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달라요?”윤하경은 답답하다는 듯 이마를 짚었다.“현우 씨, 저 지금 뱃속에 아기 있어요. 그런 생각은 이제 좀 접으세요.”요즘 강현우는 틈만 나면 장난 섞인 눈빛으로 하경을 놀렸다.그럴 때마다 하경은 도무지 그를 당해낼 수가 없었다.강현우는 피식 웃으며 한쪽 눈썹을 슬쩍 들어 올렸다.“아, 그래?”그의 표정을 본 윤하경은 그가 또 무슨 말을 꺼낼까 싶어 황급히 몸을 돌려 방으로 도망쳤다.강현우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그때, 정적을 깨듯 휴대폰 진동음이 울렸다.그는 전화를 꺼내 들었고 이내 우지원의 낮고 굳은 목소리가 들려왔다.“형, 오건우 말인데... 아마 사고가 난 것 같아. 직접 와서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강현우의 표정이 단번에 굳어졌다.“무슨 일인데?”우지원은 잠시 침묵하다가 낮게 말했다.“와보면 알아.”강현우는 고개를 들어 방 안쪽, 윤하경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봤다.“알았어. 위치 보내.”전화를 끊은 그는 위층으로 올라가 윤하경에게 짧게 인사했다.“금방 다녀올게. 푹 쉬고 있어.”그는 몸을 숙여 윤하경의 목덜미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따뜻한 숨결이 닿자 하경은 간지러운 듯 어깨를 움찔하며 손에 들고 있던 책으로 그를 밀어냈다.“일이나 하세요. 괜히 끈적거리긴.”강현우는 웃음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고는 아무 말 없이 현관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문턱을 넘기 직전, 그는 무심코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윤하경은 여전히 창가의 흰 러그 위에 앉아 있었다. 무릎 위에 책을 펼쳐 들고 창밖으로 번지는 비를 배경 삼아 조용히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창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희뿌연 비안개가 번져 나가며 집 안까지 습한 공기가 가득 찼다.그리 밝지 않은 빛이 통유리창을 통해 들어와, 윤하경의 곁에 부드럽고 길게 그림자를 드리웠다.빛은 희미했지만 그 순간이 유난히 아름답게 느껴졌다.강현우는 문가에 서서 조용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그의 시선을 느낀 듯, 윤하경이 책을 들고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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