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Bab 1601 - Bab 1609

1609 Bab

제1601화

윤하경은 일이 이렇게 흘러가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순간적으로 흩어진 조각들이 한 줄로 이어졌다. 소지연이 임신했다면 지금 가장 소지연을 없애고 싶어 할 사람은 주아연일 수밖에 없었다.강현우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유씨 가문 사람이 그렇게 많은데, 네가 가봤자 주아연을 데리고 나오지는 못할 거야.”윤하경은 콧등이 시큰해지며 거의 터져 나오는 감정을 간신히 눌렀다.“그럼 어떻게 해요?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거예요?”“이미 사람을 붙여 소지연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어. 곧 결과가 나올 거야.”그 말을 듣고 초조로 들끓던 윤하경의 마음이 조금 가라앉았지만, 다음 순간 눈물이 왈칵 차올랐다.‘평생 고생이 가득하던 지연에게 왜 하늘은 이토록 가혹한지. 겨우 뱃속에 아이를 품었는데, 정작 본인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다니...’“가자.”강현우가 앞좌석을 향해 짧게 일렀다.“출발해.”윤하경이 문을 열고 내리려 하자, 강현우의 팔이 윤하경의 허리를 단단히 감아 붙잡았다. 윤하경은 꼼짝할 수 없었다.“조금 뒤면 주아연이 네 앞에 오게 될 거야. 지금은 서두를 필요 없어.”강현우는 눈빛이 짙어졌고 이미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 둔 듯했다. 그 한마디는 윤하경에게 진정제가 됐고 가라앉지 못하던 마음이 서서히 잦아들었다.“현우 씨.”윤하경은 붉어진 눈으로 그를 올려다봤다.강현우가 고개를 비스듬히 돌려 윤하경을 바라봤다. 여전히 냉정하고 매서운 얼굴이었지만 눈빛만은 뜻밖에 부드러웠다.“응?”원래도 낮고 부드러운 강현우의 목소리가 더 깊게 내려앉자 마치 조용한 호수에 작은 돌멩이가 톡 떨어지는 듯한 잔물결이 윤하경의 가슴에 퍼졌다.윤하경은 잠깐 멍해졌다가, 스스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깨닫는 순간 재빨리 시선을 거두었다.‘안 돼.’윤하경이 칼같게 지키는 인생 규칙이 있었다.‘난 절대 같은 구덩이에 두 번 빠지지 않을 거야. 같은 남자에게 똑같은 실수를 두 번은 하지 않겠어.’윤하경은 빠르게 뛰는 심장을 다잡고 앞을 바라본 채 말했다.“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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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2화

윤하경은 잠깐 걸음을 멈췄다가 결국 계단을 올라 헤븐으로 들어갔다.낯설고도 익숙한 공기가 뒤섞인 공간이었다.윤하경이 위층으로 올라가자 우지원이 응접실로 안내했다.“잠시만 앉아 계세요.”윤하경은 짧게 대답하고 휴대전화를 꺼내 예전에 알던 사설 탐정에게 문자를 보냈다. 동시에 바로 신고도 했다.강현우가 이 도시에서 손이 닿지 않는 데가 거의 없다는 걸 알지만, 윤하경은 전부를 강현우에게만 기대고 싶지는 않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우지원이 문을 열었다.“놈들을 데려왔습니다.”누구를 말하는지 몰랐지만 윤하경은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우지원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익숙한 그 작은 방이었다.유리 창가에 선 윤하경은 바닥에 쓰러져 있는 두 사람을 내려다봤다. 이미 한 차례 손을 본 듯 엉망이었고 가슴이 희미하게 들썩이는 것으로 겨우 살아 있음을 알 수 있었다.강현우는 보이지 않았지만 상관없었다.윤하경은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누군가 양동이에 든 찬물을 들이붓자 기절해 있던 두 사람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으악!”유리 너머로 놀라움과 두려움이 뒤섞인 비명이 또렷하게 들렸다.“시끄러워. 묻는 말에만 대답해. 너희가 납치한 그 여자는 어디로 갔어?”우지원이 위에서 내려다보듯 낮게 물었다.“우, 우리는...”두 사람은 눈치를 보며 머뭇거렸다. 그중 한 명이 갑자기 배짱이 생긴 듯 목을 빳빳이 세우고 맞섰다.“너희들이 뭔데? 우리가 죄를 지었다면 법으로 처리해야지, 너희들이 대신 할 일은 아니잖아. 당장 풀어줘!”처음에는 심드렁하던 우지원의 얼굴이 그 한마디에 슬쩍 흥미 가득한 표정으로 바뀌었다.우지원은 아까 비명을 지르던 남자 앞에 쭈그려 앉아 슬며시 눈꼬리를 올렸고, 얼굴에는 건들거리는 기색이 묻어났다.“배짱 하나는 마음에 드네.”이어 손을 툭 휘젓더니 방 안 소파에 털썩 걸터앉아 나른하게 말했다.“누가 판을 깔았는지 보여줄게. 일단 풀코스로 가.”강현우가 자리에 없으니 이곳의 행동대장은 우지원이었다. 말투와 기세까지 어쩐지 강현우를 닮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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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3화

