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Bab 821 - Bab 830

879 Bab

제821화

그녀는 엄연히 살아 숨 쉬는 존재였다. 그런 그녀가 반드시 죽어야 한다는 결말은 의원으로서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고민하던 김단은 다시 입을 열었다.“사실 오라버니한테 부탁드리고 싶은 게 하나 더 있습니다. 만약 숙원마마께서 정말로 조산하게 된다면 말입니다. 운 좋게 아이와 마마께서 모두 살아남게 된다면 오라버니께서 숙원마마를 궁 밖으로 데려다주실 수 있겠습니까?”그녀의 부탁에 소하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스쳤다.“그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오.”궁녀를 몰래 밖으로 빼낸다는 건 엄중한 금기사항이었다. 만약 발각된다면 자신의 목이 날아갈 뿐만 아니라 무고한 이들까지 화를 입을 수 있었다.김단도 그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서아름이 품고 있는 아이는 그녀가 원해서 생긴 아이가 아니었다. 그리고 서아름 같이 착하고 순진한 성격은 궁궐과 어울리지 않았다. 그러기에 그녀는 이곳에 머물러서는 안 될 것이다.“그래서 오라버니께 부탁드리는 겁니다.”이런 일은 누구나 다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만약 다른 사람이 맡았다면 분명 허점이 생길 거지만 소하만큼은 완벽하게 해낼 수 있을 것이다.전적으로 자신을 믿는 그녀를 보며 소하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좋소. 약속하겠소. 그때 숙원마마께서 살아 계시다면 반드시 도와주겠소.”“정말 감사합니다, 오라버니!”김단의 환한 웃음을 보던 소하의 얼굴이 다시 긴장감으로 굳어졌다.그는 손을 들어 김단의 입을 막고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문 쪽을 응시했다.김단도 그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때 조심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김 낭자, 주무시나요?”맹영지의 목소리였다. 김단은 안심한 듯 소하를 바라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걱정 마세요, 맹 아가씨입니다.”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다. 그러자 맹영지가 천천히 방 안으로 들어왔다.“이곳은 익숙지가 않군요. 아까는 문을 잘못 두드릴 뻔했습니다. 불이 꺼져 있어서 이미 주무시는 줄 알았거든요.”맹영지의 목소리는 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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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2화

“오랜만이오.”차가운 음성에 어색한 온기가 실려 있었다. 소하는 담담하게 행동하기 위해 애썼다.그러나 한때 사랑했지만 자신에게 깊은 상처를 주었던 여인을 마주하니 그의 평정심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자신의 인생을 망가뜨린 여인이 바로 맹영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는 웃음만 나왔었다. 애틋했던 기억도, 한때의 믿음도, 깊이 연모했던 마음도 죄다 허무하게 흩어져 버렸다.그녀를 미워하는가?그렇다고 말하기는 어렵다.사랑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고 증오라 말하기에는 감정이 지나치게 식어 버렸다.다만 가슴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그 미묘한 통증이 여전히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만약 맹영지가 잘 살고 있었다면 소하는 오늘 밤 그녀를 보고도 못 본 척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 역시 고통 속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이 그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그녀를 외면하기에는 마음 한 편에 남은 연민이 그를 붙잡았다.그래서 결국 마음을 다잡고 뱉은 말이 ‘오랜만이오’라는 짧은 한 마디였다. 맹영지는 여전히 등을 돌리고 서 있었다. 그녀는 아직도 소하를 마주할 용기가 없는 듯했다.그녀는 자신이 저질렀던 모든 일들이 떠올랐다. 만약 그날 자신이 조금만 더 현명했더라면 소하는 지금쯤 조선의 가장 젊은 장군으로 공을 세워 승승장구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소하는 그저 금군총령의 직위만 맡고 있을 뿐이었다.그녀의 실수는 단지 그의 아름다운 시간만을 빼앗아 간 게 아니었다.두 사람의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자 김단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그때 낭자께서도 속아 넘어가신 겁니다.”하지만 그 이상의 말을 잇긴 어려웠다. 어떻게 포장하든 그때의 일은 결국 맹영지의 잘못이 맞았다. 소하는 김단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지금은 이렇게 멀쩡하지 않소? 그러니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시오.”그는 가끔 이렇게 스스로를 위로하곤 했다.만약 그때 악몽 같았던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김단을 만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런 어설픈 자기 위로가 그의 상처를 완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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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3화

