Все главы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Глава 1571 - Глава 1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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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1화

늦가을의 유러인은 밤바람이 꽤 차가웠다.강현우는 그 자리에서 윤하경이 윤하민을 안고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봤고 눈동자에는 짙은 어둠이 번졌다.윤하경은 차에 오르자마자 윤하민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았다. 윤하민이 다친 데가 없다는 걸 확인하고서야 겨우 가슴을 쓸어내렸다.그때 윤하민이 동그란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엄마, 아까 왜 그 나쁜 아저씨를 때렸어요?”윤하민이 그렇게 묻자 윤하경은 가슴이 살짝 저렸다. 잠깐 뜸을 들인 뒤 윤하민의 머리칼을 가볍게 다독이며 입을 열었다.“하민아, 앞으로 엄마 없을 때는 누구랑도 따라가면 안 돼. 알겠지? 특히 아까 그 아저씨는 절대 안 돼.”윤하경도 결국에 강현우를 나쁜 아저씨라고 불렀다.하지만 윤하경도 어쩔 수 없었다. 아직 윤하민은 어리기에 다시 잡혀간다면 강현우의 실력과 수단으로 윤하경이 다시 윤하민을 만날 수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그런 생각을 하자 윤하경은 저도 모르게 마음이 아팠다.그때 윤하민이 고개를 푹 숙이면서 중얼거렸다.“그런데... 나쁜 아저씨는 저를 데려가지 않았는데요...”윤하경은 미간을 아주 살짝 좁혔다.‘아마 강현우가 이렇게 말하라고 가르쳐줬겠지.’하지만 어찌 됐든 지금 윤하민을 되찾은 터라 윤하경은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윤하경은 고개를 돌려 기사한테 말했다.“기사님, 속도 좀 올려 주세요.”차는 곧바로 속도를 더했고 곧 별장 정문 앞에 멈춰 섰다.잠깐의 이별이었지만 아이를 잃었던 느낌은 너무도 끔찍했다. 그날 밤 윤하경은 내내 윤하민을 꼭 끌어안고 잠들었다.다음 날 아침,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여기는 경찰서입니다. 따님 진술을 위해 잠깐 들러 주실 수 있을까요?”윤하경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혹시... 아이 없이 제가 대신 진술해도 될까요?”윤하경은 윤하민이 다시 그런 상황에 놓이는 게 싫었다. 하지만 휴대폰 너머로 경찰은 단호하게 머리를 내저으면서 말했다.“여사님, 그건 안 됩니다. 조사 결과 따님을 데려간 사람은 그 남자분이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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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2화

“네.”막 잠에서 깬 윤하민은 윤하경의 말뜻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동그란 눈을 깜박이고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이더니 한참 생각한 끝에 말했다.“아니에요.”“쳇.”짧게 혀를 차던 윤하경은 마음이 복잡했다. 한편으로는 강현우가 데려간 게 아니라니 가슴을 쓸어내리면서도, 한편으로는 강현우를 오해했다는 생각에 얼굴이 화끈거렸다.윤하민은 그런 사정을 알 리 없었다. 그저 윤하경의 표정이 밝지 않다 싶어 까치발로 딛고 서서 등을 토닥이며 평소 엄마가 자신을 달래던 말투를 그대로 흉내 냈다.“엄마, 화 풀어요. 제가 다시는 막 돌아다니지 않을게요.”그 말에 윤하경은 맥이 탁 풀렸다.“그럼 이따가 엄마랑 경찰서에 잠깐 다녀오자. 어제 있었던 일을 경찰 아저씨에게 자세히 말해 주는 거야. 알겠지?”“네.”윤하민은 또렷하지 않은 아기 목소리로 대답했다.간단하게 아침을 먹은 후, 두 사람은 곧장 경찰서로 향했다.경찰서에 들어서자마자 유치장에서 벽을 등지고 앉아 눈을 감고 있는 강현우가 보였다. 아마 밤새 한숨도 못 잔 모양이었다. 정갈한 양복을 입은 커다란 체구가 벽에 기댄 채였지만 소란스러운 공간 속에서도 등은 곧게 펴져 있었다. 