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Chapter 551 - Chapter 560

643 Chapters

제551화

강현우는 아무 말 없이 이를 악문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리고 곧장 복도 끝, 아래층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난간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봤고 그 시선 끝에는, 남자들과 어울리며 술을 마시는 소지연과 윤하경이 있었다.그 순간, 강현우 주변의 온도가 급격히 떨어졌다.한편, 윤하경은 계속해서 술을 권하는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더는 버틸 수가 없었다.“그만 좀 해요, 전 괜찮다니까요.”그녀는 남자들 사이에서 빠져나오려고 일어섰지만 금세 또 다른 남자의 손에 붙잡혀 억지로 자리에 앉았다.“누나, 가지 말고 한두 잔 더 마셔요.”윤하경은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비켜요.”그러고는 소지연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소지연, 너 진짜...”그 말을 끝내기도 전에, 윤하경의 시선은 어느새 정면을 향하고 있었다. 그곳엔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한껏 차가운 표정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강현우가 서 있었다.그의 눈빛은 마치 당장이라도 누군가를 죽일 듯 서늘했다.‘끝났다.’뜨거운 열기로 가득 찬 클럽 안이었지만 그녀는 점점 더 추워졌고 강현우의 그 차디찬 눈빛 앞에서 입술을 꾹 다물고 숨조차 쉬기 힘들었다.도대체 어떤 죽음을 맞이하게 될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하지만 그녀보다 먼저 움직인 건, 강현우 뒤에 있던 유호천이었다.그는 성큼 다가가 소지연의 손목을 확 잡아끌며 말했다.“너 지금 뭐 하는 거야?”소지연은 유호천이 여기에 있는 것을 전혀 놀라워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그녀는 냉소를 흘리며 유호천의 손을 뿌리쳤다.“너랑 무슨 상관인데?”그러고는 다시 자리에 앉으려 했지만 유호천은 재차 그녀를 붙잡고 강제로 끌고 나갔다.“놔, 놓으라고! 지금 뭐 하는 거야!”윤하경은 따라가려다,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는 강현우를 보곤 움직이지 못했다.그의 시선은 여전히 날카롭고 차가웠고 그 기운에 눌려, 그녀 옆에 있던 남자들조차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한눈에 보기에도 강현우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대였기 때문에 하나둘씩 조용히 자리를 뜨기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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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2화

윤하경은 강현우의 냉랭한 표정을 보고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그의 팔을 살짝 끌어안고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안 내려요. 정말 저 아니에요...”입술을 삐죽이며 억울한 표정을 짓는 그녀를 향해, 강현우는 콧방귀를 뀌며 가볍게 비웃었지만 그래도 굳이 차에서 내리라고 하지는 않았다. 그는 고개를 살짝 들어 민진혁에게 출발하라는 신호를 보냈다.윤하경은 애교가 통했다는 걸 눈치채고는, 바로 그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진짜예요. 제가 도착하자마자 그 남자들이 저를 둘러싸서... 밀어내려고 해도 전혀 안 비키더라고요.”그 말이 끝나자마자 강현우는 피식 웃으며 전혀 믿지 않는다는 게 눈에 훤했다.윤하경은 그 반응에 점점 더 불안해져 다시 강현우 쪽으로 바짝 다가가 그의 품에 조심스럽게 머리를 기대며 속삭였다.“정말 안 믿으시는 거예요...?”강현우는 곧바로 그녀를 밀어내며 무뚝뚝하게 말했다.“좀 떨어져. 냄새 진짜 이상하거든.”윤하경은 멈칫하며 고개를 숙여 자기 몸 냄새를 맡았다. 밤새 술집 안에 있었던 탓에 각종 향수 냄새가 섞였고 술 냄새까지 뒤섞여 몸에서 꽤 독한 냄새가 났다.윤하경은 입술을 꽉 다문 채 강현우의 옆모습을 바라보았고 그 얼굴은 여전히 날카롭고 단정했다.윤하경은 잠시 고민하다가, 아부라도 해보자는 심정으로 그의 옆으로 살짝 다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진짜 화 푸세요... 현우 씨 말고 다른 사람 눈에 들어오겠어요?”그 말에 강현우는 마침내 고개를 돌려 윤하경을 바라봤다.“그래서 날 걔네랑 비교한 거야?”“...”윤하경은 말문이 막혔고 생각해 보니 진짜 그런 오해를 살 수도 있었다. 술집 남자와 강현우를 비교하다니 그건 정말 실례였다.해명하려고 했지만 괜히 또 말실수할까 봐, 그녀는 입을 다물고 조용히 옆으로 물러났다. 그 무거운 침묵 속에서 결국 별장에 도착했다.사실 윤하경은 그 자리에서 돌아서도 괜찮았다. 둘 사이는 어디까지나 애매하고 불분명했으니까, 하지만 요즘 강현우와 지낸 날들이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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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3화

