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Chapter 1101 - Chapter 1110

1188 Chapters

제1101화

한선아는 날카롭게 하석호를 바라보다가 차가운 웃음을 흘렸다.“하 대표, 지금 내가 당신한테 따지지 않은 게 다행인 줄 알아. 현우 일, 내가 아직 따지지도 않았는데 감히 먼저 날 찾아와?”하석호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사모님, 너무 격앙되신 것 같습니다. 강 대표님 일이 저희도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하경이는 아무 잘못도 없습니다. 사모님께서 하경이한테 화를 내신다고 강현우 씨가 돌아오는 건 아니잖아요.”한선아는 이가 갈릴 정도로 이를 악물고 하석호를 노려보았다.“하석호, 내가 하경이 시어머니야. 며느리 혼내는 게 뭐 어때서?”그때, 병실 문가에서 깊고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우리 하경이를 훈계할 수 있는 사람은 우리 집안뿐입니다.”병실 문이 열리자 하병철이 집사의 부축을 받으며 등을 꼿꼿이 세운 채 안으로 들어섰다. 날카로운 눈빛이 곧장 한선아를 향해 꽂혔다.“하경이와 현우는 부부입니다. 함께 생사고락을 나눌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현우가 하경이를 구하려다 실종된 지금 어떻게 감히 하경이를 이토록 몰아세우실 수 있습니까?”하병철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묵직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현우를 찾는 것입니다. 남을 탓하고 분풀이할 때가 아닙니다. 괜히 원수 놈들에게 허점만 보이게 될 뿐이지요. 현우 어머님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십니까?”하병철의 말 하나하나가 단호했고 모두 윤하경을 감싸고 있었다.한선아는 단번에 상황을 깨달았다. 지금 강현우가 실종됐다는 사실이 외부에 새어나가기라도 하면 그의 주도로 안정되게 굴러가던 강한 그룹은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었다.지금은 민진혁이 임시로 그룹을 지탱하고 있었지만 시간이 길어질수록 입단속은 어려워지고 의심은 커질 것이었다.그때를 대비하려면 하씨 집안의 도움 없이는 그녀 혼자 강한 그룹을 지킬 수 없었다.한선아는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윤하경을 향해 시선을 내렸다. 평소에는 단정하고 교양 있는 척해도 속으로는 늘 칼을 품고 있는 여자답게, 필요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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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2화

하병철은 상황을 지켜보다가 앞으로 나와 하석호에게 조용히 말했다.“너 먼저 나가 있어라. 나는 하경이랑 할 얘기가 있다.”하석호는 잠시 머뭇거렸지만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고 밖으로 나가면서 방을 윤하경과 하병철에게 내주었다.“하경아...”“외할아버지!”윤하경은 더는 참지 못하고 붉어진 눈가에 금세라도 눈물이 쏟아질 듯 외쳤다.그러나 하병철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입 다물어! 네 눈물은 아무 도움이 안 돼!”갑자기 엄격해진 하병철에 놀란 윤하경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사실 이번에 윤하경도 크게 다쳐서 온몸에 여기저기 붕대를 감고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하병철은 금세 마음이 약해졌다.“지금 이렇게 울어서 뭐가 달라지겠어. 하경아, 꼭 기억해. 세상에서 가장 값없는 게 눈물이야. 생각해 봐. 혹시라도 현우를 찾지 못한다면 네가 강씨 가문의 분노를 어떻게 감당할 건지 각오가 되어 있니?”윤하경은 이를 악물고 고개를 저었다.그러다 이내 단호하게 말했다.“현우 씨는 꼭 찾을 수 있어요.”‘다들 흔히 말하지 않나. 나쁜 사람은 오래 산다고. 강현우 같은 사람이라면 이대로 쉽게 죽을 리 없어.’윤하경은 강현우가 반드시 살아 있을 거라는 믿음이었다. 하병철은 입술을 한 번 지그시 깨물더니 윤하경의 병상 곁에 앉았다.그리고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찾을 수만 있다면야 좋지. 하지만 지금 상황은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이야. 이렇게 오래도록 소식이 없다는 건... 아무래도 희망이 크지 않다는 뜻이야.”이 모든 사실을 윤하경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그래도 인정하고 싶지 않았고 무언가 말하고 싶었지만 하병철이 다시 한번 말을 끊었다.“그러니 네가 살아남으려면 이제는 강씨 가문에 네 존재 가치를 보여줘야 해. 그렇지 않으면 한선아 그 사람 성질에 제일 먼저 너부터 해치려 할 거야.”“하경아, 외할아버지는 오래 버틸 수 없어. 더 이상 너를 지켜줄 날이 얼마 남지 않았어.”“외할아버지...”윤하경은 그 말을 들으니 마음이 더 아리고 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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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3화

