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Bab 1501 - Bab 1510

1617 Bab

제1501화

잠깐 들떴던 한영민이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그런데... 윤하경 씨 쪽은 어떻게 하죠? 저희는 이미 계약까지 했습니다. 제가 일방적으로 어기면 위약금이 천문학적인 금액이에요.”이번 사건을 따내려고 한영민은 꽤 큰 돈을 쏟아부었고, 커리어를 위해서라도 성의를 보여 온 터였다.우지원이 코웃음을 치며 눈썹을 들어 올렸다.“윤하경 씨가 무섭다고요? 그러면 강한 그룹은 안 무섭습니까?”말문이 막힌 한영민은 고개를 떨군 채 잠시 생각에 잠겼다. 곧 결심한 듯 펜을 들어 계약서에 자기 이름을 또박또박 써넣었다.우지원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자신만만한 기색에 어딘지 비웃음도 섞여 있었다. 한영민을 향한 비웃음인지, 아니면 윤하경의 쓸데없는 노력에 대한 비웃음인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었다.“그래. 그게 정답이죠.”우지원은 서류를 집어 들고 느긋하게 한영민의 어깨를 두드렸다.“이제 우리는 파트너예요. 잘 부탁해요.”우지원이 손을 내밀자 한영민이 억지로 웃으며 악수했다.“위약금은 우리 형님이 해결하실 겁니다.”우지원이 말을 잠시 끊더니 한영민의 숨소리가 가늘어지는 걸 확인하고서야 가볍게 웃었다.“대신 부탁할 게 있어요. 업계에 전해요. 윤하경 씨 의뢰를 받는 순간, 그 로펌은 강한 그룹이랑 맞서는 거라고요.”“네네. 알겠습니다.”한영민은 머리를 연신 끄덕이며 비위를 맞췄다.결국 판을 돌려놓으려는 사람은 따로 있었다. 강현우는 아예 이혼할 마음이 없었다.우지원이 돌아가자마자 한영민은 이마의 식은땀을 훔쳤다. 조금 전까지는 태연한 척했지만 심장은 내내 요동쳤다. 하물며 우지원은 강현우의 부하 중 하나에 불과했다. 정작 강현우를 직접 상대해야 한다면, 감히 상상도 하기 싫었다.잠시 뒤, 조수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선생님, 방금 손님들은 돌아갔습니다.”“알았어. 나가도 돼.”조수가 돌아서려는데, 한영민이 다시 불러 세웠다.“잠깐만.”“무슨 일이 있으세요?”한영민은 입술을 한번 오므리더니 말했다.“주 변호사님이랑 임 변호사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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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2화

넓은 사무실에는 다시 한영민만 남았다.잠시 생각에 잠긴 한영민은 입술을 한번 다문 뒤 휴대폰을 꺼내 윤하경에게 전화를 걸었다.윤하경이 집 소파에 막 앉았을 때 전화벨이 울렸다.“한 변호사님, 무슨 일이죠?”“그게... 윤하경 씨.”한영민은 머뭇거리다가 말머리를 바꿨다.“최근에 제가 사정이 좀 생겨서요. 의뢰하신 건은 당분간 맡기 어렵겠습니다.”윤하경은 미간이 찌푸렸지만 대꾸하지 않았다.한영민이 말을 이었다.“이미 지급하신 착수금과 계약서에 명시된 위약금은 전액 계좌로 반환하겠습니다. 확인해 주세요.”윤하경의 이마를 더 깊게 찌푸렸다.잠깐의 침묵 끝에 윤하경은 곧장 물었다.“솔직한 이유를 말씀해 주세요.”“콜록.”한영민은 망설이다가 낮게 말했다.“윤하경 씨는 똑똑하시잖아요. 이유는... 충분히 짐작하시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선의로 한 말씀 더 드리면 이번 소송은 아마 어느 로펌도 받기 힘들 겁니다.”윤하경은 한영민의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를 리가 없었다.윤하경은 휴대폰을 쥔 손가락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한참 후, 짧은 한숨과 함께 통화를 끊었다. 싫다는 사람과 더 이상 얽힐 필요가 없었다.강현우는 경성에서 손이 닿지 않는 데가 없었다. 매수든 협박이든 강현우에게는 그저 식은 죽 먹기일 것이다.윤하경은 화내지 말자고 스스로 다독였지만, 끝내 참지 못하고 휴대폰을 멀리 던져 버렸다.그때 부엌에서 영양식을 고아 내던 방숙희가 소리에 놀라 급히 나왔다.내던져진 휴대폰과 윤하경의 굳은 표정을 본 방숙희가 다가와 걱정스레 물었다.“아가씨, 무슨 일 있으셨어요? 다치신 데는 없죠?”윤하경은 눈을 지그시 감으면서 말했다.“괜찮아요.”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전혀 괜찮지 않았다. 윤하경은 피가 거꾸로 솟을 만큼 화가 났다. 강현우가 이런 식으로 압박할 줄은 정말 몰랐다. 더 분한 건, 강현우가 이혼을 막겠다면 직접 만나 윤하경과 대화라도 해야 할 텐데 얼굴조차 보지 않으려 든다는 점이었다.윤하경은 한 번 마음먹으면 물러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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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3화