윤하경은 헛기침을 살짝 했다.아직도 소파에 앉아 있는 강현우를 힐끔 보며 잠시 망설이다가 어색한 분위기를 깨보려고 먼저 입을 열었다.“저... 씻고 나왔는데요. 현우 씨도 씻으실래요?”강현우는 고개를 돌려 날카롭게 윤하경을 바라봤다. “이리 와.”그가 손을 들더니 두 손가락을 모아 그녀를 가리키며 또 한 번 말했다.“오라니까.”윤하경은 순간 뭔가 불길한 기운을 느꼈고 마냥 피할 수도 없어 조심스레 다가가며 물었다.“왜요?”강현우는 고개를 젖혀 그녀를 올려다봤다. 또렷한 이목구비, 평소라면 감탄했을 얼굴이 지금은 잔뜩 찌푸려져 있었다.‘진짜 잘생기긴 했지... 근데 왜 이렇게 무서운 거냐고...’ 그리고 그다음 순간, 강현우에게 팔을 잡혀 순식간에 소파 위로 눌렸다.입술을 다문 채 가만히 있던 윤하경은 은근히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수없이 겪은 일이지만 오늘 강현우는 뭔가 기분이 달랐다. 그래서 그녀는 살짝 팔을 뻗어 강현우의 목을 끌어안으며 조심스레 말했다.“그만 화내면 안 돼요...?”윤하경은 알아서 기는 쪽에 능했다. 강현우 곁에서 별로 배운 건 없지만 그의 성격은 나름 파악하고 있었다. 아직은 자기한테 질린 기색도 없고 기분만 잘 맞춰주면 뭐든 넘어가던 사람이었다.그래서 이번에도 목소리를 일부러 낮추고 부드럽고 나긋나긋하게 말을 건넸지만 이번엔 효과가 없어 보였다.강현우의 얼굴은 여전히 먹구름이 잔뜩 낀 듯한 표정이었다.윤하경은 입술을 꿀꺽 삼키며 혹시 몰라 이번엔 먼저 입을 맞춰볼까 싶어 고개를 숙이려던 찰나, 강현우가 먼저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오늘 재밌었어?”그 말에 윤하경은 고개를 격하게 저었다.“전혀요! 하나도 안 재밌었어요.”강현우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물었다.“그래?”그의 입꼬리에 서늘한 웃음이 어리자 윤하경은 급히 이어 말했다.“그냥... 기분이 좀 안 좋아서요. 마침 지연이가 연락 와서... 거절을 못 했던 거예요. 누가 알았겠어요... 걔가 그렇게까지 남자를 불러올 줄은...”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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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4화

