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지도 못한 일이 그 뒤에 기다리고 있었다.다음 날 아침, 윤하경은 아직 하얀 레이스 잠옷도 갈아입지 못한 채 눈을 떴고, 그때 주승엽이 집으로 찾아왔다. 윤하경은 머리를 풀고 아침을 먹으러 복도로 나가려 침실 문을 열자, 문 앞에 주승엽이 서 있었다.“아!”윤하경은 놀라서 반걸음 물러섰다.“저예요.”윤하경이 깜짝 놀라자 주승엽이 급히 말했다.주승엽은 눈앞의 윤하경을 바라보다가 눈빛이 조금씩 깊어졌다. 이렇게까지 있는 그대로의 윤하경을 본 건 처음이었다. 아직 흰 레이스 잠옷 차림에 길게 늘어뜨린 머리, 고전 양식의 복도에 서 있는 모습은 막 잠에서 깨어난 공주를 떠올리게 했다. 예술을 전공했던 주승엽의 머릿속에는 순식간에 형언하기 어려운 장면들이 스쳐 갔다. 주승엽은 고개를 한 번 털어 그 생각을 지우고 말했다.“사과 드리러 왔어요.”침실은 무엇보다 사적인 공간인데 예고도 없이 찾아온 게 못마땅해 윤하경은 순간 얼굴이 굳었다. 윤하경은 말을 꺼내려다 생각을 고쳐 조용히 말했다.“먼저 아래층에서 기다려요. 옷 갈아입고 내려갈게요.”“네.”주승엽은 고개를 끄덕이고 먼저 내려갔다.윤하경은 방으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은 뒤, 슬리퍼를 끌고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거실 소파에는 주승엽이 두 손을 무릎 위에 모은 채, 어딘가 풀이 죽은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윤하경은 잠시 멈칫했다. 주승엽은 늘 웃음을 머금고 있었고 초봄의 햇살처럼 눈부시지만 뜨겁지는 않아 편안한 사람이었다. 그런 주승엽이 이렇게 가라앉은 표정을 짓는 건, 윤하경도 처음 보는 일이었다.하지만 지금 주승엽의 분위기는 어딘가 달랐다. 윤하경을 바라보던 늘 온화하던 눈빛이 잠시 가라앉았다.“하경 씨, 어제 일은... 제가 대신 사과할게요.”윤하경이 입술을 다물었다.“괜찮아요. 게다가 그동안 승엽 씨가 저한테 얼마나 많이 도와줬는데요. 이런 걸로 제가 화내면 제가 너무 속 좁은 사람이지요.”윤하경은 가볍게 웃으며 일어섰다.“아침 준비됐어요. 같이 드실래요?”주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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