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Chapter 1561 - Chapter 1570

1609 Chapters

제1561화

주승엽이 어깨를 가볍게 으쓱하며 말했다.“제가 설마 무서워하겠어요?”그러자 윤하경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강현우는 인맥이 아주 넓어요.”윤하경은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망설였다. 강현우를 다시 본 순간, 윤하경은 강현우의 소유욕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강현우의 마음을 접게 할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지만 윤하경은 주승엽이 자기 일에 휘말릴까 봐 또 걱정됐다.주승엽이 다시 한번 태연하게 어깨를 으쓱했다.“그래요? 그래도 여긴 해외예요.”주승엽은 가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게다가 설령 국내라고 해도, 제가 두려워할 건 없어요.”윤하경은 주승엽의 담담한 표정을 보며 낮게 말했다.“고마워요.”두 사람은 그렇게 역할이 정해졌다. 주승엽은 윤하경의 명목상 약혼자가 되었다. 사실 윤하경은 혼자서 강현우를 상대해야 했다면 아직도 겁이 났다. 하지만 주승엽이 곁에 있으니 마음이 한결 놓였다.주승엽과 이야기를 막 끝내자 하석호가 알아봐 준 변호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공교롭게도 지난번 강현우와의 이혼을 맡았던 그 변호사였다.변호사가 말했다.“윤하경 씨, 제 의견으로는 먼저 강현우 씨와 직접 대화를 시도해 보시죠. 최악의 경우에만 법적 절차로 가는 겁니다. 일단 소송이 시작되면 어느 모로 보나 윤하경 씨에게 유리한 구도는 아닙니다. 물론 끝내 소송으로 가더라도 승산이 없진 않습니다.”변호사의 말은 윤하경이 생각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알겠어요. 준비해 둘게요. 변호사님 쪽에서도 자료를 미리 챙겨 주세요. 정말 방법이 없으면...”잠시 숨을 고른 뒤 윤하경은 말을 이었다.“법정에서 보게 되겠죠.”아무래도 한때 사랑했던 사이라 윤하경은 일을 지나치게 지저분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재판으로 가면 그때는 윤하민이 상처받을 수도 있었다.변호사가 말한 대로 대화로 푸는 게 최선이었다.전화를 끊은 윤하경은 연락처를 넘겨 오랫동안 눌러 본 적 없는 번호를 찾았다.예상대로 통화는 연결됐다.몇 년이 지나도 강현우의 번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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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2화

윤하경은 이 말을 듣자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강현우 씨, 너무...”“뚜뚜뚜...”윤하경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강현우가 전화를 뚝 끊어 버렸다.윤하경은 이를 악물고 휴대폰을 노려봤다. 분노가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정말 뻔뻔한 자식...’윤하경은 결국 속으로만 욕 한마디 내뱉었다. 물론 강현우가 들을 리도 없으니 그에게는 털끝만큼의 타격도 되지 않았다.한편 전화를 끊은 강현우의 입가에는 제멋대로인 웃음이 번졌다.‘이럴 때는 먼저 마음이 흔들리는 사람이 지는 거지.’강현우는 통화 기록을 내려다보며 손가락으로 몇 번 화면을 두드렸다. 그리고 윤하경의 연락처에 메모를 덧붙였다. 화면에 여보라는 두 글자가 뜨자 강현우는 그제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그 사실을 모르는 윤하경은 강현우의 터무니없는 요구에 분통이 터져 손이 덜덜 떨릴 지경이었다. 잠시 생각을 가다듬은 윤하경은 더 이상 아무 행동도 하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윤하민은 지금 윤하경 곁에 있으니 초조해야 할 사람은 강현우였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자 윤하경은 가슴속의 응어리가 조금 가라앉았다.사흘 동안 강현우에게는 윤하경의 연락을 받지 못했다. 넘치던 자신감이 무너져 조급해지기까지는 하루면 충분했다. 세 번째 날 점심, 여전히 윤하경의 소식이 없자 강현우는 끝내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연결음이 울리기도 전에 통화는 바로 끊겼다.강현우는 끊긴 화면을 오래도록 응시했다. 눈빛이 깊어지고 이를 악물어 소리가 날 정도였다. 오랫동안 보지 못했어도 윤하경의 배짱은 여전했다.한참 뒤, 강현우가 벌떡 일어나 문을 열자 마침 두꺼운 서류뭉치를 들고 들어오던 민진혁과 문 앞에서 맞부딪칠 뻔했다.“무슨 일이야?”미간을 세게 찌푸리며 민진혁을 노려보는 강현우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민진혁이 잠시 멈칫하더니 손에 든 휴대폰을 가리켰다.“대표님, 주승엽에 관한 자료입니다.”강현우는 그 말에 자연스레 민진혁이 들고 있는 두툼한 서류철로 시선을 옮겼다. 잠깐 뜸을 들였지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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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3화