윤하경이 조심스럽게 입을 떼려 하는 바로 그 순간, 조금 전까지만 해도 꿈쩍하지 않던 강현우가 갑자기 주도권을 잡았다. 그는 고개를 숙이며 그대로 입맞춤을 깊게 이어갔다.윤하경의 조심스러운 키스와는 달리, 강현우의 키스는 그답게 거칠고 강렬했다.한참이 지나서야 윤하경의 입술을 놓았고 그녀의 새빨갛게 부어오른 입술을 바라보며 비웃듯 말했다.“이렇게 오래 붙어있었는데 아직도 이걸 못 배워?”‘기술이 형편없다는 뜻인가?’윤하경은 억지웃음을 지으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네, 감히 어디 감히 연애 경험 많으신 강 대표님이랑 비교나 하겠어요...”하지만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현우는 다시 그녀의 입술을 막아버렸다.그의 손은 그녀의 머리 뒤에서 아래로 내려가더니 이내 부드러운 능선을 더듬기 시작했다.강현우는 움직임은 거칠었고 마치 당장이라도 그녀를 삼켜버릴 듯한 기세였다.곧 그는 불편한 듯 윤하경을 안아 침대로 데려갔고 푹신한 이불 위에 그녀를 내던지듯 놓은 순간, 그녀는 숨을 돌릴 틈도 없이 다시 그에게 덮쳐졌다.윤하경의 몸은 살짝 떨렸고 이내 조심스럽게 그의 움직임에 반응하기 시작했다.둘 사이의 온기가 점점 타오르려는 순간 침대 머리맡에 놓인 강현우의 휴대전화가 요란하게 울렸다.강현우는 짜증이 섞인 눈빛으로 눈썹을 찌푸렸고 전화번호를 확인하지도 않은 채, 그는 무심하게 전원을 꺼버렸다.한편, 다른 장소.신인아는 방금 끊긴 전화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쾅! 그녀는 손에 쥐고 있던 휴대전화를 힘껏 벽 쪽으로 내던지며 작고 고운 얼굴이 분노로 붉게 달아올랐다.두 손은 휠체어 팔걸이를 세게 움켜쥐고 있었고 마디마디가 하얗게 질릴 만큼 힘이 들어가 있었다.“인아 씨.”그 순간, 어둠 속에서 한 그림자가 나타났고 신인아는 그를 돌아보며 차갑게 말했다.“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빨리해.”그는 그녀의 기분을 살피며 잠시 머뭇거리더니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그 윤하경이란 여자 조금 유명한 집 딸이 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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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5화

침실 안엔 아직도 묘한 기류가 감돌고 있었지만 용천수는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고개만 살짝 숙이고 조용히 말했다.“신인아 씨 쪽에 문제가 생겼습니다.”“계단에서 굴렀다는 연락이 왔는데 대표님께 전화 드렸더니 안 받으셨다고 해서요.”“뭐?” 강현우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지금은 어때?”“병원에 있습니다.”강현우가 이를 악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차 준비해. 옷 갈아입고 바로 내려갈게.”“네.”용천수는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서려다가, 무심코 방 안을 스쳐보게 됐다. 조명이 어둑어둑해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그들처럼 생사를 넘나드는 일에 익숙한 사람들은 눈이 워낙 좋았다.그래서인지 침대 위, 이불 밖으로 드러난 윤하경의 하얀 팔이 그대로 눈에 들어왔다.그는 잠시 멈칫했지만 곧 아무 일 없다는 듯 돌아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윤하경은 깊이 잠들어 있었지만 강현우의 움직임에 결국 눈을 떴고 그가 옷을 다 입고 있는 모습을 보며 비몽사몽한 목소리로 물었다.“지금 몇 시인데... 어딜 가세요?”강현우는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가 짧게 말했다.“일 좀 생겨서. 넌 더 자.”“아... 네.” 윤하경은 눈을 비비며 다시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강현우 말대로, 그를 상대하다 보면 진이 다 빠지는 일이라 피곤함이 몰려오자 그대로 다시 잠들어버렸다.잠들기 전, 그녀는 희미하게 한 가지 생각을 했다.‘강현우 체력 진짜 괴물이다...’...강현우가 병원에 도착했을 땐 이미 깊은 밤이었다. 복도에 울려 퍼지는 그의 구두 소리가 병원 특유의 정적 속에서 더 크게 들렸다.신인아는 그 소리를 들으며 살짝 입술을 깨물었고 곧 눈가엔 금세 물기가 맺혔다.강현우가 병실 문을 열고 들어올 즈음, 신인아의 눈물 한줄기가 딱 맞춰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무슨 일이야?”강현우는 그녀가 붕대를 감고 있는 다리와 팔을 바라보며 냉정한 표정을 지었다.신인아는 고개를 숙이고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현우 오빠, 나... 그 사람들한테 연락하지 말라고 했는데... 왜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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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6화

