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Bab 841 - Bab 850

879 Bab

제841화

중전은 발걸음을 옮기며 김단의 표정을 살폈다. 김단은 중전이 무엇을 하려는지 전혀 가늠할 수 없었다. 그녀의 눈빛은 중전의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으려는 결연함으로 가득했다.중전은 말없이 서아름의 침상 곁으로 다가가 그녀의 코끝에 손을 가져다 댔다. 손끝에 전해지는 차디찬 숨결이 서아름의 생명의 불씨가 꺼졌음을 증명해 주고 있었다. 중전은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손을 거두며 김단을 한번 쏘아보았다. 그러고는 소하를 향해 입을 열었다.“이렇게 된 이상, 숙원의 시신을 어찌 처리할 것인지는 전하에게 맡기도록 하지.”그녀의 말에는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 살아생전에도 전하의 총애를 받지 못한 궁녀 하나 때문에 자신과 마찰을 빚을 리 없다고 그녀는 확신했다.“알겠습니다.”소하는 공손하게 대답하고 시선을 김단에게로 돌렸다. 그녀를 붙잡고 있던 두 명의 유모는 소하의 날카로운 눈빛에 몸을 움찔하며 손을 놓았다. 자유를 되찾은 김단은 아픈 팔을 문지르며 서아름의 흐트러진 이불을 정성스럽게 정돈해 주었다.그러나 귀식환의 효과는 단 한 시진밖에 유지되지 못한다. 그 시간 안에 궁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서아름은 영영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또 다른 걱정이 앞섰다. 임학은 과연 무사히 도착했을까?그때, 밖에서 내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전하의 명을 받들고 왔나이다.”모두 방 밖으로 나가보니 전하의 측근인 고 영감이 서있었다. 그는 중전에게 예를 갖춘 뒤 고개를 들었다.“전하께서 의녀님을 어서재로 모시라고 명하셨습니다.” “알겠습니다.”김단은 조심스레 답한 뒤 시선을 소하에게로 돌렸다. 그는 평소와 다름없는 차분한 눈빛으로 김단을 바라보았다. 그는 암묵적으로 김단에게 이곳은 자신에게 맡기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그 뜻을 알아차린 김단은 안심하며 고 영감을 따라나섰다.멀고도 복잡한 궁궐을 지나 어서재에 도착하자 고 영감이 먼저 방 안으로 들어가 전하에게 보고하였다. 잠시 후 안에서 김단을 부르는 소리에 그녀는 옷매무새를 정리하며 어서재 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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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2화

김단은 깊은숨을 들이쉬며 눈가에 뜨거운 감정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것이 분노인지, 슬픔인지 그녀 자신도 알 수 없었다.“하지만, 전하!”그녀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단호했다.“그분 또한 부모의 사랑을 받고 자란 딸입니다. 수년간 궁에 머물며 덕빈마마를 모셨고 그 누구보다 성실히 임무를 수행해왔습니다. 정해진 해수가 차면 궁을 나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날만을 기다리던 사람이었다고요. 어쩌면 이미 혼담이 오갔을지도 모르죠.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평범한 남성과 소소한 삶을 꾸렸을 수도 있었습니다.”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빛에는 간절함과 서러움이 뒤섞여 있었다.“전하께서는 백성을 사랑하고 있지 않습니까? 자비롭고 인자한 군주시지 않습니까? 변방의 침략에도 백성을 보호하기 위해 군사를 일으키셨던 분이시지 않습니까? 숙원마마와 그분의 가족은 전하의 백성이 아닌 것입니까? 왜 그분에게만 이토록 가혹하게 대하시는 겁니까?”눈물이 그녀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녀의 말은 단순한 호소가 아니라 자신의 지난 세월의 고통과 억울함이 담긴 절규였다. 김단의 눈물은 서아름을 위한 것이자 과거 자신을 향한 눈물이기도 했다. 세답방에서 울던 그 시절, 김단도 자신에게 수없이 이 질문을 던졌었다.왜 하필 나여야만 했는지... 자신이 대체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말이다.말이 끝나고도 어서재 안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정적에 휩싸였다. 전하는 책상 앞에 앉은 채 단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김단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차갑고 깊었다.옆에 선 고 영감은 전하의 안색을 살피려 했으나 그의 표정을 읽을 수 없었다. 이때까지 그 누구도 전하 앞에서 이토록 대담하게 말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그가 진정으로 분노했다면 김단은 이미 처형당했을 것이다.혹시 그녀가 평양원군의 의남매라는 사실 때문에 전하가 참아주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그 이유 하나만으로 이 거침없는 독설을 받아낼 수 있단 말인가?시간이 흘러 김단의 눈물이 마른 뒤에야 전하가 입을 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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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3화

