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Chapter 471 - Chapter 480

657 Chapters

제471화

“말해, 강현우가 데려온 그 여자 어디 갔어?”이명한의 목소리는 급박했다. 마치 윤하경을 찾아야 자신의 목숨을 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절박한 기세였다.이때 노한성은 그를 흘끗 쳐다보며 대답했다.“몰라요.”이명한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앞발로 노한성의 가슴을 차버렸다.“너, 이 새끼! 말 안 할 거야? 그 여자 내놔, 그러면 네 목숨은 살려줄게! 안 그러면...”윤하경은 노한성을 걱정하며 입술을 살짝 깨물더니 옷장 틈새로 조심스럽게 밖을 내다보았다.그렇게 보니 노한성이 무릎을 꿇고 묶여 있는 모습이 보였고 그의 몸에는 총알이 박혀 있는 것 같았다.그 순간, 이명한은 총을 그의 머리에 대고 위협했다.“말하면 돈 줄게. 10억 어때?”노한성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그 순박해 보이는 얼굴에 이명한에 대한 경멸이 가득했다.“필요 없어요.”윤하경은 입술을 깨물며 머릿속에서 빠르게 생각을 돌렸다.이명한이 이렇게 급히 찾는다는 건, 강현우가 밖에서 유리한 상황을 차지했다는 뜻이다. 아마 자신을 찾은 뒤, 강현우를 위협하려 할 거라는 생각에 윤하경은 조금 안심이 됐다.하지만 밖에서 일어나는 상황은 그녀의 마음을 더 졸여왔다.“필요 없다고? 하하, 좋아. 그럼 죽어!”이명한은 총을 들고 노한성의 머리를 겨누며 말했다.그러자 순식간에 윤하경은 총을 들어 이명한을 겨냥했다.탕!이명한은 잠시 얼떨떨해하며 본능적으로 뒤를 돌아보았다.“옷장 안에 있어. 저년 끌어내! 젠장!”그는 윤하경에게 맞은 다리를 움켜잡으며 욕을 했다.윤하경은 옷장으로 다가오는 두 명을 향해 총을 난사했다.지금은 더 이상 많은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고 이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이길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윤하경의 총알은 한정적이었고 그녀는 총을 잘 다루지 못했다. 방금 이명한에게 맞춘 총알도 운이 좋았던 것이었다.결국 윤하경은 옷장에서 끌려 나왔고 이명한은 다리가 절며 그녀에게 다가와서 얼굴을 한 대 쳤다.“젠장, 결국 너한테 당하다니.”윤하경은 얼굴을 살짝 비켰다. 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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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2화

조금 전까지만 해도 갑판은 관광객들로 북적였지만 지금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멀찍이서 윤하경은 강현우가 갑판 의자에 느긋하게 앉아, 눈앞에 매달린 누군가를 담담히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그녀는 눈 부신 햇살에 눈을 찌푸리며 시선을 들어 확인했더니 매달려 있는 건 다름 아닌, 강현석이었다.강현우의 등 뒤로는 용천수를 비롯해, 겉보기에 전투 능력이 상당해 보이는 남자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역시... 단단히 준비하고 있었던 거네.’“밖에선 강 대표가 무섭고 냉정하단 말 많더니 자기 친형한테까지 저럴 줄은 몰랐네. 근데 말이야, 강 대표 생각엔... 하경 씨 목숨 하나가, 네 친형이랑 바꿀 만큼 값어치가 있냐?”이명한의 비웃음 섞인 말에 강현우가 고개를 돌렸다.그 시선이 향한 곳엔, 윤하경이 붙잡혀 이명한에게 끌려오는 모습이 있었고 순간 강현우의 표정은 차갑게 식어갔다.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고 강현우는 태연하게 몸을 의자에 기대더니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불을 붙이더니 연기를 천천히 내뿜으며 느긋하게 말했다.“그래서 걔 하나로 너희 둘 목숨값이 해결될 거라 생각한 거냐?”강현우는 짙고 깊은 눈동자로 이명한을 째려보았고 이명한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네가 어떤 놈인진 잘 알아. 네 형 목숨도 거리낌 없이 버리는 놈인데 하물며 나 같은 건 뭐 대수겠냐. 근데 말이야, 강현우. 나도 만만한 놈은 아니거든. 그동안 내가 너한테 어떤 더러운 일들까지 해줬는지, 기억 안 나냐? 이젠 됐어. 더는 못 하겠다.”이명한은 윤하경을 거칠게 끌어다가 그녀의 머리에 총구를 들이댔다.“이제 선택해. 이 배, 내 앞으로 넘기고 끝내든가... 아니면 이 여자랑 나랑 여기서 같이 끝이야.”그 말에 윤하경은 참지 못하고 피식 웃었고 이명한이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를 노려봤다.“뭐가 웃겨?”“당신이요.”윤하경은 가볍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강현우 같은 남자가 저 때문에 뭔가를 포기할 거라 생각하세요? 전 그냥 그 사람한텐 스트레스 풀 데가 필요해서 두는 여자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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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3화