그녀는 마침내 용기를 내어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놀라움과 당황스러움이 섞여있었다. 맹영지는 소하가 그렇게 따뜻한 말을 할 거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다. 혹시 병약한 자신의 모습에 동정심이라도 생긴 걸까? 그게 아니라면 김단의 체면을 생각해서 마음에도 없는 위로를 건넨 것일까?그녀는 그의 굳은 미소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시선을 내리고 숨을 깊게 들이켰다. 그러고는 조심스레 물었다.“제가 방해한 건가요?”그녀는 이렇게 야심한 시각에 소하가 김단의 방에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만약 미리 알고 있었더라면 김단을 찾아오지 않았을 것이다.소하는 그제야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아니오. 이제 막 얘기를 마쳤소.”그러고는 시선을 김단에게로 옮기고 부드러운 어조로 말을 이었다.“몸 조심하시오. 난 이만 가보겠소.”그의 다정한 말투와 목소리. 한때 그 모든 것은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것이었는데 지금은 다른 사람에게 닿아 있었다.맹영지는 저도 모르게 김단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예전에 전하가 주선하는 결혼을 피하기 위해 소하와 혼인한 것이라고 했다. 김단은 사랑이 없이 이루어진 인연이라고 했지만 맹영지가 보기에는 달랐다. 소하는 분명 김단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그녀의 마음속에는 알 수 없는 씁쓸함이 밀려왔다. 하지만 그녀는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그 감정을 지워내려 애썼다.자신이 무슨 자격으로 질투를 느끼겠는가? 그녀는 그저 한낱 사람을 해친 죄인일 뿐이다. 소하의 용서를 받은 것만으로도 이미 과분했다.소하가 누구를 마음에 두든 그녀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 게다가 김단은 선하고 따뜻한 사람이었다. 만약 그 둘이 함께 한다면 꽤 어울리는 한 쌍이 될지도 모르겠다.그녀가 생각에 잠겨있을 때 소하는 창밖으로 조용히 몸을 날렸다.방에서 소하가 사라지자 그녀는 숨이 트이는 것 같았다. 그제야 어깨에 걸쳐졌던 무언가가 풀리는 기분이었다.“소 오라버니는 단지 저와 이야기를 나누러 오신 것뿐이에요. 오해하지 마세요.”그 말에 맹영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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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4화

김단은 맹영지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모든 것이 맹 판서의 치밀한 계획이었다면 맹영지가 기억상실증에 걸렸다는 말을 쉽게 믿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멍청한 상태로 맹가에 돌아가 그들이 보는 앞에서 서서히 회복되는 모습을 보인다면 방심할지도 몰랐다.하지만 김단은 여전히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만약에… 정말 만약에 말입니다.”김단은 만약이라는 글자를 두 번이나 강조하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맹가 사람들이 또다시 낭자를 해치려 한다면 어떻게 할 겁니까?”맹영지가 자신의 행동을 통제할 수 있다고 해도 혼자 맹가로 돌아가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 그 말에 그녀는 잠시 눈썹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제 부모님입니다. 저를 이용하려 들 수는 있어도 해치지는 않을 겁니다.”세상 물정을 모르는 순진한 그녀의 대답에 김단은 어떻게 말해줘야 할지 몰랐다.“맹 낭자, 세상에는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도 있습니다. 예전에 저도 어머니에게 이용당해 명정대군의 손에 죽을 뻔했었죠. 맹 낭자가 영의정 저택에서 겪은 일을 맹가 사람들이 모를 리 없지 않습니까?”김단의 목소리는 낮고 조용했지만 그 안에 담긴 아픔만은 또렷했다. 이쯤 되면 돌려 말하는 것도 한계였기에 김단은 매우 직설적으로 얘기했다.그녀의 말을 들은 맹영지의 얼굴은 눈에 띄게 하얘졌다. 그녀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김 낭자의 말... 잘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궁궐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 사람들이 정말로 저를 해치고 싶어도 대놓고 손을 쓰지는 못할 겁니다. 만약 저를 해칠 계획이 있다면 제가 맨정신이어도 똑같이 당했을 겁니다.”그녀는 가만히 김단의 손을 쥐며 얘기했다.“차라리 멍청한 상태로 맹가로 돌아간다면 아버지의 서재에 접근하기도 더 쉬울 겁니다. 어쩌면 한빙산의 해독제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맹영지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김단은 묵묵히 그녀의 말을 듣고는 입을 열었다.“좋습니다. 그럼 내일 기회를 봐서 공주님께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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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5화

