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연을 본 정현숙의 눈빛이 순간 환하게 빛났다.“어서 이리 와서 나 좀 보자꾸나.”소지연은 꽃을 병상 머리맡에 내려두고 차분히 고개 숙여 인사했다.“할머님, 빨리 건강 회복하시길 바랍니다.”정현숙은 힘겹게 웃음을 지었다. 병색이 짙어 목소리도 나지막했지만, 그 눈빛은 여전히 따뜻했다. 정현숙은 손을 뻗어 소지연을 곁에 앉히더니 잠시 찬찬히 얼굴을 살펴보고 고개를 끄덕였다.“네가 지연이지?”소지연은 놀란 듯 입술을 깨물었다.“저를 아세요?”정현숙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알다마다. 네 사진이 지금도 호천이 방 서랍에 들어 있더구나.”뜻밖의 말에 소지연은 놀라서 유호천을 흘끗 바라봤다. 순간, 그의 얼굴이 붉게 물들며 난감한 기색이 스쳤다.“할머니 이런 얘기는 왜 하세요.”“왜 못 하겠니?”정현숙은 오히려 태연히 웃으며 소지연에게 시선을 돌렸다.“사진으로만 봤을 때는 몰랐는데 직접 보니 훨씬 예쁘구나. 우리 손주에게 과분할 정도야.”“할머니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유호천은 믿기지 않는 눈빛으로 할머니를 바라봤다. 그의 혼사 문제는 늘 부모가 결정권을 쥐고 있었고 정현숙은 특별히 의견을 내지 않았기에 더 의외였다.기쁨이 스며든 시선으로 소지연을 돌아봤지만, 그녀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오히려 고개를 숙인 채 깊은 생각에 잠긴 듯했다.그런 소지연을 본 정현숙은 손등을 토닥이며 다정히 말했다.“얘야, 시간 될 때마다 와서 나 좀 보아주겠니?”소지연은 바로 고개를 들어 또렷하게 대답했다.“물론이죠. 할머님을 찾아뵙고 말씀 나눌 수 있다면 제겐 큰 영광이에요.”“허허, 그 말만으로도 마음이 놓이는구나.”정현숙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앞으로 내가 말이 많아도 귀찮아하지 말아다오.”“그럴 리가요.”소지연은 미소로 답하며 더욱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그러자 정현숙은 다시 손주를 향해 눈썹을 모았다.“호천아, 이렇게 좋은 아이는 서둘러 아내로 맞아야지.”유호천은 본능적으로 소지연을 바라봤다. 그 마음이야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