강현우는 어금니를 살짝 깨물고 한참을 버티다 차갑게 비웃었다.“그게 진짜든 아니든 상관없어. 어떤 일이 있어도 누구도 윤하경을 내 곁에서 빼앗아 가지 못하게 할 거야.”민진혁은 눈썹을 한 번 올렸을 뿐, 더는 말을 보태지 않았다.차가 윤하경의 별장에 닿았을 때는 이미 한 시간이 지나 있었다. 차에서 내리기 전, 강현우가 주위를 훑어보고 물었다.“지난번에 알아보라고 한 집들은... 소식 있어?”“한 곳이 매물로 나왔습니다. 지금 협상 중입니다.”강현우가 옆으로 눈길을 주었다.“상대가 얼마를 부르든 사. 최대한 빨리.”“알겠습니다.”민진혁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하자, 강현우는 별장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아마 전번에 강현우가 별장 앞에서 소란을 피웠던 걸 기억해서인지, 아니면 윤하경이 아예 들이지 말라고 일렀는지, 이번에는 전처럼 쉽게 통과되지 않았다.강현우는 문 앞에서 바로 막혔다.“출입이 금지된 구역입니다.”강현우의 얼굴빛이 어두워지자 뒤에 있던 민진혁이 곧장 앞으로 나섰다.“윤하경 씨께 한 말씀만 전해 주세요. 이렇게...”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어린아이 특유의 맑은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나쁜 아저씨, 또 우리 집에 왜 왔어요!”강현우가 멈춰 서서 소리가 난 쪽을 돌아보았다. 리나벨 인형을 꼭 끌어안은 작은 여자아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예쁜 눈으로 강현우를 똑바로 노려보고 있었다.윤하민의 얼굴은 그야말로 축소판 윤하경 같았다.처음으로 자신의 딸과 마주한 순간, 강현우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떨렸다. 강현우는 천천히 쭈그리고 앉아 윤하경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이리 와봐.”윤하민은 재빨리 고개를 저으며 루시의 뒤로 숨었다. 커다란 눈에는 경계심이 가득했다.강현우는 쉽게 감정이 흔들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예전에 흔들렸던 이유는 오직 윤하경 하나였는데, 이제 예외가 하나 더 생겼다.윤하민의 눈빛은 강현우의 심장을 콕 찔렀다. 그래도 강현우는 이를 악물고 억지로 미소를 띠며 손을 내밀었다.“아가야, 착하지? 아저씨는 나쁜 아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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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4화

