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Chapter 1351 - Chapter 1360

1416 Chapters

제1351화

“현우 씨가 나가실 때 다른 말씀은 없으셨나요?”윤하경은 숟가락으로 죽을 천천히 떠먹으며 곁에 서 있는 하녀를 올려다봤다.하녀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대표님께서 사모님더러 집에서 잘 쉬시라고 하셨습니다. 바람 쐬고 싶으시다면 본인이 돌아오실 때 같이 나가시라고요.”“그래요...”윤하경은 대답하며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정원 밖에는 순찰 중인 보디가드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며칠 전까지만 해도 강현우는 그녀 곁의 경호원들을 전부 여성으로 바꿔두었는데 지금은 다시 남자 경호원들이 배치돼 있었다. 적어도 스무 명은 더 늘어난 듯 보였다.‘보통 일이 아니구나...’윤하경은 가볍게 미간을 찌푸리며 불안한 마음을 삼켰다.“알았어요.”낮게 말한 뒤, 죽을 다 비우고는 늘 하던 대로 2층 휴게실로 올라가 드라마를 틀었다.그러나 두 편도 채 보지 못했을 때, 하녀가 서둘러 올라왔다.“사모님, 소지연 씨 오셨습니다.”“소지연?”윤하경은 반가운 마음에 황급히 말했다.“들어오게 하세요.”그런데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미 소지연이 문가에 서 있었다. 얼굴에는 웃음기 하나 없이 굳어 있었고 두 팔을 가슴에 모은 채 눈빛은 싸늘하게 빛나고 있었다.윤하경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고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들어 올렸다.“지연아... 어, 안녕?”“흥.”소지연은 냉소를 흘리며 다가왔다.“윤하경 씨, 저한테 해줄 말 없으세요?”“뭐라고?”냉랭한 목소리에 한여름임에도 싸늘한 기운이 감돌았다.하녀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채고 곁의 보디가드를 흘깃 보았다.곧장 두세 명의 보디가드가 다가와 소지연을 막으려 했다.“지연 씨, 이러시면 곤란합니다.”선두에 선 보디가드가 한 발 앞으로 나섰다.그러자 윤하경이 급히 손을 내저었다.“됐어요. 다들 나가요. 당신들 일 아니에요.”“하지만 사모님...”윤하경의 표정이 단호하게 굳었다.“제 말도 못 믿겠어요? 그럼 현우 씨께 전화라도 해볼까요? 지연이를 못 들어오게 하라고 하셨는지.”보디가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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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2화

소지연은 윤하경의 팔을 확 잡아끌며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괜히 딴소리하지 말고 대답해. 나랑 유호천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왜 유호천이 너랑 강현우가 꾸민 일이라고 하지?”소지연의 목소리에는 억눌린 분노가 그대로 실려 있었다.윤하경은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나랑은 상관없어. 전부 현우 씨가 한 일이야.”소지연은 눈을 가늘게 뜨고 윤하경을 노려봤다. 윤하경은 그 시선을 견디지 못해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고 결국 모든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털어놓았다.이야기를 들은 소지연의 얼굴이 더 어두워졌다.소지연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대단하네. 나를 두고 두 사람이 내기를 걸다니.”윤하경은 난처한 듯 헛기침을 했다. 그러다 문득 떠올린 듯, 자신의 배를 가리키며 입을 내밀었다.“이렇게 화내면 내 딸이 놀라잖아.”“딸?”소지연은 잠시 놀란 얼굴로 윤하경의 배를 바라보았고 손을 올려 조심스레 쓰다듬으며 물었다.“딸인 줄 벌써 아는 거야? 언제부터?”윤하경은 턱을 살짝 치켜들었다.“아직 몰라. 그냥 내 직감이야. 나처럼 예쁘고 귀여운 딸일 거 같거든.”소지연은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윤하경의 이마를 살짝 찔렀다.“정말 너란 사람은...”그렇게 한바탕 하고 나니 소지연의 화도 많이 누그러졌다.소지연은 소파에 몸을 기대어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올 때부터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었던 건 아니었다. 오히려 강현우와 윤하경이 한 짓 덕분에 자신이 속마음을 직면할 용기를 얻은 것도 사실이었다.소지연은 윤하경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나직하게 물었다.“마지막으로 유호천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려고 해. 네 생각에는 내가 후회할 거 같아?”윤하경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부드럽게 소지연의 허리를 감싸며 말했다.“넌 아직 젊어. 다시 시작해보는 게 뭐가 문제야? 전에 내가 막았던 건 호천이가 그때는 용기가 부족해 보였고 너도 유호천을 놓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였어. 근데 이번에 보니까 네 마음에는 아직 유호천이 있더라.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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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3화

