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Chapter 1521 - Chapter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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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1화

막 잠들려던 순간, 뱃속의 아기가 갑자기 세게 한 번 움직였다.그 한 번의 움직임에 졸음은 싹 가셨다. 윤하경은 강현우의 손을 잡아 자기 배 위에 올리며 눈을 반짝였다.“봐요, 움직였어요. 현우 씨가 있는 걸 아나 봐요.”예전에는 윤하경이 스스로 태교 책을 읽어 줄 때 이렇게까지 크게 반응한 적이 없었다. 강현우는 처음으로 태교를 읽어 줬지만 반응이 유난히 컸다.윤하경은 작게 코웃음을 쳤고 괜히 질투가 났다.속내를 모르는 강현우는 손끝에 전해지는 미세한 움직임을 똑똑히 느꼈다. 자신을 향해 일부러 발길질한 건지, 기지개를 켠 건지는 알 수 없었다. 강현우의 눈빛이 부드러워지고 손길도 한결 조심스러워졌다.그 뒤로도 강현우는 내내 뱃속의 아기에게 이야기를 읽어 주었다. 한껏 들떴던 윤하경은 한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다시 졸음이 밀려왔고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스르르 눈을 감았다.눈을 떠 보니 비행기는 이미 착륙해 있었고 강현우는 책 한 권을 끝까지 읽은 뒤 침대 곁에서 윤하경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윤하경은 눈을 뜨고도 잠시 멍해졌다.강현우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도착했어.”윤하경은 고개를 끄덕였다.“저 얼마나 잔 거예요? 혹시 현우 씨 시간 뺏은 거 아닌가요?”“아니야. 방금 착 륙했어. 어서 가자.”윤하경은 일어나 강현우를 따라가며 민진혁의 손에서 휠체어 손잡이를 넘겨받았다.“제가 밀게요.”하루 만에 다시 경성에 도착했고, 윤하경은 강현우와 함께 남산 별장으로 향했다.남산 별장의 풍경은 예전에 머물던 곳보다 훨씬 좋았다. 산허리를 감싼 숲은 한여름이라 더 우거졌고 거대한 통유리창 밖으로 펼쳐진 풍경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이었다.윤하경은 이곳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지난번에는 살펴볼 겨를도 없었지만, 지금 이렇게 서서 내다보니 마음이 환히 트였다.“사모님, 방 정리 다 끝났습니다.”민진혁이 뒤에서 공손히 말했다.“대표님께서 부족한 게 있으면 말씀하라고 하셨어요. 제가 바로 사 오겠습니다.”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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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2화

윤하경이 미간을 찌푸리자, 예쁘고 작은 얼굴은 순식간에 차갑게 굳었다.윤하경의 얼굴에 옅은 분노가 비치자 민진혁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더는 말 대꾸를 못 했다.강현우를 건드릴 수 없듯이 윤하경도 건드릴 수 없었다.민진혁은 난감한 표정으로 코끝을 한 번 문지르고는, 억울한 마음을 삼킨 채 손가락으로 한쪽을 가리켰다.“저... 저쪽입니다.”“고마워요.”조금 전까지만 해도 차갑던 윤하경의 얼굴이 금세 풀리며 미소가 번졌다. 윤하경은 민진혁이 가리킨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남산 별장은 워낙 컸다. 천 평이 넘는 대저택은 모두 3층 구조였다. 윤하경은 민진혁이 알려준 대로 1층 복도 끝에서야 강현우가 치료받는 방을 찾을 수 있었다.문은 비스듬히 열려 있었다. 문 앞에 서는 순간, 방 안에서 한약 냄새가 은은하게 스며 나왔다.윤하경은 문 앞에서 잠시 멈췄다가 손을 들어 문을 밀고 들어갔다.안으로 들어서자 침대에 엎드린 강현우의 등이 먼저 보였다. 그의 몸에는 백중인이 침을 놓고 있었다.강현우는 윤하경이 온 걸 눈치채지 못했지만, 백중인이 먼저 알아봤다. 그가 막 말을 꺼내려 하자 윤하경이 고개를 살짝 저었다.