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의 모든 챕터: 챕터 1371 - 챕터 1380

1416 챕터

제1371화

“뭐가 달라요?”윤하경은 답답하다는 듯 이마를 짚었다.“현우 씨, 저 지금 뱃속에 아기 있어요. 그런 생각은 이제 좀 접으세요.”요즘 강현우는 틈만 나면 장난 섞인 눈빛으로 하경을 놀렸다.그럴 때마다 하경은 도무지 그를 당해낼 수가 없었다.강현우는 피식 웃으며 한쪽 눈썹을 슬쩍 들어 올렸다.“아, 그래?”그의 표정을 본 윤하경은 그가 또 무슨 말을 꺼낼까 싶어 황급히 몸을 돌려 방으로 도망쳤다.강현우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그때, 정적을 깨듯 휴대폰 진동음이 울렸다.그는 전화를 꺼내 들었고 이내 우지원의 낮고 굳은 목소리가 들려왔다.“형, 오건우 말인데... 아마 사고가 난 것 같아. 직접 와서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강현우의 표정이 단번에 굳어졌다.“무슨 일인데?”우지원은 잠시 침묵하다가 낮게 말했다.“와보면 알아.”강현우는 고개를 들어 방 안쪽, 윤하경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봤다.“알았어. 위치 보내.”전화를 끊은 그는 위층으로 올라가 윤하경에게 짧게 인사했다.“금방 다녀올게. 푹 쉬고 있어.”그는 몸을 숙여 윤하경의 목덜미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따뜻한 숨결이 닿자 하경은 간지러운 듯 어깨를 움찔하며 손에 들고 있던 책으로 그를 밀어냈다.“일이나 하세요. 괜히 끈적거리긴.”강현우는 웃음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고는 아무 말 없이 현관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문턱을 넘기 직전, 그는 무심코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윤하경은 여전히 창가의 흰 러그 위에 앉아 있었다. 무릎 위에 책을 펼쳐 들고 창밖으로 번지는 비를 배경 삼아 조용히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창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희뿌연 비안개가 번져 나가며 집 안까지 습한 공기가 가득 찼다.그리 밝지 않은 빛이 통유리창을 통해 들어와, 윤하경의 곁에 부드럽고 길게 그림자를 드리웠다.빛은 희미했지만 그 순간이 유난히 아름답게 느껴졌다.강현우는 문가에 서서 조용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그의 시선을 느낀 듯, 윤하경이 책을 들고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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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2화

“경찰 쪽에도 연락해.”강현우의 짧은 지시가 빗소리에 묻혀 흩어졌다.그는 오건우에게 가족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결국 시신을 챙길 사람도 없다는 뜻이었다.말을 마친 강현우는 손에 쥔 흰 손수건을 쓰레기통에 던지고 자리를 뜨려 했다.하지만 몇 걸음 가지도 못한 순간, 어둠 속에서 한 남자가 거칠게 달려왔다.“강현우 씨!”하석호의 젖은 머리칼에서 빗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는 흥분한 기색으로 강현우의 옷깃을 거칠게 움켜쥐었다.“정말 오건우를 죽였어요?”분노가 섞인 목소리였다. 친구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하석호의 눈빛이 흔들렸다.강현우는 싸늘하게 웃었다.“제가 죽였다고요?”그는 하석호의 손을 떼어내며 낮게 말했다.“제 사람들이 다 봤어요. 오건우는 스스로 호수에 뛰어들었죠. 그걸 제가 죽였다고 하는 건... 좀 억지 아닙니까?”그의 목소리는 낮고 단단했으며 한 마디 한 마디가 빗속을 뚫고 박혔다.하석호는 경호원들에게 막혀 더 이상 다가가지 못한 채 붉어진 눈으로 강현우를 노려봤다.“네 그렇게 몰아붙이지 않았으면 오건우가 죽을 일도 없었을 거야!”강현우는 젖은 옷깃을 털며 담담히 말했다.“하 대표님, 너무 감정적으로 구시는군요.”하석호는 잠시 멈칫하더니 인상을 찌푸렸다.“무슨 뜻이야?”강현우는 짧게 웃으며 눈을 가늘게 떴다.“그 말뜻, 정말 모르시겠어요?”그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하 대표님, 충고 하나 드리죠. 윤하경 씨 앞에서는 아무것도 내색하지 마세요. 오건우 일도 다른 일도 모두요.”그 말을 끝으로 강현우는 빗속을 천천히 걸어 나갔다.하석호는 그 자리에 멈춰 선 채, 한참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쏟아지는 빗물이 머리와 어깨를 타고 흘러내렸지만 그는 그저 고개를 숙인 채 서 있었다.그 곁을 지나던 우지원이 잠시 걸음을 멈췄다.“하 대표님, 비가 너무 세요. 이제 들어가시죠.”우지원의 말에 하석호는 천천히 시선을 들었다.그의 시야 끝에는 하얀 천으로 덮인 들것이 보였다. 몇몇 경호원들이 그것을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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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3화