윤하경은 피식 웃더니 일부러 장난스럽게 소지연의 허리를 꼬집었다.“당연하지, 내가 누군데.”“쿵쿵.”문 두드리는 소리에 두 사람은 동시에 멈춰 문 쪽을 바라봤다.문가에는 강현우가 서 있었다. 그는 두 팔을 가슴에 끼고 차갑게 두 여자를 바라봤다.방금 전까지만 해도 여자끼리 가볍게 장난치던 분위기가 그의 시선에 붙잡히자 마치 현장에서 외도라도 들킨 듯 어색해졌다.두 사람은 동시에 서로의 손을 놓았고 윤하경은 헛기침하며 얼버무렸다.“벌써 돌아왔어요? 밖에 일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강현우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왜, 내가 돌아와서 두 사람 사이 방해라도 했다는 거야?”말투는 분명히 질투로 가득 차 있었다. 윤하경은 식은땀을 흘렸고 소지연은 황당하다는 듯 눈을 굴리더니 오히려 반대로 윤하경의 허리를 끌어안았다.그리고 강현우를 향해 짐짓 억울한 척했다.“하경아, 현우 씨 너무 무섭다. 평소에도 이렇게 해?”윤하경은 순간 고개를 끄덕일 뻔했지만 강현우의 매서운 눈빛을 보자 곧장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아, 아니요.”그 말에 강현우의 얼굴이 조금 풀렸다. 하지만 소지연은 분위기를 가만두지 않았다.소지연은 윤하경에게 더 바짝 다가와 일부러 속삭였다.“그래도 진짜 너무 무섭게 생겼어. 혹시라도 네가 놀라거나, 배 속 아기가 놀랄까 봐.”윤하경은 살짝 입술을 깨물더니 강현우를 향해 말했다.“현우 씨, 그렇게까지 차갑게 하지 마세요. 지연이까지 겁을 먹잖아요.”병을 앓고 막 회복 중인 소지연에게 괜히 상처 줄 필요 없다는 뜻이었다.소지연은 원하는 걸 얻은 듯 고개를 높이 들며 강현우를 향해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강현우의 눈빛이 순간 어두워지더니 고개를 돌려 낮게 말했다.“유호천, 네 여자를 데려가.”그러자 곧 유호천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고개를 내밀었다.“무슨 일이야?”강현우는 대꾸도 없이 성큼 다가와 윤하경을 소지연에게서 떼어내고 그대로 번쩍 안아 방을 나갔다.유호천은 혼자 남은 소지연을 바라보며 어리둥절했다.“뭐야, 왜 이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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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4화

