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Chapter 1331 - Chapter 1340

1416 Chapters

제1331화

유호천은 짧게 대답만 하고 다시 소지연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잠시 망설이던 그는 침실로 가 옷 한 벌을 챙겨 들고 욕실 앞에 섰다. 그런데 아직도 오윤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걸 보자 얼굴이 굳어졌다.“아직도 안 나가고 뭐 하는 거야? 소지연 지금 옷도 못 입고 있는데 좀 비켜줘.”그 말에 오윤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그는 비웃듯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옷을 못 입은 건 저도 압니다. 그렇다고 제가 자리를 비울 수는 없죠. 당신이 이 여자분한테 무슨 짓을 할지 어떻게 믿습니까. 저는 여기서 소지연 씨 안전을 지켜야 합니다.”유호천은 손에 쥔 옷자락을 꽉 움켜쥐며 핏줄이 불거졌다. 억눌러도 억눌러도 치밀어 오르는 화를 간신히 삼키고 이를 악문 채 말했다.“난 너랑 달라.”“뭐가 다르죠?”오윤은 싸늘하게 비웃었다.“겉으로는 남자인데 속은 여자라는 겁니까?”그는 대놓고 조롱하며 유호천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유호천은 본래 성질이 불같았다. 금세 두 걸음을 옮겨 오윤 앞으로 다가서며 다시 손이 올라갈 뻔했다. 그 순간, 바닥에 쓰러져 있던 소지연이 힘겹게 목소리를 냈다.“그만!”그녀는 고개를 돌려 두 사람을 노려보며 날카롭게 소리쳤다.“둘 다 나가!”차갑게 식어버린 욕조 물에 한참이나 누워 있었고 종아리에는 찢어질 듯한 통증이 계속 치밀어 올라왔다.눈물이 날 만큼 아팠지만 꾹 참고 있던 차에 두 남자가 바로 앞에서 언성을 높이니 머리까지 지끈거렸다.유호천과 오윤은 동시에 그녀를 보며 물었다.“우리가 나가면 넌 어떻게 하려고?”이번만큼은 두 사람의 말이 기묘하게도 똑같았다.소지연은 입술을 깨물고 숨을 고르더니 곧 오윤을 향해 말했다.“여자 직원 좀 불러주세요. 옷 입는 걸 도와주시면 됩니다. 부탁드려요.”심한 고통 속에서도 그녀의 말투는 여전히 정중했다.오윤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그는 곧장 무전기를 꺼내 호출하려 했지만 몸을 돌리는 순간 아직도 유호천이 그 자리에 버티고 있는 걸 발견했다.시선은 소지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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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2화

“그래?”오윤은 비웃듯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제 눈에는 전혀 그렇게 안 보이는데요.”그 말에 유호천의 눈빛이 매서워졌다. 살기 어린 시선으로 오윤을 노려보는 모습은 당장이라도 달려들 기세였다. 어릴 적부터 부유하게 자라 상류 사회에서 지내며 자연스레 배인 기세가 몸에 배어 있었다.하지만 오윤은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오히려 똑바로 시선을 맞추며 물러설 기색조차 없었다.팽팽한 기류가 이어지다, 유호천은 싸늘하게 비웃으며 말했다.“좋아. 후회하지 마.”누가 봐도 오윤이 소지연에게 특별한 감정을 갖고 있음은 분명했다. 어제부터 지금까지 그의 태도는 지나치게 노골적이었다.그렇게 말을 남긴 유호천은 돌아서 방을 나갔다.곧 의료진이 도착해 소지연은 들것에 실렸고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그녀는 아직 살아야 했다. 윤하경이 자신이 임신했다고 알려왔고 자신은 그 아이의 대모가 되어야 했으니까.유호천은 방으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고 곧장 차를 몰아 구급차를 따라 병원으로 향했다.병원에 도착했을 때 이미 오윤도 와 있었다. 검사 내내 오윤은 곁을 지키며 그녀를 챙겼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칠 때마다 불편한 기운이 흘렀다.오윤은 비웃으며 입을 열었다.“호천 씨, 참 뻔뻔하시군요. 제가 아까 직접 물었는데 소지연 씨는 당신을 아예 모른다고 하시던데요?”유호천은 그 말이 단지 화가 나서 내뱉은 말이라는 걸 알았다. 하지만 오윤의 입에서 나오자 주먹이 절로 움켜쥐어졌다.그는 싸늘하게 비웃었다.“설마 내가 없으면 지연이가 널 좋아할 거라고 믿는 건 아니겠지? 잘난 척도 정도껏 해. 결국 웃음거리 되는 건 네 쪽일 테니까.”오윤은 태연히 어깨를 으쓱했다.“그래서 뭐 어때요? 안 해보면 어떻게 압니까?”그의 태도에는 거리낌이 없었다. 오히려 당당하게 소지연을 향한 마음을 드러내고 있었다.유호천의 눈빛이 깊어졌고 이빨을 꽉 깨물며 성큼 다가서며 낮게 말했다.“충고 하나 해주지. 지연이한테 가까이 오지 마.”오윤은 물러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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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3화

