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이 막 시작되었을 때, 한선아가 장미자에게 고개를 기울였다.“소문을 좀 들었어. 윤하경, 임신했다지? 진짜야?”장미자가 고개를 끄덕였다.“아마 맞을 거야. 조금 전에 지연이랑 호천이가 이야기하는 걸 들었거든.”한선아의 얼굴에 잠깐 환한 기색이 번졌다.“그래, 임신했구나.”“그거면 됐지.”...한편, 넓은 차 안에서 강현우는 창밖 불빛을 멍하니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윤하경이 고개를 돌리자 강현우의 옆얼굴이 시야에 또렷이 들어왔다. 매끈한 선과 또렷한 이목구비는 어느 각도에서도 단정했다.순간, 윤하경은 스스로 멍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선을 느낀 강현우가 그제야 고개를 돌려 윤하경을 보았다. 윤하경이 눈을 떼지 않자 강현우는 미소를 띠고 손을 들어 윤하경의 머리 꼭대기를 가볍게 쓰다듬었다.“왜 그렇게 나를 봐?”윤하경은 잠깐 얼떨떨했지만 금세 웃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차 안 공기가 조금 답답해서였는지,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윤하경은 이유 모를 낯섦을 느꼈다. 매일 밤 곁을 지키는 강현우가 문득 멀게 느껴진 것이다. 그런데 강현우가 시선을 맞추자 그 어색함이 순식간에 가셨다.윤하경은 몸을 바짝 붙여 강현우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강현우의 익숙한 향수가 코끝에 감돌자 윤하경의 마음이 고요히 가라앉았다.“오늘 너무 피곤해요.”윤하경이 작게 투덜거렸다.강현우가 낮게 웃으며 윤하경의 허리를 감쌌다.“조금만 있으면 집이야. 들어가서 쉬어.”강현우의 낮은 목소리가 잔잔히 깔리자 윤하경의 눈꺼풀이 스르르 내려갔다.다시 눈을 떴을 때, 윤하경은 이미 별장 침대에 누워 있었다. 창밖은 완전히 어두웠고 시간은 저녁으로 넘어가 있었다. 윤하경이 눈을 비비며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방 안에 강현우는 보이지 않았다.똑똑.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사모님, 식사하실 시간입니다.”윤하경이 문을 열고 복도로 나왔다. 서재 앞을 지나며 문이 활짝 열려 있는 것을 봤지만 서재 안에도 강현우는 없었다. 윤하경이 걸음을 멈추고 집사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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