บททั้งหมดของ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บทที่ 1591 - บทที่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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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1화

윤하경은 마음이 놓였다. 윤하민은 어려서부터 음악에 푹 빠져 있었으니 이름난 연주자에게서 처음부터 배우는 건 다시없을 기회였다.건물 아래에 도착하자 윤하경은 차에서 내렸지만 굳이 바로 들어가지 않았다. 길가에 서서 강현우의 차가 조금 떨어진 곳에 멈추는 걸 확인했다. 강현우도 윤하경이 자신을 본 걸 알자 더는 숨기지 않고, 민진혁에게 차를 세우라고 한 뒤 곧장 걸어왔다.윤하경이 힐끗 쳐다보고 담담하게 말했다.“오늘 하민이의 피아노 수업은 현우 씨가 봐 줬으면 해요.”피아노는 윤하민의 특기였다. 아빠 앞에서 한 번 잘해 보이고 싶은 마음이야 당연했다. 강현우는 환한 웃음으로 윤하민을 번쩍 안아 올렸다.“그럼 우리 하민이가 얼마나 잘 치는지 한번 들어볼까?”말을 마치며 강현우는 문을 열고 피아노 선생님의 집으로 들어갔다. 두 사람의 등을 바라보던 윤하경은 순간적으로 멍해졌다. 시선을 내리자 강현우의 걸음이 평소와 조금 다른 듯했지만, 잠시 미간을 찌푸릴 뿐 못 본 척하고 뒤따라 들어갔다.“어... 이분은 누구시죠?”예순을 훌쩍 넘긴 연로한 피아니스트가 강현우가 아이를 안고 들어오는 걸 보고 잠시 놀란 듯 물었다.윤하민이 강현우의 목을 끌어안고 자랑스럽게 말했다.“제 아빠예요.”선생님이 윤하경을 바라보자 윤하경이 미소 지었다.“맞아요. 하민이 아빠예요.”현지어로 설명을 마친 윤하경은 강현우를 향해 덧붙였다.“하민이 연주만 조용히 봐줘요. 옆에 앉아도 되지만 수업 중에는 말씀하지 말아 주세요.”이 피아니스트는 평소에는 푸근하고 온화하지만 수업에 들어가면 사람 자체가 달라지는 까다로운 선생님이었다.강현우와 윤하경은 소파에 나란히 앉아 선생님이 윤하민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는 모습을 지켜봤다. 윤하민의 손은 아직 작았지만 건반 앞에 앉는 순간 자세가 단정해지고 작은 등줄기가 곧게 펴졌다. 동그란 손가락이 흑백 건반 위에 얹히자, 발랄하고도 맑은 선율이 손끝에서 맑게 흘러나왔다.연주에 몰두한 윤하민의 표정을 보던 윤하경은 문득 아이를 처음 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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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2화

전화에서 소지연의 숨 가쁜 목소리를 들은 순간, 윤하경은 바로 일이 생겼다고 판단했다.잠시 숨을 고르고 윤하경은 휴대폰으로 자신과 윤하민의 귀국 항공권을 예매했다. 가장 빠른 편은 내일 아침이었다.표를 끊고도 윤하경의 마음은 가라앉지 않았다.소지연이 마지막으로 이곳에 온 건 반년 전이었다. 그때부터 이미 상태가 좋지 않았다.소지연이 애써 내색을 숨겼지만 누구보다 소지연을 잘 아는 윤하경은 분명 무언가를 감추고 있다고 느꼈다.서로 어른이니 굳이 캐묻지 않았다. 다만 소지연이 떠나는 날, 무슨 일이 있으면 자신을 찾아오라고 말해 두었다.그때 소지연의 눈은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지만 끝내 눈물을 삼키고 옅은 미소만 남긴 채 비행기에 올랐다.그 후 몇 달 동안 별다른 연락이 없어서, 윤하경은 일이 잘 정리된 줄로만 여겼다.그런데 방금 전화 한 통이 가슴속 고통이 목구멍까지 치솟았다.거실로 돌아오니 윤하민의 수업이 막 끝난 참이었다.선생님께 인사를 드리고 당분간 오지 못할 수도 있다고 양해를 구한 뒤 밖으로 나왔다.문을 나서자 강현우가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다.“어디 가려는 거야?”윤하경은 강현우에게 행선지를 말할 생각은 없었다. 다만 유호천이 강현우의 사촌 동생이니 확인해 두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했다.윤하경이 물었다.“요즘 유호천이랑 소지연은 무슨 일 생긴 거 없었어요?”