“구조대 책임자 말로는 여기서 기다리는 게 가장 안전하답니다. 산길도 험하고요...”윤하경은 그 말을 듣고 잠시 고개를 숙였다가 천천히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어둠이 내린 하늘에는 조용히 작은 별빛이 반짝이고 있었다.문득 윤하경은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쏟아졌던 유성우가 떠올랐다. 만약 지금이라도 하늘에 유성이 하나라도 흘러간다면 간절하게 바라는 소원이 꼭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소원은 오직 하나, 강현우를 꼭 찾는 일이었다.“대표님?”도연지가 한참 동안 아무 말 없는 윤하경을 조심스럽게 다시 불렀다.윤하경은 정신을 차리고 도연지를 바라봤다.“가자. 우리도 같이 찾으러 가자.”강현우가 실종된 게 자신 때문이라는 생각에 이대로 앉아서 기다리기만 한다면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차라리 직접 움직이며 수색에 함께하는 게 나았다.도연지는 윤하경의 다리를 한번 바라봤다.“그래도 의사 선생님이 더 쉬라고 하셨는데...”“괜찮아.”윤하경은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구조대에 가서 전해 줘. 내일 아침까지 기다릴 것 없이, 오늘 밤 당장 수색을 시작하자고. 그리고 오늘 밤에 바로 나가는 사람들에게는 보상금을 열 배로 올려 주겠다고 해.”이렇게 가만히 기다리기만 하는 시간은 더는 견딜 수 없었다. 도연지는 윤하경이 이미 마음을 굳힌 걸 알기에 더 말리지 않았다. 고개를 끄덕이고 곧장 아래로 내려가 그녀의 지시대로 움직였다.강현우가 실종된 그 강가 주변은 이미 수색대가 위아래로 몇 번씩 뒤졌지만 아무런 흔적도 찾지 못했다.윤하경은 구조대의 뒤를 따라가면서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손끝이 차가워지고 마음이 점점 무거워졌다.그래도 손을 꼭 쥐고 자신을 다독였다.‘아니야, 강현우는 반드시 살아 있을 거야.’...한편, 모성 아래에 자리한 작은 마을.한 소녀가 창밖을 내다보았다. 요즘 들어 마을에 낯선 사람들이 부쩍 많아진 것이 눈에 띄었다. 잠시 망설이던 소녀는 이내 조용히 창문을 닫았다.창문을 닫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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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4화