하석호는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다. 30분도 채 안 돼 초인종이 울리자 윤하경은 살짝 눈썹을 치켜올리고 문을 열었다.“이렇게 빨리 왔어?”하석호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마침 근처에 있었어.”윤하경은 고개만 끄덕이고 몸을 비켰다.“들어와.”하석호의 시선이 윤하경의 살짝 불러온 아랫배에 잠깐 머물렀다가 곧바로 거두어졌다.“앉아.”윤하경이 자리를 권하자 방숙희가 눈치 있게 차를 내왔다.두 사람은 마주 앉았다. 이번에는 하석호가 오히려 긴장한 듯 손을 비볐다.“하경아, 이렇게 일이 있을 때 나를 찾아줘서... 고마워.”지난 일로 하석호는 내내 마음이 걸렸다. 자기 탓에 윤하경이 이유 없는 고생을 한 것만 같아서였다.윤하경이 입꼬리를 가볍게 올렸다.“그 일은 오빠가 한 게 아니야. 오건우가 한 거지. 그러니까 미안해할 필요도 없어.”윤하경은 눈치가 빨랐기에 하석호의 속마음을 모를 리가 없었다.오건우의 이름이 나오자, 하석호의 안색은 더 어두워졌고 올라가 있던 입꼬리가 스스르 내려앉았다.“하경아...”하석호가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오건우 대신 정식으로 사과할게. 예전에... 걔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거든.”윤하경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을 잘랐다.“그 사람 얘기는 더 이상 꺼내지 말자고 했잖아. 오빠하고 그 사람이 어떤 사이였든 내가 참견하지도 않을 거고, 그 일로 오빠를 다르게 보지도 않아. 그러니까 내 앞에서는 그 이름은 그만 말해.”윤하경은 사랑과 미움이 분명한 사람이었다. 하석호가 베푼 호의는 또렷이 기억한다.하석호가 아니었다면 평생 자신을 아껴 준 외할아버지도 찾지 못했을 것이다.비록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사랑은 워낙 빈약했던 윤하경의 가족사에 너무도 귀한 선물이었다.윤하경은 더 이상 이 얘기를 이어 가고 싶지 않았기에 바로 말을 돌렸다.“오늘 오빠를 부른 건, 부탁이 있어서야.”윤하경이 짧게 웃었다.“나, 강현우랑 이혼하려고 해.”“뭐라고?”하석호가 눈을 크게 뜨면서 물었다.“이혼한다고? 마음은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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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4화