침실 안.윤하경은 강현우에게 툭 하고 침대 위로 던져졌다.강현우의 시선은 깊게 가라앉아 있었고 마치 금방이라도 그녀를 삼켜 버릴 듯한 기세였다.그 눈빛에 윤하경은 등줄기가 싸늘해졌지만 조금 전 소지연이 한 말이 떠올라 용기를 내어 몸을 일으키며 그를 마주 보았다.“현우 씨, 왜 그렇게 무섭게 보세요? 그러다 저랑 아기까지 다 겁주겠어요.”하지만 강현우는 대답 대신 갑자기 허리를 숙이며 얼굴을 가까이 가져왔다. 차갑고 단호한 기운이 그대로 전해졌다.“앞으로 소지연이 너 안는 거, 절대 허락 못 해.”그 말투에 하경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정말 지연이한테까지 질투하는 거예요?”강현우는 눈을 가늘게 뜨며 되뇌었다.“안 된다고 했으면 안 되는 거야.”그제야 윤하경은 강현우가 왜 이렇게 화가 났는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지나친 집착 아닌가 싶었다. 그녀는 웃음을 삼키고 분위기를 살피더니 곧 태도를 바꿔, 두 팔로 그의 목을 감싸안았다.그리고 강현우의 뺨에 살짝 입을 맞추며 다정하게 속삭였다.“지연이는 제일 친한 친구예요. 친구끼리 그 정도는 아무렇지 않잖아요. 하지만 현우 씨는 제 남편이고 제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에요.”윤하경의 말은 진심이었다.그녀는 알고 있었다. 강현우가 사랑에 있어 늘 불안과 부족함을 안고 살아왔다는 것을.어릴 적부터 부모와 함께하지 못했고 어머니에게도 온전히 사랑받지 못한 채 자랐으며 결국 어머니가 새 가정을 꾸려 이복동생까지 생겼다.능력은 뛰어났지만 마음속은 늘 허전한 남자였다.그렇다면 자신이 채워주면 되는 거였다. 윤하경의 말을 들은 강현우의 얼굴빛이 조금 누그러졌다.주변을 감싸던 날 선 공기마저 한결 가벼워졌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하경을 놓지 않고 그림자처럼 위에서 내려다보며 낮게 물었다.“그럼 대답해. 나랑 소지연, 누가 더 중요해?”윤하경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강현우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다니 어쩐지 어울리지 않아 웃음이 터지려 했지만 꾹 참았다.윤하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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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5화

침실 안은 점점 더 뜨거워졌다.처음에는 절제하던 강현우였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의 움직임은 거칠어졌다.윤하경은 순간 겁이 나 본능적으로 강현우를 밀어내며 고개를 저었다.“그만...”강현우의 눈이 가늘게 좁혀졌다.“뭘 그만두라는 거지?”“예전에 저한테 뭐라고 약속했는지... 잊은 건 아니겠죠?”강현우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지만 거역할 수 없는 힘이 배어 있었다.윤하경은 이를 살짝 깨물며 투덜거렸다.“아직도 그걸 기억하고 있어요?”강현우는 손끝으로 윤하경의 입술을 천천히 훑으며 가볍게 웃었다.“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 나 그날부터 줄곧 기다려 왔는데.”그 말과 함께 강현우는 다시 그녀의 입술을 깊게 파고들었다.윤하경은 이 순간이 피할 수 없다는 걸 알았다.지난번 일을 겪은 뒤, 강현우는 이미 윤하경에게서 벗어날 수 없게 되어 버렸다.윤하경이 아이를 가진 지금조차, 강현우에게 멈춤은 없었다.방 안 공기는 점점 뜨거워지고 숨결마저 무겁게 섞였다. 강현우는 윤하경의 손을 이끌어 자신의 단추를 하나씩 풀게 했고 눈가에는 농밀한 웃음이 번졌다.윤하경은 도망칠 수 없다는 걸 알아, 입술을 깨문 채 묵묵히 그의 단추를 풀어내며 단단한 근육을 드러냈다.그의 품에 닿는 순간, 더는 주저함이 없었다. 이윽고 방 안은 뜨거운 숨결과 함께 한여름보다도 더 짙은 열기로 가득 찼다....한편, 소지연과 유호천은 함께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유호천이 손을 잡고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소지연이 슬며시 그의 손을 당겨 멈춰 세웠다.“왜 그래? 이 집 싫어?”소지연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싫다기보단... 난 이런 서양식 레스토랑보다 그냥 뜨끈한 전골집이 더 좋아. 여기선 먹는 것도 예법처럼 구속받잖아. 게다가 아까 나한테 뭐라 그랬어? 이제 집안 덕 안 보겠다면서. 여기서 밥 한 끼면 몇십만 원인데 차라리 나중에 진짜 축하할 일 있을 때 오자.”유호천은 순간 울컥해 뭔가 말하려다, 소지연이 손바닥으로 그의 입을 막았다.“난 진짜 이런 데 안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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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6화

