이 더욱 날카로워졌다. 그는 임학을 경계하면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그러나 그의 신중함이 곧 약점이 되어버렸다. 임학은 그의 미세한 심리 변화를 읽어내고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몸을 날려 정확히 치명타를 가했다.두 내시가 모두 쓰러지자 임학은 깊은숨을 내쉬었다. 과거의 자신이었다면 두 사람의 협공을 이겨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최지습의 가르침이 확실히 그의 실력을 한층 끌어올려 주었다.그가 잠시 흐뭇한 표정을 지으려던 찰나 품 안의 아이가 울음을 터뜨렸다. 임학은 깜짝 놀라 아이를 달래며 중얼거렸다.“알았어. 미안해 아가. 조금만 참아줘. 곧 네 아버지를 만나게 해줄 테니까.”임학은 더는 망설이지 않고 아이를 안은 채 어서재로 내달렸다.그 시각, 복화궁에서는 김단이 서아름을 구해내는 데 성공했다. 그녀가 힘겹게 눈을 뜨자 김단은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정말 다행입니다. 드디어 깨어나셨군요!”김단은 숨을 몰아쉬며 땀과 피를 닦을 겨를도 없이 말했다. 서아름은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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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7화

서아름은 텅 빈 천장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녀는 허공에 시선을 둔 채 머릿속으로 자신의 아이가 행복하게 자라나는 모습을 그려보았다. 부드러운 햇살 아래, 전하의 따스한 사랑을 받으며 덕빈을 어머니 삼아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말이다. 비록 얼굴 한번 본 적이 없는 아이였지만 그 아이가 서원공주처럼 나쁜 마음을 품으면서 살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서아름은 이내 조용히 스스로를 위로했다. 덕빈은 자애롭고 선한 사람이니 분명 자신의 아이를 바르게 키워줄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김단은 손을 뻗어 서아름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말씀드릴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그녀는 천천히 손을 내밀며 작은 병 하나를 꺼냈다. 그 안에는 귀식환이 들어있었다.“토끼는 깨어나지 않았습니다. 제가 만든 귀식환은 실패한 것 같아요. 하지만 이건 제 스승님께서 만드신 겁니다. 효과는 확실하지 않지만 이 한 알뿐이라 시험해 볼 시간이 없습니다. 하지만...”“먹을게요.”서아름은 김단의 말을 자르며 조용히 대답했다. 그녀의 눈에는 두려움도, 망설임도 없었다. 김단의 손에 들린 작은 환약은 그녀가 궁궐을 벗어나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다.김단은 숨을 깊게 들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습니다. 안심하세요. 깨어나실 때는 이미 궁 밖일 겁니다.”소하는 이미 복화궁 밖에서 대기 중이었다. 서아름이 약을 복용하면 그녀를 시신으로 위장해 들것에 실어 궁 밖으로 옮길 예정이었다. 서아름은 귀식환을 받아들며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그녀는 약을 바로 삼키지 않고 김단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의녀님은 제 목숨을 살려주셨습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네요. 다음 생에라도 꼭 돌려드리겠습니다. 부디 제 아이를 잘 돌봐주세요.”그렇게 말한 후 서아름은 귀식환을 삼켰다. 그러고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눈을 감았다. 김단은 손끝으로 그녀의 숨결을 확인해 보았다. 맥박도, 호흡도 전부 느껴지지 않는 게 정말로 숨이 멎은 것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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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8화

김단의 말에 몸종은 거의 비명을 지르듯 날카롭게 외쳤다.“저를 모함하지 마세요. 제가 언제 아이 낳는 것을 도와주었습니까? 아무런 증거도 없으면서.”하지만 피로에 지쳐있던 김단은 그녀의 소란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한 달 전과 비교해 보거라. 숙원마마의 몸 상태가 어찌 변했는지 생각해 보란 말이다. 만약 중전마마께서 보내주신 약을 먹였다면 숙원마마가 이렇게 야위였겠느냐? 그리고 네가 그 약을 먹는 것을 본 사람이 한둘이 아닐 텐데. 중전마마께서 너를 믿어 주실 것 같으냐?”사실 몸종은 그 약을 먹을 때마다 자랑삼아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녔기에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 순간 몸종은 자신이 김단에게 철저히 이용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분노와 원망으로 가득 찼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하소연할 곳은 없었다. 지금 자신을 구해줄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김단 뿐이었다.그녀는 김단 앞에 그대로 무릎을 꿇고 앉아 애원했다.“의녀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지난 며칠 동안 의녀님을 따르지 않았습니까? 부디 한 번만 저를 도와주세요.”김단은 그제야 몸종에게 시선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복화궁의 뒷문을 열고 수레를 들여오거라. 일이 무사히 마무리되면 전하께 네가 공주님을 구한 은인이라고 말씀드리겠다.”조선의 두 번째 공주라면 그 지위는 말할 것도 없이 높을 것이다. 자신이 공주의 은인이 된다면 반드시 그 영광을 누릴 수 있을 터. 몸종은 김단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예, 지금 바로 다녀오겠습니다.”그녀가 황급히 문을 나서려던 찰나 입에서 놀란 외침이 터져 나왔다. “중전마마!”김단 역시 그 말을 듣고 등골이 서늘해졌다. 중전이 이렇게 빨리 도착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난 김단은 정중히 무릎을 꿇고 인사를 올렸다.“중전마마를 뵙습니다.”중전은 성큼성큼 들어와 침상에 누운 서아름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곁에 있던 나인을 향해 턱짓을 했다. 그러자 그녀는 조심스레 다가가 서아름의 숨결을 확인한 후 고개를 저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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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9화

