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자는 힐끔 소지연을 훑어보고 콧소리만 내며 말을 아꼈다.이어서 주아연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아연아, 재밌게 놀다 와. 호천이나 지연이가 널 제대로 챙겨주지 않으면 꼭 나한테 전화해.”주아연은 다정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아주머니. 그래도 지연 언니랑 호천 오빠가 분명 저를 잘 돌봐 주실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소지연은 한쪽에서 이 광경을 담담히 지켜보다가 속으로 쓴웃음을 삼켰다.‘거 봐. 애초에 나를 안중에 두지도 않았네.’차고로 내려가 보니 유호천은 이미 차를 문 앞에 빼놓고 있었다.주아연은 소지연보다 재빠르게 조수석 문을 열더니 돌아서서 말했다.“지연 언니, 죄송해요. 제가 차멀미가 좀 있어서 조수석이 편하거든요.”소지연은 눈썹만 살짝 올릴 뿐 대꾸도 하지 않았다.대신 운전대에 앉아 있던 유호천이 웃으며 거들었다.“눈치가 있네. 뒷좌석은 자리 없다는 걸 알았구나.”말을 마친 유호천은 운전석에서 내려 차 키를 근처에 서 있던 기사에게 건넸다.주아연은 자기가 유호천 옆에 타게 될 줄 알았는데, 기사가 키를 받아 들고 운전석으로 오르는 걸 보자 얼굴이 굳었다.그러자 원래도 그리 하얗지 않은 피부가 더 어둑해졌다.소지연은 주아연이 유호천을 향해 짓는 서운한 눈빛을 보고, 웃음이 새어 나올 뻔했다.“여보, 뭘 그렇게 봐?”“타자.”유호천이 소지연 쪽의 문을 열어 주자, 소지연은 그제야 몸을 굽혀 뒷좌석에 올랐다.조수석 앞에 서 있던 주아연은 들어가자니 자존심이 걸리고, 서 있자니 모양이 빠졌다.결국 기사가 부드럽게 재촉하자 마지못해 발끝을 굴리고는 조수석에 앉았다.조아연은 계획이 어긋난 채 조수석에 앉아, 뒤에서 들려오는 두 사람의 웃음소리를 들어야 했다.순간, 주아연의 주먹이 꽉 쥐어졌다가 이내 힘없이 풀렸다.장미자가 했던 말을 떠올리자, 주아연은 잠깐 눈을 감고 속으로 들끓는 불편함을 눌러 삼켰다. 그리고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을 붙였다.“호천 오빠, 조금 전에 살던 동네에 들르면 안 될까? 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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