윤하경은 당장이라도 직접 운전대를 잡고 싶었다. 하지만 소지연을 찾으러 가는 길에 험한 산길이 한 구간이 있었고 긴장감이 너무 컸다. 막 운전석에 타려던 순간, 강현우가 다가와 가로막았고 곧바로 운전기사에게 대신 운전하라고 지시했다.잠시 숨을 고르던 윤하경은 그냥 뒤좌석에 타는 게 자신을 위한 가장 현명한 판단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더 따지지 않았지만 초침이 한 칸씩 움직일 때마다 가슴은 점점 더 조급해졌다.강현우가 손목시계를 흘깃 보고는 낮게 말했다.“서두를 필요 없어. 아직 괜찮을 거야. 납치된 지 50시간도 안 지났고 넘기려던 거래도 아직 못 했다더라.”거래라는 말에 윤하경은 속이 확 뒤집혔다.“역시 주아연 짓이네요. 소지연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반드시 더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할 거예요.”그건 빈말이 아니었다.소지연은 윤하경의 유일한 절친이었다. 소지연에게 정말 무슨 일이라도 터지면 윤하경은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강현우는 옆으로 고개를 돌려 윤하경을 바라보았다. 지금 윤하경의 눈빛에는 한기가 서렸다. 강현우도 예전에 윤하경의 이런 눈빛을 본 적이 없었다. 강현우는 살짝 눈썹을 올렸을 뿐, 더는 말하지 않았다.마침내 차가 멈췄다. 납치범의 지시에 따라 강가에 녹슨 작은 어선 한 척이 모습을 드러냈다. 윤하경은 문을 벌컥 열고 내려 배로 뛰어올랐다.“지연아! 지연아, 어디 있어? 소지연!”몇 번을 불러도 대답이 없자, 서릿발 같은 두려움이 몰려왔다. 시간이 이렇게나 흘렀고 소지연은 임신한 몸이었다. 끌려가는 동안 다치기라도 했을지, 그럴수록 윤하경의 심장은 더 옥죄어 왔다.“아래쪽이요.”납치범이 선창을 가리켰다.윤하경은 선실 여기저기를 허둥지둥 뒤졌다. 그러자 강현우가 차에서 끌어 내린 납치범을 걷어차며 재촉했다. 납치범은 마지못해 윤하경 발치 쪽을 가리키며 한마디 했다.그제야 윤하경은 좁고 어두운 계단 입구를 발견했고 서둘러 내려가 자물쇠가 채워진 문 앞에 섰다. 그러나 열쇠가 없으니 아무리 힘을 줘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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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4화

윤하경은 몸이 심하게 떨렸다.“제가 할게요.”뒤따라 선실로 들어온 우지원이 몸을 숙여 바닥에 쓰러져 있던 소지연을 가볍게 안아 올렸다.윤하경의 코끝이 시큰하고 눈가도 뜨겁게 아려 왔다. 하지만 윤하경은 울지 않으려 애썼다. 세상에서 가장 소용없는 것이 눈물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지원의 품에 축 늘어진 소지연을 보자 끝내 참지 못했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잠깐만요.”윤하경이 선실을 벗어나 차에 타려는데, 우지원이 그녀를 불러 세웠다. “형수...” 우지원이 윤하경을 돌아보며 습관처럼 부를 뻔하다가 말을 멈추고 가볍게 헛기침했다. “왜요?”윤하경이 다가가 소지연의 코끝에 손을 대어 숨을 살폈다. 한참 만에야 길게 숨을 내쉬었다.“빨리 병원으로 가요.”손끝에 닿는 소지연의 숨결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지만, 아주 미약한 호흡이 있었다. 윤하경은 곧장 우지원을 재촉해 소지연을 차에 태웠고, 자신도 바로 뒤에 올라탔다. 급해진 마음에 강현우가 같은 차를 타지 않은 것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강현우는 뒤따르는 다른 차량에 올랐다.그 시각, 민진혁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강현우를 살폈다.“대표님, 다리는 괜찮으세요? 의사도 무리하지 말라고 했잖아요.”민진혁의 걱정이 끝나기도 전에 강현우가 옆으로 차갑게 눈길을 보냈다. 날 선 기세는 아니었지만, 민진혁은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강현우가 어금니를 한 번 깨물고 낮게 말했다.“먼저 윤하경과 소지연을 병원으로 보내.”민진혁이 고개를 끄덕였다.“대표님도 이따가 다리를 검진받으셔야 합니다.”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해 보였지만 강현우의 다리는 과거 큰 부상 탓에 여전히 후유증이 남아 있었다.아까 문을 발로 찰 때 힘을 너무 줘서 강현우는 거의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 윤하경이 못 보는 사이 강현우는 민진혁에게 부축받아 뒤쪽 차에 올라탔고 아예 윤하경과는 같은 차를 타지 않았다.병원에 도착해 소지연을 응급실로 들여보내고서야 윤하경은 함께 왔던 강현우가 보이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뒤를 돌아보니 곁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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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5화