강현우와 윤하경의 일은 그야말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였다. 지금 강현우의 다리가 상하게 되자 윤하경이 곧장 등을 돌린다는 말은 분명 구설이 될 터였다. 그때가 되면 윤하경의 평판이 땅에 떨어질지도 몰랐다.윤하경은 하석호의 걱정을 알아차리고 입꼬리를 비틀며 비웃듯 말했다.“나한테는 그게 중요하지 않아. 난 이 결혼은 반드시 끝낼 거야.”하석호는 윤하경의 단호한 태도를 확인하고 잠시 멈칫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네 뜻대로 하자. 내일 변호사를 보낼게. 원하는 조건이 있다면 전부 말해.”“그리고...”하석호가 주위를 한 번 훑어보고 말했다.“네가 여기 혼자 지내는 건 좀 위험해. 나랑 같이 모성으로 돌아갈래?”모성으로 가면 모든 것이 하석호의 손이 미치는 곳이었다. 설령 소문이 나더라도 하석호가 수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는 어디까지나 경성이었고, 강현우의 영역이었다.윤하경은 잠시 생각에 잠겼지만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모성으로 돌아가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나은 선택 같았다. 하지만 생각만 해도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잠시 침묵 끝에 윤하경이 고개를 들었다.“조금만 생각할 시간을 줘.”하석호가 고개를 끄덕였다.“괜찮아. 나도 당분간은 경성에 머물 일이 있어. 대략 보름 뒤에나 모성으로 돌아갈 것 같아. 그때까지 천천히 결정해.”보름이면 충분했다.“알겠어.”윤하경이 고개를 끄덕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하석호는 돌아갔고, 대기하고 있던 방숙희가 제비집 한 그릇을 가져와 내밀었다. 소파에 앉아 굳은 얼굴로 말없이 있는 윤하경을 바라보며, 방숙희는 이유 없이 입술을 꼭 다물었다.방숙희가 조심스레 윤하경의 표정을 살피며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했다.“사모님, 제 생각에는... 강 대표님이 변호사를 못 맡게 막는 건, 아직 마음에 아가씨를 두셔서가 아닐까 싶어요. 혹시 조금만 더 기다려 보...”그러자 숟가락을 움직이던 윤하경의 손이 멈췄고 시선이 방숙희의 얼굴을 스쳤다가 내려앉았다.잠깐의 정적 끝에 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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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5화

우지원은 말을 마치자마자 슬그머니 빠져나가려 했다. 강현우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아는 우지원은 지금 강현우의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는 걸 알았다. 어쩌면 우지원이 일을 그르친 걸지도 몰랐다.“거기 서.”강현우가 담담하게 우지원을 불렀다.우지원은 마지못해 고개를 돌리며 씩 웃었다.“형님, 더 지시하실 게 있으세요?”강현우는 민진혁의 부축받아 휠체어에 앉더니, 수건을 들어 이마의 땀을 닦았다. 한참 침묵을 두른 뒤 낮게 물었다.“무슨 짓을 한 거야?”그러자 우지원은 멈칫하며 민진혁을 흘끗 보았다. 민진혁은 어깨를 한번 으쓱해 보였다.‘나도 어쩔 수 없어.’우지원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강현우가 이혼 합의서를 받은 건 비밀도 아니었다. 강현우 앞에서 거짓말을 했다가는 더 큰 화만 부른다는 걸 알기에, 우지원은 결국 전부 털어놓았다.“어제 형님 뵈러 왔다가 휴지통에 찢겨 나뒹구는 이혼 합의서를 봤습니다. 그래서 형수님이 형님과 이혼하려 한다는 걸 알았고요. 그래서... 형수님 측 변호사가 누군지 알아내서, 형님의 명의로...”우지원이 조심스레 강현우의 눈치를 살폈지만 강현우의 표정은 미동도 없었다. 얼굴에 변화라고는 하나도 없어서, 강현우의 청력이 멀쩡하다는 걸 몰랐다면 못 들은 줄 알았을 지경이었다.“계속해.”강현우가 천천히 말했다.“형님 명의로 그 변호사에게 이익을 좀 주고 더는 형수님의 이혼 소송을 못 맡게 했습니다. 그리고... 변호사들 사이에 돌리라고 했습니다. 형수님 건은 받지 말라고 업계에 돌렸습니다.”끝으로 갈수록 우지원의 목소리는 점점 더 작아졌다.우지원은 강현우의 눈치를 슬며시 살폈다. 혹시 강현우가 자신을 향해 손을 쓰기라도 하면 어느 쪽으로 피해야 상처를 가장 덜 입을지까지 머릿속으로 계산했다.그렇게 전전긍긍한 채 7, 8분이 흘렀지만 강현우의 얼굴에서는 별다른 기색이 읽히지 않았다. 우지원은 천천히 한숨을 내쉬었다. 강현우를 아는 대로라면 오늘은 일단 목숨줄이 붙어 있는 셈이었다.딱 그때였다.긴장을 풀려던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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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6화