소지연이 수술실에서 나온 건 두 시간이 지난 뒤였다.문 앞에는 여전히 유호천과 오윤이 서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마취가 덜 풀린 탓에 정신이 또렷하지 않은 소지연은 침대가 밀려 나오자마자 눈앞에 선 유호천을 보고 본능적으로 얼굴을 찌푸렸다.그리고 흐릿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며 힘겹게 물었다.“너 또 왜 왔어... 언제까지 날 괴롭힐 거야?”앞으로 나서려던 유호천은 그 말에 걸음을 멈췄다.오윤은 순간 그를 비웃으려다, 얼굴에 스친 상처받은 기색을 보고는 입을 다물었다.오윤이 곧장 침대 옆으로 다가갔다.“지연 씨, 당분간은 제가 곁에서 돌보겠습니다.”소지연은 힘겹게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어딘가 본 적 있는 얼굴 같았지만 흐릿한 기억 탓에 끝내 떠올리지 못하고 고개를 저었다.“싫어요... 둘 다 싫어요. 하경아...”그녀의 머릿속에는 오직 윤하경뿐이었다. 흥분한 기색이 역력해지자 오윤은 ‘하경’이 누구인지 알 수 없어 어쩔 줄 몰라 했다.그때 유호천이 휴대폰을 들고 다가왔다.“하경이는 지금 한국에 있어. 네 모습을 휴대폰으로 보고 있어.”이례적으로 유호천의 목소리에는 인내가 묻어 있었다. 화면 속에 윤하경이 나타나자 그녀는 깜짝 놀란 얼굴로 소지연을 바라봤다. 손에 들고 있던 젓가락도 떨어뜨린 채 서둘러 강현우의 손에서 휴대폰을 낚아챘다.“지연아, 어떻게 된 거야?”아직 한국은 아침 식사 시간. 조금 전까지 강현우 품에 안겨 식탁에 앉아 있던 윤하경은 영상이 연결되자마자 다급하게 휴대폰을 움켜쥐었다.마치 당장이라도 화면 속으로 뛰어 들어가 소지연 곁에 있고 싶다는 듯했다.익숙한 목소리를 들은 순간, 소지연의 눈가에는 눈물이 고였다.“하경아...”그녀는 입술을 떨며 어린아이처럼 투정 섞인 목소리를 냈다.“너무 아파...”윤하경은 숨이 막힐 듯 가슴이 조여 왔다. 하지만 곧 그녀가 횡설수설하는 걸 보고 마취가 덜 풀려 정신이 흐린 걸 눈치챘다.윤하경은 심각한 얼굴로 유호천을 노려보며 물었다.“대체 무슨 일이야?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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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4화

