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 순간 민진혁은 더 이상 이성으로 자신을 붙잡을 수 없었다. 오래 참고 눌러 둔 본능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고, 백지유는 숨을 고르기도 벅찼다.백지유와 함께 한 시간은 꽤 오래되었지만 오늘의 민진혁은 평소보다 훨씬 격했고, 마치 굶주린 늑대처럼 남김없이 갉아먹을 듯 집요했다. 백지유는 그에게 휘말려 끝없이 떠올랐다가 가라앉기를 반복했고, 결국 그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 채 그의 리듬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백지유는 몇 번이고 당장 죽을 것만 같을 정도로 두 눈이 뒤집힐 뻔했고 하늘로 날아 올라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하지만 그 순간, 모든 주도권은 민진혁에게 있었다. 백지유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건 민진혁의 리듬에 자기 몸을 맡기는 것뿐었다.백지유는 내내 민진혁의 두 팔을 꼭 잡고 있었다.얼마나 지났을까.거칠던 숨이 가라앉고 방 안에 고요가 내려앉았지만, 민진혁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두 사람은 소파 위에서 서로를 꼭 껴안은 채 한동안 말이 없었다.백지유의 하얀 피부는 민진혁의 온몸에 밴 구릿빛 피부와 선명한 대비를 이뤘다. 그런데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상할 만큼 잘 어울리는 아름다움이 있었다.백지유는 이미 기진맥진해 움직일 힘도 없었고 민진혁을 밀쳐낼 기력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한참이 흐른 뒤에야, 겨우 숨을 고르고 조금씩 힘이 돌아왔다. 백지유는 애써 목소리를 찾으며 두 손으로 민진혁의 얼굴을 감싸 쥐고 물었다.“진혁 씨... 오늘 왜 이래요? 미쳤어요?”아직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민진혁의 눈빛은 여전히 뜨겁고 날카로웠다.“나 버릴 거야?”그 말에 깜짝 놀란 백지유가 민진혁을 바라보면서 물었다.“무슨 소리예요? 왜 그렇게 생각해요?”민진혁이 어금니를 살짝 깨물었다.“너, 해외로 나갈 생각이라며. 한 번 떠나면 돌아올 마음도 없는 거잖아. 그러니까... 나랑 헤어지겠다는 거야?”민진혁은 따지고 드는 말투였지만, 귀 기울이면 서운함이 묻어났다. 버림받기 직전의 사람처럼 불쌍해 보였다.백지유가 결국 웃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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