“강현우, 너 진짜 끝까지 이럴 거야?”이명한이 이를 갈며 소리치더니 갑자기 손에 든 총을 들어 강현우를 겨눴다.강현우가 눈을 살짝 좁히며 무언가 말하려던 찰나 옆에 서 있던 용천수가 재빠르게 손을 들어 총을 쐈다.탕! 탕!이명한의 총은 빗나갔지만 용천수의 총알은 정확히 이명한을 꿰뚫었다.그런데 그 총알은 이명한만 맞춘 게 아니었고 그 앞에 서 있던 윤하경도 함께 명중했다. 이명한을 맞추려면 당연히 먼저 앞에 있는 그녀를 지나야 했으니까.모든 게 너무 순식간에 벌어졌고 윤하경은 피할 틈도 없이 그대로 총에 맞고 말았다.그녀가 통증을 느끼고 정신을 차렸을 땐, 어깨가 타들어 가는 듯한 고통이 밀려오고 있었고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그 모습을 본 강현우는 순식간에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그녀 쪽으로 달려갔다.그런 그를 향해 윤하경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그의 표정은 분명 걱정으로 가득했지만 윤하경은 용천수가 강현우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가 명령하지 않았는데 감히 총을 쐈을 리가 없었다.통증이 너무 심해 더 깊게 생각할 수가 없었고 총을 맞은 이명한은 여전히 윤하경을 놓지 않았다.오히려 미친 사람처럼 웃어대더니 그녀를 끌어안은 채 그대로 갑판 아래로 몸을 날렸다.순간, 차가운 바닷물이 그녀의 온몸을 덮쳤고 바로 그 순간, 강현우의 절규가 들렸다.“윤하경!”그녀는 비웃듯 속으로 중얼거렸다.‘이제 와서?’갑판 위에서 강현우는 그대로 난간을 넘어 바다로 뛰어들려 했지만 용천수가 급히 그를 붙잡았다.“대표님! 지금 근처에 상어 떼 있습니다. 위험합니다!”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현우는 용천수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고 짝 하는 소리와 함께 용천수의 고개가 옆으로 꺾였다.“누가 총 쏘랬어.”용천수는 멍해진 얼굴로 중얼거렸다.“저, 저는...”하지만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강현우는 그대로 갑판에서 바다로 몸을 던졌다.“이제 어떻게 해요?”갑작스러운 상황에 사람들은 당황하며 용천수를 바라봤고 잠시 숨을 골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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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4화