“그게 대체 무슨 말이냐!”전하는 책상을 세차게 내리치며 호통쳤다.“감히 누가 그런 짓을 벌인단 말이냐!”김단은 아무 말 없이 전하를 바라보았다. 중전에게 그런 권한을 준 것이 전하이지 않는가? 김단의 눈빛에서 무언가를 읽어낸 전하는 이마를 찌푸리더니 곁에 있던 고 영감에게 명하였다.“짐의 뜻을 전하거라. 숙원은 목숨을 걸고 짐에게 공주를 안겨준 공신이다. 그 공로를 높이 칭하여 소의(소의: 정 2품)로 봉하고 금 백 냥과 보물 두 상자를 하사하여 서소의의 친정에 보내도록 하라. 그리고 장례 또한 친정에서 치를 수 있게 해주거라.”이는 서소의의 시신이 궁을 떠나는 것을 허락한다는 뜻이었다. 김단은 즉시 머리를 조아리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토록 후한 상을 내린다면 오히려 족쇄가 되어 훗날 서아름이 가족들과 떳떳하게 재회하기 어렵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나중에 생각할 일이고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살아남아 궁을 빠져나가는 것이었다.명을 받든 고영감은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전하는 조용히 몸을 일으키며 김단을 바라보았다.“낭자도 일어나 거라. 짐과 함께 덕빈을 찾아가 보자꾸나. 공주가 그곳에 있거든.”임학이 갓난아기를 데려왔을 때 전하는 그녀를 잠깐 본 적이 있었다. 몸집이 작고 여려 마치 말라붙은 새끼 원숭이 같기도 했다. 그녀는 서원공주의 어릴 적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다. 그러나 김단의 말대로 이 모든 것은 전하가 방관한 결과였다. 그래서인지 전하는 그 조그마한 생명체에게 자꾸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김단은 전하에게 예를 갖추고 일어섰다. 그녀가 막 전하와 어서재를 나서려던 찰나 한 내시가 허둥지둥 달려왔다. 멀리서도 김단은 그가 소복임을 알아보았다.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커다란 손자국이 선명하게 찍혀있었다. 김단은 그 자국을 바라보며 곰곰이 생각했다. 그것은 아마도 소한의 손자국일 것이다.소복이는 전하 앞에 무릎을 꿇고 울부짖었다.“전하, 부디 공주님을 구해주십시오! 공주님께서…”그는 말끝을 흐리며 전하 뒤에 있는 김단을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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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4화