배후가 주아연이라는 듣자 윤하경은 눈빛이 스치듯 흔들렸고 옆으로 내려뜨린 손이 저도 모르게 주먹이 꽉 쥐어졌다. 마치 주아연의 목을 움켜쥔 듯할 정도로 힘이 들어갔다.“알겠어요. 고마워요.”윤하경이 고개만 살짝 돌려 우지원을 보며 물었다.“그 자식들은 어떻게 했어요?”우지원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형님께서 경찰서로 보내라고 했습니다.”윤하경은 미간을 살짝 좁혔지만 더 묻지는 않았다.하필 그때, 어디서 소식을 들었는지 유호천이 딱 맞춰 달려왔다.소지연을 찾을 때는 보이지도 않더니, 막 찾아냈다 하니 나타난 셈이었다.“지연이는? 지연이는 어디에 있어?”유호천은 미친 사람처럼 응급실 문을 붙잡고 흔들었다. 윤하경은 그 난동을 묵묵히 바라보았다. 차갑고 어두운 눈빛으로 유호천을 쏘아보았다.아무도 상대하지 않자 유호천이 돌아서서 윤하경을 보면서 물었다.“소지연은... 지연이는 괜찮지?”“짝!”윤하경은 유호천의 조급하기만 하고 아무 책임도 지지 않는 그런 얼굴이 지겨웠다. 윤하경의 손바닥이 크게 휘두르자 체격이 큰 남자인 유호천의 고개가 한쪽으로 꺾였다.소지연에게는 의지할 친척 하나 없었고 지금 이 자리에서 소지연의 편을 들어 줄 사람은 윤하경뿐이었다.유호천은 맞대응하지 않고 고개만 떨군 채 말했다.“지연이가... 무사하다고만 말해 줘.”“짝!”따귀를 때리는 또렷한 소리가 한 번 더 울렸다.윤하경이 냉정하게 말했다.“방금 따귀는 소지연 몫이고, 지금 이 한 대는 지연의 뱃속 아이 몫이야. 유호천, 비겁한 자식... 지연이가 지금 겪는 고통과 모욕은 정말 모두 네 탓이야.”유호천은 자기 잘못이 뻔하니 한마디 대꾸도 못 했고 반항조차 없었다.윤하경이 손을 거두자 유호천은 오히려 윤하경을 보며 말했다.“계속 해.”유호천은 몸이 아프면 마음이 덜 아플 것만 같았다.그러자 윤하경이 차갑게 비웃었다.“처음에 소지연이 너랑 같이 살겠다 했을 때부터 나는 네가 내키지 않았어. 해외까지 쫓아가 죽자 살자 매달린 건 너였지.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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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6화