“맹가로 돌려보낸다는 말씀입니까?”소복이는 한쪽 눈썹을 들어 올리며 차가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궁녀들이 시중드는 게 부족합니까? 중전마마께서 친히 명하시어 이 아이를 궁으로 들인 겁니다. 온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내보내겠다는 겁니까? 비웃음거리 되기 딱 좋은 말을 하시는군요.”그러자 김단은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내관께서는 잘 모르실 수도 있습니다. 맹 아가씨의 상태는 전보다 호전된 상태이지 완전히 나은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누군가의 보살핌이 필요한 상황이지요. 그러니 익숙한 환경에서 지내는 것이 회복에 훨씬 도움이 될 겁니다.”소복이는 턱을 괴며 김단을 힐끔 바라보다 다시 물었다.“그럼 맹 아가씨가 집으로 돌아간다면 나으리는 공주님 일에만 전념할 수 있는 겁니까?”김단은 고개를 끄덕이며 낮은 소리로 답했다.“물론이지요. 이제 숙원마마는 돌볼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니 제가 복화궁에 머무는 동안은 오직 공주님께서 부탁하신 약을 제조하는 데만 전념할 수 있습니다.”소복이는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좋습니다. 그럼 이 일은 제가 공주님께 그대로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대신 나으리가 한 말은 꼭 지켜주세요. 공주님을 더 기다리게 해서는 안 됩니다.”김단은 공손히 허리를 숙이며 답했다.“소 내관, 걱정하지 마세요.”소복이는 코웃음을 치며 만족한 듯 자리를 떴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공주가 보낸 궁녀들이 도착해 맹영지를 데리고 갔다.서아름은 맹영지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궁녀들에게 이끌려 가는 모습을 보며 조심스레 물었다.“의녀님, 저런 상태로 맹 아가씨를 돌려보낸다고요? 정말 괜찮은 겁니까?”김단은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걱정 마세요. 약은 충분히 챙겨 보냈습니다.”그러나 서아름은 여전히 어딘가 마음이 놓이지 않는 눈빛이었다. 그녀가 무언가 말하려던 찰나 갑작스러운 복통이 그녀를 덮쳤다.“아아…!”그녀는 괴로운 비명을 토해내며 한 손으로 부풀어 오른 배를 감싸 쥐고 다른 손으로 문틀을 붙들었다. 휘몰아치는 고통을 버티지 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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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6화

어린 몸종은 김단의 눈빛에 사로잡혀 움직일 수 없었다. 살기 어린 의원의 시선이 마치 목을 조르는 듯했다. 가느다란 은침이 나무 문에 정확히 꽂힌 것을 본 몸종은 섬뜩한 기운에 작게 몸을 떨었다. 침이 나무를 꿰뚫을 정도의 힘이 있다면 자신의 머릿속에 박히는 것도 한순간일 것이다. 운이 좋게 살아남는다고 하더라도 머리가 다쳐 맹영지처럼 멍청해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그녀를 엄습해 왔다.그녀는 문을 향해 뻗었던 손을 거두었다. 그녀의 입술은 하얗게 질렸고 눈가에는 금세 눈물이 맺혔다.“의원님은 공주자가의 사람이잖아요. 그런데 왜 숙원마마를 구하려는 겁니까?” 몸종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공주는 분명 저 여인이 이 세상에서 사라지기를 바라는데 어떻게든 그녀를 지키려는 김단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하지만 서아름의 상황이 긴급했기에 김단은 몸종과 말다툼할 여유가 없었다. 그녀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차갑게 말했다.“나에게 숙원마마를 돌보라고 명한 사람이 누구인지 잊지 말거라.” 그녀의 낮고 서늘한 목소리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김단은 전하의 명을 받고 서아름을 돌보러 온 것이다. 중전과 공주는 서아름의 죽음을 원할지 모르겠으나 전하는 아니었다. 어떻게든 서아름의 뱃속에 있는 아이만큼은 살려내길 바랐다. 그러기에 김단은 당당하게 서아름에게 일이 생긴다면 그 책임을 몸종에게 전가하겠다고 말한 것이었다.이 사실을 깨달은 몸종은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만약 이번 일이 잘못되어 전하의 분노를 사게 된다면 가장 먼저 희생되는 것은 자신일 것이다. 중전과 공주가 한낱 몸종의 신분인 자신을 위해 나서줄 리 만무했다.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그녀는 조심스럽게 김단에게 다가가 물었다.“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을까요?”김단은 그제야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가에는 이미 눈물 자국이 번져 있었다. “숙원마마는 조산의 징후가 있다. 하지만 아직 태아는 일곱 달이 조금 넘었을 뿐이지. 만약 출산에 성공하더라도 아이가 살아남을 가능성은 희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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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7화

