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경의 목소리는 아주 작았지만 문밖에 있던 민진혁은 들었다. 두 사람이 막 돌아왔기에 할 말이 많을 걸 알아서, 민진혁은 눈치껏 방해하지 않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백지유를 도와 저녁 준비를 했다.방 안.윤하경은 강현우의 목을 감은 채 한동안 놓지 못했다. 떨어져 지낸 시간이 너무 길어서 한때는 정말로 다시는 불가능하다고까지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 다시 강현우의 곁으로 돌아왔다.둘은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 고요한 방에는 서로의 숨소리만 가득했다. 강현우의 품이 주는 안전함 때문인지, 그의 체온과 향기가 주는 안도감 때문인지, 윤하경은 문득 지금 이 순간, 아주 행복하다고 느꼈다.얼마 지나지 않아 윤하경은 그대로 깊이 잠들어 버렸다. 강현우는 윤하경을 안은 채 그녀의 고른 숨을 들으며 미동도 하지 않았다. 늘 철저한 현실주의자였던 강현우조차, 이 순간만은 신에게 빌었다. 지금 이처럼 영원히 다시는 헤어지지 않게 지켜 달라고 빌었다.얼마나 지났을까.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대표님, 사모님, 백지유 씨가 식사하시라고 모시고 오라네요.”그제야 윤하경은 잠에서 깼다. 눈을 뜨고서야 자신이 강현우의 무릎 위에서 잠들어 있었다는 걸 알아챘다.“아... 미안해요, 방금 제가...”강현우가 고개를 들어 눈을 가늘게 웃었다.“괜찮아. 우리가 그렇게까지 어색할 사이야?”윤하경은 잠시 말이 막혔다. 그러고 보니 둘은 분명 부부였다. 괜히 어색해할 이유는 없었다.“네... 다음부터는 조심할게요.”오래 떨어져 지내며 몸에 밴 낯섦일 뿐이라고, 윤하경은 스스로를 다독였다.윤하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강현우의 뒤로 돌아가 휠체어 손잡이를 잡았다.“가요.”윤하경이 조심스레 휠체어를 밀어 아래층 식당으로 내려갔을 때, 민진혁과 백지유는 이미 분주히 음식을 상에 올리고 있었다.“사모님, 이쪽으로 오세요.”백지유가 반갑게 손짓했다.“지난번에 좋아하신 메뉴 몇 가지를 준비했어요. 맛 좀 봐 주세요.”한 상 가득 차려진 음식을 본 윤하경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