강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지.”신인아의 얼굴에는 금세 슬픔 대신 미소가 피어났다.“오빠, 나한테 거짓말하면 안 돼요.”“거짓말 안 해.” 강현우는 조용히 그녀를 다독이며 잠들게 해준 후, 조용히 병실을 나섰다.문이 닫히는 그 순간, 이미 잠든 줄 알았던 신인아가 천천히 눈을 떴고 방금까지 순수하게 반짝이던 눈동자가 스르르 수그러들었다.바깥 복도에선 강현우의 낮고 억눌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사람을 그렇게 붙여놨는데 어떻게 계단에서 굴러떨어지게 두는 거지?”그 말에는 분노가 담겨 있었지만 신인아가 깰까 봐 배려하는 듯 목소리를 낮췄다.용천수가 조심스레 대답했다.“이미 확인해 봤습니다. 인아 씨가 원래 간섭받는 걸 싫어해서 식사할 때 외에는 아무도 가까이 못 가게 했습니다.”그 말을 들은 강현우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고 한동안 말이 없다가 이를 꽉 깨문 채 말했다.“앞으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인아 곁에 사람을 꼭 붙여놔. 절대 혼자 두지 마.”“네.”병실 안에서 그 말을 들은 신인아는 눈을 감으며 작게 웃었다.역시나 강현우에게 있어서 그녀는 여전히 중요한 존재였다. 그런 확신을 품은 채, 그녀는 입꼬리에 미소를 머금고 천천히 잠에 들었다.다음 날 아침, 윤하경이 눈을 떴을 때 강현우는 이미 옆에 누워 있었고 어젯밤 푹 자버려서 강현우가 언제 돌아왔는지도 몰랐다.그는 깊게 잠든 듯 보였지만 윤하경이 살짝 몸을 움직이자, 곧바로 한쪽 팔이 그녀를 끌어안았다.강현우의 체온은 유난히 따뜻했고 피부가 닿는 순간 윤하경은 몸을 움찔했다.그때, 그가 중얼거리듯 말했다.“조금만 더 자.”드물게 아침에 누워 있는 그 목소리는 낮고 잠이 덜 깬 듯했는데 이상하게도 더 매혹적으로 들렸고 윤하경은 마치 부드러운 깃털이 가슴을 스치듯 그 말에 간질간질했다.그는 평소처럼 날카롭지 않았고 인상도 많이 누그러져 있었다.윤하경은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살짝 입술을 깨물며 조심스레 물었다.“이제... 안 화 풀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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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7화