이런 어수선한 곳에서도 강현우의 존재감은 단번에 눈에 띄었고, 보는 이를 멈칫하게 할 만큼 압도적이었다.윤하경은 잠시 발을 멈췄다. 자신 탓에 강현우가 이런 곳에서 밤을 보냈다고 생각하니 미안함과 머쓱함이 머리를 스쳤다.그때 먼저 윤하경을 발견한 민진혁이 벌떡 일어나더니 입에서 습관적으로 말이 튀어나오려다가 곧바로 말을 바꿨다.“사모... 윤하경 씨, 오셨군요.”민진혁의 목소리에 눈을 감고 쉬고 있던 강현우가 마침내 눈을 떴다.강현우의 예리한 눈빛이 사람들 사이를 가르며 정확히 윤하경에게 꽂혔다.윤하경은 괜히 시선을 피하고 민진혁을 향해 고개만 끄덕였다.“네.”윤하경은 윤하민을 데리고 담당 형사를 찾아갔다. 윤하경이 곁에 선 채, 윤하민은 아기 같은 목소리로 어제 일을 또박또박 들려주었다. 그제야 윤하경은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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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3화

강현우는 검은 코트를 입고 검은색 마이바흐에 기대 서 있었다. 두 팔을 가슴 앞에 포갠 채, 깊은 눈빛은 경찰서에서 윤하민의 손을 잡고 나오는 윤하경에게 곧장 꽂혔다.윤하경은 그 시선에 잠깐 움찔해 어색하게 코끝을 건드렸다.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강현우 앞까지 걸어가, 날카로운 눈빛을 정면으로 받으며 머뭇거리듯 말했다.“그러니까... 어제는 제가 오해했어요.”그 말에 강현우는 코웃음을 흘렸고 아래로 깔아보는 눈빛에 장난기가 섞였다.“그래서 뭐? 내 뺨을 때려 놓고 사과 한마디면 끝난다고 생각해?”윤하경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강현우가 원래 만만한 사람도, 손해를 덮고 넘어가는 사람도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어제 벌인 일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했다.잠깐 침묵한 뒤, 고개를 들어 담담히 물었다.“그럼 말해 보세요. 어떤 보상을 원해요?”강현우가 비웃듯 숨을 내쉬고는 시선을 내려 윤하민을 바라보았다. 윤하경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반사적으로 윤하민을 등 뒤로 끌어당겼다.강현우가 눈썹을 가볍게 올리며 말했다.“내가 뭘 원하는지는... 너도 알잖아.”강현우는 한 걸음씩 다가왔고 윤하경을 향한 시선은 점점 더 날카롭고 뜨거워져, 피하려 해도 피할 수가 없었다. 윤하경이 미간을 찌푸린 채 몇 걸음 물러서자 윤하민이 불쑥 앞으로 나서더니 윤하경의 앞을 가로막았다. 윤하민은 작은 몸을 꼿꼿이 세우고 고개를 들어 말했다.“나쁜 아저씨, 우리 엄마 겁주지 마세요.”그 한마디에 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아이에게로 꽂혔다. 윤하경은 잔뜩 긴장했고, 강현우의 입가에는 알 수 없는 미소가 번졌다. 강현우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물었다.“그런데 네 엄마가 나를 때렸잖아.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윤하민이 고개를 살짝 갸웃하더니 불쑥 앞으로 나와 강현우에게 깍듯이 허리를 숙였다.“그러면... 아저씨, 제가 사과하면 안 될까요? 우리 엄마도 제가 걱정돼서 그랬어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에요.”아기 같은 목소리에 윤하경의 가슴이 순간 뭉클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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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4화

