บททั้งหมดของ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บทที่ 1551 - บทที่ 1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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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1화

“승엽 씨, 고마워요. 제가 도움이 필요하면 꼭 부탁드릴게요.”주승엽은 그 말을 듣고 미소 지으며 눈매가 한결 풀렸다.“그럼 됐네요.”주승엽이 고개를 끄덕였다.“저 먼저 가볼게요.”“네.”윤하경은 그 자리에 서서 주승엽이 차를 몰고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다가 그제야 몸을 돌려 위층으로 올라갔다.하지만 윤하경은 방으로 돌아와도 마음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조금 전 마주친 강현우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계속 재생되며 생각이 엉켰다.“똑똑...”얼마나 지났을까, 문밖에서 가사도우미가 문을 두드렸다.“하경 씨, 스튜디오에서 전화 왔어요.”그제야 윤하경은 정신을 가다듬었다.“전화를 제 침실로 돌려주세요.”“네.”얼마 지나지 않아 침실 전화가 울렸다. 윤하경이 수화기를 들자 스튜디오 담당자의 다급한 목소리가 쏟아졌다.“윤하경 씨, 제발 이렇게 큰 실수 좀 하지 말아 주실래요? 이번 고객은 우리가 절대 거스를 수 없는 분이에요. 오늘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윤하경은 잠시 생각하더니 담담히 말했다.“이번 손실은 제가 책임질게요. 대신 한 가지 부탁이 있어요.”상대가 멈칫했다.“무슨 부탁이죠?”“저와 관련된 어떤 정보도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말아 주세요.”전화 너머로 스튜디오 담당자의 표정이 굳더니, 한참 뒤 조심스레 물었다.“설마... 오늘 그 고객이 윤하경 씨의 원수라도 되는 건가요?”뜬금없는 추측에 윤하경은 머쓱했지만 더 설명할 생각은 없었다.“그래서 부탁드리는 거예요. 오늘의 손실은 제가 보상하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그 말을 남기고 윤하경은 전화를 곧장 끊었다.스튜디오에 남겨 둔 주소는 지금 사는 곳이 아니었지만 애초에 이 도시는 그리 크지 않았다.윤하경은 강현우가 아직 자신을 잊지 못했을 거라고 스스로 착각할 생각은 없었다.강현우 같은 사람이면 마음만 먹으면 어떤 여자든 곁에 둘 수 있었다. 세월이 이렇게 흘렀으니 강현우가 움직이지 않아도 먼저 다가가는 여자들이 줄을 섰을 것이다.윤하경이 진짜 두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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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2화

윤하경은 때마침 과수원에서 갓 딴 과일로 윤하민에게 주스를 만들어 주려고 돌아오던 참이었고, 차에서 내리는 강현우를 보았다.키가 크고 몸매가 훤칠한 강현우는 세월이 흘렀어도 여전히 귀티가 났다. 다만 얼굴선은 더 성숙해졌고 예전에는 없던 그늘이 몇 겹 얹혀 있었다.그 순간 윤하경의 몸은 뭐에라도 붙잡힌 듯 굳었다. 마음속으로는 얼른 비켜 나가자고 다그쳤지만 발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강현우가 한 걸음씩 다가오자, 윤하경은 그제야 반사적으로 몸을 돌려 도망치려 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강현우가 팔을 붙잡았다.“아직도 도망칠 생각이야?”윤하경은 잠시 멈춰 섰고 입가에 씁쓸한 기운이 번졌다. 마치 빚이라도 진 사람에게 듣는 말 같았다.‘내가 왜 도망쳐야 하지?’생각을 가다듬은 윤하경은 곧 자세를 바로 하고 강현우를 바라봤다.“무슨 일로 오셨어요?”강현우는 눈살을 찌푸린 채, 대답 대신 윤하경을 품에 끌어들였다.윤하경이 들고 있던 과일바구니가 바닥으로 떨어지며 담겼던 과일이 우수수 흩어졌다.