윤하경이 아래층으로 내려갔을 땐 이미 강현우는 떠나고 없었고 아침을 대충 때운 그녀는 회사에 가지 않고 곧장 윤씨 저택으로 향했다.오늘은 윤수철과 약속한 마지막 날이었다. 만약 오늘 그가 자수하지 않으면 딸인 자신이 직접 법의 이름으로 심판할 수밖에 없었다.운전 중, 룸미러로 익숙한 차량이 뒤따르고 있는 게 보였다.‘용천수...’아마 강현우가 시켜서 붙여놓은 거겠지. 보호인지 감시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따라오는 게 자신에게 손해는 아니었다.그래서 윤하경은 고개를 돌리고 아무렇지 않은 척 그냥 지나쳤다.저택에 도착했을 때, 윤수철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소파에 앉아 있었고 그녀가 돌아올 걸 알고 있었다는 듯, 눈길조차 흐트러짐 없이 그녀를 바라봤다.윤하경은 순간적으로 또 무슨 계략을 꾸미려는 건지 직감했다. 잠깐 멍하니 서 있는 그녀에게 먼저 말을 건 건 윤수철이었다.“왔구나.”윤하경은 입술을 꾹 다문 채 자신의 가방을 그와 마주한 소파에 툭 던져두고 앉더니 감정이 일도 없는 차가운 시선을 윤수철에게 던지며 입을 열었다.“결정하셨어요? 스스로 가실 건가요, 아니면 제가 경찰을 부를까요.”그녀가 혈육이라는 이유 하나로 준 마지막 기회였지만 윤수철은 전혀 초조해 보이지 않았다.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신 그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하경아, 너는 참 착한 아이지. 네가 너희 엄마를 위해 복수하고 싶어 하는 것도 이해해. 그러니까... 신고해. 나도 한 번 보고 싶다. 내가 낳은 딸이 어떻게 아버지를 법의 심판대에 세우는지.”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하는 그의 표정엔 어떤 감정도 없었고 윤하경은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혹시 자신이 진짜 신고하지 못할 거라 믿고 있는 걸까?그녀는 짧게 웃으며 대답했다.“그렇게 원하신다면 그렇게 하죠.”전화를 꺼내 112를 누르고 간단히 상황을 설명했고 신고하는 내내 그녀의 시선은 줄곧 윤수철에게 고정돼 있었다.하지만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미동도 없었고 마치 감옥에 들어가는 게 아무렇지도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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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8화

윤하경은 윤씨 저택을 나선 뒤 곧장 회사로 향했다.윤수철이 경찰에 체포된 일이 회사에 영향을 주는 건 당연한 거였다. 미리 어느 정도 대비는 해뒀지만 이런 때일수록 윤하경은 본인이 직접 회사를 지켜야 직원들이 흩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윤하경은 곧바로 관리자들과 임원들을 소집해 긴급회의를 열었다. 그런데 회의가 막 시작되려는 순간, 우슬기가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와 조심스럽게 윤하경에게 다가와 귀에 대고 말했다.“대표님, 큰일 났습니다.”윤하경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봤다.“왜?”윤하경의 말투는 흔들림 하나 없이 차분했다. 이때 우슬기는 자신의 휴대폰 화면을 윤하경 앞으로 내밀었다.“이 기사 좀 보세요.”윤하경이 휴대폰을 받아 들자 화면에 떠 있는 큼지막한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한빛 그룹 회장, 경찰 수사받는 중... 과거 치정 살인 사건 연루 의혹?]이 일을 오래 숨길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었기에 윤하경은 자기도 모르게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한빛 그룹이 그렇게까지 큰 규모는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는 재계 하위권 재벌로서 주목을 받을 위치에 있었고 사건이 자극적인 만큼 관심을 끌 만했다.그래서 바로 긴급회의를 소집했던 것이지만 하루이틀 정도는 여유가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윤수철이 끌려간 지 고작 두세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벌써 이런 기사가 터졌다는 건, 설마 경쟁 회사 쪽에서 정보를 흘린 건가?윤하경이 생각을 정리할 틈도 없이 회의실 안 직원들 핸드폰이 여기저기서 울리기 시작했고 몇몇이 전화를 받고 다시 돌아와 말했다.“고객이 회장님 진짜 잡혀간 거냐고 묻네요.”“윤 대표님,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제 고객도 아까부터 계속 물어보네요.” 다들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검색하기 시작했고 사람이 많은 데다, 한 명씩 돌아가며 질문이 쏟아지니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윤하경은 관자놀이를 꾹 누르며 책상을 탁하고 두드렸다.“조용...”크게 말한 것도 아니었는데 그 말에 회의실은 곧 조용해졌고 모두의 시선이 한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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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9화