강현우가 웃음을 거두고 고개를 들어 윤하경을 바라봤다.“상상력은 여전하네.”강현우가 눈썹을 가볍게 올리며 장난스러운 눈길을 보냈다.윤하경은 말없이 그 시선을 마주하다가 미간을 찌푸렸다. 얼굴에는 난처함과 살짝 놀림당한 듯한 불쾌함이 함께 스쳤다.“마음대로 생각하세요. 아니면 경찰서에 가서 제가 폭력을 썼다고 신고해도 돼.”윤하경은 더 말다툼하지 않기로 하고 몸을 틀어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강현우가 윤하경의 손목을 낚아채듯 붙잡았다.강현우는 눈빛이 어두워졌고 표정에는 불쾌함이 스쳤다.윤하경은 손을 빼내려 했지만 강현우와의 힘 차이는 뻔했다. 한참을 당겨도 벗어나지지 않자 윤하경은 짜증이 치밀었다.“뭐 하는 거예요?”강현우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이렇게 그냥 가겠다고? 너무 쉬운 거 아니야? 아니면 내가 그렇게 쉽게 달랠 수 있는 사람으로 보여?”윤하경은 정말 진저리가 났고 입술을 한 번 다물었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때 하민이 옆에 마침 있었던 사람이 강현우 씨였잖아요. 저도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에요. 그런데 하민이를 찾았으면, 왜 바로 저한테 데려다주지 않았죠?”그 말에 강현우의 입가에 걸린 웃음이 가라앉았고 눈빛이 단호해졌다.“왜냐고?”강현우는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입을 열었다.“왜일 것 같아? 내가 하민이를 데려다주는 순간, 윤하경 씨가 다시는 내가 하민이를 보지 못하게 할 거라는 걸 아니까.”윤하경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강현우의 말이 뼈 때릴 정도로 정확했기 때문이다. 윤하경은 강현우와 윤하민이 마주하는 것 자체가 두려웠다.“그건... 현우 씨가 하민이를 데리고 갈까 봐 무서워서 그랬어요.”이 말을 듣자 강현우의 얼굴에 비웃음이 한층 짙어졌고 깊은 눈동자로 윤하경을 똑바로 응시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눈빛 어딘가에는 상처받은 기색까지 어렸다.“그래서 네 눈에는 내가 그렇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으로 보인다는 거야?”강현우의 목소리는 낮고 눌려 있었다. 귀에 꽂히는 그 울림이 이상하게도 가슴을 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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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5화

윤하경은 고개를 들어 강현우를 바라보며 말했다.“하민이와 꼭 하루를 함께 보내고 싶다면 주승엽 씨도 와야 해요. 우리 넷이 같이 있어요.”그게 윤하경이 생각해 낼 수 있는 제일 나은 방법이었다.역시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현우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가을바람도 꽤 차가웠지만, 지금 강현우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싸늘함이 더 매서웠다.그래도 윤하경은 이 선만큼은 양보할 생각이 없었다.윤하경은 강현우의 차가운 시선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고개를 들었다.“이것이 저의 조건이에요. 싫다면 그만두죠.”말을 마치자 윤하경은 윤하민의 손을 잡고 돌아섰다.윤하민은 내내 어리둥절했다. 작은 몸으로 서서 고개를 올린 채 커다란 눈망울로 번갈아 윤하경과 강현우를 바라보았다. 윤하민의 작은 머릿속에는 의문이 한가득 떠올랐다.윤하경이 손을 이끌자 그제야 윤하민은 강현우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안녕히 계세요. 나쁜 아저씨.”나쁜 아저씨라는 말에 강현우의 분위기는 더욱 싸늘해졌다.잠시 생각에 잠겼던 강현우는 결국 윤하경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몇 걸음 옮기던 윤하경의 등 뒤로, 낮고도 울리는 목소리가 따라왔다.“좋아. 네 말대로 하자.”윤하경은 발걸음을 멈추고 놀란 눈으로 강현우를 돌아보았다.강현우가 동의한 건 의외이기도 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해가 가는 일이기도 했다.윤하경은 강현우의 눈을 잠시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내일 장소를 보내 줄게요. 아니면 현우 씨가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말해요.”윤하경은 그 말을 남기고 더 이상 시간을 끌지 않고 윤하민의 손을 이끌어 곁에 세워 둔 차에 올랐다.강현우는 그 자리에서 윤하경과 윤하민이 사라진 방향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찬 기운이 실린 가을바람이 늘 반듯하던 머리칼을 흩뜨렸지만 몸에 밴 기품은 전혀 흐트러지지 않았다.“대표님.”마침 경찰서에서 나온 민진혁이 다가왔다.“모든 절차는 끝났습니다.”“가자.”강현우가 눈썹을 가볍게 올리더니 옆에 있던 차에 올랐다....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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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6화