강현우의 눈빛이 잠시 굳었다. 윤하경을 한참 똑바로 바라보다가 낮게 되물었다.“모르고 있었어?”“뭘 모른다는 거예요?”윤하경이 되물었다.강현우가 입술을 한 번 깨물더니 굳어진 얼굴로 말을 이어갔다.“호천이랑 지연이는... 이미 이혼했어.”“언제 일이에요?”윤하경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가 황급히 윤하민을 차에 태워 놓고 강현우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다.그제야 강현우의 입에서 비로소 전말이 나왔다. 두 사람은 두 달쯤 전에 이혼했다고 했다. 몇 해 동안 소지연이 아이가 생기지 않자, 유호천은 소지연에게 여전히 잘 대해 줬지만 유호천의 어머니가 일을 저질렀다. 유호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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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3화

이제 윤하경과 강현우는 이미 이혼한 사이였다.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일 자체가 민망했다.게다가 강현우가 애매한 미소를 지어 보이자 윤하경은 방금 먼저 튀어나온 말이 떠올라, 스스로 한 대 때려주고 싶었다.몇 초의 어색한 침묵 끝에, 윤하경이 코끝을 만지며 말했다.“사실을 말해 줘서 고마워요.”말을 마친 윤하경은 차로 돌아가려 했지만 강현우가 손목을 붙잡았다.윤하경은 미간을 찌푸리며 되물었다.“왜요?”강현우가 눈꼬리를 살짝 올리며 물었다.“귀국할 거야?”윤하경은 잠시 멈칫하더니 손을 빼내며 담담하게 말했다.“현우 씨랑 상관없잖아요.”강현우는 윤하경이 윤하민과 함께 차를 몰아 떠나는 모습을 보며, 입꼬리를 가볍게 올렸다....윤하경은 강현우가 반드시 움직일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다음 날 윤하경이 공항 라운지에 도착했을 때, 자기보다 더 먼저 도착한 강현우를 발견했다.윤하경은 검은 니트 원피스에 숄을 걸치고 베레모를 눌러썼다. 키가 크고 선이 가늘어 무엇을 입어도 잘 받았고 잘 어울리는 굵은 웨이브와 붉은 입술 때문에 윤하경이 걸어 들어오는 동안 많은 시선이 따라붙었다. 하지만 윤하민의 작은 손을 꼭 잡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자 사람들은 다시 시선을 조용히 거두었다.윤하경이 자리를 찾아서 앉으려는 순간, 먼저 와서 앉아 있는 강현우를 발견했다. 강현우는 윤하경을 보며 미소를 지었고 그 표정에는 어쩐지 득의양양한 기색이 스쳤다.윤하경은 그런 모습에 미간을 살짝 찌푸렸고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손을 잡고 있던 윤하민이 윤하경보다 먼저 달려가 강현우의 품에 안겼다.“나쁜 아저씨!”강현우가 웃으며 윤하민을 번쩍 안아 올리고 뒤쪽에 서 있던 민진혁에게 눈짓을 보냈다.민진혁이 바로 그 눈빛을 알아채고 다가와 윤하경의 손에 들린 캐리어를 받았다.“사...”막 사모님이라고 부르려던 순간, 윤하경의 매서운 눈빛이 번쩍하자 곧 말을 바꿨다.“윤하경 씨, 제가 들겠습니다.”말을 끝내자마자 민진혁은 윤하경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짐을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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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4화