“왜 그래?”강현우가 시선을 옆으로 돌리며 물었다.“뭐가 이상하다는 거야?”우지원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머리를 긁적였다.“그게 말이야... 하 대표님이 오건우를 볼 때 눈빛이 좀 이상했어. 그냥 친구를 보는 눈은 아니었달까...”우지원은 말하다 멈췄다. 끝내 그 두 글자를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그리고 말이야, 하석호가 오건우한테 유난히 관심이 많았어. 우리가 그 사람 찾을 때도 하석호 쪽 사람들이 따로 오건우를 수소문하더라고.”우지원은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솔직히 말하면 그건 그냥 걱정이라기보단... 좀 집착에 가까웠어.”말을 마친 그는 살짝 눈치를 보며 강현우를 바라봤다.그러자 강현우가 짧게 눈길을 주었다.“오늘 네가 한 말, 못 들은 걸로 할게.”그는 낮고 단호하게 말했다.“앞으로, 다시는 그런 말 하지 마.”그 말과 함께 강현우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검은 우산을 접어 들고 조용히 차량에 올라탔다.우지원은 헛웃음을 지으며 손을 내저었다.“알겠어, 형. 입은 무겁게 닫아둘게. 그런 말, 절대 안 해.”강현우는 창문 너머로 그를 흘끗 내려다보더니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그래야지.”“가자. 집으로.”운전석에 앉은 기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차를 출발시켰다....한편, 별장 안.책을 읽고 있던 윤하경은 갑자기 울린 전화벨에 놀라 고개를 들었다.“여보세요?”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건 강현우의 새 운전기사의 목소리였다.“사모님이시죠?”귀에 익은 목소리에 윤하경은 곧바로 얼굴을 굳혔다.“무슨 일이에요? 왜 현우 씨가 아닌가요?”상대는 목소리가 떨렸다.“사모님, 지금 병원으로 와주셔야겠습니다. 대표님이...”“뭐라고요?”윤하경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를 질렀다.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배가 살짝 당겨와 그녀는 얼굴을 찡그렸다.그 통증이 놀람 때문인지, 무리한 동작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윤하경은 숨을 고르며 배를 감싸 쥐었다.“금방 갈게요.”전화를 끊은 윤하경은 책을 내려놓고 슬리퍼도 신지 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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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4화

