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Chapter 1491 - Chapter 1500

1617 Chapters

제1491화

소지연은 주아연의 굳어진 얼굴빛을 만족스럽게 바라봤다. 소지연은 다른 건 몰라도 윤하경과 비슷하게, 억울한 건 못 참았다.주아연이 노리고 올라온 게 뻔했으니 굳이 체면까지 챙겨 줄 이유는 없었다.주아연이 잠깐 멈칫하며 방 안을 훑었다. 그때 유호천이 침대 곁에서 내려오며 셔츠 위쪽 단추 두 개를 또박또박 채웠다.입술을 깨물던 주아연은 애써 서운한 얼굴을 지으며 말했다.“호천 오빠, 지연 언니가... 나한테 화난 것 같아.”유호천은 얇은 입술을 한 번 다물고는 소지연 쪽으로 다가와 자연스레 허리를 감싸안았다.그러더니 담담히 말했다.“지연이는 그렇게 속이 좁은 사람이 아니야. 그나저나 무슨 일 때문에 이렇게 급하게 온 거야?”유호천이 자기편을 들어 주지 않자, 주아연은 눈썹이 살짝 내려앉았고 풀이 죽은 목소리로 계속했다.“큰일은 아니고... 아주머니가 나더러 호천 오빠한테 부탁하라고 하셔서 왔어. 내가 십몇 년 만에 돌아왔잖아. 지금의 경성이 너무 낯설어. 혹시... 나랑 같이 좀 돌아다녀 줄 수 있을지 해서...”주아연은 말끝을 흐리며 소지연을 흘깃 보았다.“물론 지연 언니가 불편하시면... 그만둘게.”그 말을 들은 소지연은 속으로 코웃음이 났다. 겉으로는 웃지만 속에선 욕이 툭 튀어나올 지경이었다.‘전생에 여우 요괴였을까... 걸음걸이부터 말끝까지 온통 꼭 빼닮았네.’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얼굴에는 환한 미소를 피웠다. 소지연이 먼저 주아연의 손을 가볍게 잡았다.“무슨 소리예요. 아연 씨, 전 아연 씨가 반가워 죽겠는데. 왜 불편하겠어요. 이제 막 돌아왔으니 무조건 낯설겠죠. 그러면 제가 호천 씨랑 같이 안내할게요. 우리 셋이서 다녀와요.”“응?”유호천은 잠깐 표정이 굳었고 본능적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굳이 일이 번거롭게 되는 게 싫어서 거절하려는 찰나 소지연의 팔꿈치가 그의 옆구리를 살짝 톡 건드렸다.“에헴.”소지연이 찌릿한 눈빛으로 유호천을 바라보자, 그는 헛기침을 한 번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네 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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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2화

그러자 소지연은 검지로 유호천이 삐죽 내민 입술을 톡 밀어냈다.“싫어. 방금 입술도 화장했어. 괜히 번지게 하지 마.”유호천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모르는 사람이 보면 딴 남자 만나러 가는 줄 알겠어?”“차라리 오늘 우리 나가지 말까? 그냥 집에 있을까?”유호천이 소지연을 끌어안고 뜨거운 눈길로 바라봤다.“여기서... 우리끼리 있을래?”소지연은 유호천의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를 리가 없었다.소지연은 눈을 가늘게 뜨고 비꼬듯 웃었다.“어떻게 그럴 수 있겠어? 너의 착한 여동생이랑 쇼핑간다며... 약속했으니 꼭 가야지.”“뭘 하러 간다고?”유호천이 혀를 찼다.“심심해서 죽겠다더라. 만나면 옛날얘기만 줄줄...”말을 잇는 사이, 유호천의 손은 소지연이 입고 있는 블라우스 단추로 슬며시 내려왔다.소지연이 유호천의 손등을 톡 쳐냈다.“치워.”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했다. 유호천에게는 주아연에 대해 다른 감정은 없었고, 오히려 귀찮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걸 확인하니 소지연의 마음이 조금 놓였다.다만, 주아연이 이렇게 불쑥 찾아온 건 그냥 여행이 전부일 리가 없었다. 속내를 떠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소지연이 말했다.“가 봐야 진짜 목적이 뭔지 알지.”“정말 그냥 잠깐 머무르려고 온 걸까?”상식적으로 유부남에게 마음이 있어도 첫 대면부터 그렇게 대놓고 티 내지는 않는다.‘아니면...’소지연의 머릿속에 얼추 그림이 그려졌지만, 사실을 확인하기 전부터 상황을 섣불리 최악으로 몰고 가고 싶지는 않았다.유호천이 눈을 들어 물었다.“무슨 뜻이야?”소지연은 입술을 다물었다가 금세 웃음을 그렸다.“몰라도 돼. 가 보면 알지.”유호천은 마지못해 드레스룸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유호천은 간단한 캐주얼의 옷차림이었지만 키가 크고 체격이 좋았기에 그저 편한 옷인데도 꽤 멋있어 보였다.유호천은 아예 소지연의 옷에 들어간 색을 골라 맞춰 입었다.이쯤 되면 눈만 있으면 둘이 커플이라는 걸 모를 수가 없었다.두 사람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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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3화