전화기 너머에서 주아연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소지연은 벌써 호천 오빠랑 이혼했어요. 어디 갔는지 우리가 어떻게 알겠어요? 그쪽이 혹시 윤하경이세요?”주아연의 목소리에는 노골적인 의기양양함이 배어 있었다.“충고하는데 본인 일이나 잘 챙기세요. 괜히 불똥이 자기한테 튀게 하지 말고요.”주아연은 으름장을 놓자마자 전화를 뚝 끊어 버렸다.‘겨우 상간녀 주제에 저렇게 기고만장하다니.’윤하경은 분이 치밀었지만 상대가 일방적으로 끊었기에 받아칠 틈조차 없었다.잠시 후, 윤하경은 휴대폰을 내려다보며 한동안 말이 없었다. 방금 들은 말을 곱씹다 보니 불안이 점점 커졌다. 주아연의 말투로 보면 소지연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해 보였기 때문이다.윤하경은 점점 더 초조해졌다. 공항 라운지 의자에 앉아 있으면서도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한 윤하경은 소지연에게 메시지를 연달아 보냈다. 가늘고 긴 손가락이 화면을 부지런히 두드렸지만 끝내 답장은 오지 않았다.비행기 이륙 안내가 나오자 승무원의 요청에 따라 윤하경은 휴대폰을 끄는 수밖에 없었다.“엄마.”옆자리에서 윤하민이 안아 달라고 팔을 벌렸다. 윤하경은 한숨을 쉬더니 윤하민을 품에 꼭 안았다.윤하민은 나이가 어려도 윤하경의 눈빛 속 불안을 읽을 줄 알았다. 윤하민은 작은 두 팔로 윤하경을 더 꼭 끌어안고 말했다.“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지연 이모는 분명 괜찮을 거예요.”윤하경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지연이는 반드시 괜찮을 거야.”기내는 고요했다. 강현우는 윤하경의 건너편 좌석에 앉아 있었다. 윤하경은 일부러 시선을 주지 않았다. 그저 윤하민을 꼭 안은 채 창밖의 두툼한 구름만 바라보다가 어느새 천천히 잠이 들었다.장시간의 비행 끝에 마침내 도착했다. 착륙하는 순간, 윤하경은 주변을 훑어보며 눈시울이 살짝 뜨거워졌다. 오랫동안 돌아오지 못한 사이 많이 바뀐 듯하면서도, 또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것만 같았다. 유러인에서 지내며 수없이 꿈속에서 돌아오고는 했지만 지금에서야 비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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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5화

강현우는 윤하경이 떠난 방향을 오래도록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민진혁은 강현우의 뒤에 서서 방금 윤하경이 한 말을 모두 들었다. 민진혁은 말없이 강현우의 등을 바라봤다.4년 전에도 만류했지만, 강현우는 끝내 듣지 않았다.윤하경은 윤하민을 데리고 하석호가 마련해 준 별장으로 돌아왔다. 짐을 겨우 풀자마자, 윤하경은 소지연을 찾아가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막 나가려다 거실에 앉아 있는 윤하민이 눈에 들어오자 발걸음이 멈췄다. 윤하민은 아직 너무 어렸기에 집에 있는 도우미에게 맡겨 두기가 마음에 걸렸다. 한참을 망설인 끝에 윤하경은 전화를 걸었다.전화를 받은 방숙희는 놀라면서도 반가워했다. 도움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자, 방숙희는 소파에 앉아 있는 강현우를 본능적으로 한 번 흘끗 보고는 통화기 너머로 환하게 웃었다.“시간 됩니다. 사모님, 바로 출근할게요.”전화를 끊은 방숙희가 강현우를 바라봤다.“대표님, 그럼 윤하경 씨 댁으로 가 볼까요?”강현우가 짧게 대답했다가 잠시 뜸을 들였다.“수고해 줘요. 하민이... 그리고 하경이도 잘 부탁합니다. 급여는 제가 계속 처리하겠습니다.”“네, 네.”방숙희는 흔쾌히 수락했다. 무엇보다 방숙희는 윤하경을 마음에 들어 했다. 방으로 올라가 서둘러 짐을 챙기고 곧장 윤하경의 별장으로 향했다.“제가 잠깐 나가야 해서요. 다른 도우미분들도 있지만 아직은 제가 안심이 안 돼요. 하민이를 좀 잘 부탁해요.”윤하경은 솔직하게 말했다. 막 귀국해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손발이 맞기 전이라 더 조심스러웠다. 방숙희는 일머리가 세심했고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놓였다.얌전하고 사랑스러운 윤하민을 보자 방숙희는 금세 마음을 빼앗겼다. 가슴을 쭉 펴며 자신 있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책임지고 잘 돌볼게요.”그제야 윤하경은 안도하며 몸을 돌려 문을 나섰다.짐을 겨우 정리하자마자 윤하경은 쉬지도 않고 곧장 유호천의 집으로 향했다.윤하경이 현관에 들어서자 장미자의 표정이 금세 굳었다.“왜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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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6화