시선을 조금 더 위로 올리자, 강현우의 차갑고 날카로운 얼굴이 불빛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윤하경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중얼거렸다.“왜 당신이죠?”강현우는 어디를 다녀왔는지 온몸이 흠뻑 젖어 있었고 물이 아직도 뚝뚝 떨어지고 있었지만 그런 모습조차도 전혀 초라해 보이지 않았다.그는 손에 나무꼬챙이를 들고 있었고 윤하경의 목소리를 들은 뒤 그녀를 힐끗 바라봤다.“깼어? 내 얼굴 봐서 실망했냐?”윤하경은 입술을 꾹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방금 전 총에 맞은 게 그의 사람 때문이라는 걸 생각하면 마음 한구석에서 알 수 없는 서운함이 올라와 결국 말없이 몸을 돌려 다시 누웠다.강현우는 나무꼬챙이를 불가에 꽂았다. 그제야 윤하경은 그 위에 통통한 생선 두 마리가 꿰어져 있다는 걸 알아챘다.바다에 빠졌던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는 모르겠지만 배는 시끄럽게 꼬르륵 소리를 냈고 윤하경은 민망한 듯 멈칫하더니 이내 등을 돌려 강현우에게서 시선을 피했다.하지만 몸을 옆으로 돌리자마자 어깨의 상처가 바닥에 눌려,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밀려왔다.그녀는 이마에 식은땀이 맺히도록 이를 악물고 참다가, 결국 어쩔 수 없이 다시 반듯이 누웠다.강현우는 조용히 다가와 그녀의 이마에 손을 댔다.“다행이네. 열은 없어.”동굴 안은 희미한 불빛만이 깜박이고 있었고 강현우는 빛을 등지고 서 있었기에 그의 표정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총을 쏘라 해놓고 왜 구한 거예요?”윤하경은 힘없는 목소리로 물었다.바다에 빠지기 직전, 그녀는 이미 죽을 준비가 돼 있었다. 엄마는 오래전에 세상을 떠났고 윤수철에게 사랑받은 기억도 없다. 어쩌면 죽어도 아무도 모를 것이고 오히려 윤수철은 이제 더 이상 자신이 거슬릴 일 없다고 기뻐할지도 몰랐다.그런데도 운명은 그녀를 이렇게 다시 살려놓았다.그리고 그 손길의 주인이 강현우라는 건 그녀로선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모든 것을 내려다보는 그 사람이, 대체 왜 바다로 뛰어든 걸까.생각이 복잡하게 얽히고 있는 찰나, 강현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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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5화

윤하경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지금 여기가 어디죠?”강현우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무인도. 정확한 위치는 나도 몰라.”윤하경은 눈살을 찌푸렸다.“그, 그럼 현우 씨 사람들은 우리 위치를 알아낼 수는 있어요?”강현우는 고개를 한 번 더 저으며 불가에 장작을 덧댔다.“모르지.”그의 말은 너무도 담담했고 전혀 다급한 기색이 없었다. 마치 진짜로 바캉스를 즐기러 온 사람처럼 여유롭기까지 했다.그때, 어깨의 상처에서 날카로운 통증이 스치며 올라왔고 윤하경은 옷깃을 살짝 젖혀 확인했다가 그제야 알게 되었다.이미 상처는 붕대로 감겨 있었고 그 붕대는 다름 아닌 강현우의 흰 셔츠를 찢어 만든 것이었다.윤하경은 몸에 입고 있던 옷은 이미 말라 있었고 속옷은 사라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그 말인즉, 강현우가 그녀의 젖은 옷을 갈아입히며 말려준 것이다.그 순간 떠오른 장면에 얼굴이 달아오르며 울컥했다.“현우 씨가 제 옷 벗긴 거예요?”강현우가 다가와, 짙은 눈매로 그녀를 내려다보며 눈썹을 한쪽 들어 올렸다.“여기서 나 말고 누가 있겠어?”윤하경은 입술을 꾹 다물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냥 눈을 감고 자버리자고 생각했는데 강현우가 그녀에게 외투를 걸쳐줬다.그리고 다음 순간, 강현우가 바로 옆에 누웠다.남자의 체온이 너무 가까웠고 숨결 하나하나가 선명하게 다가왔다. 그가 눕는 순간, 윤하경은 자신도 모르게 온몸이 긴장되어 굳어버렸고 조심스럽게 몸을 옆으로 조금 움직였다.“움직이면 피 나. 과다 출혈로 죽고 싶지 않으면 조용히 누워.”강현우는 여전히 무심한 말투였지만 윤하경은 그의 말 속에서 미묘한 걱정의 기색을 읽을 수 있었다.그녀는 결국 다시 누웠지만 좀처럼 잠은 오지 않았다. 밖에선 거센 바람과 폭우, 번개가 이어졌고 그 소리를 듣다 보니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현우 씨.”그녀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우리 여기서 죽는 거 아니죠?”유람선에서 떨어질 때, 주변에 어떤 섬도 보이지 않았고 여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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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6화