“저야 좋죠.”윤하민은 단번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잘생긴 아이돌을 본 것 같은 기쁨의 미소를 지었다.“어차피 정말 잘생겼잖아요. 밖에 데리고 나가면 괜히 제가 있어 보이죠.”윤하경은 말이 막혀 한동안 윤하민을 바라봤다.“이런 말은 누가 가르쳐 줬어?”윤하민은 히히 웃으며 윤하경의 손을 잡고 살짝 흔들다가 슬쩍 화제를 돌렸다.“엄마, 우리 진짜 그 나쁜 아저씨랑 하루 종일 놀러 가요?”윤하경이 물었다.“가고 싶어?”“네. 가고 싶어요.”윤하민은 망설임 하나 없이 단호하게 대답했다.윤하경은 잠깐 멍해졌다.윤하민이 싫다고 하면 그걸 이유로 강현우의 제안을 거절할 생각이었다.그런데 윤하민이 가겠다고 하니 가슴 한쪽이 시큼하게 저렸고 뭐라고 말로 하기 어려운 기분이었다.윤하경은 입술을 가볍게 깨물고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러면... 넌 나쁜 아저씨하고 같이 살래? 아니면 엄마하고 같이 살래?”말을 마친 윤하경은 숨을 고르고 윤하민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 순간, 손끝까지 긴장이 번졌다.윤하경도 이런 질문을 윤하민한테 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늘 자신이 윤하민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일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지금 그 믿음이 순간 흔들렸다.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윤하민의 입술이 삐죽 올라갔고 늘 맑고 반짝이던 눈동자에는 금세 눈물이 차올랐다.“엄마, 이제 제가... 싫어진 거예요?”윤하민은 울음이 바로 터져 나와 훌쩍거리기 시작했다.그 말에 윤하경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고 속으로 자신을 나무랐다.‘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윤하경은 급히 윤하민을 꼭 끌어안았다.“미안해. 하민아, 엄마가 다시는 이런 질문을 하지 않을게.”콩알 같은 눈물이 똑똑 떨어지는 걸 보자 윤하경의 마음이 더 아려 왔다.“으응... 엉엉... 저는 영원히 엄마랑 같이 있을래요.”윤하민이 훌쩍이며 또박또박 말하자 윤하경은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다.“응. 알았어.”겨우겨우 윤하민을 달래고 나서야 윤하경은 마음속으로 다짐했다.‘앞으로는 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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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7화

주승엽의 표정이 잠깐 굳어 보이자 윤하경이 덧붙였다.“불편하면... 안 가도 돼요.”주승엽이 가볍게 웃었다.“뭐가 불편하겠어요. 오히려 기쁘죠. 하경 씨가 이렇게 저를 떠올렸다는 건, 저를 자기 사람으로 여긴다는 뜻이잖아요.”윤하경이 놀란 듯 눈썹을 올렸다.“그럼... 승낙한 거예요?”주승엽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같이 가요. 게다가 하경 씨랑 어디 같이 나가 보는 일이 많지 않았잖아요. 겸사겸사 기분 전환도 하고요.”주승엽은 워낙 단정하게 잘생긴 데다 온화한 기운까지 더해져 웃을 때면 봄바람처럼 따뜻했다. 주승엽이 전혀 언짢아하지 않는 걸 확인한 윤하경은 그제야 한시름 놓았다. 그래도 윤하경은 주승엽을 자신과 강현우 사이에 끌어들이는 일이 못내 미안했다.윤하경이 잠시 망설이다가 물었다.“혹시... 승엽 씨도 저한테 필요한 거 있어요?”주승엽이 고개를 기울였다.“필요한 거요?”