방을 나서는 몸종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서아름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김단을 보며 물었다.“의녀님은 저 아이를 믿는 겁니까?”김단은 약을 한 숟갈 떠서 불어 식힌 후 서아름의 입가에 가져다주며 말했다.“믿고 안 믿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살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저 아이도 잘 알고 있을 겁니다.”서아름은 순순히 약을 받아 마시며 고개를 끄덕였다.“의녀님... 저는 얼마나 더 살 수 있습니까?”그녀의 물음에 김단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그녀는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 체념한 표정이었다.김단은 애써 침착함을 유지한 채 담담하게 말했다.“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제가 있는 한 오래오래 살 수 있을 겁니다.”서아름은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기뻐서 웃는 미소는 아닌 것 같았다. 그녀의 웃음에는 절망밖에 보이지 않았으니 말이다.“방금 전... 피를 본 것 같아서요. 제 말 맞지요?”김단은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기억납니다. 의식을 잃기 전 피를 봤던 것 같아요.”그녀는 마치 남의 이야기를 하듯 담담하게 말했다.“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깨어났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제 내 뱃속에 아이는 없겠구나. 그런데 지금 보니 저도, 아이도 다 살아있군요. 의녀님의 의술은 정말 대단합니다.” 그녀의 말은 김단의 가슴을 아프게 찔렀다.“제가 있는 한, 반드시 지켜드릴게요.”서아름은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오히려 김단을 위로하듯 부드럽게 말했다.“생사는 사람이 정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러니 너무 애쓰지 마세요. 저는 의녀님께서 최선을 다해주시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그녀의 말은 작별 인사처럼 들렸다. 김단은 아무 말 없이 그저 묵묵히 그녀에게 약을 떠먹였다.서아름은 자신의 배 위에 손을 얹었다. 살짝 볼록해진 배 아래로, 가느다란 생명의 줄기가 미약한 몸짓으로 반응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이 아이를 원하지 않았다. 어쩌면 혐오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그 아이가 자신의 몸속 깊은 곳에서 피어나는 사랑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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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8화

김단은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서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서아름이 마지막으로 던진 그 말은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김단의 가슴에 꽂혔다. 그녀는 무슨 말을 더 해야 할지 몰랐다. 위로의 말은 이미 충분히 했고 약속도 여러 번 했지만 서아름은 여전히 그녀를 믿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의심을 탓할 수는 없었다. 사실 김단도 한때 서아름을 포기하려 했으니 말이다. 그 씁쓸한 자각에 김단은 그녀의 눈을 마주치지 못한 채 나직이 말했다.“숙원마마, 부디 편히 쉬십시오.”말을 마친 김단은 겨우 발걸음을 옮겨 방을 나섰다.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저릿하게 밀려드는 무거운 감정에 그녀는 몇 번이고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사실 김단은 원래 남의 일에 관여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세답방에 있을 때는 자신의 일도 감당하기 어려웠기에 다른 사람을 돌볼 여유가 없었다. 그녀가 류 나인을 세답방에서 구해낸 것도 결국 덕빈의 명을 따랐을 뿐이었다. 하지만 의술을 배운 후 그녀의 마음가짐은 달라졌다. 의원이 된 이상 살릴 수 있는 생명은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그녀는 이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은 명의의 제자일 뿐 명의가 아니었다. 그녀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었고 모든 사람을 구할 수는 없었다. 김단은 그저 매사에 최선을 다할 뿐이었다.그날 이후 김단은 평소보다 더욱 정성을 다해 약을 만들었다. 매일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때로는 자정이 넘도록 일에 몰두했다. 그 사이 소복이는 몇 차례 그녀를 찾아왔고 김단의 헌신적인 모습을 보고 그대로 서원공주에게 보고했다. 서원공주는 김단이 아직 약을 완성하지 못한 것을 두고 무능하다고 비난했지만 그녀가 만드는 약이 특별할 것이라는 생각에 며칠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그렇게 반달이 훌쩍 지났다. 이날 김단은 새로 만든 약을 손에 들고 오랜 시간 바라보았다. 색이며 향이며 의원이 말했던 것과 거의 다를 바 없었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깊은 감동을 느꼈다. 성공의 행복을 만끽하고 있을 무렵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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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9화