김단은 조용히 소복이의 말을 곱씹어 보았다. 그는 지금 김단에게 아무리 노력해도 서원공주는 결국 전하의 총애를 받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김단은 쉽게 제거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김단에게 날리는 무언의 협박이자 경고였다.하지만 소복이는 서원공주의 처지를 간과하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 영의정을 적으로 돌려버렸고 후궁 중에서는 덕빈이 그녀를 노리고 있었다. 심지어 그녀에 대한 전하의 애정마저 무너지기 시작한다면 공주라 한들 그녀도 무사할 수 없을 것이다. 만약 영의정과 덕빈도 서원공주를 무너뜨리지 못한다면 결국 마지막 수단을 써야 할지도 몰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하의 일행은 수춘궁 앞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궁녀들과 내시들이 모두 방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전하가 모습을 드러내자 모두가 일제히 예를 올렸다.“무슨 일이냐? 왜 침궁 안에 있지 않고 다들 밖에 나와 있느냐?”궁녀 중 하나가 조심스레 대답했다.“아까 윤이 언니가 저희를 모두 밖으로 내보냈습니다.”윤이.전하는 그 이름을 알고 있었다. 서원공주가 항상 곁에 데리고 다니는 나인이었다. 그런데 대체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기에 궁 안이 이렇게 한산한 것일까? 전하의 시선이 소복이 한테로 향하자 그는 긴장한 표정으로 말했다.“전하, 안으로 들어가 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전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수춘궁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소복이는 앞서 걸으며 전하를 서원공주의 침실로 안내했다. 정원을 지나자 전하는 분노에 찬 얼굴로 앉아 있는 소한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무릎을 꿇고 떨고 있는 윤이가 보였다. 전하가 도착하자 소한이 벌떡 일어나 인사했다.“전하를 뵙습니다.”전하는 소한과 윤이를 번갈아 바라보며 물었다.“여기서 뭐 하는 것이냐?”소하는 침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공주님께서 저를 부르셨습니다.”전하는 다시 의아한 표정으로 윤이를 바라보았다. 그는 이 상황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소한을 부른 사람이 공주인데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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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5화

하지만 다시 그 향을 맡아보니 후궁들이 침소에서 피우는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그녀들이 사용하고 있는 향은 단지 분위기를 조금 북돋아 주는 역할만 할 뿐 약효가 그리 강하지 않았다. 설령 서원공주가 그걸 사용했다 하더라도 이런 일이 발생할 리 없었다.그 순간 방 안 깊은 곳에서 나지막한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전하는 본능적으로 소리가 나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가림막으로 드리워진 안방의 그림자 너머로 우아하게 드러나는 여인의 자태가 보였다. 그건 분명 서원공주였다.“이런 망할 자식!”전하는 버럭 고함을 지르며 뒷걸음쳤다. 화염처럼 치솟은 분노가 그를 휘감았다.“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전하는 참지 못하고 옆에 있던 소복이를 향해 그대로 발길질을 하며 외쳤다. 소복이는 바닥에 나뒹굴며 피를 토해냈지만 감히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황급히 무릎을 꿇었다.“전하... 공주님께서 미약에 중독되신 듯합니다.”“그런 저급한 물건은 대체 어디서 나온 것이냐!”전하가 눈을 번뜩이며 추궁하자 소복이는 겁에 질린 눈빛으로 김단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김단은 전혀 동요하지 않고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왜 저를 왜 보십니까? 제가 공주님께 드린 것은 기혈을 보충하는 환약일 뿐 어떠한 흥분 효과도 없습니다.”김단은 이 사태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듯이 대답했다. 이에 전하는 곧바로 김단을 추궁하기 시작했다.“서원이 낭자에게 미약을 요구한 적이 있느냐?”김단은 고개를 숙이며 사실을 말했다.“전하, 공주님께서 저에게 미약을 요구하셨습니다. 제가 만든 약이 효과가 좋다 하시며 따로 약재까지 보내주셨죠. 허나 제가 어찌 감히 그런 약을 만들 수가 있겠습니까? 저는 그저 기혈을 돋우는 환약으로 공주님의 눈을 속이려 했습니다.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그렇다면, 오늘 일은 낭자와 무관하겠군. 그러니 낭자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곧이어 전하는 시선을 돌려 소한을 바라보았다.“그럼 너는 어떻게 된 일이냐?”소한은 굳은 얼굴로 대답했다.“공주님께서 차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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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6화