장미자는 힐끔 소지연을 훑어보고 콧소리만 내며 말을 아꼈다.이어서 주아연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아연아, 재밌게 놀다 와. 호천이나 지연이가 널 제대로 챙겨주지 않으면 꼭 나한테 전화해.”주아연은 다정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아주머니. 그래도 지연 언니랑 호천 오빠가 분명 저를 잘 돌봐 주실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소지연은 한쪽에서 이 광경을 담담히 지켜보다가 속으로 쓴웃음을 삼켰다.‘거 봐. 애초에 나를 안중에 두지도 않았네.’차고로 내려가 보니 유호천은 이미 차를 문 앞에 빼놓고 있었다.주아연은 소지연보다 재빠르게 조수석 문을 열더니 돌아서서 말했다.“지연 언니, 죄송해요. 제가 차멀미가 좀 있어서 조수석이 편하거든요.”소지연은 눈썹만 살짝 올릴 뿐 대꾸도 하지 않았다.대신 운전대에 앉아 있던 유호천이 웃으며 거들었다.“눈치가 있네. 뒷좌석은 자리 없다는 걸 알았구나.”말을 마친 유호천은 운전석에서 내려 차 키를 근처에 서 있던 기사에게 건넸다.주아연은 자기가 유호천 옆에 타게 될 줄 알았는데, 기사가 키를 받아 들고 운전석으로 오르는 걸 보자 얼굴이 굳었다.그러자 원래도 그리 하얗지 않은 피부가 더 어둑해졌다.소지연은 주아연이 유호천을 향해 짓는 서운한 눈빛을 보고, 웃음이 새어 나올 뻔했다.“여보, 뭘 그렇게 봐?”“타자.”유호천이 소지연 쪽의 문을 열어 주자, 소지연은 그제야 몸을 굽혀 뒷좌석에 올랐다.조수석 앞에 서 있던 주아연은 들어가자니 자존심이 걸리고, 서 있자니 모양이 빠졌다.결국 기사가 부드럽게 재촉하자 마지못해 발끝을 굴리고는 조수석에 앉았다.조아연은 계획이 어긋난 채 조수석에 앉아, 뒤에서 들려오는 두 사람의 웃음소리를 들어야 했다.순간, 주아연의 주먹이 꽉 쥐어졌다가 이내 힘없이 풀렸다.장미자가 했던 말을 떠올리자, 주아연은 잠깐 눈을 감고 속으로 들끓는 불편함을 눌러 삼켰다. 그리고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을 붙였다.“호천 오빠, 조금 전에 살던 동네에 들르면 안 될까? 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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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4화

