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우는 윤하경이 넘어질까 봐 재빨리 부축했지만, 너무 급한 나머지 손이 허벅지와 엉덩이 쪽에 닿고 말았다. 얇은 옷감 너머로 전해지는 뜨거운 온기가 윤하경의 몸을 달아오르게 했다.윤하경은 반사적으로 몸을 빼려 했고, 그 순간 강현우의 낮은 웃음소리가 스쳤다. 비웃음인지 알 수 없었지만 윤하경의 심장은 괜스레 빨리 뛰고 있었고 볼까지 달아올랐다.윤하경은 살짝 짜증 섞인 눈길을 보내고는 아무렇지 않은 척 강현우의 무릎에서 일어났다.“미안해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에요.”“설령 일부러였어도 괜찮아.”강현우의 저음이 가볍게 울리자 윤하경은 흘겨보며 단호히 말했다.“정말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강현우가 눈썹을 들어 올리며 옅게 웃었다.“알겠어. 밥 먹자.”변명할수록 더 구차해질 것 같아 윤하경은 더는 말하지 않고 식탁으로 가서 자리에 앉았다.민진혁이 사 온 아침은 두 사람이 좋아하는 메뉴로만 골라 담은 것이었고 호텔에서 포장해 온 탓에 모양도, 향도, 맛도 흠잡을 데가 없었다. 마음의 매듭이 조금 풀려서인지, 아니면 정말로 많이 배가 고파서인지, 윤하경은 요 몇 주 사이 가장 맛있게 밥을 먹고 있었다.강현우는 옆에서 천천히 식사하면서도 틈틈이 윤하경을 챙겼다. 지금은 휠체어에 앉아 있어 남들 눈에는 불편해 보일지 몰라도, 그의 동작 하나하나는 여전히 기품이 묻어났다.윤하경은 문득 생각에 잠겼다.‘강현우 같은 사람은 아마 태생부터 남다른 사람일지도 몰라.’하지만 다음 순간, 윤하경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강현우의 휠체어에 가 닿았다.윤하경의 시선이 본능적으로 휠체어로 내려가더니 불에 덴 듯 황급히 비껴갔다. 괜히 강현우가 마음 아플까 봐서였다.“언제 경성으로 돌아가요?”윤하경이 화제를 돌렸다.강현우는 젓가락을 내려두고 존재하지도 않는 얼룩을 닦듯 냅킨으로 입가를 한번 닦으면서 막 대답을 꺼내려는 순간, 병실 문이 다시 열렸다.문밖에서 민진혁이 머리만 내밀어 미안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한 번 훑고는 말했다.“대표님, 백중인 어르신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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