처음에는 그냥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색을 해봤을 뿐인데 정말로 강현우의 정체가 밝혀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강현우의 신분을 알아낸 순간, 백지유의 머릿속은 그대로 멍해져 버렸다.유미진은 한 번 더 방안을 살피며 물었다.“이 사람 혹시 계속 못 깨어나는 건 아니겠지? 정말 못 깨어난다면 우리가 괜히 애써 구한 거잖아.”백지유는 고개를 저었다.“그럴 리 없어요. 할아버지께서 곧 깨어날 거라고 하셨어요.”유미진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일단 일주일만 더 기다려보자. 그래도 안 깨어나면 그때는 내보내야겠다.”“네, 조금 있다가 할아버지 오시면 약 더 지어달라고 말씀드릴게요.”유미진은 알겠다는 듯 대답하고 묵직한 몸을 돌려 방을 나갔다.백지유는 다시 방으로 돌아와 침대 옆에 앉았다. 누워 있는 강현우의 조각 같은 얼굴을 바라보는 순간, 심장이 두근거렸다.강현우를 데려온 지도 벌써 보름 가까이 되었지만 볼 때마다 백지유는 그 얼굴을 볼 때마다 마음이 간질간질해졌다.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다소 거친 손끝으로 강현우의 얼굴선을 따라 쓰다듬었다. 그리고 문득 무슨 생각이 났는지 얼굴이 붉어지더니 황급히 손을 거뒀다.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백지유는 마음을 다잡고 문을 열었다.“할아버지.”백중인은 하얀 수염을 쓰다듬으며 방 안으로 들어서더니 침대 곁에 앉아 강현우의 맥을 짚어보았다.“오늘 상태는 좀 어떤가? 내가 지어준 약은 다 먹였지?”“네, 다 드렸어요.”백중인은 눈을 가늘게 뜨고 강현우의 맥을 느꼈다.그 순간, 갑자기 그의 손목이 꽉 잡혔다. 눈을 뜬 백중인은 차가운 눈빛을 한 강현우와 마주쳤다.“당신은 누구...?”오랜만에 목을 쓰는 탓인지 강현우의 목소리는 몹시 거칠고 쉰 듯했다. 그 눈빛에 백중인은 저도 모르게 깜짝 놀랐다.옆에 있던 백지유는 강현우가 깨어난 것을 보고 놀라기보다 그가 할아버지 손목을 잡고 있는 모습에 먼저 달려들었다.“놔! 우리 할아버지는 네 병 고쳐주려고 온 사람이야.”강현우는 인상을 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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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5화

백중인은 평생 한의사로 살아오며 온갖 환자를 만나왔지만 역시 모든 병이 자신의 손에 달린 건 아니었다. 이번에도 그저 해볼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보는 수밖에 없었다.백중인이 진료실을 나가자 백지유도 강현우를 진정시키고 나서 조용히 아래층으로 내려왔다.“할아버지.”백지유는 조심스럽게 진료실로 들어서며 백중인을 불렀다.백중인은 고개를 돌려 백지유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네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알고 있다. 그 사람 병은... 나을 수도 있고 아니면 영영 그대로일 수도 있다.”그 말을 들은 백지유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잠시 머뭇거리던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할아버지, 혹시... 그 사람이 예전 기억을 영원히 못 찾게 할 수 있는 약은 없어?”이런 말이 잔인하다는 걸 자신도 잘 알았다.하지만 이런 기회를 놓치면 평생 이 산골짜기에서 벗어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들었다.백중인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그 모습을 본 백지유는 실망스러운 듯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알겠어요...”백지유는 혼자 중얼거리며 곧장 다시 위층으로 올라갔다.강현우는 원래 경계심이 강한 사람이었다. 백지유가 방에 들어섰을 때, 그는 이미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왜 벌써 일어났어? 할아버지가 아직 다 안 나았으니까 좀 더 쉬라 그랬잖아.”백지유는 미리 씻어둔 과일을 조용히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강현우는 손으로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머릿속이 온통 흐릿하고 무엇 하나 또렷하게 떠오르지 않았다. 희미한 안개처럼 모든 게 뿌옇게 엉켜 있어서 생각하면 할수록 머리가 아팠다.“나, 대체 누구야?”강현우가 고개를 돌려 백지유를 바라봤다.백지유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너 이름은... 현우야. 내 남자 친구고 며칠 전에 나랑 산에 약초 캐러 갔다가 실수로 절벽에서 떨어졌어. 그래서 우리가 널 데려와서 치료해 준 거야. 근데 왜 기억을 잃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백지유는 마지막에 결국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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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6화