목적지에 도착하자 아마도 유호천에게서 연달아 한두 번 체면을 구긴 탓인지 주아연의 태도는 조금 누그러졌고 오히려 다정하게 소지연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지연 언니, 막 돌아와서 그런데 오늘은 언니랑 호천 오빠가 좀 고생해 줘요.”소지연은 자기 손목에 얹힌 주아연의 손을 흘깃 내려다보고 미간을 아주 조금 좁혔다. 하지만 애써 손을 빼지 않은 채,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호천의 여동생이면 제 여동생과도 마찬가지죠. 시내 구경은 우리가 손님을 대접하는 예의이기 때문에 전혀 수고하는 게 아니에요.”말은 누구나 곱게 할 수 있었다. 소지연도 마찬가지였다.주아연이 잠깐 멈칫하더니 머쓱하게 웃었다.“그럼 고마워요. 지연 언니.”“참, 저를 새언니라고 불러.”소지연은 주아연의 손등을 살짝 두드리며 부드럽게 웃었다.“계속 지연 언니만 부르다가 남들이 들으면 제가 유호천의 아내라는 신분을 인정하기 싫은 줄 생각하고, 괜히 호천이랑 뭔가 있나 오해할 수도 있잖아.”주아연의 표정이 굳었다. 막 소지연이 너무 속 좁다는 식으로 돌려 말하려던 찰나, 소지연은 입술을 가볍게 짚으며 깜짝 놀란 듯 말했다.“어머, 이런 말은... 여기서 해도 되려나 모르겠네요?”그때 유호천이 뒤돌아 소지연을 바라봤고 눈빛에는 다정함이 어려 있었다.소지연이 태연히 말을 이었다.“미안해요. 아연 씨, 제가 원래 말이 좀 직설적이거든요. 그래도 아연 씨라면 저를 이해할 거죠?”“네...”주아연은 그 자리에서 바로 말문이 막혔다. 여기서 더 이상 따지거나 되받아치면 속이 좁다는 꼬리표가 붙을 게 뻔했다. 이제 막 돌아온 처지였기에 소지연의 생각도 가늠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주아연은 어색하게 웃으며 수습했다.“지연 언니... 아니, 새언니, 제가 왜 화내겠어요.”그제야 소지연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그럼 됐어요. 저는 이렇게 아연 씨처럼 속이 시원시원한 사람이 좋아요.”“허허.”주아연은 이를 악물고 웃었지만 얼굴에는 어쩔 수 없이 민망한 기색이 스쳤다.얼마 지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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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5화

“호천 오빠.”주아연이 무심코 유호천 앞으로 다가와 빙글 한 바퀴 돌았다.“어때? 예뻐?”유호천은 미간을 한 번 찌푸리더니 잠깐 진지하게 훑어보고 아주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별로야.”“하하.”소지연이 웃음을 터뜨렸다가 주아연이 원망스럽게 쳐다보자 겨우 웃음을 삼켰다.“어떻게 안 예쁠 수가 있어. 친구들도 다 이게 잘 어울린다던데.”주아연은 원래 자신의 외모와 몸매에 자신이 있었다. 유호천에게 그렇게 딱 잘라 말 들으면 어느 여자라도 기분이 상할 것이었다.유호천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그러니까 왜 나한테 묻는데? 나는 너의 새언니 같은 스타일이 좋아.”화가 난 데다가 억지로 커플 자랑까지 들어야 하니 주아연의 얼굴은 더 굳어졌다.“그러면 안 살래.”주아연은 그렇게 말하고 바로 휙 돌아섰다.한참 만에야 피팅 룸에서 나온 주아연은 이미 자기 옷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들어갈 때는 잔뜩 화가 난 얼굴이었는데 지금은 표정을 모두 추스르고 환하게 웃으며 다가왔다.“좀 배고픈데 우리 뭐라도 먹으러 갈래?”유호천이 소지연을 바라보면서 말하자 소지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셋은 쇼핑몰 안의 중식당을 찾아 들어가 룸에 자리를 잡았다. 막 앉자마자 유호천의 전화가 울렸다. 유호천이 소지연과 맞은편의 주아연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나가서 전화 잠깐 받을게. 너희가 먼저 주문해.”“그래. 빨리 다녀와. 호천 오빠는 워낙 바쁘니까 굳이 날 신경 쓰지 마.”주아연은 상냥하게 웃었다.일부러 유호천을 배려하는 듯한 주아연의 표정을 보자 소지연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솔직히 주아연의 끈기는 인정할 만했다. 그 정도로 직설적인 말을 들었으면 웬만한 여자면 벌써 울상으로 뛰쳐나갔을 텐데, 주아연은 아무렇지 않은 사람처럼 전혀 영향이 없는 것 같은 순한 미소를 끝까지 유지했다.이러고 보니 주아연도 멘탈이 보통 센 게 아니었다.그런데 유호천이 룸 밖으로 나가자마자 주아연의 웃음기는 싹 사라졌다.주아연은 소지연을 힐끗 훑더니, 입만 웃는 얼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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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6화