소복이의 얼굴에는 공포의 그림자가 비쳤다. 조금 전 소한은 그녀에게 두 가지 선택지를 주었다. 향로를 소복이가 가져왔다고 하든지 아니면 자신이 가져왔다고 하든지, 이 두 가지 선택뿐이었다. 소한의 날카로운 눈빛이 떠오르자 윤이의 마음은 불안으로 가득 찼다. 결국 그녀는 바닥에 머리를 조아리며 고개를 들지 못한 채 입을 열었다.“전하, 이 향은 분명 소 내관께서 가져온 것입니다. 믿지 않으신다면 공주님께서 정신을 차리신 후에 직접 물어보셔도 좋습니다. 허나 지금은 공주님의 안위가 가장 중요하옵니다.”그 말에 전하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서원의 상태를 외부인에게 보여줄 수 없었기에 그는 결국 김단에게 부탁하였다.“낭자, 이 약을 해독할 수 있겠는가?”김단은 방 안을 힐끗 둘러보더니 조용히 대답했다.“시도해 보겠습니다.”그녀는 윤이를 향해 짧게 지시했다.“찬물을 몇 통 가져오거라.”윤이는 급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빠른 걸음으로 물러났다. 그사이 김단은 조용히 방 안으로 들어섰다. 공주의 처소는 이미 약효로 짙게 달궈진 공기로 숨쉬기조차 버거웠다. 서원공주는 바닥에 흐트러진 자세로 누워 끊임없이 몸을 뒤틀고 있었다. 얇은 옷가지가 사방에 흩어져 있었고 붉게 달아오른 얼굴은 그저 혼란과 갈증에 젖어 있었다.김단은 소한이 이런 식으로 공주를 대할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 도대체 어떤 약을 구해왔기에 이토록 그녀를 망가뜨릴 수 있단 말인가?그녀는 조심스럽게 몸을 낮춰 서원공주를 일으켜 세우려 했다. 그러나 손끝이 그녀의 살결에 닿는 순간 서원공주는 본능적으로 김단을 향해 매달렸다. 마치 불길 속에서 찾아낸 한 줄기 냉기처럼 그네에게 있어 김단은 유일한 구원이었다.“공주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하지만 그녀의 목소리에도 서원공주는 눈을 감은 채 김단의 팔을 놓지 않았다. 오른손을 떼어내면 왼손으로 감겨들고 손을 치우면 다리로 김단의 허리를 감쌌다. 다급해난 김단은 큰소리로 외쳤다.“도와주세요!”그때 윤이가 물동이를 들고 들어왔다. 두 여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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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7화

서원공주의 시선이 곧장 김단에게 꽂혔다. 공주는 마침내 잊고 있었던 기억들을 떠올렸다. 그녀는 소한에게 약을 먹였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 순간 자신이 김단에게 속았다는 것을 직감했고는 분노에 휩싸인 채 외쳤다.“이 천한 계집이! 감히 나를 속여?”하지만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아랫배에서 뜨거운 열기가 퍼져나가면서 온몸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김단은 그녀의 반응을 지켜보며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공주자가, 체내에 약효가 아직도 강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화를 내신다면 약효를 더 극대화할 뿐입니다. 그러니 차분하게 마음을 가다듬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이대로라면 찬물로도 그 열을 막기 어렵습니다. 흐트러진 모습을 전하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도 보여준다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그 말에 서원공주는 눈을 부릅뜨고 공포에 찬 표정으로 문쪽을 바라보았다.“아버지, 아버지께서...”“전하께서는 이미 전후 사정을 모두 아십니다. 제가 최선을 다해 해독해 드리겠으니 일단 찬물에 몸을 담그며 진정하시기 바랍니다.”김단은 평소와 다름없이 공손한 어투로 말했지만 오늘따라 이상하게 귀에 거슬렸다. 서원공주는 김단이 진심으로 자기를 걱정하는 것인지 아니면 교묘하게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인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몸속의 열기는 점점 더 강해졌고 그녀는 다시 이성을 잃을까 두려워 분노를 억누르며 침착함을 유지하려 애썼다.‘괜찮아... 피해자는 나야. 이 일을 덮을 핑계는 얼마든지 있으니 걱정할 것 없어.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시니 분명 내 편을 들어주실 거야. 나는 조선의 유일한 공주이고 아버지의 보물 같은 존재니까 아무 일 없을 거야.’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며 버티고 있을 때 문이 다시 열리더니 윤이가 찬물 두 통을 들고 들어왔다. 공주가 깨어난 것을 확인하자 그녀는 반가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공주님, 깨어나셨군요. 정말 다행입니다!”서원공주는 윤이를 바라보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평소 믿고 따르던 하녀였지만 이번 일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판단하기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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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8화