가사도우미에게서 연락을 받은 윤하경은 바로 밖으로 뛰쳐나왔다.그리고 마주친 광경에 윤하경은 숨이 턱 막혔다. 강현우가 윤하민 쪽으로 다가가고 있었다.그 순간, 윤하경의 심장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윤하경은 단숨에 달려가 윤하민을 품에 감싸안았다. 조금 전에 윤하민이 보여준 것과 똑같은 경계심이 어린 눈빛으로 강현우를 노려봤다.“지금 뭐 하는 거예요?”윤하경의 단호한 목소리에 강현우의 눈빛이 요동쳤다.눈빛이 차갑게 가라앉더니 짙은 분노가 번졌다.윤하경은 그 모습이 강현우가 화를 내기 직전의 신호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입술을 꽉 깨문 윤하경은 살짝 고개를 숙여 품 안의 윤하민을 확인했다.생각만 해도 아찔했다.‘조금이라도 늦게 나왔더라면... 만약 강현우가 윤하민을 데려갔다면...’윤하경은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그렇게까지 내가 아이를 보는 게 싫어?”강현우는 차가운 웃음을 흘리며 물었다.“내가 그렇게 무서워?”“우리 사이 일에 하민이를 끌어들이지 마세요.”윤하경은 단호하게 강현우의 말을 잘랐다.윤하민은 아직 어렸지만 눈치가 빠르고 상황을 이해할 줄 아는 아이였다.그래서 윤하경은 윤하민의 앞에서는 더 말을 아꼈다.윤하경은 잠시 숨을 고른 뒤 루시를 향해 말했다.“하민이를 데리고 들어가세요. 제가 부르기 전까지는 절대 내려오지 마세요.”강현우는 그 말을 듣자 피식 웃었다.‘정말 우습군. 마치 내가 위험한 사람이라도 되는 듯 경계하다니...’한쪽 눈썹을 비스듬히 올리며 윤하경을 바라보는 강현우의 시선에는 냉소가 가득했다.윤하민이 집 안으로 들어가자 윤하경이 다시 돌아섰다.오늘따라 날씨는 유난히 맑았다.푸른 하늘 아래 흰 구름이 천천히 흘러가고 바람에 흔들리는 꽃잎이 햇살에 반짝였다.햇살은 부드럽게 대지를 덮었고 그 사이 두 사람은 조용히 마주 섰다.아무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강현우는 윤하경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4년이 지나도 여전히 눈부시게 아름다운 얼굴이었다.한참을 그렇게 바라보다가, 강현우의 동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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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5화

“좋아요.”잠시 침묵 끝에 윤하경이 강현우를 똑바로 보며 지지 않겠다는 듯 말했다.“얘기해요.”어차피 정원에 사람이 많아 윤하경은 굳이 강현우를 두려워할 일은 없었다.말을 마친 윤하경은 몸을 돌려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10분 뒤, 두 사람은 거실에서 마주 앉았다.겉보기에는 분위기가 그럭저럭 온화했다. 강현우는 느긋하게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사방을 둘러보았다.지난번에는 급히 왔다가 급히 떠나느라 제대로 둘러볼 틈이 없었다.거실의 진열장과 벽에는 윤하경과 윤하민의 사진이 여러 장 걸려 있었다. 갓난아이 때부터 지금까지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눈빛이 살짝 흔들리던 강현우는 끝내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사진 앞에 섰다. 그러자 강현우의 눈가에는 미묘한 감정이 스쳤다.윤하경은 강현우의 옆얼굴을 또렷이 보았다.오랜 세월 강현우를 알아 온 윤하경은 지금 그의 마음이 움직였다는 걸 단번에 알아차렸다.그게 바로 윤하경이 노린 바였다.윤하경은 일부러 강현우를 이곳으로 데려왔다. 윤하민이 자신과 함께 지낼 때 가장 행복하다는 사실을 강현우의 눈으로 직접 확인시키고 싶었다.윤하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강현우 곁으로 가 사진 한 장을 가리키면서 말했다.“이건 하민이가 첫돌 때 찍은 사진이에요. 그때 처음으로 엄마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이제 막 두 발로 두세 걸음 떼던 때였죠. 저를 보면 늘 저렇게 환하게 웃었어요.”그 말을 꺼내는 순간, 윤하경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강현우가 고개를 돌려 윤하경을 바라보았다.윤하경도 한 치 물러섬 없이 시선을 마주했다.“강현우 씨, 저와 하민이는 아주 잘 지내요. 정말로 하민이를 위한다면... 우리의 삶을 방해하지 말아 주세요.”윤하경은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덧붙였다.“제발요.”하지만 귀를 기울이면 윤하경의 말끝에는 아주 미세한 부탁이 숨어 있었다.강현우는 이를 악물었다.힘이 지나치게 들어가 턱선이 더 날카로워졌다.“허... 그러니까 네 생각에는 내가 여기까지 온 게, 양육권 얘기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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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6화