아래층으로 내려온 백지유는 아까 강현우에게 했던 말을 유미진에게 조심스럽게 털어놓았다.유미진은 딸의 말을 듣자마자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역시 우리 지유밖에 없네. 일단 정부터 붙여 놔. 나중에 그 사람이 기억을 찾아도 결국 너랑 같이 있을 수밖에 없지.”백지유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유미진이 얼마나 현실적인 사람인지, 돈을 얼마나 중하게 여기는지 잘 알고 있었다.이때 조심스럽게 백지유가 말했다.“엄마, 꼭 아빠한테도 말씀해 주세요. 실수로라도 말이 새어 나가면 안 되니까요.”유미진은 가슴에 손을 얹고 장담했다.“걱정하지 마. 꼭 그럴게.”유미진이 막 말을 끝내자 시선이 백지유의 등 뒤로 향했다. 백지유도 이상함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더니 백중인이 바로 뒤에 서 있었다.“할아버지...”이 집에서 백지유가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이 바로 백중인이었다.“할아버지, 저 정말 이것만 바래요. 도와주세요.”백지유는 입술을 꼭 깨물고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간절히 말했다.백중인은 그런 손녀를 바라보며 묵직하게 물었다.“네가 이런 말을 하면 어떤 결과가 올지 정말 알고 있어? 그 사람, 아무리 봐도 평범한 사람은 아니야. 만약 어느 날...”“그래도 괜찮아요!”백지유는 갑자기 목소리를 높이고는 그대로 밖으로 달려 나가 버렸다....한편, 윤하경은 광산에 머문 지도 벌써 보름이 넘었지만 여전히 강현우에 대한 소식은 단 한 줄도 들려오지 않았다.윤하경은 날이 갈수록 초췌해졌고 밤에도 세 시간도 채 못 자는 날이 계속됐으며 큰 죄책감 탓에 눈만 감으면 악몽에 시달렸다.“대표님, 내일 병원에서 재검받아야 하는데 헬리콥터 불러드릴까요?”도연지는 담요를 꺼내 윤하경의 어깨에 살포시 덮어주며 물었다.“대표님, 오늘 한 구조대 팀이 내일이면 철수할 거라고 해요. 강 대표님 소식이 계속 없으니까...”도연지는 더 이상 불길한 이야기를 꺼내지 못했다.윤하경은 가만히 이를 악물었다. 마음속에서는 이미 모든 가능성을 받아들이고 있었지만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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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7화

백지유는 잠깐 긴장했지만 요즘 강현우를 찾는 사람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게 생각나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미소를 지었다.“여기. 내가 직접 산 건데 한번 입어봐. 사이즈가 맞는지 보려고.”강현우는 잠깐 옷을 흘끗 보더니 곧 다시 고개를 숙이고 책을 읽었다....다음 날 아침, 윤하경은 근처 읍내 병원으로 다리 검진을 받으러 갔다. 비록 의료 시설은 별로였지만 먼 모성까지 오가며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윤하경 씨, 다리 회복 상태가 그리 좋지 않네요.”의사는 검사 결과를 들여다보며 말했다.“한동안은 무리하지 말고 꼭 푹 쉬셔야 합니다.”윤하경은 잠시 고개를 숙였다.“감사합니다. 진통제만 처방해 주세요.”아직 강현우를 찾지 못했는데 어떻게 편히 쉴 수 있겠는가.의사는 고개를 저으며 잠깐 고민하다가 별다른 말 없이 한숨을 쉬고는 진통제와 함께 상처에 좋은 약도 추가로 처방해 주었다.윤하경은 병원을 나와 머리 위의 강한 햇살을 바라보았고 타오르는 햇볕에 머리가 어지러웠다.그 순간, 윤하경은 문득 자신이 이토록 지켜온 희망이 과연 의미가 있는지 이대로 정말 강현우가 세상을 떠난 건 아닌지, 마음이 흔들렸다.'내가 여기서 이렇게 버티는 게 과연 맞는 걸까...'쏟아지는 햇빛 사이로, 윤하경은 또다시 환영처럼 강현우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내가 진짜 미쳐가는 건가...’요즘 들어 계속 강현우의 환영을 보는 일이 반복됐다. 혹시나 해 달려가면 어느새 그는 사라져 버렸다.이번에도 윤하경은 맞은편에 선 강현우의 모습이 눈에 들어와 고개를 돌렸다.헛웃음을 짓고 살짝 젖은 눈가를 손등으로 훔쳤다.“현우 씨...”그때, 갑자기 낯익은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현우야!”목소리의 주인이 강현우 곁으로 다가가 생수를 건네는 모습이 보였다.“현우야, 오늘 하루 종일 일자리 구하느라 힘들었지? 피곤하지?”강현우는 고개를 저었다.“괜찮아. 일단 집에 가서 좀 쉬었다가 다시 나와볼게.”“응!”백지유는 강현우의 팔을 꼭 잡고 나란히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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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8화

