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 자리에 앉은 윤하경은 비행기 밖의 풍경을 바라보다가 고요한 눈빛에 잔잔한 물결이 번지는 걸 자신도 느꼈다.이번 여정에는 윤하경 혼자만이 아니었다. 하석호가 붙여 준 경호 인원도 함께였다.윤하경이 향한 곳은 유러인의 한 작은 나라였다.열몇 시간의 비행 끝에, 윤하경은 일등석 좌석을 눕혀 한숨 푹 자 버렸다.착륙하자마자 하석호의 전화가 걸려 왔다.“여정은 어땠어?”“괜찮아. 걱정하지 마.”“그쪽에 내가 가진 별장이 있어. 먼저 거기서 쉬어. 시간 나면 들를게.”“응. 고마워.”윤하경은 과하게 겸손을 떨지 않았다. 차라리 하석호의 도움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공항 밖에는 눈에 띄지 않게 대기하던 검은색 마이바흐가 대기 중이었다.윤하경은 경호원들과 함께 차에 오르고, 몇 시간을 더 달려서야 하석호가 말한 그 별장에 도착했다.이곳은 다른 건 몰라도 땅이 넓고 사람이 적었다. 대신 풍경이 놀랄 만큼 아름다웠고도시의 북적임도 없었다. 차에서 내리자 별장 앞 잔디와 멀리 이어지는 숲이 한눈에 펼쳐졌다.그 순간, 윤하경의 마음도 차분하게 가라앉았다.돌이켜 보면 지나온 일들이 그리 대단한 비극만은 아니었는지도 몰랐다.“여사님, 저녁이 준비되었습니다.”외국인 집사가 조용히 알렸다.윤하경은 별장의 경치에서 시선을 거두고 발걸음을 안으로 옮겼다.별장은 제법 규모가 컸다. 현관 앞에는 넓은 잔디가 깔렸고 뒤뜰 정원은 막 열매가 맺힌 과수원으로 이어졌다.윤하경은 이곳이 마음에 들었다. 어쩌면 오래 머물러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4년 뒤.윤하경은 나무에서 갓 딴 열매를 뒤따르던 가사도우미가 든 바구니에 살짝 얹고, 별장 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돌렸다.“얘야, 엄마가 과일 따 왔어.”윤하경은 걸음을 옮기며 낮게 불렀다.이 별장에 온 4년 동안, 윤하경은 놀라울 만큼 평온한 나날들을 보냈다.윤하경은 살림도, 일도, 아이를 돌보는 한편 틈틈이 자유직으로 일을 받았고, 필요할 때만 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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