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단은 서원공주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김단은 전혀 개의치 않고 옆에 있던 윤이에게 조용히 말했다.“공주님을 침상으로 모시거라.”윤이는 조심스럽게 목욕 수건은 들고 다가가 공주의 젖은 몸을 닦아낸 뒤 침상으로 부축했다. 김단은 조용히 따뜻한 물을 한 잔 따라내어 공주에게 내밀었다.“공주님, 따뜻한 물로 몸을 녹이시지요.”그러나 서원공주는 손을 휘저으며 그 잔을 김단의 몸에 쏟아부었다.“물러나시오! 낭자의 가식적인 친절 따위는 필요 없소!”해독제를 복용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몸속 열기는 사라졌다. 약효가 이렇게 빠른 것을 보고 공주는 김단이 일부러 자신을 괴롭혔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김단은 물에 젖은 옷을 바라보며 아무 말 없이 방을 나섰다. 다만 문을 나서기 전, 그녀는 윤이를 한 번 바라보았다. 김단이 곧 자리를 비우자 윤이는 조용히 따뜻한 물을 따라 공주에게 건넸다.“공주님, 몸을 돌보셔야 합니다. 방금 겪은 일로 고뿔에 걸리시면 안 됩니다. 따뜻한 물을 드시고 몸을 녹이세요.”공주는 윤이의 붉어진 눈가를 보고는 잠시 분노를 삭이고 물 잔을 받았다. 따뜻한 기운이 목을 타고 흐르자 몸도 한결 편안해졌다.“한 잔 더 가져오거라.”“예, 공주님.”윤이는 또 다른 잔을 따라 공주에게 건넸다. 그녀는 이번에도 순식간에 잔을 비워버렸다.“공주님, 좀 나아지셨습니까?”서원공주는 윤이를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께서는 뭐라고 하셨느냐?”윤이는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김 의원과 소 장군은 그 향에 들어간 약에 대해 부인하셨습니다. 그분들은 그 향이 공주님께서 준비한 것이라고 말했거든요. 저는 공주님께 누명을 씌우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책임을 소 내관에게 돌렸습니다. 그 향은 내관께서 준비한 것이며 공주님과는 무관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서원공주는 가볍게 입꼬리를 올렸다.“오랜 시간 내 곁에 있었던 보람이 있구나. 눈치가 생긴 걸 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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