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단의 말에 육 군의의 눈동자에는 공포가 서렸다.“김 의녀, 제발 말로 해결하시오. 더 이상 나를 곤란하게 만들지 말란 말이오. 나는 정말 몰랐소. 그 아이가 첩자일 줄 누가 알았겠소? 우리 집안은 삼대째 군의관으로 복무해왔고 그 기록도 전부 남아있소. 나는 조선 사람이요. 그런 내가 간첩이라니, 무슨 말을 하는 것이오?”그렇게 외치던 그의 얼굴이 갑작스러운 복통에 일그러졌다. 그녀가 방금 마신 약에 무언가 탄 것이 분명했다. 순간, 과거의 기억이 그의 머릿속을 스쳤다. 예전에 김단이 아무렇지 않게 제조했던 약은 사실 한 방울로도 피를 토하게 만드는 맹독이었다. 그녀는 독을 다룰 줄 아는 여자였다. “3대째 군의관이라면, 군 내에서의 영향력도 상당하겠군요. 만약 군의관님께서 고문을 당했다는 소문이 퍼지면, 군 내에 큰 혼란이 일어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걱정 마십시오. 설령 군의관님께서 이 고통으로 죽는다고 해도 급성 질환으로 인한 사망으로 결론날 겁니다. 누구도 타인을 의심하지 않을 거예요.”그 사실이 지금 이 고통과 겹쳐지며 그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눈앞의 여인은 차갑고 침착했다. 그 어떤 감정의 결도 묻어나지 않는 것 같았다. 육 군의는 두 손을 벌벌 떨며 애원하기 시작했다.“김 의녀, 제발! 도대체 왜 이러는 것이오? 난 정말 아무것도 몰랐소.”김단은 그 애원이 눈에 차지 않는다는 듯 무표정으로 일관했다.“진실을 듣고 싶은 겁니다. 어젯밤 병사들이 던졌던 질문에 대한 답을 지금 여기서 솔직하게 말해주세요.”병사들은 이미 육 군의의 배경을 철저히 조사했기에 그가 첩자가 아니라고 확신했다. 그는 독살이나 암살 같은 계획에 연루되지 않았기에 그에게 고문을 가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다른 정보를 알고 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육 군의는 그저 입을 굳게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금 그는 묵묵히 고통을 견디고 있었다. 복부에선 끊임없이 쥐어짜듯 고통이 밀려오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그럼에도 그는 고개를 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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