한 시진이 흐른 뒤 김단은 어깨 아래까지 찬물에 잠긴 채로 떨고 있는 서원공주를 바라보았다. 그토록 기다렸던 복수의 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마음속에는 예상했던 통쾌함은 없었다.세 해 전, 서원공주의 명령으로 김단은 온갖 수모를 견뎌야 했다. 지금 공주가 고통받는 모습을 보며 속이 시원해야 하지만 김단의 마음은 여전히 허전했다. 지금 서원공주의 모습은 과거 지신이 겪은 고통의 그림자 같았다. 김단은 자신이 서원공주처럼 되기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일부러 공주를 괴롭혔다는 사실만큼은 부정할 수 없었다.미약의 효과는 물리적인 해소가 아니면 해독제를 사용해야만 했다. 찬물에 몸을 담그는 것은 그저 일시적인 방법일 뿐 큰 해독 효과를 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단은 일부러 서원공주를 오랜 시간 차가운 물속에 담가 두었다. 그녀는 공주가 이 일을 교훈 삼아 다시는 함부로 사람을 가지고 장난치지 않기를 바랐다.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김단은 공주의 방에서 나왔다. 마당에는 전하와 소한뿐만 아니라 중전도 와있었다. 그녀는 김단을 보자마자 다급히 다가와 물었다.“서원의 상태는 어떠하냐?”김단은 담담하게 대답했다.“공주님의 체내 약성은 일시적으로 억제되었으나 완전히 해소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너무 조급해하지 마세요.”말을 마친 김단은 옆에 있던 소한을 바라보았다. 그가 해독제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김단은 알고 있었다.“전하, 보십시오. 제 말이 맞지 않습니까? 오늘 일은 분명 김단과 소한이 짜고 벌인 짓입니다. 이 모든 것은 서원을 함정에 빠뜨리기 위한 계략이옵니다. 제발 서원을 위하여 정의를 세워주시옵소서.”그러나 전하는 이미 오늘의 사건에 대해 조사했었다. 소복이는 형벌을 견디지 못하고 있는 사실을 토로해 버렸다. 미약은 공주의 명령으로 준비된 게 맞다고 자백했기에 중전의 어처구니없는 주장은 전하의 분노만 자아낼 뿐이었다. 전하는 눈을 부릅뜨고 중전을 꾸짖었다.“아직도 할 말이 남았소? 서원이 중전 같은 악독한 어미를 두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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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9화