윤하경은 서명을 하면서도 손이 떨렸다. 간신히 이름을 쓰고 나서, 윤하경은 응급실 문이 다시 닫히는 것을 멍하니 바라봤다. 다리에 힘이 풀려 병원 복도의 긴 의자에 털썩 앉았고 한동안 정신이 아득했다. 방금 유호천을 너무 약하게 다뤘다는 생각이 밀려왔고 차라리 더 세게 한 대라도 더 갈겼어야 속이 내려앉겠다는 후회가 들었다.끝이 보이지 않는 기다림 끝에 의료진이 소지연을 응급실에서 밀고 나왔다. 한바탕 응급 처치를 받았건만 소지연의 얼굴빛은 여전히 창백했고 의식도 돌아오지 않았다.“의사 선생님, 상태가 어떻습니까?”윤하경이 다가가 물었다.“지금은 전신 쇠약이 심합니다. 내일 깨어나는지 경과를 보아야 합니다.”담당 의사의 표정도 무거웠다.지금 있는 병원이 이 일대에서 가장 좋은 병원이라는 사실은 윤하경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했다. 이를 악물고 마음을 가라앉힌 윤하경은 의료진과 함께 소지연을 중환자실로 옮겼다. 아이는 일단 지켰다는 설명을 들었지만 이후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다는 말이 곧이어 붙었다.중환자실 앞에 서서 윤하경은 아무것도 모른 채 누워 있는 소지연을 깊고 무거운 눈빛으로 한참 바라보았다. 그때 강현우가 휠체어를 타고 도착했다. 다리에 다시 붕대를 감은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윤하경은 본능적으로 시선을 내렸다.“다리는... 괜찮아요?”윤하경은 생각을 거두고 다가섰다.강현우의 다리는 예전 사고 이후 남은 후유증이 있었고 방금 선실의 문을 걷어차며 무리한 것이 분명했다. 혹여 다시 휠체어 신세가 되는 건 아닐지 윤하경의 마음은 복잡하게 뒤섞였다.그때 강현우는 담담히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의사가 당분간 잘 쉬면 된다고 했어. 걱정하지 마. 난 그렇게 약하진 않아.”눈썹을 살짝 올리며 말하는 강현우는 정말로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윤하경은 강현우의 표정을 유심히 살폈다. 크게 다친 것 같지 않아 그제야 마음이 조금 놓였다.“지연 씨는 어때?”강현우가 소지연 쪽을 흘깃 보며 물었다.“아까 호천이가 다녀갔어?”윤하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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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7화

강현우와 윤하민은 아주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윤하민은 강현우를 은근히 좋아했다.오래 망설이던 끝에 윤하경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이곳 상황이 좀 풀리면, 바로 하민이를 데리러 갈게요.”“응.”강현우는 짧게 대답하자 민진혁은 이미 휠체어를 밀고 돌아섰다.얼마 지나지 않아 윤하경에게서 영상통화가 걸렸다. 윤하민이 이미 강현우의 집에 도착했다며 카메라를 집 안으로 돌렸다.“엄마, 여기 엄마 사진이 엄청 많아요. 그냥 우리 집에 사는 것 같아요.”윤하경은 말이 막혔다. 화면 너머에서 강현우가 그 말을 듣고 입꼬리를 살짝 올리는 모습이 스쳤다.윤하경은 입술을 깨물다가 담담하게 말했다.“오늘 밤은 엄마가 지연 이모를 돌봐야 해서 우리 하민이랑 같이 못 있으니까, 얌전히 쉬고 있어. 알겠지?”“엄마, 알겠어요!”윤하민은 얌전하게 고개를 끄덕인 뒤, 화면에 입을 쭉 내밀어 굿나잇 뽀뽀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화면이 꺼진 휴대폰을 내려다보니, 윤하경은 조금 전 영상통화 장면이 자꾸 떠올랐다.윤하경은 곧 혼자 쓴웃음을 지으며 숨을 한 번 고르고, 침대에 누운 소지연을 바라보며 속으로 간절히 빌었다.‘지연아, 제발 빨리 눈을 떠줘.’하지만 예상과 달리 소지연은 이틀이나 지나서야 깨어났다.그때 윤하경은 침대 곁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는데 어렴풋이 소지연의 목소리가 들렸다.“물...”윤하경은 그 소리가 처음에는 환청인가 했다. 잠시 뒤, 메마르고 쉰 목소리가 다시 흘렀다.“물...”그 순간, 윤하경은 번쩍 눈을 크게 떴다.그러자 눈이 떠져 있는 소지연의 모습이 보였다.오래 혼수 상태였던 탓에 소지연의 눈빛에는 아직 초점이 없었고, 소지연은 한 단어만 반복했다.“물...”윤하경이 급히 소지연을 부축해 앉히고 미지근한 물 한 컵을 건넸다.“어때? 지금은 좀 괜찮아?”“하경아... 콜록... 콜록...”며칠 내내 말을 못 했던 탓에 소지연은 한 마디 꺼내자마자 기침이 쏟아졌다. 윤하경은 정신이 아찔해져 눈물이 왈칵 쏟아졌고 곧장 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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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8화