윤하경은 강현우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너무도 잘 알았다. 하지만 윤하경은 더는 듣고 싶지 않았다. 강현우가 이별을 통보하던 그날부터, 윤하경은 스스로에게 다짐했었다. 이 사랑만큼은 다시는 뒤돌아보지 않겠다고 맹세했다.윤하경이 단번에 거절하자 강현우는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윤하경은 고개를 조금 들어 강현우와 시선을 맞췄다. 오래 알고 지냈지만 강현우의 얼굴에 이렇게 상처받은 표정이 비친 건 처음이었다. 윤하경은 입술을 가볍게 깨물고 강현우의 감정을 외면한 채 말을 이었다.“강현우 씨, 잊었어요? 현우 씨가 직접 헤어지자고 한 게 4년 전이에요. 그때 제 뱃속에는 아이가 있었어요.”윤하경은 깊게 숨을 들이쉬어 치밀어 오르는 씁쓸한 감정을 눌렀다.“아니면... 저를 만만하게 보는 거예요? 저는 현우 씨가 부르면 오고, 밀어내면 물러나는 그런 사람이에요?”그 말은 강현우의 가슴을 정면으로 때렸다. 그러자 강현우의 눈가가 미세하게 떨렸다.“너도 알다시피 그때 내 인생은 바닥이었어. 평생 다시 못 일어설 수도 있었고. 그래서 나는...”“그만해요.”윤하경은 바로 강현우의 말을 잘랐다.윤하경은 표정이 굳어졌고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러니까 현우 씨의 눈에는 제가 좋은 때만 함께하고 힘든 건 함께 못 하는 사람이라는 거예요? 아니면 현우 씨가 아주 대단해서 저 같은 사람은 안중에도 없는 건 가요?”그동안 꾹 눌러 둔 말들이 마침내 터져 나왔다. 눈시울이 뜨겁게 차올랐지만 윤하경은 붉어진 눈으로 강현우를 똑바로 바라봤다.“강 대표님, 당신이 저를 놓아버린 그 순간부터 우리는 다시 이어질 수 없어요.”윤하경의 마지막 한마디는 낮고도 단호했다.그 말은 묵직한 벼락처럼 강현우의 가슴팍을 내려쳤다.“강현우 씨.”현관 쪽에서 주승엽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성큼 다가와 강현우를 윤하경에게서 떼어냈다. 주승엽은 아이를 감싸듯 윤하경을 뒤로 세우고 차가운 눈빛으로 강현우를 바라봤다.“강현우 씨, 제 약혼자인 하경 씨는 이미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앞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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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7화

심지어 윤하경과 주승엽을 바라보는 강현우의 눈길에는 옅은 웃음까지 비쳤다.“하경아, 지금 화 난 거 알아. 그래도 괜찮아.”칼끝처럼 날카로운 시선이 윤하경의 여전히 고운 얼굴에 머물더니 눈가에는 옅은 웃음까지 비쳤다.“어쨌든 넌 내 사람이야.”그 말을 들은 주승엽이 못마땅한 듯 바로 미간을 찌푸리며 받아쳤다.“강현우 씨, 너무 앞서나가시지 마세요. 지금 저를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닙니까? 왜 자꾸 저와 하경 씨 사이에 끼어들려고 하는 거죠?”주승엽은 장난스레 웃었지만 강현우를 보는 눈빛에는 노골적인 비웃음이 서려 있었다.강현우도 눈썹을 스치듯 올리며 지지 않겠다는 듯 맞받았다.“주승엽 씨는 자신을 너무 높이 평가하시는군요.”비웃음 섞인 숨을 뱉은 강현우는 끝내 윤하경을 향해 말했다.“오늘은 이야기할 날이 아니네. 다음에 다시 올게.”돌아서던 강현우가 문득 생각난 듯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참, 하민이에게 전해 줘. 내가 다음에 다시 보러 오겠다고.”윤하경이 무언가 말하려 입을 뗐지만 강현우는 더는 기회를 주지 않고 곧장 발걸음을 옮겼다.강현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윤하경은 무심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윤하경은 예전부터 강현우가 늘 상식을 벗어난 방식으로 말하고 행동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분노로 치닫던 사람이 다음 순간에는 아무 일도 없던 듯 태연해졌다.그런데 그걸 모르는 사람도 있었다.주승엽이 고개를 돌려 윤하경을 보고 물었다.“강현우는 인격장애라도 있습니까? 왜 이렇게 감정이 휙휙 바뀌죠?”윤하경은 코끝을 슬쩍 문지르며 어색하게 웃었다.“그냥... 원래 저래요.”“그렇군요.”주승엽이 눈썹을 살짝 올리고 짧게 대답하더니, 고개를 숙여 윤하경을 바라봤다.“괜찮아요? 하경 씨한테 뭘 하지는 않았죠?”윤하경이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 다행히 제때 와 주셔서 고마워요.”주승엽은 긴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하민이가 빨리 전화해 줘서요.”그러자 윤하경은 눈썹을 올리며 물었다.“뭐라고요? 하민이가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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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8화