우지원은 말없이 입을 다물었다.민진혁은 재미난 구경이라도 난 듯이 바로 웃으며 짧게 대답했다.“네.”우지원이 자신을 홱 째려보는 것도 못 본 척했다.“가자.”강현우는 말하면서 민진혁을 보았다.“시간이 됐어.”민진혁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강현우의 휠체어를 밀어 욕실 쪽으로 향했다. 목욕을 끝내면 침도 맞아야 했고 이건 매일 빠지지 않는 루틴이었다.두 사람이 사라지자, 널찍한 방에는 우지원만 덩그러니 남았다.“젠장.”강현우가 멀어지자 우지원이 울컥 욕이 튀어나왔다. 좋은 일 했다 싶었는데 칭찬은커녕 카프라로 발령이라니. 우지원은 억울해서 속이 부글거렸지만, 강현우의 말을 어길 수도 없었다. 할 수 있는 건 투덜대며 자신의 화를 삭이는 것뿐이었다.우지원은 어깨가 축 늘어진 채, 남산 별장을 나왔다.한편, 욕실.민진혁은 표정이 한결 누그러진 강현우를 보며 살짝 눈썹을 올렸다. 보아하니 우지원이 크게 잘못한 건 아니었고, 강현우가 언짢았던 건 우지원이 먼저 보고하지 않고 독단으로 움직였기 때문이었다.민진혁은 휴대폰을 꺼내 카프라로 가는 항공권을 우지원의 이름으로 끊고, 곧장 메시지를 보냈다.“한동안 잘 쉬고 와. 바람 쐬는 셈 치고.”우지원의 흐렸던 눈빛이 그 문장을 보자 반짝했고 입가에는 방금 집어넣었던 미소가 다시 드러났다. 강현우 곁에서 민진혁과 오래 호흡을 맞춰 온 터라, 그 한 줄만 봐도 강현우가 진짜로 화를 낸 건 아니라는 걸 단번에 알아챘다.“좋아!”우지원은 신이 나서 경적을 꾹 눌렀다. 벤츠 G바겐의 빵빵 소리가 지금 우지원의 마음처럼 호쾌하게 울렸다.이혼 합의서 건이 일단 마무리되자 강현우의 굳어 있던 얼굴도 한결 부드러워졌다.강현우는 철이 들 때부터 늘 남들이 자기 말을 따랐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백중인의 지시를 한 치도 어기지 않았다. 시키는 대로 약을 꼬박꼬박 먹고, 침을 맞고, 재활 운동에 매달렸다.하지만 두 번째 치료 과정을 마치고 보니, 처음만큼 눈에 띄게 좋아지지는 않았다. 한껏 자신감을 품었던 강현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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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7화

민진혁이 말을 이었다.“방금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사모님이 하석호 씨와 함께 모성으로 떠나셨습니다.”그 말을 들은 강현우는 눈을 가늘게 뜨며 본능적으로 휠체어의 바퀴를 움켜쥐었다. 당장이라도 방을 박차고 나갈 기세였다.등 뒤에 서 있던 민진혁이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지금 공항에 가셔도 소용없습니다. 우리가 알았을 땐 이미 출발하신 뒤였습니다.”민진혁은 여전히 이해되지 않았다. 윤하경이 그렇게 강현우를 사랑하는데 일이 터질 때마다 강현우는 윤하경을 멀리 밀어냈다. 정작 사람이 떠나자 급해지는 건 강현우였다.휠체어를 밀던 강현우는 얼마도 못 가 멈춰 섰다.민진혁이 다가와 낮게 물었다.“대표님, 지금 모성으로 가는 전용기를 준비할까요?”강현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허락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민진혁은 잠시 눈치를 보더니 그 뜻을 알아챈 듯 고개를 끄덕이고 준비하러 돌아섰다.몇 걸음 옮기기도 전에 등 뒤에서 강현우의 목소리가 그를 붙들었다.“잠깐.”민진혁이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보자, 늘 세상 위에 군림하던 강현우가 고개를 숙인 채 자신의 다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한참 만에야 강현우가 말을 이었다.“그럴 필요 없어.”민진혁은 답답함에 발끝으로 바닥을 툭 쳤다. 급히 앞으로 나서면서 말했다.“대표님, 지금 안 가면 정말 늦습니다.”강현우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가 고개를 들었다.“내가 말한 대로 해.”민진혁이 무언가 더 말하려 입술을 떼는 순간, 문 밖에서 집사의 목소리가 들렸다.“손님이 오셨습니다.”“사모님 측의 변호사라고 합니다.”“변호사요?”민진혁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우지원이 아까 변호사는 이미 정리됐다고 말했잖아?’이제 윤하경의 사건을 맡을 변호사는 없을 터였다.‘그런데 이 변호사는 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걸까? 설마 강한 그룹과 맞서 보겠다는 거야?’강현우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어두웠던 얼굴빛이 더 짙어졌다.대답이 없자 민진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돌려보내세요.”문밖의 집사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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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8화