장미자는 곧장 사람을 시켜 주아연을 옆 소파에 앉혔다.“아연아, 위층에서 푹 쉬라니까 왜 내려와서 이런 소란에 끼어드니?”장미자는 말하면서 일부러 비꼬는 눈빛으로 윤하경을 한 번 훑더니, 주아연에게 다시 말했다.“쓸데없는 사람 때문에 괜히 흥분해서 배라도 놀라 우리 유씨 가문의 귀한 손주 다치면, 그건 큰일이야.”귀한 손주라는 말에 장미자는 거의 자랑스럽다는 듯이 윤하경을 쳐다봤다.윤하경은 두 사람의 무시에 눈도 깜박하지 않았다.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여기고 곧장 계단으로 올라가려는데 도우미들이 길을 막았다.“비켜요. 유호천을 만나러 왔어요. 소지연이 어디 있는지 물어봐야 해요!”윤하경은 그야말로 속이 타들어갔다. 소지연에게서 그런 전화가 온 뒤로 연락이 완전히 끊겼으니 윤하경은 안절부절못했다. 어젯밤에는 하석호 쪽 사람들에게도 행방을 알아봐 달라 부탁했지만 아직까지 소식이 없었으니 전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이 여자는 남의 집에 무단침입했어. 당장 끌어내!”장미자가 말하자 도우미들과 경호원들이 곧장 윤하경을 현관 쪽으로 밀어냈다.그 순간 윤하경은 여기에 올 때 사람을 더 데려오지 않은 걸 잠깐 후회했다. 괜히 수적으로 열세에 처했다.거실 밖으로 거의 밀려나가던 윤하경은 주아연이 비아냥거리며 웃는 얼굴을 분명히 보았다. 그 순간, 윤하경은 소지연의 실종이 주아연과 무관하지 않다고 확신이 들었다.“주아연, 소지연을 어디로 숨겼어!”“함부로 모함하지 마!”조금 전까지 소파에 있던 주아연이 벌떡 일어나 꼬리를 밟힌 고양이처럼 날을 세웠다.주아연의 과한 반응을 보니 윤하경의 확신은 더 굳어졌다.윤하경은 입술을 다 물어뜯을 만큼 이를 악문 채 주아연을 노려봤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목덜미를 움켜쥐고 소지연을 어디에 숨겼는지 캐묻고 싶었다.하지만 현실은 도우미들에게 떠밀려 현관 밖으로 나가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오늘 아주 북적이네요.”등 뒤에서 낮고 또렷한 목소리가 들리자 윤하경이 걸음을 멈추고 돌아봤다. 강현우가 뒤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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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7화

장미자는 속이 끓어오르면서도 감히 강현우를 진짜로 자극하지 못했다. 입술을 꽉 깨물고 한참을 침묵한 끝에 마지못해 말했다.“호천은 위층에서 자고 있어. 술에 잔뜩 취해서 말이야. 그러니 지금 널 만나기 어려울 거야.”이때 주아연이 다가와 다급한 얼굴로 쏘아붙였다.“당신들은 왜 이렇게 뻔뻔한 거죠?”“입 다물어!”장미자는 강현우까지 싸잡아 욕하려 드는 주아연을 즉시 막았다.윤하경은 두려워하지 않아도 상관없지만, 강현우는 달랐다. 강현우는 예의상 장미자를 이모라고 불러 주는 것 같아도, 손가락 하나만 까딱해도 유씨 가문이 통째로 뒤집힐 수 있다는 것을 장미자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결국 이익 앞에서 장미자는 한발 물러섰다.강현우가 옅게 웃으며 한 걸음 나섰다.“전할 말이 있으니 직접 올라가서 볼게요.”“안...”주아연이 막으려 들었지만, 장미자가 재빨리 팔을 붙잡아 세웠다.강현우가 계단을 오르자 윤하경도 곧장 뒤를 따랐다. 이번에도 장미자는 두 사람을 막지 않았다.위층 침실 문을 열자, 유호천이 침대에 쓰러져 있었다. 말 그대로 술 냄새가 진동했고, 정신을 잃은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윤하경이 침대맡에서 여러 번 불러 보았지만 유호천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잠깐 생각을 고친 윤하경이 욕실로 들어갔다가 나오더니, 손에 대야를 들고 와서는 망설임 없이 찬물을 유호천의 얼굴에 끼얹었다.