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우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윤하경 쪽으로 돌아와 직접 문을 열어줬다.“내려.”강현우는 고개를 숙이며 윤하경을 내려다봤다.윤하경은 강현우의 얼굴이 지나치게 굳어 있는 걸 보고 쉽게 움직이지 못했다. 그러자 강현우는 잠시 침묵하다가 차갑게 물었다.“스스로 내릴래, 아니면 내가 안아줄까?”윤하경은 재빨리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저 혼자 내려갈게요.”윤하경은 지난 경험을 떠올리며 얌전히 따르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 윤하경이 차에서 내려 강현우의 팔에 손을 걸자, 강현우의 표정은 조금 누그러졌고 굳게 다물린 입매도 살짝 풀렸다.윤하경이 눈앞에 펼쳐진 장면을 보자 다시금 숨이 멎는 듯했다. 끝없이 펼쳐진 장미밭에는 붉은 장미, 흰 장미, 분홍 장미가 한데 어우러져 있었고 바람이 불 때마다 꽃잎이 춤추듯 흔들렸다.윤하경은 자신이 거대한 바닷속에 잠긴 작은 물방울이 된 듯한 착각에 빠졌다. 코끝을 스치는 짙은 장미 향기는 달콤하면서도 아찔해, 윤하경은 순간 어지러울 정도였다.강현우는 윤하경의 손을 잡고 꽃밭 한가운데로 이끌었다. 윤하경은 그제야 장미로 장식된 무대가 세워져 있는 걸 발견했다.강현우는 윤하경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낮게 말했다.“오늘은 리허설이야. 대략 순서만 익혀 두면 당일에 허둥대지 않을 거야.”윤하경은 눈을 크게 뜨며 강현우를 바라봤다. 마음속에서 복잡한 감정이 밀려왔다. 강현우처럼 바쁜 사람이 이런 준비까지 신경 쓸 줄은 몰랐다. 윤하경은 강현우가 회사 일에만 매달려 있다고 생각했는데 웨딩 준비도 차근차근 챙기고 있었던 것이다.윤하경은 문득 자신이 그저 뒤에 숨어 누리기만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윤하경은 강현우가 본래 형식적인 의식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강현우가 이렇게까지 준비하는 건 오직 윤하경을 기쁘게 해주려는 마음뿐이었다. 그 생각이 미치자, 윤하경은 고마움과 미안함이 뒤섞인 채 가슴이 뭉클하게 저렸다.“왜 이제야 말하는 거예요…”한참을 참다 입을 뗀 윤하경의 목소리는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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