변호사는 오기 전부터 강현우가 만만치 않다는 걸 알았기에 마음을 단단히 다져 두었다.그래서인지 변호사는 거친 말을 들어도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강 대표님, 농담이겠죠. 저는 의뢰받은 일을 할 뿐입니다. 제 배짱은 윤하경 씨에게서 받은 것이고요.”전혀 기죽지도, 도리어 날을 세우지도 않는 태도였다. 이전에 찾아왔던 한영민과는 결이 달랐다.강현우의 표정은 한층 더 어두워졌다.변호사가 미소를 거두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오늘 서명하시든 마시든 사실 저에게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절차상 한 번 뵈러 온 거고, 서명하지 않으시면 곧장 마지막 단계로 가면 됩니다. 법정에서 뵙죠. 다만 그때는 대표님도 윤하경 씨도 상처만 깊어질 겁니다. 게다가 대표님의 사건 때문에 강한 그룹의 주가가 위태로운 것도 사실이지요. 대표님 자신을 떠나, 윤하경 씨와 강한 그룹을 위해서라도 신중히 생각해 보시죠.”사고 이후 주가가 미끄러지듯 내려온 건 강현우도 알고 있었다. 강한 그룹을 노리는 이들이 기회를 잡은 것도 이해했다.하지만 그 말을 변호사 입으로 듣자, 강현우의 눈가에는 한기가 스쳤다.“그렇게 머리 굴려 다 따져 봤으면, 오늘 여기서 무사히 나갈 수 있을지까지 계산해 봤나?”그 말에 변호사는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강현우가 광기로 이름난 사람이라는 소문을 들어 왔지만, 눈앞에서 마주한 강현우에게서는 그보다 더 날 선 위험이 느껴졌다.변호사는 속으로는 살짝 떨렸지만 직업 윤리상 내색하지 않았고 억지로라도 입가에 웃음을 걸고 차분히 말했다.“강 대표님, 농담하지 마세요. 저는 그저 의뢰받은 일을 하고 있는 한낱 변호사입니다. 제 목숨쯤이야 대표님께 대수롭지 않겠지만, 윤하경 씨의 일은 대표님께 무엇보다 중요하잖습니까?”그 말에 강현우의 눈빛은 한층 더 싸늘해졌다.잠시 뒤, 강현우의 시선이 변호사가 든 이혼 합의서로 내려갔다. 변호사는 때를 놓치지 않고 공손히 서류를 내밀었다.“확인해 보시죠. 마음에 들지 않는 조항이 있으면 의뢰인께서 즉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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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9화