“으악!”차가운 물에 화들짝 놀란 유호천이 반사적으로 벌떡 일어났다. 얼굴의 물기를 훔치며 인상을 쓰고 화를 내려던 찰나, 고개를 돌리자 침대 옆에 서 있는 강현우와 윤하경이 눈에 들어왔다.윤하경을 보는 순간, 유호천은 멍해졌다.“언제 돌아왔어?”그러다 무엇을 떠올렸는지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너... 혹시 벌써 알아버린 거야?”“지연이는?”윤하경은 에둘러 말하지 않았다.“지연이는 어디로 갔어?”유호천의 얼굴이 잿빛으로 꺼졌다가 더디게 입을 열었다.“지연이는... 나랑 이미 이혼했어. 그래서 나도 어디로 갔는지 몰라.”“마지막으로 본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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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8화

윤하경은 유호천의 말을 듣고 비웃음을 띠었다.“잘도 하네. 새 아내를 품에 꼭 안고, 지연이는 혼자 내버려두는 거야? 유호천, 너처럼 비겁한 남자는 처음 봐.”소지연의 절친인 윤하경은 전혀 유호천을 봐줄 생각이 없었다. 하고 싶은 말을 가장 아프게, 독하게 내리꽂았다.“원래는 너희 일에 끼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소지연이 왜 아이를 잃고, 다시는 임신하기 힘든 몸이 됐는지, 네가 제일 잘 알지 않아?”그 말을 꺼내는 순간, 윤하경은 이을 갈았다. 수년 동안 웬만한 일에는 마음을 내려놓고 화낼 일도 드물었지만, 유호천 앞에서는 비웃음이 먼저 튀어나왔다.유호천은 반박하지 못했다. 윤하경 말이 모두 사실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유호천은 무릎을 끌어안듯 몸을 웅크려 앉아 머리카락을 움켜쥔 채 낮게 중얼거렸다.“이러려던 게 아니야. 나도 원한 게 아니야.”윤하경은 본인이 남자였다면 당장이라도 유호천을 한 대 갈겼을 것이다. 하지만 힘을 아낄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소지연을 찾는 게 먼저였다.“어제 소지연이 전화해서 살려 달랬어. 그 뒤로 연락이 끊겼어.”“호천아, 도움이 될 만한 건 뭐든 내놔.”“뭐라고?”유호천이 몸짓을 멈추고 고개를 번쩍 들었다.“소지연이 사라졌다고?”그러자 윤하경은 코웃음 쳤다.“그럴듯한 연기하지 마. 괜히 네 새 아내가 네가 아직 지연에게 마음이 있다고 오해하고 또 난리 치겠네.”그 말을 남기고 윤하경은 방을 나섰다. 문턱을 넘자, 배를 부여잡은 주아연이 허리를 짚은 채 서 있었다. 주아연은 얼굴에 번진 분노가 채 가시지 않은 표정이었다.주아연은 밖으로 나온 사람이 윤하경인 걸 보자 더는 감추지도 않고 싸늘하게 코웃음쳤다.“윤하경 씨는 소지연이랑 참 의자매 같네요. 어쩐지 둘 다 결국 이혼으로 끝났군요.” 배를 내밀고 으스대는 주아연은 마치 상간녀가 영광스러운 일이라도 되는 듯했다.윤하경은 이런 주아연을 절대 가만두지 않고 손을 번쩍 들어 주아연의 뺨을 후려쳤다.“입부터 똑바로 해. 상간녀 주제에 내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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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9화

유호천에게 소리치던 주아연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유호천이 던지는 서늘하고 독한 눈빛에 입을 다물었다.“소지연이 사라진 일은 혹시 너랑 관련이 있어?”유호천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주아연은 그런 유호천을 처음 봤다. 당장이라도 갈기갈기 찢어 삼켜 버릴 듯한 눈빛이었다. 본능적으로 어깨를 움츠리며 뒤로 물러섰다.“아, 아냐... 전혀 몰라.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야.”주아연은 말 끝나기가 무섭게 몸을 일으켜 피하려 했지만 유호천이 손목을 낚아챘고 주아연은 중심을 잃고 침대에 털썩 주저앉았다.“마지막으로 묻겠어. 소지연의 실종된 건, 너하고 관련이 있어?”