백중인은 곧바로 눈치를 채고는 누구인지 알아챈 듯 고개를 숙여 다시 침을 놓기 시작했다.윤하경의 시선은 백중인의 손끝에서 반짝이는 은침으로 옮겨갔다. 그 침이 아무렇지도 않게 강현우의 등 피부로 스르르 들어가는 걸 보자 윤하경은 끝내 어금니를 꽉 물었다.강현우는 매일같이 이런 고통을 견뎌 왔다.이 방에서 수백개에 가까운 침 개의 침을 온몸에 꽂아야 했다.그런 생각에 이르자, 윤하경의 가슴은 누군가 움켜쥔 듯 아렸다.백중인은 나이가 들었어도 눈매는 여전히 또렷했다.윤하경의 눈동자에 어린 깊은 걱정을 보자 백중인은 웃으며 강현우를 슬쩍 놀렸다.“흠, 오늘은 기분이 한결 나아 보이는구먼. 아까 맥을 짚어 보니 피곤하기는 해도 기혈이 잘 도는 것 같아. 마음속에 맺힌 응어리가 풀린 모양이구먼?”백중인의 말에 강현우는 감고 있던 눈꺼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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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3화

백중인은 말을 듣고 못 이긴 듯 눈썹을 추켜올렸고 희끗한 수염이 난 턱도 덩달아 살짝 떨렸다.“쩝, 아주 지독한 사랑이구먼.”백중인은 마지막 침을 뽑아 들며 방 한쪽을 가리켰다.“게다가 저 사람은 한참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다네. 저기를 좀 봐.”강현우가 잠시 굳더니 고개를 돌렸다. 멀지 않은 곳에 선 윤하경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눈가가 붉어진 걸 봐서는 방금 울었는지, 울음을 참는 중인지 알 수 없었다.강현우는 순간 당황했지만 금세 미간을 가볍게 좁혔다.“여긴 어떻게 왔어? 언제부터 있었던 거야?”윤하경은 콧날을 한 번 훌쩍이며 점점 고이는 눈물을 참으려 했다. 그러고는 짜증 섞인 눈길로 강현우를 흘겨보며 다가가 상반신을 일으켜 앉도록 부축했다.“왜, 제가 오는 게 그렇게 두려웠어요? 그럴 거면 왜 저랑 같이 돌아오자고 했는데요?”강현우가 입술을 다물었다.“그런 뜻이 아니야.”윤하경은 강현우를 쓱 올려다보고 코웃음을 쳤다.“그 뜻이든, 아니든 저는 상관없어요.”윤하경이 몸을 굽히자 바지 끝을 내려 두고 속옷만 걸친 강현우의 다리가 시야에 들어왔다. 체격이 말이 필요 없을 만큼 탄탄한 몸이었다. 지금 휠체어에 앉아 있어도 두 다리의 근육선은 여전히 매끈하고 보기 좋았고 단단한 힘이 느껴졌다.다만, 다리 위에 선명한 흉터 두 줄이 있었다. 보지 않아도 그때의 사고로 생긴 자국임을 알 수 있었다.윤하경은 참지 못하고 손끝으로 아물어 남은 상처 자리를 살짝 건드렸고 눈빛에는 안쓰러움이 가득했다.하지만 강현우는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강현우는 불쑥 윤하경의 손을 움켜쥐었고 얼굴에는 어딘가 난처한 기색이 스쳤다.윤하경이 동작을 멈추고 강현우를 올려다보면서 물었다.“아프지는 않아요?”그 말을 듣는 순간, 강현우가 아래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윤하경의 시야에 강현우의 턱선이 더욱 또렷하게 부각되었다.잠시 뒤에야 강현우가 옅게 웃으며 말했다.“안 아파. 아무 느낌도 없어.”강현우의 그 한마디가 오히려 윤하경의 가슴을 더 아프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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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4화

윤하경은 어제 소지연에게 강현우랑 꼭 이혼할 거라고 못 박아 말하던 자신이 떠오르자 두 볼이 달아올랐다.말은 함부로 하지 말아야 한다더니, 그 도리를 새삼 뼈저리게 깨달았다.윤하경이 고개를 돌리자 강현우가 휠체어에 앉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눈빛은 담담했지만 윤하경은 괜스레 민망했다.소지연은 윤하경이 한참이나 우물쭈물하자 의아해했다.“우리 사이에 못 할 말이 어딨어? 그냥 말해.”잠깐 뜸을 들이던 소지연이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덧붙였다.“설마 집에 남자가 있어서 내가 가면 곤란한 거야? 