윤하경은 잠시 멍하니 있었다가, 강현우의 눈이 살짝 붉게 충혈된 걸 보고서야 자신이 꿈꿨다는 걸 알아차렸다.강현우는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악몽 꿨어?”윤하경은 대답하지 않았고 익숙하게 손을 들어 그녀의 이마를 짚었다.“열은 내렸네.”그러곤 침대 옆 버튼을 눌렀다. 곧 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들어와 윤하경의 상태를 점검했고 진료를 마친 뒤 강현우에게 고개를 돌렸다.“강 대표님, 하경 씨의 열은 다 내렸습니다. 상처 부위만 잘 관리해 주시면 더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강현우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윤하경도 마침내 꿈에서 완전히 벗어나 현실로 돌아왔고 말을 꺼내기도 전, 병실 밖에서 노크 소리가 났다.“대표님, 본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당장 들어오시랍니다.”강현우는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바쁘다고 전해.”그러자 문밖에서 우지원의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그게...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회장님께서 이번에도 안 오시면 박씨 가문과의 혼인을 본인이 직접 발표하시겠다고 하십니다.”그 말에 강현우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졌고 윤하경은 아무 말 없이 창밖을 바라보았다.창가에는 햇살이 반짝였고 나뭇잎이 조용히 흔들리고 있었다.강현우는 잠시 시선을 떨구더니 조용히 말했다.“여기서 잘 있어. 금방 올게.”윤하경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고 강현우는 조용히 병실을 나섰다.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린 후, 윤하경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박씨 가문과의 혼인이라니 이제 정말 나를 놓아주는 걸까.’강현우가 떠난 병실엔 그녀의 숨소리 외엔 어떤 소리도 남아 있지 않았고 그 고요함은 오히려 두려울 정도였다.그때, 병실 문이 살짝 열리며 누군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윤하경이 고개를 돌리자, 우지원은 슬쩍 웃었다.“혹시... 배고프실까 봐 주방에 부탁해서 삼계탕 준비했어요.”윤하경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고 우지원은 조심스럽게 트레이를 들고 안으로 들어가 식탁 위에 정성스럽게 놓고는 그녀의 반응을 기다렸다.하지만 윤하경은 그가 단지 삼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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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7화

윤하경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단호하게 울려 퍼졌다.말끝 하나하나가 가볍지 않았고 그 안에 담긴 의지는 명확했다.우지원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어색한 미소만 지으며 멈칫하다가 결국 그녀의 단호한 태도에 더는 붙잡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제가 너무 무례했네요. 솔직히 말해서 저라도 누가 총을 겨눴다면 그렇게 용서 못 했을 거예요. 이건 강 대표님이 직접 주방에 부탁해서 끓인 거예요. 깨어나면 꼭 먹이랬거든요. 그래도... 조금만 드시고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윤하경은 여전히 창밖만 바라봤고 삼계탕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강씨 저택.강현우가 도착했을 때, 거실 중앙에 앉아 있던 강호석은 지팡이를 손에 짚은 채 무표정하게 그를 맞이했다.거실 한가운데에는 들것이 하나 놓여 있었고 그 위에는 온몸에 붕대를 감은 강현석이 누워 있었다.강호석이 입을 떼기도 전에, 강현우가 먼저 능청스럽게 소리를 냈다.“어이쿠, 이게 누구야? 둘째 형님 아니셔? 형, 누워 있는 모습이 아주 예술인데? 얼굴도 안 보여서 못 알아볼 뻔했네.”붕대에 칭칭 감겨 눈만 간신히 드러난 강현석은 그의 말을 듣자마자 이를 악물었다.하지만 입을 열 힘조차 없는 상태라, 겨우 입가에서 새어 나오는 신음으로 강호석에게 억울함을 호소할 뿐이었다.강호석은 무겁게 지팡이로 카펫을 내려치며 단호하게 외쳤다.“닥쳐라.”그러고는 붉어진 눈으로 강현우를 노려봤다.“네가 이런 소리 할 처지냐? 네 형 저 모양 된 거, 네 짓이지?”강현우는 두 손을 천천히 들며 아무 일 아니라는 듯 소파에 털썩 앉더니 어깨를 으쓱이며 시치미를 뗐다.“아니 무슨 말씀이세요. 전 아무것도 안 했는데요? 오히려 형이 어디서 굴러떨어졌나 보죠.”그 얄미운 표정에 강호석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졌고 수염마저 부들부들 떨렸다.“좋아, 사람 불러와.”곧 거실 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안으로 들어섰다. 강현석의 수하로 보이는 그 남자는 긴장한 눈으로 강현우와 강호석 사이를 오갔다.“너, 똑바로 말해. 이 자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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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8화