“이 마을이 광산이랑 가깝잖아. 만약에 강 대표님이 정말 여기 계셨으면 진작에 소문이 났을 거예요.”“아니야! 나 정말로 봤어!”윤하경은 도연지의 말을 끊고 울먹이며 소리쳤다.“지금 당장, 전부 이 마을로 불러서 다시 찾아봐. 한 명도 빠짐없이!”도연지는 그 기세에 순간 당황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네, 바로 전화할게요.”윤하경은 직속 상사였으니 더 이상 반박할 생각은 없었다.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윤하경이 착각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 도연지는 한숨을 내쉬며 전화를 걸기 위해 조용히 자리를 비켰다.한편 윤하경은 아까 강현우가 사라진 쪽으로 온 힘을 다해 달려갔다. 하지만 다리가 성치 않아 얼마 못 가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도연지는 전화를 마치자마자 달려와 윤하경을 부축했다.“대표님,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이미 떠난 사람을 무턱대고 찾기에는 지금은 너무 막막해요. 정말 강 대표님이 이 마을에 계신다면 이렇게 인원을 동원하면 분명 찾게 될 거예요. 조금만 진정하세요.”윤하경도 그 말이 틀린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희망을 놓을 수 없어서 마음이 계속 조급했다.입술을 꼭 깨물고 참으려다 보니 그제야 온몸의 상처가 더 욱신거리기 시작했다.도연지가 조심스럽게 윤하경의 손을 보았더니 넘어질 때 긁힌 상처에 피가 배어 있었다.“대표님, 손 다치셨어요. 먼저 치료부터 받아야 해요.”윤하경은 한동안 움직이지 못하다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만약 정말 강 대표님을 찾는다면 이렇게 지친 모습으로 마주칠 순 없잖아요. 그러니까 우선 치료부터 받아요.”그제야 윤하경은 겨우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응, 알겠어. 가자.”도연지는 윤하경을 부축해 병원으로 데려갔다. 치료를 받고 나온 뒤에도 윤하경은 병원 복도 의자에 앉아 좀처럼 자리를 뜨지 못했다.원래는 직접 수색에 나서고 싶었지만 도연지가 강하게 말렸다.“대표님, 몸이 이래서는 오히려 방해만 될 거예요. 여기서 기다리시는 게 맞아요.”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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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9화