강현우는 손을 닦고 새우를 윤하경의 그릇에 놓아주더니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자 이제 네 생각은 어때?”윤하경은 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좁혔다.“하지만 지연이가 분명히 말했잖아요. 이제 유호천을 좋아하지 않는다고요.”강현우는 살짝 미소 지으며 눈썹을 올렸다.“확실해? 하지만 유호천은 진심으로 지연이를 사랑하고 있어.”잠시 말을 멈춘 그는 담담히 덧붙였다.“고모 말로는 유호천이 지연이를 찾아가겠다면서 집안과의 관계까지 끊을 각오를 했다더라. 그 정도면 한 번쯤 기회를 줄 만하지 않겠어?”“집안과의 관계를 끊는다고요?”윤하경은 뜻밖이라는 듯 눈을 크게 떴다. 그런 결심까지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하지만...”강현우는 윤하경의 말을 자르듯 반찬을 집어 그녀의 접시에 올려주며 차분히 이어갔다.“만약 이번에도 지연이가 유호천을 용서하지 못한다면 돌아온 뒤에는 내가 직접 나서서 다시는 지연이 곁을 맴돌지 못하게 할 거야.”윤하경은 여전히 고개를 저으며 날카롭게 말했다.“가족과의 관계를 끊는 건 유호천의 선택일 뿐이에요. 지연이 마음과는 아무 상관 없잖아요. 지연이는 이미 유호천한테 아무 감정도 없다고 했어요.”“좋아.”강현우는 느긋하게 웃으며 그녀를 바라봤다.“그럼 우리 한번 내기해 보자고. 지연이 마음속에 아직 유호천이 남아 있는지 없는지.”“내기요?”윤하경은 고개를 갸웃하며 그를 바라봤다.강현우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만약 지연이 마음속에 아직도 유호천이 있다면 넌 더 이상 두 사람의 일을 막지 마. 내가 직접 고모를 설득해 지연이 편을 들어줄 테니까. 하지만 정말 감정이 없다면 내가 있는 한 유호천은 다시는 지연이를 괴롭히지 못할 거야.”강현우의 자신감 가득한 얼굴을 본 윤하경은 잠시 고민에 잠겼다. 곰곰이 따져보니 이 내기는 어느 쪽이든 지연이에게 손해가 될 게 없었다.만약 아직 유호천에 대한 감정이 남아 있다면 강현우가 중재해 두 사람의 관계가 조금은 나아질 수도 있을 테고 정말 마음이 완전히 떠난 거라면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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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5화

“네가 싫다면 안 해도 돼. 다만 유호천이 어떻게 나올지는 내가 막을 수 없어.”강현우는 아무렇지 않게 젓가락을 들어 음식을 집었다.윤하경은 이를 악물며 그를 노려봤다.조금 전 그가 내건 조건은 차마 입에 담기도 민망한 말들이라, 떠올리기만 해도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그런데도 그의 말 속에는 무시할 수 없는 진실이 있었다. 유호천은 원래도 소지연의 행방을 파악하는 데 능했고 이번에도 굳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따라간 건 분명 진심 때문일 것이다.만약 강현우의 말처럼 이번 기회가 마지막 시험대가 된다면 결과가 어떻든 결국 소지연에게 나쁠 건 없었다.윤하경은 눈을 질끈 감았다가 체념하듯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그렇게 해요.”말을 내뱉자마자 그녀는 투덜대듯 코웃음을 치고는 곧장 위층으로 향했다.소지연이 혼자 아스이란드에 있는 게 마음에 걸려 항공권을 알아보려던 참이었다.하지만 엘리베이터 앞에 섰을 때, 강현우의 목소리가 뒤에서 날아왔다.“지금은 가지 마. 억지로 가면 내기 자체가 무효야.”윤하경은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섰다.“왜요? 제가 못 갈 이유라도 있어요?”강현우는 옆눈으로 그녀를 훑고는 태연히 말했다.“방금 네가 동의한 조건 때문이지.”그러고는 시선을 아래로 내려 그녀의 배를 가볍게 스쳤다.“게다가 의사가 뭐라고 했어. 무리하면 안 된다고 했잖아.”윤하경은 반박하려다 끝내 입을 다물었다.“알았어요. 안 가면 되잖아요.”마침 이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윤하경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안에 들어갔고 이윽고 2층 자기 방으로 사라졌다. 강현우는 그녀가 씩씩대며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며 피식 웃더니 고개를 살짝 저었다.방에 돌아온 윤하경은 다시 소지연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 잠시 전보다 정신이 맑아진 소지연은 그녀의 물음에 곤란한 듯 방 안을 둘러봤다. 그곳에는 여전히 두 남자가 버티고 있었다.“저 이제 괜찮으니까, 제발 둘 다 돌아가요.”소지연은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그러나 유호천은 묵묵히 서 있을 뿐 물러설 기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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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6화