“없다고 했잖아!”주아연은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배를 감쌌다.“아, 배... 배가 너무 아파!”비명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장미자가 문을 박차고 들어와 유호천을 밀쳐 냈다.“지금 뭐 하는 짓이야! 뱃속에 아이가 있는데 놀라면 어쩌려고!”“아이! 아이만 중요해?”유호천이 벌컥 고개를 들었다.“아이만 중요해? 소지연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난 너희들이랑 끝까지 갈 거야!”유호천은 말하자마자 방문을 쾅 닫고 나가 버렸다.“미쳤구나? 여자 하나 때문에 친엄마한테 소리를 질러?”장미자가 분을 삭이지 못하고 중얼거렸지만 복도에는 이미 발걸음 소리만 멀어져 갔다.그 뒤에 서 있던 주아연의 눈빛이 잠깐 흔들리더니 곧 깊은 그늘이 내려앉았다....윤하경이 유씨 가문 저택을 나서 차에 오르려 하자, 강현우가 여전히 뒤를 따르고 있었다.윤하경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돌아섰다.“강현우 씨, 오늘 공항에서 이미 분명히 말했잖아요. 더는 저를 따라오지 마세요.”윤하경은 단호한 말투로 말했다.그 말에 강현우는 의미심장한 눈빛이 스쳤다가 웃음을 터뜨리며 입을 열었다.“정말 그렇게 할 거야? 조금 전에 내가 아니었으면 넌 유씨 가문의 집 문턱도 못 들어갔을 텐데.”사실이라 말문이 막힌 윤하경은 입술을 다물었다가 낮게 말했다.“아까는... 고마웠어요. 그래도 저를 그만 따라다녀요.”그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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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0화

차 안에서 강현우는 휴대폰을 꺼내 민진혁이 보낸 영상 클립을 열었다가, 화면을 켠 채 윤하경에게 내밀었다.“자, 봐봐.”윤하경이 막 휴대폰을 받으려는 순간, 강현우가 휴대폰을 살짝 거뒀다. 그 순간, 허공에서 윤하경의 손이 어색하게 멈칫했다. 윤하경은 미간을 찌푸린 채 강현우를 노려보았다.강현우는 번거로워하는 기색도 없이 오히려 눈을 가늘게 뜨고 웃으며 말했다.“며칠 뒤에 하민이를 하루 데리고 나갈 거야.”윤하경의 눈빛에 곧바로 불쾌함이 떠올랐다. 딸을 흥정거리로 삼는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강현우는 여유롭게 윤하경의 대답을 기다렸다.잠시 생각을 고른 윤하경이 말했다.“하민이 혼자서 현우 씨와 함께 보내게 할 수는 없어요. 저도 가서 지켜보겠습니다.”이 말이야말로 강현우의 본심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스치자, 윤하경은 자신도 그 생각이 다소 자의적일 수 있다고 여겨 강현우의 표정을 유심히 살폈다. 그런데 딱히 불쾌한 기색은 느껴지지 않았다. 윤하경은 시선을 다시 강현우의 휴대폰으로 옮겼고, 잠깐 망설이다가 결국 물러섰다.“좋아.”그제야 강현우가 휴대폰을 놓았고 윤하경은 곧장 받아 영상을 재생했다. 역시 민진혁답게 일 처리도 깔끔했다. 화면에는 소지연이 담긴 구간만 모아져 있었다.윤하경은 숨을 가다듬고 한 장면도 놓치지 않으려 시선을 고정했다. 유호천이 저택에서 뛰쳐나온 일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애초에 관심도 없었다. 지금은 오직 소지연뿐이었다.영상 속 시각은 소지연이 전화를 걸어온 때와 세 시간도 채 떨어져 있지 않았다. 병원 복도의 인파가 오가는 와중에도 윤하경은 단번에 소지연을 찾아냈다.소지연은 복도 벤치에 앉아 검사 결과지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무엇이 적혀 있는지 알 수 없지만 표정이 단단히 굳어 있었다.소지연은 막 일어서다가 주아연을 따라 산전 검진을 받으러 온 유호천과 마주쳤다. 둘이 몇 마디 나누는 사이에 주아연이 검사실에서 나왔다.소지연이 병원을 떠난 뒤, 윤하경은 CCTV 화면 속에서도 주아연이 복도에 서서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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