“무슨 일인데?”유미진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백지유를 바라봤다.백지유는 엄마가 계속 캐묻자 발을 동동 굴렀다.“아, 엄마도 참, 너무 궁금해하지 말고 그냥 기다려요. 곧 엄마 고생 안 하고도 잘살 수 있게 해드릴 테니까요.”유미진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이번 한 번만 더 믿어볼게.”깊은 밤, 백지유는 우유 한 잔을 들고 조심스럽게 2층으로 올라갔다. 강현우 방문을 살며시 열자 책상 앞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강현우가 눈에 들어왔다.이상하게도 강현우는 본능적으로 책을 가까이했다. 최근에는 백지유에게 부탁해서 경제나 재테크 관련 책들을 몇 권이나 사 오게 했다. 백지유는 부탁받는 족족 책을 사다 주었다.“현우야, 벌써 늦었는데 우유 마시고 좀 쉬어. 건강에는 잠이 최고라니까.”강현우는 책에서 눈을 떼고 백지유를 바라봤다.“괜찮아. 넌 먼저 자. 나 이 책만 다 읽고 잘게.”그러면서 백지유가 건네준 우유를 천천히 들어 올렸다. 그 모습에 백지유는 자신도 모르게 두 손을 꼭 맞잡았다. 조금은 긴장되고 왠지 모르게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마침내 강현우가 우유를 마시려던 순간, 아래층에서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문 좀 열어보세요! 아무도 없습니까, 문 좀 열어요!”“아, 깜짝이야...”백지유는 너무 놀라 그 자리에서 움찔했다.강현우도 우유 잔을 내려놓고 찡그린 얼굴로 아래층을 바라봤다.“이 밤중에 누가 온 거지?”백지유는 잠시 강현우가 손을 뗀 우유 잔을 바라보다가 애써 웃으며 말했다.“모르겠어. 아마 누가 급하게 할아버지 진료 보러 온 걸 거야. 이런 일이 가끔 있거든. 현우야, 넌 그냥 푹 쉬어. 내가 내려가서 볼게. 괜히 신경 쓰지 말고.”강현우는 별다른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책으로 시선을 돌렸다.백지유는 불안한 마음을 안고 조심스럽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이미 유미진이 잠에서 깨 대문을 열고 투덜거리고 있었다.“누구세요, 이 밤에 남의 집에서 뭘 그렇게 두드려요!”“아주머니 저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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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0화

방에 들어온 남자는 강현우를 보자 깜짝 놀라더니 곧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강 대표님, 정말 맞으시네요! 진짜 살아계셨다니!”강현우는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당신들 누구야?”그중 선두에 있던 남자 고서림은 감격한 듯 말했다.“하경 씨가 대표님을 정말 오랫동안 찾으셨거든요.설마 진짜로 여기 계실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하경 씨?”강현우는 미간을 좁히며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서림을 바라봤다.고서림은 한 치 망설임 없이 강현우의 팔을 잡아끌었다.“하경 씨가 병원에서 대표님 오시기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늘 대표님을 봤다고 하셔서 저희도 반신반의하며 수색에 나섰는데 이렇게 바로 뵙게 될 줄은 몰랐네요.”그렇게 말하며 강현우를 계단 쪽으로 이끌었다. 아직 계단을 다 내려가기도 전에 백지유가 다급하게 달려와 둘을 가로막았다.눈가가 벌겋게 달아오른 백지유는 결국 자신이 한발 늦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팠다.“현우야...”백지유가 간절하게 부르자 강현우는 그녀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나 잠깐 다녀올게. 집에서 기다리고 있어.”백지유는 입술을 깨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럼, 다시... 돌아올 거야?”강현우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비록 기억을 잃었어도 몸에 밴 습관과 경계심만은 남아 있었다. 오늘처럼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몰려온 상황, 그리고 백지유의 반응을 보고 대략 감을 잡을 수 있었다.그는 아무 대답 없이 계단을 내려가 고서림과 함께 대기 중이던 차에 올랐다.한편, 병원.윤하경이 병원 복도에서 지친 얼굴로 오랜 시간을 버티고 있었다. 처음에는 간절히 기다렸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의심이 밀려왔다.‘이렇게 작은 마을에서 이 정도로 많은 사람이 샅샅이 뒤졌는데도 못 찾으면... 혹시 정말 내가 착각한 게 아닐까?’손끝을 꽉 쥔 채,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어 아픈지도 모르고 있었다.“연지야, 내가... 진짜 잘못 본 걸까?”윤하경은 몇 번이나 똑같은 질문을 반복했다.도연지는 피곤한 기색을 감추며 대답했다.“대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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