윤하경은 잠시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다가 결국 침대 위에서 곯아떨어졌다.임신 후부터인지, 예전보다 훨씬 쉽게 졸음이 몰려왔다.잠시 후 강현우가 위층으로 올라왔을 때, 윤하경은 이미 깊이 잠들어 있었다.그는 조용히 다가가 그녀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가 깨우지 않고 고개를 숙여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그러고는 조용히 돌아섰다....시간은 빠른 듯 더디게 흘렀다. 윤하경이 납치당하고 피까지 흘린 뒤로, 강현우는 그녀를 특별히 신경 쓰며 보호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곁에 있던 경호원들을 모두 교체해, 전부 여자 경호원으로 붙여두었다.어디를 가든 그림자처럼 따라붙었고 화장실에 갈 때조차 문 앞에 건장한 여경호원 둘이 서 있었다. 윤하경은 울고 싶어도 울 수도 없었고 강현우에게 불평해도 통하지 않았다. 그저 체념한 채 하루하루를 흘려보낼 수밖에 없었다.그렇게 반달이 조금 넘게 흘렀을 무렵, 드디어 소지연에게서 연락이 왔고 내일 귀국한다는 소식이었다.윤하경은 그야말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오랜만에 강현우 말고도 속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돌아온다는 사실이 반가웠다.흥분한 채 전화를 끊고 거실로 나가니 막 들어온 강현우와 마주쳤다.“지연이가 내일 돌아온대요.”윤하경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알고 있어.”강현우는 태연하게 대답했다.“알고 있었어요?”윤하경은 잠시 멈칫하다가 이내 눈을 가늘게 떴다.“유호천이 알려준 거죠?”강현우의 입꼬리가 미묘하게 움직였고 윤하경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제가 아까 지연이한테 물어봤는데 여전히 유호천이 귀찮다고 했어요. 다시는 엮이고 싶지 않대요.”강현우는 짧게 대꾸했다.“그래서?”윤하경은 잔뜩 의기양양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그래서 현우 씨가 진 거잖아요. 이제 유호천이 지연이를 못 괴롭히게 해야죠.”하지만 강현우는 오히려 피식 웃으며 그녀를 벽으로 몰았다.“벌써 승부가 난 것처럼 말하네.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그의 눈빛은 차가운 듯했지만 어딘가 장난스러운 기운이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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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7화

윤하경은 강현우가 바로 뒤에 서 있는 것도 모른 채, 아이 방 꾸미기에 온전히 빠져 있었다.그러다 갑자기 뒤에서 그의 팔에 안기자 화들짝 놀라 몸이 굳었지만 코끝을 스치는 익숙한 차가운 향기에 마음이 금세 가라앉았다.“왜 준비한 게 다 딸아이 용품뿐이야?”강현우가 낮게 웃으며 물었다.“혹시 아들이면 어떡할 건데?”윤하경은 코끝을 찡긋하며 받아쳤다.“아들이면 현우 씨랑 서재에서 자면 되죠. 아기방이 왜 필요해요.”강현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뭐? 그럼 나까지 내쫓겠다는 거야?”강현우가 미간을 찌푸리자 윤하경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당연하죠. 딸 못 낳은 죄로 쫓겨나는 거예요.”강현우는 눈을 가늘게 뜨고 윤하경의 아직 평평한 아랫배를 내려다보다가 의미심장하게 입꼬리를 올렸다.두 사람의 웃음소리가 방 안에 번지는 그때, 문밖에서 하인이 노크를 했다.“대표님, 사모님. 진해리 씨가 오셨습니다.”“진해리?”윤하경은 곧장 눈을 반짝였다.“정말?”하인이 고개를 끄덕이자 윤하경은 급히 몸을 일으켰다.“얼른 차라도 대접해 드려요. 저 바로 내려갈게요.”얼마 전 진해리 집에서 돌아오는 길에 납치를 당한 기억 때문에 강현우는 그 뒤로 그녀가 직접 찾아가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게다가 진해리는 출산한 지 얼마 안 돼 몸조리가 필요했으니 윤하경도 일부러 찾아가진 않고 메시지로만 연락을 이어갔다. 그런데 이제 산후조리를 막 끝내고 답답함을 못 이겨 먼저 찾아온 모양이었다.윤하경은 강현우를 돌아보며 물었다.“저 해리 씨랑 얘기 좀 하고 올게요. 현우 씨도 같이 가실래요?”강현우는 그녀의 입술에 짧게 입맞춤을 남기고 고개를 저었다.“너희끼리 편히 얘기해. 내가 있으면 오히려 불편할 거야. 난 서재에서 일 좀 할게.”“네, 알겠어요.”윤하경은 더 묻지 않았다. 사실 강현우가 해리 남편 배지훈과 가까운 건 모두 아는 사실이라, 그가 자리에 있으면 해리도 속 얘기를 꺼내기 어려울 터였다.윤하경은 집 안 옷을 갈아입고 정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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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8화