주아연이 어깨를 으쓱하면서 득의에 찬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지연 언니, 굳이 저를 그렇게 비꼬지 않아도 돼요. 맞아요. 시대가 달라지긴 했죠. 그런데 생각은 해 봤어요? 호천 오빠는 언니가 아이 못 낳는 걸 신경 안 쓴다 해도, 유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은 어떨 것 같아요?”주아연의 눈빛이 서늘하게 빛났다.“내가 언니라면 바로 스스로 물러날 거예요. 이 세상에는 호천 오빠의 아이를 낳아 줄 여자는 넘쳐나거든요.”유호천은 소지연더러 이 문제에 대해 신경 쓰지 말라고 수없이 말해 줬고, 소지연도 스스로 다독이며 버텨 왔다.그런데 막상 그 말이 타인의 입에서 또렷이 튀어나오자, 소지연의 가슴 한편이 이유 없이 쿡 하고 아려 왔다.소지연이 이를 다물고 무언가 말하려는 찰나, 방문이 철컥 소리를 내며 거칠게 열렸다.유호천은 어두운 얼굴로 성큼 들어와 소지연의 손을 확 잡아 일으켰다. 그러고는 차갑게 주아연을 노려봤다.주아연도 유호천이 이 타이밍에 들어올 줄은 몰랐던지 잠깐 굳어 있다가 어색하게 일어나 마지못해 웃었다.“호천 오빠, 나...”유호천이 주아연을 바라보는 시선은 한겨울 매서운 바람처럼 차가웠다.“주아연, 내가 널 너무 봐줬니? 감히 내 아내에게 그런 말을 해?”유호천이 소지연의 편만 드는 걸 본 주아연의 얼굴빛이 하얗게 질렸다. 곧 눈가가 붉어졌지만 억울한 듯 입술만 달싹였다.“호천 오빠, 그... 그런 뜻이 아니라, 나는 그냥...”“그만해.”유호천은 말을 더 듣고 싶지 않다는 듯 손가락으로 문 쪽을 가리켰다.“우리 엄마가 뭐라고 했든, 네가 무슨 생각을 하든 상관없어. 앞으로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그 말만 남기고 유호천은 소지연의 손을 꽉 잡아 룸을 나섰다. 그의 발걸음에는 소지연보다 더 거센 분노가 실려 있었다.주차장에 도착할 때까지 유호천은 소지연의 손을 한 번도 놓지 않았고, 소지연을 조심스레 차에 태워 앉히고서도 한동안 숨을 고르지 못했다. 아직도 화가 가시지 않은 듯했다.소지연은 그런 유호천의 눈빛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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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7화

유호천은 핸들을 움켜쥔 손에 힘을 더 주었고 얼굴은 잔뜩 굳어 있었다.소지연은 유호천의 기분을 살피다가 잠시 생각한 뒤 말했다.“윤하경한테 데려다 줘. 입원했는데 아직 못 갔어.”잠깐 말이 없던 유호천이 고개를 끄덕였고, 곧장 윤하경이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소지연이 도착했을 때, 윤하경은 창밖을 보며 멍하니 앉아 있었다. 강현우의 일로 머리가 복잡해 잠을 설친 눈빛이었다. 문 여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더니 놀란 듯 눈썹을 올렸다.“어? 웬일이야? 아까 호천 씨의 이웃 여동생이랑 쇼핑하러 간다고 하지 않았어?”유호천은 올라오지 않고 처리할 일이 있다며 먼저 돌아갔다.소지연은 그 말에 피식 웃었지만 대꾸하지 않고 침대 곁에 앉아 윤하경을 살폈다.“어때? 의사는 뭐래?”그러자 윤하경이 아랫배를 살짝 쓸어내리며 미소를 보였다.“괜찮아. 놀라서 배가 좀 뭉쳤대. 큰일은 아니래. 경과만 좀 보다가 이상 없으면 퇴원해도 된대.”그 말을 듣자 소지연은 시름이 놓였다.“다행이다.”때마침 방숙희가 과일 접시를 들고 들어왔고 소지연을 보더니 포크를 하나 더 챙겨 건넸다.“아가씨, 드시고 싶은 거 있으시면 집에 가서 해 올게요.”방숙희가 소지연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소지연 씨, 그동안 우리 아가씨 곁을 좀 부탁드려요.”소지연이 고개를 끄덕이자 방숙희는 조용히 나갔다.윤하경이 아까 끊었던 화제를 다시 꺼냈다.“그나저나, 주아연은 대체 뭐야? 어떻게 됐어?”그 말에 소지연은 눈빛이 조금 어두워졌다.“별건 아니고... 호천의 어머니가 아직도 내가 유씨 가문 며느리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거지. 그래서 내 자리에 앉힐 사람을 따로 불러 둔 거야.”“뭐라고?”윤하경은 놀라 벌떡 몸을 세우더니 미간을 찌푸린 채 소지연을 바라봤다.“그럼 호천 씨는 뭐래?”“호천이는 많이 화났어. 당장 어머니한테 따지러 가겠다고 했지.”윤하경이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이자, 소지연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나까지 걱정할 필요는 없어. 처음에 호천과 함께하겠다고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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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8화