“큰 문제는 없습니다.”의사가 자세를 바로 하며 윤하경을 바라봤다.“방금 촬영한 결과 다른 이상은 전혀 없어요. 단순한 찰과상뿐이라서 심각한 건 아닙니다.”윤하경은 침대에 누워 의식을 잃은 강현우를 바라보며 입술을 꼭 다물었다.“그런데 왜 아직 안 깨어나는 거죠?”의사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충격이 커서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은 것 같습니다. 검사 결과로는 곧 깨어날 거예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의사의 말에 윤하경은 조금이나마 긴장을 풀었다.의사와 간호사는 할 일을 마치고 조용히 병실을 나섰다.윤하경은 옆에 서 있던 운전기사를 바라봤다.그 역시 머리에 피가 배어 있었고 상처는 아직 제대로 치료받지도 못한 상태였다.아마 강현우의 상태를 먼저 확인하느라 자신은 신경도 쓰지 못한 모양이었다.윤하경이 조용히 물었다.“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운전기사는 머리를 짚으며 낮게 말했다.“대표님이랑 외근을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다 순조로웠는데 산길을 지나던 중 반대편에서 오던 차가 갑자기 미끄러지더니 우리 쪽으로 돌진했습니다.”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그 순간 정신이 잠깐 끊겼고 눈을 떴을 땐 이미 차가 도로 아래로 떨어져 있었습니다. 뒤를 봤더니 대표님이 안 계셨어요.”그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다행히 차에서 빠져나와서 주변을 찾다가 산비탈 아래에서 대표님을 발견했습니다. 의식을 잃고 계셨고 피를 많이 흘려서 그땐 정말 위험해 보였습니다.”윤하경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알겠어요. 이제 그만 나가서 치료받으세요.”운전기사는 고개를 숙이고 병실을 나섰다. 그가 나가자 복도 쪽에서 발소리가 들렸다.우지원이 굳은 얼굴로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형수님.”그는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건넨 뒤, 침대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의사는 뭐라고 하던가요?”“심각하지 않대요. 곧 깨어날 거라고 했어요.”우지원은 안도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다행이네요.”하지만 곧 얼굴이 굳더니 이를 악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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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5화

“무슨 대가를 치르더라도 찾아내요.”윤하경은 단호하게 말했다.침대에 누워 있는 강현우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걱정보다 더 깊은 불안이 섞여 있었다.“알겠습니다.”우지원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바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형님은 형수님께서 잘 돌봐주세요.”그 말을 남기고 우지원은 조용히 병실을 나섰다.우지원이 떠나자 강현우가 천천히 눈을 떴다.잠시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던 그는 곧 자신을 바라보는 윤하경의 얼굴을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현우 씨!”윤하경은 놀라서 다가가며 물었다.“괜찮아요? 어디 다친 데는 없어요? 많이 아파요?”강현우는 잠시 그녀의 눈을 바라보다가 미약하게 웃었다.“별일 아니야.”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고 거칠었다.“그런데 어떻게 알고 왔어?”윤하경은 눈썹을 찡그리며 그를 노려봤다.“이렇게 큰 사고가 났는데 그걸 저한테 숨길 생각이었어요?”윤하경은 숨을 고르며 작게 중얼거렸다.“왜 이렇게 조심하지 않았어요...”강현우의 얼굴과 머리에는 붕대가 감겨 있었고 평소의 냉정한 기운 대신 어딘가 약해 보였다.윤하경은 조심스레 손을 뻗어 그의 상처를 살피려다, 강현우가 손을 잡아 멈췄다.“다치지 마.”윤하경은 놀란 듯 눈을 깜빡였다.“왜요?”그저 가볍게 만지려던 건데 너무 큰 반응이었다.강현우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미소를 지었다.“상처에 피가 좀 났어. 괜히 놀랄까 봐.”“그 정도는 괜찮아요.”윤하경은 살짝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피 보는 게 처음도 아닌데요.”“달라. 지금은 아이가 있잖아.”강현우의 목소리는 낮지만 부드러웠다. 윤하경은 코끝을 찡그리며 말했다.“그 아이 생각했으면 더 조심했어야죠. 저한테는 보디가드까지 붙이면서 정작 본인은 무슨 일을 그렇게 혼자 하러 다녀요? 비 오는 날에...”강현우는 짧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오건우가 죽었어. 확인하러 갔던 거야.”“뭐라고요?”윤하경은 말을 잇지 못하고 그대로 굳어 섰다.“오건우가... 죽었다고요?”그녀의 목소리에는 놀람과 혼란,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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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6화