막 윤하민을 데리고 집 밖으로 나오려던 루시는 그 장면을 보고 비명을 지를 뻔했지만, 윤하경이 고개를 저어 말렸다. 윤하경은 눈짓으로 루시에게 윤하민을 데리고 들어가라고 알려줬다.그러자 루시는 재빨리 윤하민의 손을 잡고 발길을 돌렸다.윤하민이 엄마라고 부르려는 순간, 루시가 조용히 입을 막았다.윤하경은 그제야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코끝에는 강현우의 몸에서 나는 익숙한 향이 아른거렸다.윤하경이 짧게 숨을 고르더니 차갑게 말했다.“강현우 씨, 선 넘으셨어요.”윤하경의 목소리는 가을 저녁 바람처럼 서늘했지만 그렇게 매섭고 거슬리지는 않았다.강현우는 잠시 멈추더니 윤하경을 품에서 떼더니 눈을 곧장 마주 봤다.늘 냉정하고 절제하던 사람인데 이 순간 강현우의 눈빛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어렸다.“내... 내 다리는 다 나았어.”짧고 쉬운 말이었지만 강현우는 온 힘을 다해 내뱉는 듯했다.윤하경이 고개를 내려 강현우의 곧게 선 두 다리를 한 번 훑어보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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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3화

바로 눈치를 챈 주승엽은 손가락으로 윤하경의 코끝을 살짝 건드리면서 다정하게 말했다.“어디 좀 봐요. 과일 따면서 어쩌다 이렇게 지저분해진 거예요.”윤하경은 주승엽의 갑작스러운 다정함이 낯설어 잠깐 굳어 섰다가, 정신을 가다듬고 미소를 보였다.“네. 다음에는 조심할게요.”두 사람의 친밀한 모습이 강현우의 눈에 들어오자 공기가 순간 싸늘해졌다.“이 사람은 누구야?”강현우는 이를 악물고 물었다.윤하경이 대답하기도 전에 주승엽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안녕하세요. 주승엽입니다.”하지만 강현우는 움직이지도 않고 윤하경만 똑바로 보았다.“하경아, 내가 묻고 있잖아. 이 남자는 누구야?”윤하경은 강현우가 갑작스럽게 캐묻는 추궁이 우스웠다.처음 헤어지자고 한 건 강현우였는데, 지금 하는 말을 들어보면 마치 자신이 배신이라도 한 사람 같았다.윤하경은 비웃음이 섞인 미소를 지으며 강현우를 바라봤다.“보다시피 이 사람은 제...”잠깐 말을 고르더니 윤하경은 또렷이 말했다.“약혼자예요.”그 말에 두 남자가 동시에 굳었다.주승엽은 놀란 눈으로 윤하경을 보았다.주승엽과 달리 강현우의 눈시울은 순간 붉게 달아올랐다.강현우는 이를 꽉 물고 천천히 다가왔다.“다시 묻겠어. 이 남자는 누구야?”강현우는 분명히 그 대답이 못마땅했다. 목소리에는 차가운 기운이 서려 등줄기를 서늘하게 만들었다.윤하경은 거짓말에 서툴렀다. 거기에 강현우의 시선까지 겹치니 끝내 움츠러들며 몇 걸음 물러났다.바로 그때 주승엽이 앞으로 나서서 둘 사이를 가로막았다.“하경 씨가 뭐라고 했는지 못 들었나요? 분명히 말했잖아요. 저는 하경 씨의 약혼...”주승엽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강현우가 갑자기 주승엽의 셔츠 깃을 거칠게 움켜잡았다.강현우는 살기를 띤 눈으로 주승엽을 노려보았다.“내가 너한테 말했어? 윤하경한테서 직접 들을 거야.”주승엽의 표정도 단단히 굳었다. 주승엽이 손을 들어 강현우의 손목을 꽉 잡자 늘 온화하던 얼굴에 분노가 번졌다.“하경 씨는 지금 말하고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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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4화

