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지원은 말없이 입을 다물었다.민진혁은 재미난 구경이라도 난 듯이 바로 웃으며 짧게 대답했다.“네.”우지원이 자신을 홱 째려보는 것도 못 본 척했다.“가자.”강현우는 말하면서 민진혁을 보았다.“시간이 됐어.”민진혁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강현우의 휠체어를 밀어 욕실 쪽으로 향했다. 목욕을 끝내면 침도 맞아야 했고 이건 매일 빠지지 않는 루틴이었다.두 사람이 사라지자, 널찍한 방에는 우지원만 덩그러니 남았다.“젠장.”강현우가 멀어지자 우지원이 울컥 욕이 튀어나왔다. 좋은 일 했다 싶었는데 칭찬은커녕 카프라로 발령이라니. 우지원은 억울해서 속이 부글거렸지만, 강현우의 말을 어길 수도 없었다. 할 수 있는 건 투덜대며 자신의 화를 삭이는 것뿐이었다.우지원은 어깨가 축 늘어진 채, 남산 별장을 나왔다.한편, 욕실.민진혁은 표정이 한결 누그러진 강현우를 보며 살짝 눈썹을 올렸다. 보아하니 우지원이 크게 잘못한 건 아니었고, 강현우가 언짢았던 건 우지원이 먼저 보고하지 않고 독단으로 움직였기 때문이었다.민진혁은 휴대폰을 꺼내 카프라로 가는 항공권을 우지원의 이름으로 끊고, 곧장 메시지를 보냈다.“한동안 잘 쉬고 와. 바람 쐬는 셈 치고.”우지원의 흐렸던 눈빛이 그 문장을 보자 반짝했고 입가에는 방금 집어넣었던 미소가 다시 드러났다. 강현우 곁에서 민진혁과 오래 호흡을 맞춰 온 터라, 그 한 줄만 봐도 강현우가 진짜로 화를 낸 건 아니라는 걸 단번에 알아챘다.“좋아!”우지원은 신이 나서 경적을 꾹 눌렀다. 벤츠 G바겐의 빵빵 소리가 지금 우지원의 마음처럼 호쾌하게 울렸다.이혼 합의서 건이 일단 마무리되자 강현우의 굳어 있던 얼굴도 한결 부드러워졌다.강현우는 철이 들 때부터 늘 남들이 자기 말을 따랐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백중인의 지시를 한 치도 어기지 않았다. 시키는 대로 약을 꼬박꼬박 먹고, 침을 맞고, 재활 운동에 매달렸다.하지만 두 번째 치료 과정을 마치고 보니, 처음만큼 눈에 띄게 좋아지지는 않았다. 한껏 자신감을 품었던 강현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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