걱정하지 마. 애한테 새 아빠 찾아도 난 이해해. 다만 내 검증은 통과해야 해!”윤하경은 이마를 문지르며 한숨 섞인 웃음을 흘렸다.“너무 나갔어. 그런 소리 하지 마. 아기 아빠는 하나뿐이야.”“오?”소지연이 장난스럽게 길게 소리를 빼더니 물었다.“그러면 너랑 강현우가... 화해한 거네?”윤하경은 말없이 고개를 아주 작게 끄덕였고 거의 모깃소리만 한 대답이 흘렀다.“응.”소지연이 혀를 찼다.“그럼 지금 강현우랑 같이 있는 거지?”이번엔 윤하경이 조금 더 또렷하게 대답했다.“응.”“그럴 줄 알았어.”소지연이 피식 웃었다.“막 화해했는데 내가 분위기 깰 순 없지. 내일 널 보러 갈게.”윤하경은 알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돌아서자마자 강현우의 웃는 듯 마는 듯한 눈빛과 딱 마주쳤다. 강현우의 날 선 시선은 마치 윤하경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듯 곧게 박혀 들어왔다.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는데도 윤하경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살짝 찔렸다. 윤하경은 코끝을 한번 문지르고는 강현우 곁으로 가 어색하게 말을 꺼냈다.“그... 저녁에는 뭐 먹고 싶어요? 제가 사람 시켜서 준비할게요.”강현우는 윤하경의 다급한 눈빛을 잠자코 바라보다가 입매를 살짝 올렸다.“아무거나. 다 좋아.”윤하경이 고개를 끄덕이며 방을 나서려는 순간, 강현우가 손목을 붙잡았다.그러자 윤하경은 걸음을 멈추고 되물었다.“왜요?”강현우가 고개를 들었다. 예전의 강현우는 키가 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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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5화

윤하경은 조심스레 물음을 던지는 강현우를 보니 마음이 더 아려 왔다.예전에는 그렇게나 오만하고 기품 있던 사람이, 지금은 이렇게 자신만을 바라보고 있었다.잠시 침묵하던 윤하경은 그대로 강현우의 다리 위에 앉았다.시선이 딱 같은 높이가 되자, 윤하경은 강현우의 차갑고 금욕적인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또렷하게 말했다.“강현우 씨. 저는 한 번 선택한 일에 후회라는 걸 잘 몰라요. 특히, 그게 현우 씨를 선택한 일이라면 더더욱 그래요.”윤하경의 검은 눈동자에는 강현우밖에 없었다.강현우는 어금니를 살짝 깨물고 윤하경의 입술이 열리고 닫히는 모습을 보다가는 짙은 소유욕과 함께 입을 맞췄다.한순간, 윤하경의 숨이 몽땅 빼앗겼다.하지만 윤하경은 피하지 않았다.오래된 금기를 깨듯, 강현우의 혀는 윤하경의 입안에서 거칠게 파고들었다.마치 윤하경을 통째로 삼켜 버릴 기세였다.윤하경은 피하지도 않고 잠깐 미간만 찌푸렸다. 그러자 강현우의 거친 움직임은 곧바로 한결 부드러워졌지만, 윤하경을 잡은 팔은 놓지 않았다.강현우가 얼마나 오래 참아 왔는지 윤하경은 알 수 있었다. 마치 사막을 헤매다 겨우 샘을 찾은 사람이 물을 모두 들이켜야만 진정될 수 있는 것 같았고 지금의 강현우가 딱 그랬다.얼마 지나지 않아, 윤하경은 아래에서 단단한 것이 가볍게 닿아 오는 걸 느꼈다.단숨에 윤하경은 그게 무엇인지 알아차렸다.윤하경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달아올랐다. 살짝 몸을 비켰지만 오히려 존재감만 더 또렷해졌다.다들 성인이기도 하고, 강현우와 함께한 시간도 오래였으니 윤하경은 지금 강현우의 상태가 무엇을 뜻하는지 너무나 잘 알았다.하지만 윤하경의 뱃속에는 아이가 있었기에 지금은 할 수 없는 일이 많았다.윤하경은 결국 강현우를 살짝 밀어냈다.평소 새하얀 피부의 얼굴이 금세 홍조로 물들었다. 숨이 차서인지, 부끄러워서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강현우가 낮게 웃음을 흘렸다.조금 전까지 볼이 달아오를 만큼 아찔했는데도, 강현우의 동작에는 묘하게 태연함이 배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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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6화