윤하경은 유모차 속 아기의 작은 손을 살며시 잡아주었다. 그러자 아기는 마치 눈치라도 챈 듯, 조그만 손가락으로 진해리의 손을 꼭 움켜쥐었다.그 순간, 윤하경은 그녀의 부드러운 옆모습을 바라보다가 왠지 모르게 더 친근한 온기가 느껴졌다.“오늘은 어떻게 오신 거예요?”윤하경이 찻잔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진해리는 담담히 미소를 지었지만 그 안에는 씁쓸함이 스며 있었다.“그냥... 오랜만에 하경 씨도 보고 싶었고 집에만 있으니 답답해서요. 바람도 쐬고 싶었고요.”“정말 그 이유세요?”윤하경은 그녀의 눈빛에 감춰진 다른 사정을 단번에 알아챘다.진해리는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고백하듯 낮게 말했다.“오늘 배지훈과 이혼 절차를 다 끝냈어요. 서류도 받아왔고요. 너무 허무해서... 그냥 하경 씨랑 얘기하고 싶었어요.”말투는 담담했지만 그 담백함이 오히려 상처의 깊이를 드러내고 있었다.윤하경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진해리가 얼마나 오래 배지훈을 마음에 품어왔고 함께 지내온 세월이 얼마나 깊었는지.그러다 신뢰가 깨지고 사랑이 배신으로 변하며 결국은 갈라서야 하는 그 고통은 진해리만이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상처였다.윤하경은 안타까움에 잠시 숨을 고르다 이내 차분히 말했다.“괜찮아요. 앞으로는 길도 멀고 인생도 아직 길잖아요. 게다가 해리 씨 곁에는 아이도 있잖아요.”그러고는 화제를 바꾸듯 물었다.“근데 아직 이름은 못 들었네요.”진해리의 표정이 그제야 조금 부드러워졌다.“집에서는 영아라고 불러요. 진수영.”그녀는 아기의 뺨을 살며시 쓰다듬으며 눈빛에 가득 담긴 애정을 드러냈다.“앞으로는 이 아이가 아무 걱정 없이, 편안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이에요.”“좋은 이름이네요.”윤하경은 진심으로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더니 아예 유모차를 밀어붙이듯 받아 들고는 아기를 바라보며 눈길을 떼지 못했다.그 모습은 서재 창가에 서 있던 강현우의 시야에 고스란히 들어왔다. 그는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잠시 지켜보다가 주머니 속 휴대폰 진동에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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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9화