김단은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대답했다.“제가 어찌 감히 그럴 수 있겠습니까? 다만 전하께서 내리신 명이 있었기 때문에 저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태아와 산모 모두 살리기 바라셨으나 그게 안 된다면 한 명은 무조건 살리라고 하셨습니다.”“그렇다 해도, 아이를 살려두어서는 안 되었다!”중전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그러나 이미 일이 벌어진 이상 그녀도 더 이상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녀는 침상에 누워있는 서아름을 흘깃 바라보더니 불쾌감을 감추지 못한 채 명령하였다.“이 자의 시신을 당장 태워버리거라.”“예!”내시들이 움직이려는 려는 찰나, 김단이 재빠르게 몸을 일으켜 그들 앞을 가로막았다. “안 됩니다!”중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김단! 네가 정말로 반역을 꾀하려는 것이냐?”김단은 가슴 깊은 곳에서 피어나는 두려움을 억누르며 침착하게 말했다.“중전마마, 숙원마마는 전하의 실수로 인해 원치도 않는 아이를 임신하고 숙원으로 봉해졌습니다. 이때까지 발생한 모든 일은 숙원마마의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이미 숨을 거두었는데 모욕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부디 넓은 마음으로 숙원마마를 봐주십시오. 시신이라도 온전히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게 해주세요.”중전은 코웃음치며 말했다.“저 자가 낳은 그 아이가 훗날 내 발목을 붙잡게 될 화근이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갈기갈기 찢어 버리지 않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거라.”곁에 있던 유모도 몇 마디 덧붙였다.“김 의원님께서는 잘 모르시는 것 같군요. 후궁의 여인들은 죽어도 전하의 것이니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개념 자체가 없습니다.”그 말에 김단은 몸이 얼어붙는 듯한 전율을 느꼈다. 뼛속까지 차가운 현실이 그녀의 숨통을 조여왔다.김단이 아무 미동도 없자 두 내시가 다시 시신을 옮기려 다가왔다. 그러자 갑자기 정신을 차린 김단은 은침 두 개를 꺼내어 내시에게 던져버렸다.한 명은 은침이 가슴에 박혀 경련을 일으켰고 다른 한 명은 다리에 은침이 꽂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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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0화

그 순간, 궁녀들과 내시 여러 명이 일제히 김단을 향해 달려들었다. 김단은 주저하지 않고 손에 쥔 은침을 던졌다. 은빛 바늘 하나가 허공을 가르며 날아가더니 내시 한 명의 팔뚝에 정확히 꽂혔다. 그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지만 나머지 이들은 조금도 멈추지 않았다. 그들에게 있어 김단의 침 한방보다 중전의 명령을 거역해 처참한 최후를 맞는 것이 더 두려웠다.순식간에 여러 사람들이 한꺼번에 김단에게 덤벼들었다. 그녀가 아무리 무공을 익혔다고 해도 열세명이 되는 사람들을 혼자 감당하기는 버거웠다. 결국 그녀는 포박당하고 말았다.그 사이 다른 이들은 침상에 누워 있는 서아름을 끌어내리려 했다. 막 출산을 마친 서아름의 몸은 극도로 허약해져 있었기에 그녀를 거칠게 대한다면 겨우 멈춘 출혈이 다시 시작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귀식환의 약효가 풀려도 그녀는 깨어나지 못할 것이다.김단은 제 몸을 던져 어떻게든 서아름을 지키려 했지만 두 명의 유모가 그녀를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유모의 힘이 너무 쎘기에 아무리 버둥거려도 소용없었다. 그녀의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던 그때, 문밖에서 한 사람이 다급히 달려오며 외쳤다.“멈추시오!”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소하였다.“소하 오라버니!”김단은 놀라움과 안도감이 섞인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소하가 도착했다는 사실에 그녀는 마음이 놓였다. 소하는 원래 복화궁 후문에서 조용히 숨어있었다. 하지만 약속한 시간이 지나도 그녀가 나타나지 않자 불길한 생각에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마침 그때, 서아름의 몸종이 헐레벌떡 뛰어와 중전이 김단을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 주었다.그가 나타나자 중전은 더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무슨 일이냐? 오늘 일에 소 총령도 끼어들겠다는 것이냐?”소하는 김단의 초췌한 모습과 침상에 누워 있는 서아름을 번갈아 본 뒤 중전에게 공손히 예를 올렸다.“중전마마께서는 이 조선의 국모이십니다. 그러니 죽은 사람에게 자비를 베푸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네가 감히 나를 훈계하려 드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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