윤하경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친구 사이는 서로 도와야 하잖아요. 그동안 승엽 씨가 많이 도와줬는데 저도 받기만 할 수는 없으니까요.”주승엽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한동안 윤하경을 가만히 바라보더니 미소를 머금고 되물었다.“그러면... 서로 빚지지 않는 사이가 제일 좋다는 뜻이에요?”윤하경이 부드럽게 웃었다.“한쪽에서만 계속 퍼주면 어떤 관계든 오래 못 가잖아요.”주승엽이 어금니를 가볍게 깨물고는 웃었다.“그럼 나중에 제가 부탁할 일이 생기면 잊지 마세요. 내일 갈 장소는 문자로 보내 주세요.”말을 마치고 주승엽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배웅을 마친 윤하경은 어디로 가는 게 좋을지 한참을 고민했다. 실내는 괜히 분위기가 애매할 것 같았다.결국 윤하경은 결론을 내렸다.‘캠핑 가면 괜찮겠네. 넓은 실외 공간에서 적당한 거리를 둘 수 있고 분위기도 과하게 묘하지 않아서 좋을 거야.’낚시도 하고 바람도 쐬다 보면 하루는 금방 지나갈 터였다.그렇게 생각하니 제법 괜찮은 선택처럼 느껴졌다. 마침 근처에 캠핑장도 있었다.강현우는 출발 몇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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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8화

윤하경은 이런 자리를 썩 좋아하지 않았기에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강현우에게 말했다.“이따가 뭐 할 생각이에요? 승엽 씨는 벌써 텐트부터 치기로 했어요.”강현우는 직접 손을 써야 한다는 걸 예상 못했는지 미간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그러자 윤하경이 곧바로 덧붙였다.“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요. 애초에 오늘은 하민이의 체험이 주제니까요. 나중에 제가 기회를 안 줬다고는 하지 말고요.”말을 마친 윤하경은 돌아서서 주승엽과 함께 텐트를 치러 갔다.걸음을 옮기던 주승엽은 일부러 웃으며 강현우를 한번 훑어봤다. 도발적인 눈빛을 전혀 숨기지도 않았다.강현우는 이를 살짝 악문 채 흩어져 있는 장비를 한번 훑고, 옆에서 자신을 지켜보는 윤하민에게 시선을 옮겼다. 얇은 입술을 가볍게 다문 강현우는 이런 건 해 본 적이 없는 사람답게 쭈그려 앉아 윤하민에게 물었다.“우리... 같이 뭐 좀 해볼까?”윤하민이 고개를 들어 물었다.“엄마가 근처 숲에 버섯이 많대요. 거기로 데려가 줄래요?”말을 건네는 동안 윤하민의 눈동자는 기대감으로 반짝였다.강현우가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근데 나는 잘 몰라.”“제가 알아요.”윤하민이 방긋 웃으며 대답했다.“엄마도 알아요. 버섯을 따서 가져오면 엄마한테 물어보면 되잖아요.”강현우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멀찍이서 주승엽과 함께 있는 윤하경을 한 번 더 바라봤다. 인적 드문 야외에서 윤하경을 주승엽과 단둘이 두는 게 영 마음에 걸렸다. 그래도 윤하민의 얼굴에 가득한 기대를 보자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같이 가자.”윤하민은 곧장 폴짝 뛰며 좋아했다.“엄마, 나 나쁜 아저씨랑 다녀올게요!”방금 오간 말을 윤하경은 처음부터 끝까지 듣고 있었다. 사실 윤하경도 윤하민이 강현우에게 유난히 호기심을 보인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래서 윤하경은 굳이 막지 않았다.“알겠어. 조심해서 다녀와. 엄마가 전에 가르쳐 준 거 잊지 말고. 엄마한테 한 번만 다시 말해 볼래?”윤하민이 꾸벅 고개를 끄덕이더니 아기 목소리로 또박또박 읊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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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9화