강현우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는 시선을 돌려 강호석을 바라봤다.“할아버지, 둘째 형은 좀 단단히 가르치셔야 할 것 같네요. 전 바빠서 이만 가보겠습니다.”그는 강호석의 반응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고 그대로 돌아섰다.출입문 앞에 다다랐을 때, 강현우는 한 발짝 멈춰서더니 고개를 다시 돌렸다.“그리고요, 할아버지. 앞으로 결혼으로 저를 협박하지 마세요. 제 허락 없이는, 아무리 여자를 제 침대에 집어넣는다 해도 전 똑같이 다시 내쫓을 겁니다.”그 말투는 존댓말이었지만 말 속의 단 한 마디도 상대를 존중하는 기색은 없었다.오히려 한 마디 한 마디가 사람 속을 뒤집는 칼날 같았다.강호석은 분노로 떨리는 손을 들어 강현우를 가리켰지만 강현우는 그 손끝조차 외면한 채,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가버렸다.“콜록, 콜록!”그가 현관을 나서자마자, 안쪽에서 강호석의 격한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강현우는 걸음을 멈칫했지만 이내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강호석의 집을 빠져나오던 길, 멀리서 누군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자신의 어머니 한선아였다.한선아는 그를 보자마자 다급히 달려왔다.“너... 너 또 네 할아버지 화나게 한 거 아니지? 아까 하인들 말로는 강현석 돌아왔을 때 어찌나 화가 나 있던지... 너랑 연관돼 있는 거 아니냐고 하던데?”강현우는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봤다.“엄마랑은 상관없어요. 별일 없으면 엄마는 그냥 엄마 별장에 계세요. 본가엔 너무 자주 오지 마시고요.”“내가 이 집에 안 오면 누가 널 챙기냐?” 한선아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겉으론 조용해 보여도, 이 집 안에 뭔 속셈 없는 사람이 있겠어? 내가 안 지켜보면 넌 그 인간들한테 뼈도 못 추려. 너희 아버지 때도 그랬고.”“됐어요.”강현우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곧게 바라보았다.“더 하실 말씀 없으면 전 가보겠습니다. 할 일 남았어요.”그 말에 한선아는 말문을 닫았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한 뒤 한숨을 내쉬었다.그러고는 강현우의 팔을 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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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9화