강현우의 시선에는 쭈그려 앉은 윤하경이 고개를 들어 주승엽을 올려다보는 옆얼굴이 딱 들어왔다.윤하경이 주승엽을 바라보는 눈빛은 놀랄 만큼 다정했고 사르르 녹을 만큼 부드러운 목소리에는 온통 걱정뿐이었다.똑같이 얼굴에 상처가 난 강현우가 바로 저기에 앉아 있는데도 윤하경은 마치 보이지 않는 사람 대하듯 했다.강현우는 무릎 위에 올려 둔 손을 꾹 움켜쥐었다. 바닥이 보이지 않는 깊은 눈동자는 한순간도 흐트러지지 않고 윤하경에게만 꽂혀 있었다. 그건 마치 사람을 잡아먹을 듯한 눈빛이었다.주승엽도 강현우의 시선을 알아챘다. 남자 특유의 승부욕이 치고 올라왔는지, 주승엽은 입가가 터진 채로 강현우를 향해 비꼬듯 씩 웃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숙여 윤하경을 보며 부드럽게 말했다.“괜찮아요. 저는 원래 몸이 튼튼해서 하나도 안 아파요.”윤하경이 가볍게 대답하고는 진통제 하나를 꺼내 주승엽에게 건넸다.“진통제예요. 한 알 드세요.”주승엽은 아무 망설임 없이 윤하경의 손에서 약을 받아 입에 털어 넣었다. 그러다 마치 그제야 강현우가 앉아 있는 걸 떠올린 듯, 고개를 돌려 윤하경에게 물었다.“저쪽 친구분도... 처치해 드리지 않아도 돼요?”주승엽의 말투는 새 주인이 집안 살피듯 여유로웠고, 강현우를 바라보는 눈빛은 영역 표시를 하는 듯 날카로웠다.그 순간, 강현우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버텨내기 힘들 만큼 차가운 기운이 온몸에서 뿜어져 나왔다.윤하경은 잠깐 멈칫하다가 고개를 돌려 강현우를 바라봤다.강현우와 마지막으로 만난 지가 이제는 4년이나 지났다. 하지만 강현우는 얼굴만 예전보다 성숙해졌을 뿐, 성격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지금 이 순간 강현우의 마음속은 분노로 들끓고 있다는 걸 윤하경은 알고 있었다.하지만 윤하경이 잘못한 건 정작 아무것도 없었다.처음에 헤어지자고 한 사람은 강현우였고 오늘 이렇게 찾아와 시비를 건 사람도 강현우였다.그래서 윤하경의 눈빛은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다. 차갑게 시선을 고정한 채 담담히 말했다.“강 대표님은 귀하신 몸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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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5화

주승엽은 윤하경이 소매를 살짝 잡아당긴 걸 느꼈지만, 그래도 강현우 앞에서 물러서지 않았다.강현우도 그 동작을 알아차렸고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표정이 험악해졌다. 원래도 깊고 어두운 눈빛은 더 짙어져 폭풍 전야 같은 기운을 띠었다.윤하경은 그걸 분명히 보았다. 강현우가 정말 주승엽에게 해코지라도 할까 봐 재빨리 앞으로 나서서 주승엽을 뒤로 숨겼다.“강현우 씨, 우리 일에 다른 사람 끌어들이지 마세요. 예전에 할 말은 다 했잖아요. 주승엽 씨의 말이 맞아요. 이곳은 강현우 씨를 환영하지 않아요.”4년 전의 윤하경이라면 언젠가 강현우에게 이런 말을 하게 될 거라 상상도 못했다. 그때 윤하경은 강현우와 온갖 난관을 넘어 평생 함께할 거라 믿었다. 그러나 현실은 매정했고 눈 돌리는 사이에 두 사람은 이미 4년을 떨어져 지냈다. 게다가 먼저 이별을 꺼냈던 강현우가 다시 마주했을 때 이런 반응을 보일 줄은 더더욱 몰랐다.윤하경은 어금니를 가볍게 깨물었다. 가슴속에는 감정이 소용돌이쳤지만 겉으로는 담담함을 유지했다.강현우는 고개를 숙여 윤하경을 내려다봤다. 나란히 서면 윤하경의 체구는 확실히 작았다. 그래도 윤하경은 이 순간만큼 고개를 들고 완강하게 강현우와 시선을 맞췄다. 그것도 다른 남자를 위해서 말이다.강현우는 한동안 윤하경을 뚫어지게 보더니 옆으로 늘어뜨린 손을 꽉 쥐었다. 반쯤 가늘어진 눈에는 분노와 상처가 뒤엉켜 있었다.“윤하경.”강현우가 깊게 숨을 들이쉬고 낮게 물었다.“정말 저 남자 때문에 나를 내쫓겠다는 거야?”그 말은 듣는 순간 윤하경은 정말 우습게 느껴졌다.강현우의 눈에 스친 감정이 고스란히 윤하경의 눈에도 비쳤다.윤하경은 생각에 잠겼다.그때 강현우가 떠나라고 말했을 때, 강현우는 윤하경이 얼마나 힘들고 상처받을지 한 번이라도 생각해 봤을까?4년이 지나자 윤하경은 자신이 드디어 평온을 되찾았다고 믿었는데 눈앞의 이 남자가 나타나는 순간, 그 평온은 순식간에 깨졌다.윤하경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가 고개를 숙이며 코웃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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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6화