“현우 씨가 일이 터지자 나를 밖으로 밀어냈던 그때부터, 강현우에게서 나는 이미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었잖아.”윤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소지연은 잠깐 입술이 달싹였으나 끝내 말을 보태지 않았다. 윤하경의 상태가 안정된 걸 확인한 소지연은 잠시 더 곁을 지키다 자리를 떴다.윤하경은 한동안 천장을 바라보다가 전화를 걸었다. 오래지 않아 이혼 합의서 초안을 준비했던 변호사가 병실로 들어왔다.“윤하경 씨, 더 말씀하실 사항이 있을까요?”그러자 윤하경은 서류를 건네면서 대답했다.“이것 그대로면 돼요. 강현우 씨에게 전달해 주세요.”“알겠습니다.”변호사는 서류를 받아 인사하고 곧장 강현우가 머무는 별장으로 향했다. 도착했을 때, 강현우는 막 헤븐에서 돌아온 참이었다. 다음 치료를 받으려던 찰나, 집사가 다가와 보고했다.“강 대표님, 밖에 사모님 측 변호사라고 하는 분이 오셨습니다. 뵐까요?”휠체어를 밀던 민진혁이 순간 손을 멈추고 강현우를 올려다보았다. 강현우의 눈빛이 잠시 가라앉았다.“응접실로 모셔.”“네.”집사가 대답하면서 물러났다.강현우가 담담히 말했다.“우리도 응접실로 가자.”잠시 정적이 흐른 뒤에야 민진혁이 다시 휠체어를 밀었다.응접실에 들어서자 변호사가 벌떡 일어나 명함을 내밀었다.“강 대표님, 안녕하세요. 사모님의 위임을 받은 변호사입니다. 제 이름은...”강현우는 명함을 힐끗 훑었을 뿐 손을 내밀지 않았다. 차갑게 가라앉은 눈동자가 변호사 얼굴에 멈췄다.“말씀하시죠. 무슨 일로 왔죠?”변호사는 한숨 고르며 마음을 다잡았다. 여기 오기 전부터 강현우가 예의를 갖춰 줄 리가 없다는 건 각오하고 있었다. 원래부터 매정하기로 이름난 사람이었고 하물며 지금은 맞서는 처지였으니 푸대접받아도 이상할 게 없었다.변호사는 감정을 눌러 담고 서류 가방에서 윤하경이 확인한 이혼 합의서를 꺼내 내밀었다.“강 대표님, 사모님께서 전달해 달라고 하신 합의서입니다. 한번 보시겠습니까?”강현우의 시선이 변호사의 얼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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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9화