“왜 그렇게 날 보는데?”강현우가 냅킨을 들어 입술을 닦았다.평범한 동작일 뿐인데도 그의 손끝에서 나오면 괜스레 고급스러워 보였고 눈길이 저절로 끌렸다.윤하경은 입술을 꼭 다물었다가 조심스레 말했다.“진해리랑 배지훈 사이가 그렇게 끝나는 걸 보니까... 괜히 마음이 쓰여서요.”“그래서 넌 내가 배지훈처럼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강현우의 목소리가 갑자기 낮아지며 순간 주위 공기가 얼어붙는 듯한 위압이 감돌았다.윤하경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저었다.“아, 아니요. 그런 뜻은 아니에요.”급히 변명하듯 말하고는 젓가락을 들어 야채를 하나 집어 먹으며 눈길은 살짝 옆으로 흘려 강현우의 눈치를 살폈다.그런데 다음 순간, 강현우가 긴 팔을 뻗어 그녀를 그대로 끌어당겨 자신의 무릎 위에 앉혔다.윤하경은 놀라 본능적으로 그의 목을 감싸안았다. 주변에는 경호원들과 가정부들이 있었기에 얼굴이 달아오르며 나직하게 핀잔을 줬다.“지금 뭐 하는 거예요, 사람들이 다 보고 있는데...”강현우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비웃듯 낮게 웃으며 그녀의 턱을 손가락으로 살짝 들어 올렸고 표정은 한 치의 장난기도 없이 진지했다.그 눈빛에 윤하경은 잠시, 처음 강현우를 만났을 때 차갑고 무서웠던 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윤하경은 조심스레 침을 삼켰다.“경고하는데 다시는 그런 소리 내 귀에 들어오게 하지 마.”그의 목소리는 칼날처럼 낮고 날카로웠다.윤하경은 눈을 깜빡이며 입술을 삐죽였다.“그럼... 그런 소리 하면 어떻게 하실 건데요?”잠시 말을 멈춘 강현우가 그녀를 똑바로 보며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지금은 네 몸 건드릴 수 없지. 하지만 네가 아이 낳고 나면... 그때는 두고 보자.”말끝에 담긴 위협이 분명했다. 윤하경은 순간 움찔하며 어깨를 잔뜩 움츠렸다.“알았어요. 앞으로 그런 말 안 할게요.”그제야 강현우는 만족한 듯 그녀를 놓아주었다.“오늘 내가 한 말, 절대 잊지 마.”윤하경은 억울한 듯 콧방귀를 뀌었다.“네, 알았다고요.”괜히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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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0화

소지연은 인상을 찌푸리며 옆을 흘겼다.“유호천 같은 사람이 이코노미석에 앉는다니 좀 의외네요. 비즈니스석이 더 어울리잖아요.”말투는 곱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차갑기만 한 것도 아니었다. 어쨌든 최근 내내 유호천이 병원에서 곁을 지켜주었으니까.“네가 있는 곳이 곧 비즈니스석이지.”유호천은 고개를 돌려 소지연을 똑바로 보았다.“당장 용서해달라는 건 바라지 않아. 하지만 다시 한번 더 기회를 줘.”소지연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얼굴을 찌푸리며 유호천을 노려봤다.“제발 좀, 아무 데서나 그런 말 꺼내지 마.”소지연은 대놓고 눈을 굴리며 짜증 섞인 시선을 보냈다.유호천은 무언가 더 말하려는 듯했지만 그 순간 기내로 익숙한 얼굴이 들어섰다.유호천의 미간이 단번에 좁혀졌다.“여기서 뭐 하는 거야?”오윤은 비웃듯 입꼬리를 올리며 맞받았다.“비행기가 당신 거예요? 저도 그냥 귀국하려고 탄 건데?”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고는 대놓고 눈까지 굴려 보였다.이곳은 이코노미석이라 한 줄에 세 자리가 붙어 있었는데 소지연은 가운데 오른쪽에는 유호천, 왼쪽에는 오윤이 앉았다.결국 소지연은 두 남자 사이에 끼어 마치 오레오 과자 속 크림처럼 꼼짝없이 갇히게 되었다.“아휴...”소지연은 관자놀이를 누르며 고개를 떨궜다. 그리고 오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대체 이번에는 또 왜 여기 앉은 거예요?”세상에 이렇게 우연히 옆자리를 딱 맞춰 산다는 게 있을 리 없었다.오윤은 고개를 돌려 윤하경과 눈을 마주쳤다. 오윤은 이번에는 얼버무리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대답했다.“지연 씨가 제 호텔에서 다친 거잖아요. 혹시 다른 문제는 없는지 확인하는 게 제 책임이죠. 게다가 집에서 잠깐 들어오라 해서 마침 같이 귀국하는 거고요.”옆에 있던 유호천은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흥, 따라올 핑계를 그럴듯하게도 꾸며대네. 속셈은 뻔한데.”하지만 오윤은 전혀 개의치 않고 오히려 씩 웃으며 말했다.“어라, 이분이 바로 유호천 씨 아니십니까? 말씀 안 하셨으면 몰라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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