윤하경의 목소리는 아주 작았지만 문밖에 있던 민진혁은 들었다. 두 사람이 막 돌아왔기에 할 말이 많을 걸 알아서, 민진혁은 눈치껏 방해하지 않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백지유를 도와 저녁 준비를 했다.방 안.윤하경은 강현우의 목을 감은 채 한동안 놓지 못했다. 떨어져 지낸 시간이 너무 길어서 한때는 정말로 다시는 불가능하다고까지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 다시 강현우의 곁으로 돌아왔다.둘은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 고요한 방에는 서로의 숨소리만 가득했다. 강현우의 품이 주는 안전함 때문인지, 그의 체온과 향기가 주는 안도감 때문인지, 윤하경은 문득 지금 이 순간, 아주 행복하다고 느꼈다.얼마 지나지 않아 윤하경은 그대로 깊이 잠들어 버렸다. 강현우는 윤하경을 안은 채 그녀의 고른 숨을 들으며 미동도 하지 않았다. 늘 철저한 현실주의자였던 강현우조차, 이 순간만은 신에게 빌었다. 지금 이처럼 영원히 다시는 헤어지지 않게 지켜 달라고 빌었다.얼마나 지났을까.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대표님, 사모님, 백지유 씨가 식사하시라고 모시고 오라네요.”그제야 윤하경은 잠에서 깼다. 눈을 뜨고서야 자신이 강현우의 무릎 위에서 잠들어 있었다는 걸 알아챘다.“아... 미안해요, 방금 제가...”강현우가 고개를 들어 눈을 가늘게 웃었다.“괜찮아. 우리가 그렇게까지 어색할 사이야?”윤하경은 잠시 말이 막혔다. 그러고 보니 둘은 분명 부부였다. 괜히 어색해할 이유는 없었다.“네... 다음부터는 조심할게요.”오래 떨어져 지내며 몸에 밴 낯섦일 뿐이라고, 윤하경은 스스로를 다독였다.윤하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강현우의 뒤로 돌아가 휠체어 손잡이를 잡았다.“가요.”윤하경이 조심스레 휠체어를 밀어 아래층 식당으로 내려갔을 때, 민진혁과 백지유는 이미 분주히 음식을 상에 올리고 있었다.“사모님, 이쪽으로 오세요.”백지유가 반갑게 손짓했다.“지난번에 좋아하신 메뉴 몇 가지를 준비했어요. 맛 좀 봐 주세요.”한 상 가득 차려진 음식을 본 윤하경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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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7화

그 얘기를 꺼내자, 백지유의 눈동자에 잠깐 아쉬움이 비쳤다.할아버지 백중인은 뛰어난 의술로 고향에서 적지 않은 사람을 살려 냈다.예전의 백지유는 할아버지가 작은 산골 마을에만 머물러 평생 산 밖을 나서지 못하는 게 못난 일이라고 여겼다.그런데 막상 자신이 마을을 벗어나 보니, 의사로서 어디서든 사람을 살리고 보살피는 일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 마땅하다는 걸 알게 됐다.아쉽게도 이제 시작하기에는 조금 늦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윤하경이 고개를 들어 백지유를 보았다.“하고 싶으면 해요. 게다가 백 어르신의 의술이라면, 지유 씨가 의대를 가는 건 가문의 맥을 잇는 일이기도 하잖아요.”윤하경은 손을 씻고 와서 능숙하게 새우를 한 마리 까서 강현우의 접시에 얹었다.동작은 익숙했고 살뜰했다.그런데 윤하경이 못 본 사이, 강현우는 눈살을 미세하게 찌푸렸고 얇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잠시 뒤, 강현우가 낮게 말했다.“괜찮아. 그냥 내가 할게.”윤하경은 손을 거두며 강현우를 힐끔 보았다.막 젓가락을 들었다가 조용히 내려놓는 순간, 눈빛에 잘 드러나지 않는 감정이 스쳤다.“알겠어요.”백지유가 머쓱하게 웃었다.“농담하지 마세요. 전 지금 검정고시 준비 중인데, 의대는 하늘의 별 따기죠.”윤하경이 잠깐 생각에 잠기더니 강현우를 돌아봤다.“그럼... 해외 쪽은 어때요? 현우 씨, 우리가 지유 씨를 좀 도와줄 수 있을까요?”국내가 어렵다면 해외의 학교를 찾으면 된다.