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 입을 크게 벌렸다.그의 모습을 보고, 김단이 다시 말을 이었다.“한빙산을 해독하실 수 있으시면, 제 스승님으로 맞이하겠나이다.”앞서 노인이 한빙산은 약왕곡의 곡주가 지어낸 독이라고 하지 않았는 가.해독약은 오직 곡주만이 알고 있을 터.노인은 김단을 지그시 보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됐네. 나는 그저 자네가 의술에 재주가 있는 듯하여, 안타까운 마음에 제자로 삼고자 하였을 뿐이네. 허나 낭자가 뜻이 없다 하니, 더 말하여 무엇 하겠소!”아쉬운 표정의 노인을 보고, 김단은 찌푸린 눈살을 폈다.한빙산으로 잠시 속일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보아하니,노인도 모르는 것이 틀림없다.생각에 잠겨 있던 찰나, 노인이 홱 돌아서더니, 단숨에 밖으로 몸을 날렸다.김단은 눈을 커다랗게 떴다.소리를 지르기도 전에, 노인의 그림자 조차 보이지 않았다.제자를 들이지 못했다고, 김단을 이대로 두고 가는 것인가.차가운 바람이 불자, 김단은 벌벌 떨었다.그리고는 누각 밑을 한 번 바라보았다.너무 높지 않은가, 이곳에서 몸을 던지면 뼈가 부러질 것이 분명하다!“거기 누구 있소?”김단이 소리를 질러 보았지만, 낡은 누각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한참을 소리 질러도, 그녀는 어떠한 대답조차 듣지 못했다.꼭대기에는 바람을 막을 수 있는 곳 조차 없었다.김단은 자신의 두 팔을 끌어안으며, 천천히 자리에 주저앉았다.그저 목 씨 집안사람들이 자신을 찾을 것이라 믿었다.허나 얼마나 걸릴지 몰랐다.길상진이 크진 않으나, 작지도 않다.그리 쉽게 그녀를 찾을 수는 없지 않은가.이때, 김단은 무언가를 떠올렸다.품에서 수건을 꺼내어 하늘을 향해 날렸다.수건은 바람에 이끌려, 저멀리 날아갔다.멀리 날아가는 수건을 보며, 김단은 목 씨 집안사람들이 수건을 발견할 수 있도록 빌었다.풍향을 보고 자신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기를.김단은 그저 기다렸다.반 시진이 지나자, 차가운 바람에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했다.이때,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단아! 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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