공교롭게도 소한이 피한 방향은 김단이 있는 쪽이었다. 그 결과 두 사람은 그대로 부딪히고 말았다. 건장한 체격의 소한은 마치 벽 같았고 그로 인해 김단은 힘없이 뒤로 밀려났다. 그녀가 쓰러지려는 순간, 소한이 재빠르게 한 팔로 그녀를 붙잡아 당기는 바람에 그대로 그의 품에 안기고 말았다.굳건한 가슴에 얼굴이 닿자 그녀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 김단은 당황해하며 그에게서 벗어나려던 찰나 그녀의 손에 약병 하나가 쥐어졌다. 김단은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며 소한을 올려다보았다. 그녀는 직감적으로 그게 해독제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김단은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그 약병을 조용히 품 안에 감췄다.전하는 이 모든 것을 우연한 사고로 여겼다. 중전의 갑작스러운 행동으로 인해 소한과 김단이 부딪힌 거라 생각한 그는 즉시 명령을 내렸다.“누구 없느냐! 당장 중전을 침궁으로 모시거라! 지금부터 내 허락 없이는 아무도 중전의 침전에 들이지 말거라.”그 말은 중전을 궁궐 안에 연금시키겠다는 뜻이었다. 중전은 그의 결정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울부짖었다.“전하! 이러시면 안 됩니다! 서원이 저를 보지 못한다면 속상해할 것입니다!”하지만 평소에 통하던 눈물과 호소도 오늘만큼은 전혀 먹히지 않았다. 전하는 얼굴을 찌푸리며 중전이 데려온 몇몇 나인들을 향해 소리쳤다.“무얼 하느냐? 귀라도 잘라내야 알아듣겠느냐?”그 말에 나인들은 황급히 중전을 부축하며 궁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마마, 지금 전하께서는 화가 많이 난 상태입니다. 먼저 돌아가서 쉬시는 게 어떠신지요? 전하께서 옆에 계시니 김 의원도 큰일을 벌이지는 못할 것입니다.”그 말에 중전은 비로소 숨을 가다듬었다. 오늘 발생한 모든 일은 그녀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지금처럼 중요한 순간일수록 당황하지 말고 침착함을 유지해야 했다. 수춘궁을 나서며 중전은 나인들에게 명령했다.“세자를 찾아 오늘의 상황을 모두 알리도록 하라. 세자는 분명 해결책을 찾아낼 것이다.”“예!”중전은 몸을 돌려 다시 한번 수춘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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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0화

김단은 서원공주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김단은 전혀 개의치 않고 옆에 있던 윤이에게 조용히 말했다.“공주님을 침상으로 모시거라.”윤이는 조심스럽게 목욕 수건은 들고 다가가 공주의 젖은 몸을 닦아낸 뒤 침상으로 부축했다. 김단은 조용히 따뜻한 물을 한 잔 따라내어 공주에게 내밀었다.“공주님, 따뜻한 물로 몸을 녹이시지요.”그러나 서원공주는 손을 휘저으며 그 잔을 김단의 몸에 쏟아부었다.“물러나시오! 낭자의 가식적인 친절 따위는 필요 없소!”해독제를 복용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몸속 열기는 사라졌다. 약효가 이렇게 빠른 것을 보고 공주는 김단이 일부러 자신을 괴롭혔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김단은 물에 젖은 옷을 바라보며 아무 말 없이 방을 나섰다. 다만 문을 나서기 전, 그녀는 윤이를 한 번 바라보았다. 김단이 곧 자리를 비우자 윤이는 조용히 따뜻한 물을 따라 공주에게 건넸다.“공주님, 몸을 돌보셔야 합니다. 방금 겪은 일로 고뿔에 걸리시면 안 됩니다. 따뜻한 물을 드시고 몸을 녹이세요.”공주는 윤이의 붉어진 눈가를 보고는 잠시 분노를 삭이고 물 잔을 받았다. 따뜻한 기운이 목을 타고 흐르자 몸도 한결 편안해졌다.“한 잔 더 가져오거라.”“예, 공주님.”윤이는 또 다른 잔을 따라 공주에게 건넸다. 그녀는 이번에도 순식간에 잔을 비워버렸다.“공주님, 좀 나아지셨습니까?”서원공주는 윤이를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께서는 뭐라고 하셨느냐?”윤이는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김 의원과 소 장군은 그 향에 들어간 약에 대해 부인하셨습니다. 그분들은 그 향이 공주님께서 준비한 것이라고 말했거든요. 저는 공주님께 누명을 씌우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책임을 소 내관에게 돌렸습니다. 그 향은 내관께서 준비한 것이며 공주님과는 무관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서원공주는 가볍게 입꼬리를 올렸다.“오랜 시간 내 곁에 있었던 보람이 있구나. 눈치가 생긴 걸 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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