백지유의 기초가 약한 편은 아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원하던 학교에 붙지는 못했을 것이다.강현우도 그제야 생각을 거두고 고개를 들었고 마주 앉은 백지유를 한 번 훑어보고는 짧게 대답했다.“좋아. 대신 한번 알아볼게.”백지유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강현우를 바라봤다.“정말이에요? 대표님?”“응.”강현우는 짧게 대답하더니 흥미를 잃은 듯 젓가락을 내려놓았다.“난 다 먹었어. 너희들 계속 먹어.”말을 남기고는 스스로 휠체어를 밀어 자리에서 나갔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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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8화

윤하경은 민진혁의 기색을 보며, 민진혁이 아마 백지유의 해외 유학을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짐작했다. 윤하경은 고개를 들어 백지유를 바라봤다.백지유는 난처하게 웃으며 물었다.“사모님, 민진혁 씨는... 제가 해와 가는 걸 싫어하는 걸까요?”윤하경은 조심스러운 표정의 백지유를 잠시 바라보다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젓가락을 내려놓았다.“지유 씨, 나는 지유 씨가 참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아요. 민진혁 씨도 좋은 사람이에요. 그런데 서로 맞는 사람이라면 서로를 붙들고 함께 나아가야 해요. 꿈이 있다면 포기하기보다 그쪽을 향해 걷는 게 맞아요. 민진혁 씨가 의견을 낼 수는 있어요. 하지만 민진혁 씨 때문에 지유 씨의 결정을 바꾸고 꿈까지 포기해야 한다면... 그땐 다시 생각해 보세요. 지유 씨한테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요.”백지유는 젓가락 끝을 살짝 물며 말없이 생각에 잠겼다.“그런데... 제가 진혁 씨를 많이 사랑하거든요.”윤하경은 드물게 언니처럼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사랑한다고 해서 지유 씨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 건 아니에요. 둘은 전혀 충돌하지 않아.”윤하경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일단 민진혁 씨랑 제대로 이야기해 봐요. 오늘 저녁은 정말 잘 먹었어요. 지유 씨도 먹고 일찍 쉬어요.”그 말을 끝으로 윤하경은 식당을 나섰다. 백지유는 윤하경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위층으로 올라오자, 강현우는 방에 없었다. 윤하경은 눈썹을 살짝 올리고 욕실과 드레스룸까지 둘러봤지만 보이지 않았다. 잠시 멈칫한 뒤 침실을 나서자 가사도우미와 마주쳤다.“사모님, 대표님은 서재로 가셨어요. 처리할 일이 조금 있다고 하시네요. 사모님보고 일찍 쉬시래요.”윤하경은 잠깐 멈칫했고, 자연스레 조금 전 식탁에서의 강현우 모습을 떠올렸다. 표정이 좋지 않았는데 지금은 또 서재에 있다니...윤하경은 잠시 서서 망설였지만 결국 강현우를 찾으러 가지 않았다.“알겠어요. 조금 있다가 현우 씨도 일찍 쉬라고 꼭 전해 주세요.”“네. 사모님.”가사도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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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9화