윤하민이 강현우의 손을 툭 놓고 앞을 가리켰다.강현우가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큰 나무 밑에 막 올라온 버섯 한 송이가 눈에 띄었다.강현우는 원래 이런 데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예전 같으면 자신한테 이런 일을 시키는 사람을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말한 사람이 윤하민이었으니 강현우는 싫은 내색을 거두며 성큼 다가가 버섯을 집어 바구니에 넣었다.모양이 영 예쁘지 않은 버섯이었다. 강현우가 무릎에도 못 미치는 작은 윤하민을 내려다보며 물었다.“이거 정말 먹을 수 있는 거 맞아? 독버섯은 아니겠지?”그러자 윤하민이 가슴을 콩하고 치면서 말했다.“맞아요. 엄마랑 같이 주워 본 적 있어요.”윤하경은 유러인에 와서도 가까운 친구가 거의 없었다. 곁에는 늘 윤하민뿐이었고 둘이 함께 캠핑하러 다니다가 숲의 버섯을 알게 되었다. 함부로 먹다 탈이라도 날까 봐 한동안 체계적으로 배웠고 책도 사서 공부했다. 가끔 나가서 한 바구니 가득 채워 돌아오면 생각보다 뿌듯했다.윤하민이 그렇게 자신 있게 말하자 강현우가 손을 들어 윤하민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네가 그렇다니 믿을게.”“당연하죠.”히히 웃고 있는 윤하민의 작은 얼굴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엄마 말로는 제가 아주 똑똑하대요.”윤하민의 환하고 당찬 얼굴을 바라보다가 강현우는 처음 윤하경을 만났던 순간이 불쑥 떠올랐다. 그때의 윤하경도 지금의 윤하민처럼 밝고 씩씩했다. 다만 강현우만 보면 괜히 기가 죽곤 했다.강현우가 멍하니 잠깐 생각에 잠긴 사이, 윤하민이 고개를 쳐들고 또렷하게 물었다.“엄마가 그러는데 아저씨가 제 아빠래요.”그 말에 강현우는 표정이 살짝 굳었다.잠시 숨을 고른 강현우가 무릎을 굽혀 윤하민과 눈높이를 맞췄다.“그래서... 날 아빠라고 불러 줄래?”강현우의 질문은 참 묘했다.윤하민이 고개를 갸웃하며 강현우를 올려다봤다.“그럼 예전에 엄마랑 헤어진 건, 아저씨가 엄마랑 저를 버린 거예요? 아니면 우리 엄마가 아저씨를 버린 거예요?”강현우는 잠깐 안색이 어두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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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0화

“나쁜 아저씨는 아직도 엄마를 좋아하죠?”강현우의 눈빛이 잠깐 흔들렸지만 윤하민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가볍게 웃으며 윤하민의 머리 위를 쓰다듬었다.“앞으로 우리가 한 가족으로 지내면 좋지 않겠니?”윤하민이 잠깐 생각하더니 고개를 저었다.“엄마가 좋다고 해야 좋아요.”예상 밖의 대답에 강현우가 미간을 찌푸렸다.‘작은 꼬마가 이렇게 논리 정연하게 말할 줄이야.’강현우가 헛기침을 하더니 물었다.“그럼 말해 봐. 나랑 주승엽 아저씨 중에 누가 더 잘생겼어?”말이 떨어지자마자 윤하민이 입을 손으로 가리고 웃었다.“나쁜 아저씨는 주승엽 아저씨를 질투하세요?”강현우가 코를 슬쩍 긁으며 얼굴에 난감한 기색을 스쳤다.예전의 강현우는 누구를 눈에 넣지도 않았고, 이렇게 자신을 다른 남자와 비교해 본 적도 없었다.윤하민은 한참 곰곰이 생각하더니 또박또박 말했다.“나쁜 아저씨는 승엽 아저씨보다 조금... 더 잘생기긴 했어요.”그러자 강현우가 다시 헛기침을 하더니 입가가 저절로 올라갔다.“보는 눈이 있네...”“하지만요.”윤하민이 바로 말을 이었다.“승엽 아저씨는 정말 정말 착해요. 같이 연도 날려 주고, 맛있는 것도 많이 사 와요. 아저씨는...”윤하민의 말을 듣자 막 올라가던 강현우의 입꼬리가 스르르 내려앉았고 얇은 입술이 일자로 굳었다.“앞으로 갖고 싶은 거 있으면 나한테 말해. 내가 사 줄게.”윤하민의 눈이 반짝였다가 곧 가라앉았다.“안 돼요. 먼저 엄마한테 물어봐야 해요.”강현우는 그 말에는 반박하지 않고 낮게 대답했다.“그래. 네 말이 맞아.”그러고는 윤하민의 손을 꼭 잡고 걸음을 재촉했다.“빨리 버섯 다 주워서 돌아가자.”지금쯤 윤하경과 주승엽은 힘을 합쳐 텐트를 치고 있겠다고 생각하자, 강현우는 당장이라도 캠프장으로 뛰어가고 싶었다.버섯 한 바구니를 겨우 채워 캠프장으로 돌아오니 두 시간은 훌쩍 지나 있었다.윤하경과 주승엽은 이미 텐트를 다 쳐 놓았다.민진혁은 망부석처럼 떨어진 곳에 꼿꼿이 서서 윤하경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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