“이번 일이 정말 우연이 아니라 누가 고의로 벌인 거라면 그 사람은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해요.”말을 잇는 순간, 윤하경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누군가 일부러 사고를 냈다면 그 목적은 강현우를 끝장내는 것이었을 테니까.강현우는 잠깐 눈빛이 흔들리더니 관자놀이를 주무르려다가 머리에 감긴 붕대를 떠올리고 손을 멈췄다. 손끝을 한 번 비벼 진정을 가라앉힌 뒤 담담하게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 그 길은 급하게 바꿔 탄 거였고 알 사람도 없어. 그냥 사고였고 나도 멀쩡하잖아. 사람까지 동원해서 들춰낼 일 아니야.”“하지만요...”윤하경이 반박하려 고개를 드는 순간, 강현우가 손을 내저었다.“그만. 지금은 네가 아이를 품고 있잖아. 너랑 아이가 먼저야.”강현우가 팔을 뻗어 윤하경을 앞으로 끌어당겼다.“피곤하지? 집에 가서 일찍 쉬어.”윤하경이 미간을 살짝 모았다.“그래도 제가 여기서 같이 있고 싶은데요, 현우 씨.”윤하경이 양팔로 허리를 감고 장난스럽게 애교를 부리자 강현우의 눈매가 부드러워졌다. 강현우는 손가락으로 턱선을 가볍게 쓸며 만족스러운 시선을 떨구었다.“병원에선 잠도 제대로 못 자. 말 들어. 들어가.”낮은 목소리였지만 더 말을 붙일 여지가 없었다.“알겠어요.”강현우가 한번 정하면 바꾸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윤하경은 억지로 남겠다는 말은 삼켰다. 무엇보다 큰일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으니 마음도 놓였다.“그럼 몸 잘 챙기세요. 내일 다시 올게요.”윤하경이 문 쪽으로 걸음을 떼다 말고 이상한 낌새에 발을 멈췄다. 곧바로 돌아서서 침대 위의 강현우를 바라보자 강현우가 눈을 맞추며 물었다.“왜?”윤하경은 대답 대신 곁으로 다가가 강현우의 손을 살며시 들어 올렸다. 하얀 손끝이 손가락 끝을 가볍게 쓸고 지나갔다.강현우가 난감하다는 듯 웃었다.“나한테서 떨어지기 싫어서 그래?”윤하경은 시선을 곧게 세웠다.“현우 씨, 혹시... 바람피웠어요?”붕대 아래에서 강현우의 미간이 아주 조금 좁혀졌다.“갑자기 왜 그렇게 물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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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7화

윤하경이 고개를 비스듬히 돌리며 콧소리를 냈다.“그건 현우 씨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죠. 저는 먼저 가볼게요.”윤하경이 몸을 일으켜 병실을 나섰다. 강현우는 문 쪽으로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읽기 어려운 눈빛을 했다.강현우의 교통사고 소식이 어디서 새어 나갔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윤하경이 집에 도착한 지 오래되지 않아 강현우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동시에 ‘오건우 사망’ 기사도 상단을 차지했다. 두 소식은 잔잔하던 호수에 바위를 던진 듯 파문을 넘어 거센 물결을 일으켰고 원래도 암류가 심하던 서경시가 단숨에 요동쳤다. 일부는 강현우의 사고와 오건우의 죽음이 서로 얽혀 있는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기사를 본 윤하경은 곧바로 사람을 보내 병원에서 강현우를 집으로 모셔 오라고 지시했다. 막상 병원에 닿아 보니 병실 앞은 이미 기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길을 트게 한 뒤에야 병실 안으로 들어갔는데 강현우는 침상에 기대 책을 들고 몰입해 읽고 있었다.별로 흔들리지 않은 모습에 윤하경은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현우 씨, 괜찮으세요?”강현우가 책을 내려놓고 옅게 웃었다.“내가 뭐가 어때서.”윤하경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벌써 바깥에서는 현우 씨 사고가 오건우 사망하고 무관하지 않을 수 있다고 떠들어요. 이제 어떻게 하실 건가요?”강현우가 담담히 되물었다.“네 생각은?”“우선 소문을 차단해야 해요.”윤하경이 이마를 좁히고 일어서며 강현우를 똑바로 보았다.“안 그러면 강한 그룹 주가에 큰 충격이 올 거예요.”강현우가 눈썹을 가볍게 올리고 손끝으로 책 등판을 문질렀다.“그래, 네 말이 맞아. 그대로 진행해.”강현우가 길고 단단한 손으로 윤하경의 손목을 당겨 침상 옆자리에 앉혔다.“오늘 컨디션은 어때?”일이 여기까지 커졌는데도 강현우가 서두르지 않자 오히려 윤하경이 마음이 급해졌다. 윤하경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고개를 돌려 강현우를 바라보았다.“현우 씨 사고... 누가 뒤에서 손쓴 건지 확인해야 해요. 자꾸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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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8화