그러자 강현우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오므라들었고, 조금 전 분노로 붉어진 눈은 윤하경을 향했다.“지금은 화가 나서 하는 말이라는 거 알아. 괜찮아.”강현우가 무심한 듯 웃으며 말했다.“다시 올 거야.”“그리고 우리 아이는... 아직 한 번도 못 봤어.”아이 이야기가 나오자, 윤하경은 가까스로 붙들어 둔 침착함이 무너질 뻔했다.윤하경의 몸이 순간 굳었고 강현우가 천천히 돌아서 떠나는 걸 확인하고서야 힘이 풀리듯 소파에 털썩 앉았다.주승엽은 고개를 숙여 넋이 빠진 듯한 윤하경을 보며 살짝 미간을 모았다.잠시 뜸을 들인 뒤 냉장고에서 레몬 물을 따라 건넸다. 차가운 물이 목구멍에 닿자 그제야 윤하경의 시선이 미세하게 흔들렸다.“고마워요.”윤하경은 낮은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맞은편에 앉은 주승엽은 늘 생기 있던 얼굴에 얽히고설킨 고민과 혼란이 내려앉은 윤하경을 바라봤다.“아까 그 남자가... 하민이 아버지예요?”윤하경은 대답하지 않고 대신 고개를 젖혀 레몬 물을 단숨에 비웠다.차가운 물이 입술을 지나 배로 내려가자 머릿속은 조금 맑아졌다.윤하경은 지난 일을 남에게 쉽게 꺼내지 않는 편이었다. 그래서 그 질문에도 선뜻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승엽 씨, 미안해요.”윤하경은 컵을 내려놓고 주승엽을 바라봤다.“오늘 승엽 씨의 동의도 없이 약혼자라고 해 버렸어요. 죄송해요. 그리고... 모른 척해 줘서 고마워요.”주승엽이 눈썹을 가볍게 올리면서 대답했다.“별일 아니에요. 게다가 영광이죠. 정말... 사실이 돼도 전 상관없습니다.”윤하경은 잠깐 멈칫하다가 주승엽을 올려다봤다.무언가 말하려던 찰나, 주승엽이 두 손을 들어 항복하듯 웃었다.“에이, 농담이에요. 부담 갖지 마세요.”주승엽은 윤하경이 그런 말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눈치채고 곧바로 화제를 바꿨다.윤하경이 미소 지으면서 말했다.“주승엽 씨, 오늘은 하민이랑 일찍 쉬려고요.”눈치가 빠른 주승엽은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하려다가 문득 떠올라 다시 윤하경을 바라봤다.“저는 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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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7화

윤하민이 고개를 저으며 코를 훌쩍이고는 벌써 아기 같은 목소리로 윤하경의 품에 쏙 파고들었다.“엄마, 아까 제가 내려가서 그 나쁜 아저씨를 혼내 주려고 했어요. 근데 루시 언니가 그러면 엄마만 더 힘들어진다고 했어요.”윤하민은 사슴처럼 촉촉해진 눈망울로 윤하경을 올려다봤다.“엄마, 저는 엄마한테 절대 짐이 되고 싶지 않아요.”윤하경은 윤하민의 여린 모습에 마음이 스르르 녹아내렸다. 윤하경이 이곳에서 아이와 단둘이 살아온 세월 동안, 예전 일들을 거의 잊고 지냈다. 그런데 오늘 강현우가 나타나면서 외면해 온 과거와 다시 마주서게 됐다.윤하경은 입술을 살짝 깨물고 두 손으로 윤하민의 작은 얼굴을 감싸 쥐며 물었다.“하민아, 평생 엄마랑 같이 있어 줄래?”“있을래요!”윤하민은 대답을 다 끝내기도 전에 다시 윤하경 품으로 파고들며 웅얼거렸다.“엄마, 혹시... 저 버릴 거예요?”뜻밖의 질문에 윤하경은 잠시 표정이 굳었다. 윤하경은 윤하민이 이렇게나 예민할 줄은 몰랐다. 태어날 때부터 손 하나 많이 타지 않던 윤하민이었다. 배불리 먹고 곤히 자고, 필요할 때만 잠깐 울어 보이던 윤하민이었다. 그런 윤하민이 이런 말을 하니 윤하경은 가슴이 미어졌다.그래도 윤하경은 미소 지으며 어떤 결심이라도 굳힌 듯 윤하민을 꼭 끌어안았다.“아니야. 엄마가 약속할게. 어떤 일이 있어도 널 엄마 곁에서 떼어 놓지 않을 거야.”그제야 윤하민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번졌다. 윤하민은 두 팔로 윤하경을 꼭 끌어안았다. 