소지연이 배를 어루만지며 힘없이 웃었다.“이제야 모든 게 나아질 줄 알았는데... 또 이렇게 큰일을 겪다니.”윤하경은 소지연이 이 아이에게 얼마나 특별한 마음을 품고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둘 다 이 세상에 마음 기댈 가족이 많지 않으니, 피붙이에 대한 갈망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소지연은 평생 아이를 못 가질 거라 생각하며 내색은 안 했어도 마음속에는 늘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어렵게 찾아온 아이가 겨우 자리 잡았는데 지켜내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이니 상심하지 않을 리 없었다.“아이는 괜찮을 거야.”윤하경이 애써 미소 지으며 달랬다.“이만큼 큰 변고도 버텼는데, 반드시 건강하게 널 만나러 나올 거야.”그 말을 들은 뒤라서인지 소지연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잠시 뜸을 들이던 소지연이 고개를 들어 물었다.“너는... 어떻게 돌아왔어?”윤하경이 눈을 살짝 흘겨보며 말했다.“내가 안 오면 대체 언제까지 숨길 생각이었어?”소지연은 말문이 막혀 한동안 있다가 자조 섞인 미소를 지었다.“널 걱정시키기 싫었어. 그리고 유호천과의 이혼은 오래전부터 마음먹은 일이었어. 굳이 말할 필요가 있나 싶었지.”“오래전부터?”윤하경은 이를 꽉 악물었다.“유호천이 아니었으면 네가 이 지경이 됐겠어?”말을 내뱉고서야 소지연의 얼굴이 더 쓸쓸해진 걸 알아챈 윤하경은 더는 유호천을 거론하지 않았다.“일단 푹 쉬어. 뭐 먹고 싶은 건 없어? 아주머니한테 부탁해서 준비해 달라고 할게.”소지연은 고개를 저었다.“입맛이 없어.”“그래도 아이를 위해서라도 영양식은 챙겨야지.”윤하경은 더 묻지 않고 방숙희에게 전화를 걸어 영양 있는 음식을 부탁했다.그런데 오후가 되어 병실로 음식을 들고 들어온 사람은 뜻밖에도 강현우였다.강현우가 휠체어에 앉은 채, 윤하민이 휠체어를 밀고 소지연의 병실로 들어오자, 소지연이 놀란 눈으로 윤하경을 올려다봤다.윤하민이 강현우와 함께 온 것도, 강현우가 다시 휠체어에 앉아 있는 것도 의아한 듯했다.윤하경은 별다른 설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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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9화

그러자 윤하경이 말했다.“친구 일 때문에 잠깐 들어왔어요. 왜요?”주승엽이 말했다.“저도 지금 같은 도시에 있어요. 시간 되면 얼굴 좀 볼 수 있을까요?”강현우는 윤하경이 전화받으러 복도로 나가는 모습을 가늘게 뜬 눈으로 지켜보다가, 잠시 멈칫하더니 스스로 휠체어를 밀어 문가까지 따라왔다.그때 윤하경의 목소리가 들렸다.“네. 며칠 뒤에 봐요. 일이 좀 정리되면요.”윤하경이 다시 주승엽을 만날 거라는 말을 듣자, 휠체어 손잡이를 잡은 강현우의 손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살짝 올라가 있던 강현우의 입꼬리는 내려앉았고 온몸에서 거슬리는 기운이 뿜어 나왔다.전화를 끊고 돌아선 윤하경의 시선이 강현우의 어두운 눈빛과 딱 마주쳤다. 오랜만에 보는 강현우의 그런 표정에 윤하경의 심장이 본능적으로 한 번 움찔했다. 윤하경은 금세 마음을 가다듬고 물었다.“왜 그래요?”강현우가 어금니를 한 번 꽉 물고는 고개를 조금 젖히며 물었다.“주승엽 씨의 전화였어?”윤하경은 잠깐 멈칫했지만 솔직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강현우 앞에서는 주승엽과의 약혼 이야기가 이미 드러난 상태였다.“맞아.”강현우는 길게 찢긴 눈매를 반쯤 좁히고 나른하게 윤하경을 바라봤다. 윤하경은 잘못한 게 없었지만 강현우의 눈빛에 괜히 가슴이 눌리는 기분이 들었다.윤하경이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입을 열었다.“왜 저를 그런 눈빛으로 보는 건가요? 제 약혼자인데 만나자고 하면 만나는 게 정상 아닌가요?”그러자 강현우가 짧게 코웃음 쳤다.“윤하경, 넌 참... 무심하네.”“...”윤하경이 변명이라도 하려던 찰나, 강현우가 고개를 돌려 윤하민을 불렀다.“하민아, 가자. 이제 돌아가야지.”“...”윤하경은 속으로 중얼거렸다.‘강현우가 화가 난 걸까?’곰곰 생각해 보니 강현우가 화낼 이유는 애초에 없었다.지금 윤하경에게 강현우는 윤하민의 친아빠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그래. 딱 그 정도야.’윤하경은 그렇게 속으로 다짐하고서 소지연의 병실로 들어갔다.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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