민진혁은 온몸이 굳었다. 고개를 돌리자 백지유의 눈이 벌겋게 충혈돼 있었다. 콧끝까지 붉게 달아오른 걸 봐서는 금방 울었던 게 분명했다.순간, 화가 잦아들고 당황이 앞선 민진혁이 벌떡 일어나 앉았다.“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백지유가 훌쩍이며 흘겨보더니 이번에는 민진혁처럼 차갑게 등을 돌려 누웠다.왜 갑자기 화를 내는지 알 수 없었기에 민진혁도 조급해졌다. 민진혁은 백지유의 어깨를 살짝 잡고 미간을 찌푸렸다.“지유야, 대체 왜 그래? 말 좀 해 줘... 뭐가 문제야?”“뭐가 문제냐고요? 모르겠어요?”백지유가 코맹맹이 소리로 겨우 입을 열었다.“난 정말 모르겠는데...”민진혁이 중얼거렸다.그 말에 백지유는 화기 치밀어 올랐다. 벌떡 일어나 앉아 붉어진 눈으로 민진혁을 똑바로 보았다.“정말 몰라요? 오늘 제가 유학 가고 싶다고 한 말 듣고 진혁 씨가 화난 거 아니에요?”민진혁이 잠깐 멈칫하더니, 반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난 네 선택을... 다 존중한다고 했잖아.”민진혁은 원래 듬직한 인상이라 거짓말을 하면 티가 나는 스타일이었다.백지유가 민진혁의 귓불을 만지던 손을 딱 짚었다.“봐요. 또 귀를 만지잖아요. 거짓말할 때마다 그러는 거, 제가 모를 줄 알았아요?”민진혁이 흠칫 손을 내리더니,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알겠어. 맞아. 솔직히 말하면 네가 외국 가는 건... 싫어.”백지유가 입술을 깨물었다.“왜요? 제가 더 나아지는 게 싫어요? 제가 성장하는 게 불편해요?”민진혁은 말주변이 좋은 편이 아니었기에 백지유가 다그치자 괜히 머리만 긁적였다.민진혁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백지유는 더 물러서지 않았다.“말해요. 대체 왜 그러는 건데요?”“쳇.”민진혁이 궁지에 몰린 듯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말했다.“너 혼자 자. 갑자기 대표님이 맡긴 일이 생각났어. 아직 못 끝냈어.”백지유는 이렇게 뻔한 핑계를 모를 리 없었다. 붙잡으려 손을 뻗었지만 겨우 잡은 건 바지 허리춤이었다. 손이 미끄러지는 바람에 몸의 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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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0화

민진혁은 허둥지둥 어쩔 줄을 몰랐다. 코피부터 막아야 할지, 먼저 백지유를 안아 올려야 할지 머릿속이 하얘졌다. 지금 백지유를 안았다간 피가 두 사람의 몸에 잔뜩 묻을 게 뻔했다.민진혁이 망설이는 사이, 백지유는 스스로 바닥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못마땅하다는 듯 민진혁을 흘겨보았다.‘강 대표님 앞에서는 뭐든 척척 해내는 사람이, 어째 자기 앞에만 오면 이렇게 어수룩한지.’백지유는 부딪혀 욱신거리는 허리를 한 번 문지르고는 민진혁을 보며 말했다.“고개는 뒤로 젖히지 말고 살짝 숙여요. 콧망울을 지그시 눌러 볼게요.”백지유는 민진혁을 부축해 방 안 소파에 앉히고 휴지를 가져와 코를 막아 주었다. 그러자 흘러나오던 피가 서서히 줄었다.이어서 욕실에서 데워 온 따뜻한 물수건으로 얼굴의 핏자국을 조심스레 닦아 주었다. 그제야 민진혁의 모습이 한결 말끔해 보였다.“대표님 앞에서는 뭐든 척척 해내는 사람이... 정작 자기 코피 하나도 제대로 못 막아요?”툴툴대는 백지유의 말끝에 서운함이 살짝 묻었다.민진혁은 헛기침하면서 어색한 분위기를 몰아내려고 했다. 방금 같은 정도로 아찔한 장면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을 남자가 몇이나 되겠는가. 하지만 민진혁은 그런 말을 할 수는 없었다.“그게... 요즘 공기가 건조해서 그런가 봐.”민진혁은 괜한 변명을 늘어놓았다.백지유가 약상자를 찾으러 일어서자, 민진혁은 잽싸게 가져와 뚜껑을 열었다. 긁힌 팔꿈치를 보고는 소독약을 적셔 조심스레 닦아 내고 연고를 바른 뒤 밴드를 붙였다.“괜히 왜 나를 잡아끌었어? 다쳤잖아.”민진혁은 백지유를 소파에 살며시 앉히며 투덜거렸지만 손놀림만큼은 유난히 살뜰했다.백지유는 한소리 퍼붓고 싶었지만 문득 민진혁의 눈에 어려 있는 걱정을 보고 말끝을 삼켰다.“흥.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요?”백지유는 낮게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민진혁은 조심스런 손길로 백지유의 상처를 바라보았다.“코피는 이제 멎었어요?”백지유는 자연스럽게 민진혁의 다리 위로 올라앉으며 물었다. 가느다란 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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