윤하경이 살짝 미간을 모으며 강현우를 바라보았다.“그럼 지원 씨에게 계속 조사하라고 할까요?”“그래.”강현우가 고개만 가볍게 끄덕였다.“네가 알아서 해.”윤하경은 별말 없이 강현우를 한 번 훑어보고 병실을 나섰다. 이상했다. 오늘따라 강현우의 태도가 어딘가 낯설었고 무엇보다 교통사고 조사를 내켜 하지 않는 기색이 분명했다.윤하경은 이를 살짝 깨물며 마음을 정리했다.어찌 됐든 진상을 밝혀야 했다. 강현우는 다친 몸이고 발로 뛰는 일은 자신이 해야 했다.생각을 가다듬은 윤하경은 우지원에게 전화를 걸었다.“조사해 주세요.”“알았어요.”우지원이 곧장 답하더니 물었다.“형은 어때요?”윤하경이 잠시 뜸을 들인 뒤 말했다.“겉으로는 괜찮아요. 그런데... 사고 쪽은 별로 확인하려고 하지 않아요.”우지원이 낮게 응했다.“저도 느꼈어요. 제가 일을 제대로 못 했다고 보신 건지... 어젯밤에 전화하니 당분간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먼저 쉬라고 했어요. 일단 손에 있는 일도 부하 직원에게 맡기라고 하셨고요.”윤하경의 미간이 저절로 좁혀졌다.“언제라고요?”“어젯밤입니다.”전화를 끊고 윤하경은 꺼진 화면을 한동안 바라보았다....이틀이 지났다. 우지원 쪽에서는 별다른 소식이 없었다. 그 사이 강현우의 상태는 눈에 띄게 나아졌고 마침 소지연의 결혼식 당일, 의사가 퇴원을 허락했다.아침 일찍 윤하경은 옷 가방을 들고 병원으로 갔다.“시간이 빠듯해요. 바로 식장으로 가는 것이 어떨까요?”윤하경은 셔츠를 입혀 주며 단추를 하나하나 채웠다. 고운 손끝이 움직일 때마다 고개를 들어 강현우의 표정을 살폈다.강현우가 잠시 시선을 멈추더니 손을 들어 머리 꼭대기를 가볍게 쓰다듬었다.“좋아.”그가 눈을 살짝 감자 코끝에 윤하경의 머릿결 향이 번졌다.“하경아.”“네?”갑작스러운 부름에 윤하경이 고개를 들었다.“왜요?”강현우는 눈가에 미소를 머금고 다가와 이마에 짧게 입을 맞췄다.“아니 그냥... 네가 곁에 있으니까 좋아.”윤하경이 눈을 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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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9화