“집에 안 들여보낼 거야?”장미자는 기품 있는 태도로 문 앞에 서 있었다. 동작 하나, 눈빛 하나에도 오래도록 남의 위에 군림해 온 여유와 압박감이 배어 있었다.소지연은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아드님 일로 얘기하려고 왔다면 굳이 저한테 말 안 해도 돼요. 직접 아드님이랑 얘기하세요. 저는 드릴 말이 없습니다.”장미자는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 그 순간 유호천이 앞으로 나서며 단호하게 말했다.“엄마, 전화로 이미 말씀드렸잖아요. 지연이랑 헤어지라면 저는 차라리 집에 안 돌아가겠습니다. 더 하실 말씀이 없으시면 그만 돌아가 주세요.”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장미자의 손이 날아와 유호천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이 버릇없는 놈! 내가 곱게 키워놨더니 이게 뭐 하는 거야?”장미자의 얼굴에 분노가 번졌다.“여자 하나 때문에 부모까지 버리겠다 이거지?”유호천은 뺨을 맞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마치 이날이 올 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담담히 서 있을 뿐이었다.소지연은 곁에서 지켜봤지만 나서지 않았다.한바탕 화를 쏟아낸 장미자는 금세 다시 얼굴빛을 거두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우아한 태도를 되찾았다. 그러고는 손바닥을 가볍게 털어내며 소지연을 향해 미소 섞인 시선을 보냈다.“지연아, 우리 얘기 좀 하자. 그렇지 않으면 오늘 너희 둘 다 이 집에 못 들어가.”노골적인 협박이 담긴 말이었다.소지연은 장미자의 눈을 똑바로 마주보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말없이 앞으로 걸어나가 현관문을 열고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장미자는 뒤따라 들어가기 전, 손짓 하나로 따라온 경호원들에게 신호를 줬다. 순식간에 유호천이 붙잡혀 움직이지 못하게 됐다.“놔! 놓으라고!”유호천은 이를 악물고 소리쳤지만 두꺼운 방음문이 닫히자 그의 외침은 희미하게 울려 퍼질 뿐이었다.집 안.장미자는 들어서자마자 소지연의 집을 둘러보며 눈길을 곳곳에 흘렸다. 얼굴에는 감정이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소지연은 잠시 망설이다가, 정수기에서 물 한 잔을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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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7화

그 순간만큼은 오히려 이 자리가 장미자의 무대처럼 보였다.“보다시피, 난 네가 영 마음에 안 들어.”소지연은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바라봤다.장미자가 비웃듯 가볍게 웃었다.“화도 안 나니?”“제가 왜 화를 내요?”소지연은 담담히 웃으며 대답했다.“저는 돈도 아니고 모든 사람한테 꼭 좋아해야 하는 대상도 아니에요. 아주머니가 저를 좋아하든 말든, 저한테는 중요하지 않아요.”예전 같았으면 이런 말이 두려웠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죽을 고비를 겪고 나서야 알았다. 결국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어떻게 살아가느냐, 내가 원하는 대로 사느냐였다.이 세상에서 진심으로 신경 쓰이는 사람은 단 두 명뿐이다. 윤하경, 그리고 유호천.그 외의 사람들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었다.무엇보다 유호천과의 관계 역시 억지로 붙잡을 생각은 없었다. 될 대로 되라는 마음이었기에 장미자에게 굳이 잘 보이고 싶은 생각조차 없었다.장미자는 이런 태도가 의외였는지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 오랜 세월 사교계에서 단련된 사람답게, 그녀는 소지연이 거짓을 말하는 게 아니라는 걸 단번에 알아챘다.“제법 도도하네.”장미자가 차갑게 웃었다.“하지만 그 도도함, 내 앞에서는 아무 소용 없어.”그녀는 천천히 손을 들어 소지연이 건넨 물을 한 모금 삼켰다.소지연은 살짝 놀랐다. 아까까지만 해도 건드리지 않던 물을 마실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장미자는 잔을 내려놓으며 코웃음을 쳤다.“역시 별것 없네. 좋은 물은 아닌 것 같아.”말은 물을 두고 한 것이었지만 사실상 소지연을 향한 노골적인 비아냥이었다.소지연은 잠시 눈빛이 흔들렸지만 곧 다시 담담히 굳혔다.잠시 정적이 흐른 뒤, 장미자가 가볍게 콧방귀를 뀌며 말을 꺼냈다.“됐어, 빙빙 돌릴 것도 없지. 오늘 온 건 분명히 말해두려고 왔어. 너랑 호천이의 관계, 이제 더 이상 반대하지 않겠다.”“네... 뭐라고요?”소지연은 순간 얼이 빠졌다. 처음에는 또다시 헤어지라고 으름장을 놓을 줄 알았는데 예상 밖의 말이 흘러나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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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8화