이유는 다 알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윤하경이 함께 있을 거라고 한 약속, 그 약속만으로 윤하민은 충분했다.윤하민이 잠깐 뜸을 들이더니 고개를 들어 물었다.“엄마, 오늘 그 나쁜 아저씨는 누구예요?”윤하경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강현우는 결국 윤하민의 친아버지였다. 윤하경은 그때의 이별도 겉으로는 평화롭게 정리했다.지금은 윤하민이 아버지가 뭔지 잘 모르지만, 훗날 다 큰 뒤에 윤하경은 윤하민이 자신을 원망하면 어떻게 할지 생각이 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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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8화

운전석에 앉은 민진혁이 고개를 돌려 강현우를 한 번 바라봤다.“강 대표님, 밤공기가 쌀쌀합니다. 일단 돌아가서 다시 방법을 찾을까요?”강현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단단히 다문 입술과 어둡게 굳은 얼굴이 그 제안이 마음에 들지 않음을 그대로 드러냈다.민진혁은 잠시 침묵하더니 더 말하지 않고 시선을 거두었다.윤하경의 별장에서 주승엽이 나와 차를 몰고 떠나는 모습을 확인하고서야 강현우의 굳어 있던 표정이 조금 풀렸다.“주승엽이라는 사람의 신원부터 윤하경과 언제부터 아는 사이인지까지 전부 알아봐.”그러자 민진혁은 고개를 끄덕이고 곧장 메시지를 보냈다. 여전히 떠날 기색이 없는 강현우를 보자, 민진혁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왜 그러셨을까...’하지만 민진혁은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그날 밤, 강현우는 차 안에서 하룻밤을 그대로 지새웠다. 시선은 내내 윤하경이 사는 집 방향을 향해 있었다.휴대폰이 울리자 강현우의 차갑게 굳어 있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진동하는 전화를 꺼내 확인하니 발신자는 하석호였다. 강현우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통화 버튼을 눌렀다.연결되자마자 하석호의 목소리가 들렸다.“하경이가 그러더군요. 드디어 찾았다고요.”강현우는 눈썹만 아주 조금 움직였을 뿐 말이 없었다. 하석호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말을 이었다.“하경은 지금 평온하게 잘 살고 있으니 방해할 필요 없어요. 정말로 윤하경을 위하는 마음이 남아 있다면 그대로 내버려두는 게 맞아요.”그 말에 강현우의 눈빛이 눈에 띄게 더 어두워졌다.“제 일에 훈수를 두지 마세요.”강현우의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 앉아 있었다. 남들이라면 움츠러들 법했지만 하석호는 전혀 물러서지 않았다.“기억 안 나요? 먼저 헤어지자고 한 사람이 강현우 씨였고, 하경은 강현우 씨가 말한 대로 했을 뿐이죠.”하석호의 목소리가 싸늘해졌다.“강현우 씨, 이 판은 이미 끝났으니 더 이상 떼쓰지 마세요.”“주승엽이 윤하경의 약혼자예요?”강현우는 대답 대신 되물었다. 갑작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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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9화

민진혁이 힐끗 뒤돌아 강현우를 보니 아까보다 얼굴빛이 더 어두워져 있었다.그러자 민진혁도 더 하고 싶은 말이 목에 걸려 나오지 않았고 감히 강현우를 더는 말릴 수가 없었다.동이 트고 해가 지평선 위로 얼굴을 내밀 때까지 강현우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조각상처럼 앉은 채 윤하경이 살고 있는 쪽을 내내 바라봤다. 그때 작은 여자아이가 가사도우미 손을 꼭 잡고 깡충깡충 뛰며 앞마당으로 나왔다.오랫동안 죽어 있던 강현우의 눈빛에 그제야 조금 빛이 돌아왔다.무릎 위에 올려둔 손이 움찔하더니 강현우는 곧바로 문을 열고 내리려 했다.“강 대표님.”민진혁이 급히 말렸다.