강현우는 살짝 어금니를 깨물고 고개만 들어 민진혁을 봤다.“오늘은 너도 쉬어.”민진혁은 잠깐 멍해졌다가, 굳이 사양하려던 말을 삼켰다. 어차피 백지유도 지금은 백중인 어르신 댁에서 지내니 밤이면 볼 수도 있고, 자신이 굳이 더 버틸 필요는 없었다.“알겠습니다.”지금 강현우가 혼자 있을 시간을 원한다는 걸 민진혁은 알았다. 이 순간, 누구보다 마음이 힘든 사람은 강현우였다.“그럼...”더 지시할 일이 있는지 묻기도 전에, 강현우가 손짓으로 민진혁을 내보냈다. 민진혁은 더 머뭇거리지 않고 돌아섰다.한편, 모성.윤하경은 모성에 도착하자 하씨 가문 저택에 머물렀다. 예전에 외할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 머물던 그 안마당이었다. 한여름의 무성한 초목은 변함없었지만 사람이 바뀌었다. 짧게 만났어도 뼈에 사무치게 사랑을 쏟아 준 외할아버지는 이제 세상에 없었다.윤하경은 외할아버지의 뜰이 보이는 방향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하석호가 들어섰을 때도, 윤하경은 마당에 앉아 눈에 초점을 잃은 채 생각에 잠겨 있었다. 하석호가 성큼 다가와 눈썹을 가볍게 치켜올리며 물었다.“무슨 생각해?”부드러운 하석호의 목소리에 윤하경은 생각이 끊겼다. 윤하경은 고개를 들어 하석호를 보았다가 고개를 저었다.“아무 생각도 안 했어.”잠시 입술을 다문 윤하경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외할아버지 뵈러 가고 싶어. 사람을 좀 붙여 줄 수 있어?”지난 장례식 때, 절반도 지나기 전에 윤하경은 하석호와 강현우에게 끌려나오듯 자리를 떴다. 사정이 있었던 건 알지만 그 일은 윤하경의 마음속에 언제나 걸림돌이었다. 그날의 선택은, 자신을 아껴 준 외할아버지께 죄스러운 마음이 남았다.하석호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윤하경의 정수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마음 편하게 먹어. 할아버지가 너를 탓하실 리 없어. 그러니 너도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마.”윤하경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살짝 흔들린 눈빛이 마음을 드러냈다.그러자 하석호가 말을 이었다.“시간 괜찮아. 내가 널 데려다줄게.”하석호는 손목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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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0화

사진 속 하병철의 미소는 여전히 온화했다.하지만 하병철의 따뜻한 큰손이 더는 윤하경의 머리 위에 얹히고 다정한 눈길로 내려다보는 일은 없을 것이다.윤하경은 눈가가 뜨거워지는 걸 느끼며 무릎을 굽혀 묘비에 내려앉은 먼지를 정성스레 닦았다.“할아버지, 오늘에야 찾아왔어요. 저를 탓하지 마세요. 좋은 소식이 있어요. 저도 아이가 생겼어요.”윤하경은 살짝 불러온 아랫배를 어루만지면서 말했고 머릿속에 무언가 스쳤는지 잠시 시선이 멍해졌다.하석호는 윤하경이 하고 싶은 말을 충분히 나누도록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조용히 지켜보았다. 그때 하석호의 휴대전화가 진동했다. 윤하경을 위해 수소문해 둔 변호사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내용을 확인한 하석호는 미세하게 미간을 찌푸렸고, 본능적으로 윤하경 쪽을 한 번 바라본 뒤, 가볍게 숨을 내쉬고 짤막한 답장을 보냈다.산을 내려오는 길, 윤하경은 조수석에 앉았다. 눈치가 빠른 윤하경은 하석호의 기색이 평소와 다름을 단번에 알아차렸다.“왜 그래? 표정이 별로 좋지 않은데.”하석호는 운전대를 잡은 손에 힘을 주고 입술을 굳게 다물었으며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윤하경이 낮게 말했다.“우리 사이에 숨길 건 없어. 그냥 말해.”잠시 생각을 고른 하석호가 물었다.“정말로 강현우와 이혼할 생각이야? 진지하게 대답해 줘.”뜻밖의 질문에 윤하경은 잠깐 굳어 있다가 자신을 비웃듯 옅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내가 나중에 후회할까 봐 걱정하는 거야?”“강현우와의 이혼은 이미 결심했어. 그러니 바뀌지 않아. 강현우가 동의하지 않으면, 나는...”윤하경은 말끝을 흐리며 앞을 바라봤다. 눈빛은 잠시 흔들렸지만 곧 단호해졌다.“현우 씨가 정말 동의하지 않으면... 마지막까지 가는 수밖에 없어.”윤하경이 말한 마지막은 바로 법정에서 맞붙겠다는 뜻이었다.한때 사랑했던 두 사람이 그 지점까지 가는 건 늘 안쓰러운 일이었다. 윤하경도 서로 보기 흉하게 끝맺고 싶지는 않았다. 서로에게 가장 험한 얼굴만 남기는 건 더더욱 싫었다.하석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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