소지연은 어금니를 꼭 물었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앞일은... 감히 생각하지도 못해요.”그건 솔직한 심정이었다.자신이 감히 넘볼 수 없는 세상이라는 걸, 소지연은 늘 잘 알고 있었다.이번에 유호천 부모가 한 번 더 기회를 주겠다 했지만 그렇다고 정말 끝까지 함께할 거라고는 단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었다.그저 지금 이 순간만은 놓치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지금은 차마 떨어질 수 없으니 붙잡고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언젠가 마음이 식어 스스로 놓아줄 수도 있을 것이다.사람의 마음은 오래 함께하면 정이 깊어지기도 하지만 반대로 싫증도 날 수 있으니까.차라리 언젠가 서로 지겨워져 담담히 헤어지는 게 낫다. 지금처럼 이미 갈라섰는데도 여전히 서로를 그리워하며 괴로워하는 것보다는 훨씬 덜 힘들 테니까.그렇기에 소지연은 애초부터 유호천과의 미래를 미리 그려놓지 않았다.장미자는 그녀의 말 속에 담긴 뜻을 단번에 알아차린 듯, 눈빛이 스치듯 흔들리더니 이내 표정을 가다듬었다.“어쨌든 호천이가 널 좋아하는 건 사실이니까, 부모로서 아이가 행복하길 바라는 건 당연하지.”장미자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담담하게 이어갔다.“호천이는 강현우처럼 수단이 독하지 않지만 장사 수완은 좋은 아이야. 그래서 나랑 호천 아버지도 마음을 정했어. 호천이가 널 원한다면 한 번 더 기회를 주겠다는 거다.”그러다 장미자의 시선이 매섭게 바뀌었다.“하지만 조건이 있어. 앞으로는 유씨 집안이 정한 틀 안에서 배우고 익혀야 해. 다음 유씨 가문의 안주인으로 설 수 있도록.”소지연은 놀라 눈을 크게 떴다.“그럼, 저랑 호천의 결혼을 허락하신다는 말씀인가요?”“그래. 그리고 결혼식도 서둘러야 한다.”“네...?”소지연의 표정에는 놀람을 넘어 당혹스러움이 섞여 있었다. 결혼을 허락한다니 이보다 더 충격적인 일은 없었다. 유씨 집안이 얼마나 가문 배경을 중히 여기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잠시 침묵하던 장미자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호천이 할머니가 많이 편찮으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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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9화