그러자 강현우의 동작이 멈췄고 민진혁이 말을 이었다.“지금 가시면... 모양이 좋지 않습니다. 사모...”습관대로 사모님이 먼저 튀어나왔다가, 민진혁이 짧게 숨을 고르고 정정했다.“윤하경 씨가 대표님을 보면 아이를 바로 숨겨 버릴 겁니다.”그 말에 강현우는 발걸음을 멈췄고 억지로 몸을 세운 채 고개만 돌려 물었다.“그럼 어떻게 하지?”강현우는 본래 머리가 빠른 사람이지만, 지금은 생각이 엉켜 버려 다른 방도가 떠오르지 않는 듯했다. 그래서 민진혁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민진혁이 잠시 강현우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다가 말했다.“돌아가서 변호사와 먼저 상의하시는 게 좋겠습니다.”강현우는 이를 악물고 가까스로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았다.한참이 지나서야 얼굴의 먹구름이 조금 걷혔고 강현우는 다시 별장 쪽을 바라보았다.그때도 아이는 현관 앞 잔디밭에서 놀고 있었다. 시력이 좋은 강현우는 아이의 얼굴을 또렷이 볼 수 있었다.강현우는 보자마자 바로 윤하경과 자신의 아이임을 알 수 있었다.눈매가 윤하경을 빼닮았고 웃는 모습까지 꼭 같았다.다만 닮은 부분이 조금 더 작고 앙증맞을 뿐이었다.그 순간, 강현우의 눈빛이 흔들렸고 더 이상 머물 용기가 나지 않았다.조금이라도 더 있으면, 참지 못하고 윤하민을 번쩍 안아 데려갈 것만 같았다.이성은 그러면 절대 안 된다고 강현우의 멘탈을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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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0화

변호사는 잠깐 멍해지더니 민망한 듯 코끝을 문질렀다.“강 대표님, 제 기억이 맞다면... 방금 윤하경 씨와 이미 이혼하셨다고 하셨죠?”강현우는 이를 악물고 말없이 있었다. 사실상 인정이었다.강현우는 지는 걸 못 받아들이는 사람이 아니었고, 말을 번복하는 사람도 아니었다.어릴 때부터 한번 내린 결정엔 미련을 두지 말라고 교육받아 왔다.그런데 지금은 정말 후회하고 있었다. 시간이 거꾸로 흐를 수만 있다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윤하경을 붙잡아 두었을 것이다.하지만 세상에 만약은 없었다.변호사가 잠시 생각을 고르고 말했다.“대표님, 상황은 이렇습니다. 전처를 다시 돌이켜 달라는 문제라면 저희가 도와드릴 수 없습니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건 아이의 양육권을 다투는 일뿐입니다. 그리고 양육권을 확보하시면 전처를 설득하는 데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겠죠. 아무래도...”강현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오랜 침묵 끝에 낮게 입을 열었다.“서류를 준비하고 바로 진행시켜.”변호사는 천천히 숨을 내쉬며 미소를 보였다.“24시간 안에 전달드리겠습니다.”강현우는 더 말하지 않고 전화를 끊고는 소파에서 일어나 창가로 걸어가 아래를 내려다봤다.유러인의 날씨는 썩 좋지 않았다. 늦가을이 시작되자 공기가 무겁고 탁해졌다. 아래에서는 사람과 차가 끊임없이 오갔다.윤하경은 이 도시에서 4년을 살아왔다.순간, 강현우의 시야에 윤하경이 세 살 남짓한 여자아이의 손을 잡고 한가롭게 산책하는 모습이 어른거렸다.“진혁아.”오랜 침묵 끝에 강현우가 불렀다.“대표님, 말씀하십시오.”“윤하경 집 근처에 매물이나 전세, 월세가 있는지 알아봐.”민진혁은 뜻을 알아챈 듯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바로 진행하겠습니다.”문을 나서며 살짝 눈썹을 치켜올렸다.‘이대로 장기전 각오를 하는구나.’그런 줄도 모른 채 윤하경은 정원에 앉아 생각에 잠겨 있었다. 강현우를 만난 뒤로 마음이 자꾸 불안했다.“엄마!”어디선가 달려온 윤하민이 윤하경 품에 폭 안겼다.“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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