강현우는 박소희를 흘긋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잔뜩 기대가 담겨 있었지만 그는 단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 기대를 박살 냈다.“바빠요.”말을 툭 던지더니 한선아가 뭐라고 불러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성큼성큼 뜰을 빠져나갔다.차를 타러 주차장으로 향할 때쯤, 그는 예상치 못하게 박소희가 따라온 걸 보고 잠깐 멈칫했다.바람에 휘날리는 그녀의 긴 머리가 윤하경과 겹쳐 보이는 순간, 그는 눈을 찌푸렸다.박소희는 숨을 몰아쉬며 조수석 문을 확 열고 들어앉았다.강현우는 곧바로 고개를 돌려 무표정하게 말했다.“내려.”“싫어.” 박소희는 억지로 입술을 꾹 다물며 버텼다.“강현우, 나도 박씨 가문 딸이야. 널 위해 많이 변했다고!”그녀가 말한 ‘변화’란, 옷차림부터 말투까지 전부 윤하경을 따라 하기 시작한 걸 의미했다.강현우는 그런 그녀를 조용히 훑어보다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정말 안 내릴 거야?”박소희는 오히려 더 강하게 안전벨트를 매며 버텼다.“안 간다니까? 이모가 오늘은 너랑 꼭 저녁 같이 먹으라고 했어.”강현우는 말없이 시동을 걸었다.“좋아.”다음 순간, 차는 고삐 풀린 야생마처럼 도로 위를 질주했다.박소희는 예상치 못한 반응에 깜짝 놀라 안전벨트를 더 세게 움켜잡았다.“좀 천천히 가면 안 돼?”하지만 강현우가 그녀 말을 들을 리 없었다.그는 오히려 더 깊게 액셀을 밟았고 차는 도로를 벗어나 고속도로에 올라타며 시속 200km를 훌쩍 넘어섰다.박소희는 결국 비명을 질렀다.“안 돼! 너무 빨라! 세워! 멈춰!”강현우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눈빛조차 미동이 없었다.속도는 멈출 기미 없이 계속 올라가고 박소희는 입을 틀어막은 채 얼굴이 창백해졌다.차 안에서 토할 것 같은 고통이 몰려왔지만 그녀는 이 남자 앞에서 그런 모습 보이기 싫어 필사적으로 참았다.강현우는 옆에서 숨죽이는 박소희의 모습을 흘끗 보더니 입꼬리를 비죽이 올리며 속도를 서서히 줄였다.마침내 도로 한켠에 차를 세우자, 박소희는 그대로 문을 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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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0화

강현우는 윤하경 눈에 비친 당황한 기색을 보자,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상처 상태 좀 보려는 거야. 의사 말로는 오늘 약을 갈아줘야 한대. 내가 지금 뭘 하려는 줄 알았는데?”“...”‘괜히 머쓱해지는 건 또 뭐지?’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억지를 부리듯 말했다.“나야... 당연히 그거 보려고 그러는 거 알죠.”“그래?”강현우는 가볍게 눈썹을 들어 올렸고 그 눈빛에 윤하경은 괜히 더 불편해졌다.강현우의 표정은 명백했다. 방금 자기가 보여준 반응이 얼마나 오해였는지, 대놓고 비웃는 눈빛.윤하경은 괜히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돌렸다.“그런 건... 원래 의사가 해주는 게 더 낫지 않나요?”“의사?”강현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럼 물어봐. 이 병원에서 누가 감히 네 약을 갈아주겠나.”윤하경은 말문이 막혔다.맞다. 여긴 강현우의 사람들로 가득한 곳이었다.수술까지 직접 시켜놓은 판에, 약 바꾸는 걸 남한테 맡길 리가 없고 게다가 자신이 지금 ‘그의 여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이상, 감히 강현우를 거스를 사람이 있을 리 없었다.“알겠어요.”윤하경은 입술을 다물고 작 대답하곤, 체념한 듯 감싸고 있던 담요를 내려놓았다.강현우는 그런 그녀를 옆눈질로 흘깃 보더니 얌전히 순순히 따르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아무 말 없이 의자에 앉아 셔츠 단추를 풀었다.그의 손끝이 마지막 붕대를 조심스럽게 풀자, 윤하경은 어깨의 통증에 그대로 식은땀을 흘리며 이를 악물더니 참지 못하고 입술을 깨물며 낮게 신음이 흘렀다.강현우는 그 소리에 고개를 돌려 그녀를 봤고손놀림을 조금 더 조심스럽게 바꿨다.하지만 피범벅이 되어 살점에 달라붙은 붕대를 떼어내는 순간, 윤하경의 얼굴은 눈앞이 캄캄해질 정도로 창백해졌다.원래 피부가 하얀 데다, 평소에도 어깨가 드러나는 슬립 원피스를 즐겨 입던 윤하경.하지만 지금은 붉은 핏자국과 상처들로 뒤덮인 어깨가 더욱 처참하게 느껴졌다.강현우는 잠시 그 상처를 가만히 바라보다,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약통을 챙겨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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