윤하민의 눈동자에 호기심이 가득 차 오르자, 윤하경은 잠시 말이 막혔다.윤하경은 뭐라고 답해야 할지 망설였다.‘강현우가 하민의 친아버지라는 걸 지금 알려야 할까? 만약 하민이가 알게 된다면 혹시 강현우에게 호기심을 느끼고 따라가고 싶다고 말하면 어쩌지?’그 생각이 스치자 윤하경은 저도 모르게 몸을 굳혔다.‘안 돼. 어떤 일이 있어도 강현우가 윤하민을 데려가게 둘 수는 없어.’잠시 뜸을 들인 윤하경은 고개를 숙여 윤하민을 바라보며 보드라운 머리칼을 다독였다.“하민아, 그 아저씨가 누군지는... 네가 조금 더 크면 엄마가 말해 줄게. 지금은 한 가지만 기억해. 그 아저씨를 또 보게 되어도 절대로 따라가면 안 돼. 알겠지?”윤하민은 또렷이 고개를 끄덕이며 애기 같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네. 알았어요.”윤하경은 안도의 숨을 내쉬고 윤하민의 머리를 토닥였다.“우리 하민이는 참 말도 잘 듣네. 이제 루시 언니랑 가서 놀자.”윤하민이 말 잘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나가자 윤하경은 잠시 생각 끝에 하석호에게 전화를 걸었다.윤하경은 머릿속이 엉켜 묶인 실타래처럼 복잡했다. 하석호가 있는 곳은 아직 밤이었다. 이제 막 잠들려던 하석호가 영상 통화를 받았다.“강현우가 또 널 찾아 간 거야?”화면이 켜지자마자 하석호가 묻자 윤하경은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역시 움직임이 빠르네.”하석호가 혀를 찼다.“널 찾지 못했을 때도 틈만 나면 나한테 찾아와 귀찮게 굴더니 지금은 말할 것도 없겠지.”윤하경은 대꾸하지 않고 물었다.“그럼...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하석호가 잠시 입술을 다물었다가 조심스레 말했다.“정 안 되면 일단 여기로 돌아오는 게 어때?”윤하경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아니. 지금 돌아가면 스스로 호랑이 입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거나 마찬가지야. 여기서는 그나마 자제하지만 내가 돌아가면 강현우는 더욱 제멋대로 굴 거야.”하석호도 그 말의 의미를 잘 알고 고개를 끄덕였다.잠시 생각에 잠기던 하석호가 말했다.“그럼 내가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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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9화