김단은 몸을 낮추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이 약을 복용하면 마치 심장이 멈춘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숨졌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러니 숙원마마께서는 그 틈을 타 궁 밖으로 빠져나가시면 됩니다.”궁을 벗어날 수 있다는 말에 서아름은 눈을 반짝이며 김단을 바라보았다.“그렇다면 의녀님께서는 그동안 이 약을 만들기 위해 그렇게 애쓰셨던 거군요.”김단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제가 말했었죠. 숙원마마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입니다. 이제는 저를 믿을 수 있겠습니까?”서아름은 감격스러운 눈빛으로 김단을 쳐다보다 이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뀌었다.“그런데 만약 공주님께서 이 사실을 알게 되신다면…”“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저에게 다 방법이 있습니다. 다만 아직 검증을 거치지 않은 약이라 성공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방금 소 내관에게 부탁하여 토끼 두 마리를 준비해달라고 했으니 약 효과를 확인해 볼 생각입니다.”김단은 그렇게 말하며 약을 조심스럽게 상자에 넣었다. 그러고는 서아름을 바라보며 조용히 덧붙였다.“검증이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하더라도 사용하기 전에는 고통을 감수해야 할 것입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습니까?”서아름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고통이든 감수하겠습니다.”김단은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진심을 담아 말했다.“저를 믿어주세요. 반드시 마마를 안전하게 지켜드리겠습니다.”“네.”서아름의 눈가가 붉어졌다. 참고 참았던 눈물이 볼을 타고 조용히 흐르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제야 비로소 자신의 목숨을 온전히 김단에게 맡기기로 결심한 듯했다.잠시 후, 소복이가 토끼 두 마리를 데려왔다. 김단은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토끼를 받으려 했지만 소복이가 그녀의 행동을 저지했다.“나으리, 여기서 바로 검증해 보시죠. 효과를 직접 확인해야 공주님께 보고할 수 있습니다.”김단은 속으로 움찔했다.“내관께서는 이 약이 어떤 용도인지 아시면서도 직접 보시겠다고요? 만에 하나 이 사실이 전하의 귀에 들어가게 된다면 어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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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0화

소복이의 속내를 알 길 없는 김단은 그가 떠나자 그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급히 토끼에게 귀식환을 먹였다. 약을 삼킨 토끼는 곧바로 축 늘어지더니 미동조차 없었다. 겉으로는 확실히 숨이 끊어진 것처럼 보였다.그러나 김단은 안심할 수 없었다. 귀식환은 죽음에 가까운 상태로 만드는 것이지 진짜 죽이는 것이 아니었다. 이 약의 성공 여부는 약을 복용한 생명체가 다시 살아나느냐 마느냐에 달려있었다. 만약 깨어나지 못한다면 이것은 독약과 다름없는 것이었다.김단은 토끼 곁에 무릎을 꿇고 숨을 죽인채 기다렸다. 그때, 밖에서 들려오는 외마디 통보에 김단의 심장이 철렁거렸다.“서원 공주님께서 행차하셨습니다.”김단은 다급히 토끼를 숨겨놓고 옷매무새를 정리하며 황급히 공주를 맞이하러 나갔다. 늦게 도착한 김단을 본 공주의 시선에는 노골적인 불쾌감이 묻어 있었다.“김 의원이 약을 만들었다고 들었소. 결과는 어떤가?”김단은 무심코 곁눈질로 소복이를 바라보았다. 소복이는 옅은 미소를 머금은 채 김단의 시선을 피했다. 그를 얕잡아 본 자신을 자책하며 김단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아직 검증 중입니다. 효과를 확인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그때 소복이가 끼어들었다.“공주님, 제가 나으리께 토끼 두 마리를 구해다 드렸습니다. 그러니 지금도 방 안에 있을 겁니다.”“여봐라. 당장 방 안을 확인해 보거라.”공주의 나인들이 빠르게 방 안으로 들이닥쳤고 김단은 막을 틈도 없이 멍하니 그 광경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머릿속으로는 어떻게 이 상황을 빠져나가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잠시 후 나인 하나가 축 늘어져 있는 토끼를 안고 나왔다.“공주자가! 찾았습니다. 그런데 토끼가 숨을 쉬지 않습니다.”서원공주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어졌다. 그녀는 김단을 노려보며 목소리를 낮췄다.“김단, 내 낭자에게 그토록 많은 시간을 주었건만 결국 약을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오? 내가 너무 너그럽게 대했나 보군. 감히 나를 속일 심산이었소?”“당장 김 의원을 끌어내거라!”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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