소지연이 그렇게 말했지만 유호천은 그 말이 어딘가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그는 눈빛을 가라앉히고 물었다.“지연아, 혹시 우리 엄마가 뭐라고 협박이라도 한 거야?”소지연은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지만 끝내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장미자는 유호천의 얼굴이 굳어지는 걸 보며 더는 참지 못하고 품위를 잃은 채 손가락으로 아들을 가리켰다.“네가 내 자식이 아니었으면 벌써 한 대 갈겼다!”유호천은 그 말에도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더 단단한 눈빛으로 소지연을 감쌌다.소지연은 그의 손등을 살짝 눌러 진정시키듯 만진 뒤, 장미자를 향해 차분히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약속드린 건 어기지 않겠습니다.”“그럼 됐어.”장미자는 짧게 대꾸한 뒤 유호천을 노려보고서야 보디가드들을 데리고 떠났다.두 사람은 그 뒷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말없이 서 있었다.그제야 소지연이 고개를 돌려 말했다.“들어가자.”그러나 유호천은 아직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지연아, 솔직히 말해. 엄마가 아까 무슨 얘기 했어? 혹시 기분 나쁘게 만든 거면 신경 쓰지 마. 난 무슨 일이 있어도...”“아니야.”소지연은 고개를 저었다.“이번에는 날 곤란하게 한 거 없어. 오히려 우리 사귀는 걸 인정한다고 하셨어.”“뭐라고?”유호천은 믿기지 않는 듯 눈을 크게 떴다.“그게 말이 돼?”소지연은 그의 시선을 잠시 피하며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장미자가 말했던 대로, 유호천은 할머니와 각별한 사이였지만 그는 아직 할머니의 병을 알지 못했다. 괜히 지금 이 이야기를 꺼냈다간 자기를 속였다고 오해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큰 상처가 될 게 뻔했다.그래서 장미자가 굳이 소지연을 따로 불러낸 것이었다. 소지연은 마음을 정리한 뒤, 담담하게 말했다.“일단 쉬자. 내일 오전에 같이 가야 할 데가 있어.”“어디?”유호천이 눈썹을 찌푸렸다.“내일 아침이 되면 알 거야.”소지연은 더는 설명하지 않고 욕실로 들어갔다.혼자 남은 유호천은 거실에서 한참을 서성이다가 결국 소지연을 따라 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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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0화

유호천은 고개를 떨군 채 소지연을 바라보며 낮게 물었다.“대체 어디 가려고 그래? 왜 이렇게 비밀스럽게 구는 거야?”소지연은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너도 일어나. 서두르는 게 좋을 거야.”무슨 영문인지 알 수 없어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소지연이 단호하게 말하자 유호천은 더 묻지 않고 그녀와 함께 욕실로 들어갔다.씻고 나온 뒤 소지연은 평소보다 정성스레 옷을 챙겨 입고 가볍게 화장을 했다.오늘은 어쩌면 중요한 만남일 수도 있기에 최대한 단정하고 예의를 갖추려 했다.윤하경처럼 화려한 미모는 아니지만 소지연은 또렷한 이목구비와 밝은 인상 덕에 누구라도 한눈에 끌릴 만큼 사랑스러웠다.연보랏빛 원피스에 샤넬 재킷을 걸치고 머리를 단정하게 묶은 뒤 귀걸이를 하고 있는 순간, 유호천이 방에서 나와 거울 앞의 그녀를 보았다.유호천은 눈빛이 반짝이며 다가와 소지연을 뒤에서 안았다.“오늘따라 왜 이렇게 예쁘게 하고 있어? 어디 가는데?”소지연은 귀걸이를 채우던 손을 멈추고 거울에 비친 유호천의 시선을 마주했다.“너희 할머니 뵈러 가려고.”유호천은 순간 표정이 굳었다.“뭐야, 또 장난해?”소지연은 곧장 고개를 돌려 정색했다.“장난 아니야. 진짜 할머니 뵈러 가는 거야.”그제야 유호천도 그녀의 얼굴에 농담이 아닌 진심이 담겨 있음을 알아챘다.“그래서 어제 우리 엄마가 널 찾아온 게 그 때문이야? 또 무슨 소리 한 거야? 우리 둘을 속여서 나 잡아두려는 거 아니야?”소지연은 유호천의 경계심 어린 눈빛을 보며 장미자가 왜 자신을 따로 불렀는지 이해했다. 사실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 자신도 같은 걱정을 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기우에 불과했다.만약 억지로 떼어놓을 생각이었다면 굳이 돌아가지 않고도 어제 데려온 수십 명의 경호원만으로 충분했을 테니까.결국 소지연은 장미자를 믿어보기로 했다.소지연은 고개를 저으며 조용히 말했다.“너희 집으로 가는 건 아니야.”“그럼 어디로?”유호천은 여전히 의아해했다.소지연은 유호천의 손을 꼭 잡으며 자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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