“주승엽의 부모한테 연락해. 윤하경과 관련된 일을 슬쩍 귀띔해 줘.”민진혁은 잠깐 멈칫하더니 곧바로 뜻을 알아차렸다.“네.”차에 올라탄 강현우는 이유 없이 기분이 한결 가벼워졌다.사흘이 훌쩍 지났다.그동안 별다른 일은 없었고 늘 곤두서 있던 윤하경의 마음도 서서히 가라앉아 경계심이 조금 풀렸다.윤하민은 성격이 활달해 집에만 오래 붙어 있질 못했다. 이틀, 사흘 집에만 머무르는 게 한계였다.사흘째 되는 날, 윤하민이 끝내 못 참고 윤하경의 손을 살짝 흔들었다.“엄마, 밖에 나가서 놀고 싶어요. 안 돼요?”그때 윤하경도 마침 새 일을 받아 바쁜 참이었다. 윤하경은 잠깐 생각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대신 루시 언니가 경호원을 데리고 나가야 해. 멀리 가면 안 되고, 알겠지?”밖에 나갈 수 있다는 말을 듣자 윤하민은 바로 환하게 대답했다.“네. 알아요! 우리 엄마 최고! 사랑해요.”발음이 아직 또렷하지 않은 윤하민의 말투는 더없이 사랑스러웠다. 윤하경은 두 손으로 윤하민의 얼굴을 감싸 안고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엄마도 사랑해. 다녀와.”그러더니 고개를 들어 루시를 바라봤다.“경호원을 두 명 데리고 나가되 너무 멀리는 가지 말아요. 알겠죠?”“네. 걱정하지 마세요.”루시는 윤하민이 태어났을 때부터 쭉 곁을 지켜 온 사람이었고 윤하경은 루시를 믿었다.윤하경은 손짓으로 나가 보라고 했고 자신은 서재로 돌아가 일을 계속했다. 원래 일에 몰두하면 다른 건 죄다 잊는 성격이었다.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두 시간이 흘러 있었다. 눈앞의 글자에서 시선을 떼게 만든 건 문을 급하게 두드리는 소리였다.“아가씨, 아가씨!”루시의 다급한 목소리가 복도에 울렸다.그 소리에 윤하경의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윤하경이 벌떡 일어나 문을 열자 초조한 표정의 루시가 서 있었다. 윤하경은 우선 루시 뒤쪽을 먼저 훑어봤다.“하민이는요?”루시는 금세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아가씨, 죄송해요. 하민이가 나가고 얼마 안 돼서... 사라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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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0화

그 순간, 윤하경의 머릿속에는 불길한 예감이 덮쳤고 머리도 몸도 말을 듣지 않았다.윤하경은 그대로 주저앉고 싶어졌다.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쓰러질 수 없다고 이성이 윤하경의 마음을 붙잡았다.‘내가 쓰러지면 하민이는 어떻게 하지. 지금은 하민이가 어디에 있는지도 몰라. 어쩌면 하민이는 내가 와서 구해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라.’윤하경은 간신히 몸을 추스르고 일어나 경찰에 신고하는 한편, 별장의 식구들을 모아 곧장 수색에 나섰다.한순간도 지체할 수 없었다.예전에 보았던 뉴스 장면들이 머리를 스쳤다.이곳에서 몇 년을 사는 동안 윤하민은 주변의 지리에 익숙했고 이런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윤하경은 이번 일이 분명 강현우와 무관하지 않다고 직감했지만, 그래도 강현우에게만 기대고 있을 수는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그래서 경찰에는 강현우에 대해 간단히만 언급해 두고 자신은 계속 발이 닿는 곳마다 샅샅이 뒤졌다.마침내 해가 저물 무렵 소식이 들어왔다.시내 놀이공원에서 윤하민을 찾았다는 것이었다. 윤하경이 도착했을 때, 윤하민은 강현우의 품에 안겨 있었다.그 순간 버티던 힘이 순식간에 빠져나가며 윤하경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엄마!”윤하민은 재빨리 강현우의 품을 빠져나와 달려오더니 윤하경의 품에 와락 안겼다.잃었다가 되찾은 딸을 끌어안은 윤하경은 온몸의 힘을 다 쏟아부었다.“엄마, 미안해요...”아기 같은 목소리로 사과하던 윤하민은 윤하경의 눈물을 보자 겁이 더 나서 결국 같이 울음을 터뜨렸다.윤하경은 입술을 꽉 깨물고 자리에서 일어나 강현우를 바라봤다.강현우가 입을 떼려는 순간, 윤하경은 성큼 다가가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그 뺨 한 대에는 윤하경의 온 힘이 실렸다.조금 전에 밀려오던 두려움과 무력감까지 전부 손바닥으로 몰아넣은 듯, 평소 힘이 세지 않은 윤하경이었지만 그 뺨 한 대에 강현우의 고개가 옆으로 확 꺾였다.강현우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혀끝으로 뺨 안쪽을 한번 밀었다.“부인님, 무슨 일입니까?”곧바로 경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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