“잠깐만요.”문턱을 막 넘던 변호사가 걸음을 멈추고 강현우를 돌아봤다.“강 대표님, 더 하실 말씀이 있으신 가요?”강현우는 낮은 티테이블 위에 놓인 서류를 말없이 응시했다. 표지에 굵은 글자체로 쓰인 이혼 합의서를 오랫동안 더 깊게 바라보았다.“윤하경이 뭐라고 하던가요?”변호사가 짧게 숨을 고르고 표정을 가다듬었다.“사모님께서는... 강 대표님의 그 어떤 재산이나 물건도 일절 받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 가능하면 신속히 서명해 달라 전해 달라고 하셨고요.”변호사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만약 동의하지 않으시면, 법적 절차로 갈 수밖에 없다고... 그 경우 일이 보기 좋지 않게 번질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보기 좋지 않다고요?”강현우가 차갑게 코웃음을 치며 휠체어 손잡이를 꽉 쥐었다. 불거진 손등의 핏줄이 선명하게 도드라졌다.“꺼져.”변호사는 노여움 대신 죄를 사면받은 듯 서둘러 물러났다.변호사가 나가자 넓은 응접실에는 강현우와 민진혁만 남았다.민진혁은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한 강현우를 보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대표님, 건강부터 챙기셔야 합니다. 백 어르신께서...”“너도 나가.”민진혁은 잠깐 말을 잃었다. 지금이야말로 강현우가 가장 마음이 아픈 때라는 걸 알기에, 속으로 짧게 한숨을 삼키고 조용히 물러났다.응접실을 나선 민진혁은 곧장 방향을 틀었다. 백중인의 방으로 가서 조금 전 상황을 보고드리려는 참이었다.문을 열자 뜻밖에도 스티븐이 함께 와 있었다.민진혁이 방에 들어서자, 백중인의 침에 관심을 보이던 스티븐이 슬그머니 바늘을 내려놓더니 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하게 말했다.“할아버지, 내일 다시 올게요.”민진혁은 귀신이라도 본 듯 스티븐을 뚫어지게 보았다.엊그제까지만 해도 스티븐은 백중인을 사기꾼이라고 몰아붙였는데, 오늘은 공손하게 호칭까지 바꿔 부르고 있었다.백중인은 코웃음을 쳤다.“오긴 뭘 와. 와서 방해만 하지 말고, 다시는 오지 마.”스티븐은 못 들은 척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고향에서 가져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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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0화

윤하경은 퇴원 절차를 밟다가 변호사에게서 전화받았다.합의서는 이미 강현우에게 전달됐지만, 강현우가 서명하지 않았고 오히려 변호사를 내쫓았다는 소식이었다. 윤하경은 예상했다는 듯 짧게 대답했다.“알겠어요.”“사흘 안에 서명을 안 하면 바로 소송 준비해 주세요.”변호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생각보다 단호한 윤하경의 태도에 오히려 감탄이 일었다. 강현우의 아내 자리라면 이 도시만이 아니라 전국, 전 세계의 젊고 예쁜 이들이 탐낼 자리일 텐데, 윤하경은 그 자리에 앉고도 내려놓을 줄 알았다.“네, 윤하경 씨. 요청하신 대로 진행하겠습니다.”말이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가 변호사의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변호사는 고개를 돌렸다가, 전화로 윤하경에게 미안하다고 양해를 구했다.“죄송합니다. 먼저 끊을게요. 여기 일이 생겨서요.”“네.”전화를 끊자마자, 예약도 없이 들이닥친 몇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변호사는 얼굴을 굳히고 바깥에 있던 조수에게 소리쳤다.“저 사람들 누구야? 누가 들여보낸 거지?”그러자 조수가 허둥지둥 들어와 변명했다.“선생님, 저, 저는...”“이분 탓이 아닙니다.”껌을 씹던 우지원이 느긋하게 웃으며 선글라스를 벗었다. 그리고 조수에게 가볍게 눈짓했다.“나가 있어요. 이 유명한 변호사님이랑 얘기 좀 해야 하거든요.”그러자 조수의 얼굴이 붉어졌다. 우지원은 키가 크고, 비록 강현우만큼 압도적인 인상은 아니어도 굵볼이 직한 선이 살아 있는 잘생긴 얼굴이었다. 뜨거운 시선에 조수는 어쩔 수 없이 얼굴을 붉힌 채, 머쓱하게 고개를 숙이고 방을 나갔다.한영민 변호사는 우지원이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걸 단번에 알아챘다. 변호사 노릇이 원래 남의 비위를 거스르는 일이라지만, 우지원 배후의 사람이 어디까지인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우지원은 사무실을 둘러보며 한참 훑어보더니 비웃음을 흘렸다.“규모는 그리 크지 않은데 우리 형님의 사건을 덥석 받았더라고요? 배짱 하나는 두둑하네요.”그러자 한영민은 미간을 찌푸리며 단호하게 맞받았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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