윤하경이 강현우를 바라보며 물었다.“놀랍지 않으세요?”강현우는 지나치게 담담해 보였다. 손놀림이 잠깐 멈추더니 그제야 고개를 들어 윤하경을 보았다.“나를 다치게 한 가해자랑 내가 무슨 정이 있겠어. 내가 놀랄 이유가 있나?”강현우의 시선은 고요했고 눈동자에는 흔들림이 없었다.윤하경은 말문이 막혔다가 곧 자신도 고개를 끄덕였다. 강현우 같은 사람은 누구에게든 여분의 감정을 쓰지 않는다. 아무 인연도 없는 사람에게 마음이 크게 움직일 리가 없었다. 그래도 한숨이 먼저 나왔다.“말은 그런데... 그 사람이 죽으면서 단서 하나가 끊겼어요.”윤하경이 재킷을 집어 건넸다.“게다가 이렇게 딱 맞춰 죽었다는 게 제 생각을 더 굳히게 해요. 멀쩡하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없어질 리가 없잖아요.”강현우가 코웃음을 쳤다.“내가 뭐랬어. 네가 너무 깊이 생각하는 거야.”“그런 음모 없어. 지금 네가 할 일은 몸 잘 챙기고 아이 잘 낳는 거지, 없는 걱정 보태는 게 아니야.”윤하경이 고개를 들고 무언가 말하려는 순간, 강현우가 먼저 손끝으로 입술을 가볍게 막았다. 가느다란 눈썹이 미세하게 올라가자 늘 차분하고 엄숙하던 얼굴에 묘한 온기가 번졌다. 얼굴의 상처는 아직 옅게 남아 있었지만 그 자국마저도 오히려 거칠고 야성적인 결을 더해 주었다.“가자.”강현우가 윤하경의 허리를 끌어당겼다.“조금 있으면 유호천이랑 소지연 결혼식 시작이야.”“가요.”지금은 생각을 길게 늘일 때가 아니었다. 설령 사고가 누군가의 짓이라 해도 확인은 차근차근하면 되고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유호천과 소지연의 결혼식이었다.윤하경은 강현우의 팔을 끼고 계단을 내려갔다. 두 사람이 나란히 서자 샴페인 색 롱드레스를 입은 윤하경과 검은 슈트 차림의 강현우가 한 폭의 그림처럼 어울렸다.윤하경은 머리를 단정하게 묶고 해초처럼 윤기 나는 긴 머리를 한 가닥으로 곱게 땋아 가슴 앞으로 내려 장식했다. 드레스와 같은 재질과 색감의 실키한 스카프가 포인트가 되어 느슨하게 흘러내리자 전체 분위기에 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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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0화

소지연이 말을 맺고는 윤하경 뒤쪽에 서 있던 강현우를 힐끗 바라보았다. 강현우는 말없이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서 있었다.“하경이가 임신 중이라 오늘 손님이 많으면 저희가 정신이 없을 수도 있어요. 현우 씨가 잘 챙겨 주세요.”소지연이 정중하게 부탁했다.“네.”강현우가 짧고 또렷하게 답했다.별것 아닌 대답이었지만 소지연이 잠깐 멈칫했다. 그 기류를 느낀 윤하경이 고개를 갸웃했다.“왜?”소지연이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니. 오늘은 현우 씨가 평소보다 훨씬 부드러우신 것 같아서.”윤하경이 돌아서서 강현우를 한 번 흘겨보았다.“그래?”소지연이 윤하경을 꼭 끌어안고 등을 두어 번 다독였다.“이제 오래 서 있으면 안 좋아. 안으로 들어가서 앉아.”윤하경의 체력이 걱정된 소지연이 서둘러 재촉하자 윤하경은 강현우의 팔을 잡고 연회장으로 들어갔다.결혼식 준비가 급했어도 유씨 가문은 경성에서 이름값 있는 집안이었다. 연회장은 여느 때처럼 성대했고 오가는 손님도 죄다 경성의 재벌가들이었다. 삼삼오오 서서 혹은 앉아서 담소가 이어졌다.강현우는 이쪽저쪽 인사를 돌지 않고 윤하경 옆자리에만 앉아 있었다.“현우야.”그때 누군가가 뒤에서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강현우가 돌아보자 잠깐 낯설다는 듯한 빛이 스쳤다.“너희 엄마도 왔더라. 가서 인사하고 와.”말을 건 사람은 유호천의 어머니 장미자였다.강현우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그는 윤하경을 한 번 보더니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괜찮아요. 지금은 안 가도 되겠습니다.”장미자가 한숨을 쉬고는 옆에 앉아 있는 윤하경을 못 본 체하며 강현우 옆 소파에 털썩 앉았다.“잔소리하려는 건 아니야. 부모와 자식 간 서운함은 금방 풀려. 엄마가 어떻든 엄마지. 남 때문에 엄마한테 용서 못 할 짓 하면 안 돼. 나중에 진짜 후회해도 그땐 늦어.”그 말을 하는 내내 장미자의 시선은 슬쩍슬쩍 윤하경 쪽을 훑고 지나갔다.‘남’이 누구를 가리키는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분명했다.윤하경은 눈빛만 낮춘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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