불과 잠깐 사이, 이미 여러 언론사에서 관련 기사를 쏟아냈고 심지어 일부 기자들은 경찰서 앞까지 찾아가 윤수철의 사진을 찍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재벌가의 막장 드라마는 언제나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기 좋은 소재였다.윤하경은 몇몇 기사를 대충 훑어봤지만 내용은 다 거기서 거기였다.그때 우슬기가 제법 심각한 표정으로 걸어 들어왔다.“대표님, 여러 고객사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만약 이번 사건에 대한 해명을 하지 않으면 거래를 중단하겠다고...”윤하경이 고개를 돌려 우슬기를 바라봤고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아무런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그래서?”우슬기는 휴대폰을 내밀며 조심스럽게 말했다.“기자들을 몇 명 초청해서 기자회견을 여는 게 어떨까요? 제가 일정 잡을까요?”윤하경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럴 필요 없어.”그리고 다시 컴퓨터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고 윤하경의 머릿속엔 오직 하나의 생각만 맴돌았다.이렇게 빠른 시간에 기사들이 올라오고 계속해서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유지하는 건 누군가 뒤에서 조작하고 있다는 얘기다.과연 그 배후가 누구일까?윤하경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회사에 원한을 가진 사람이 있다고 해도 굳이 이런 식으로까지 할 필요는 없었고 이 정도로 여론몰이를 하려면 광고비만 수십억이 들었을 텐데 말이다.윤수철이 경찰서에 들어간 지 하루도 안 돼서 해지 계약 해지 요청이 쇄도했다. 윤하경은 한편으로는 고객사를 설득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언론사에 연락해 기사를 내리려 시도했지만 아는 기자들조차도 조심스러워하며 하나둘씩 전화를 끊었다.그중 한 명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윤 대표님, 정말 죄송합니다. 저도 도와드리고 싶지만 이번 일은 단순한 스캔들이 아니에요. 확실히 지시가 내려왔어요. 이번 기사는 무조건 3일 동안은 실검에 유지하라는 명령이 내려왔습니다. 게다가 제가 아는 다른 언론사들도 똑같은 지시를 받았다고 하더군요.”잠시 침묵이 흘렀고 그 기자가 조심스레 물었다.“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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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0화

“봤어요.”진해리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담담하게 말했다.“하지만 그게 하경 씨랑 무슨 상관이에요? 전 그냥... 하경 씨가 좋아요. 제발요. 부탁이에요. 한 번만 도와주시면 안 돼요?”말끝에는 어느새 애교까지 섞여 있었다.윤하경은 진해리와 친한 사이가 아니었기에 잠깐 망설인 끝에 조용히 입을 열었다.“해리 씨, 결혼은 한 사람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순간이에요. 저 때문에 그날이 조금이라도 어색한 기억으로 남는 건, 저도 원치 않아요.”윤하경은 원래부터 남에게 폐 끼치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들러리를 서는 건 그녀 입장에선 전혀 손해 볼 일이 아니었지만 진해리에게는 그럴 수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진해리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하경 씨 같은 예쁜 사람이 제 옆에 있어 주면 저 정말 든든할 것 같거든요. 설마 저 혼자 덩그러니 서 있게 하실 건 아니죠? 그러면 진짜 너무해요.”윤하경이 말을 잇지 못한 틈을 놓치지 않고 진해리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뭘 고민하세요? 저는 괜찮아요. 다 알아요, 무슨 생각 하시는지. 근데 전 그런 거 신경 안 써요. 내일 제가 직접 찾아갈게요. 같이 들러리 드레스 한번 보러 가요.”진해리는 말끝을 채 마치기도 전에, 거절할 틈도 주지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윤하경은 꺼진 휴대폰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다,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한편, 진해리는 와인잔을 손에 든 채 멀찍이 앉아 있는 강현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이 정도면 진짜 성의를 보여준 것 맞지?”강현우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무심하게 답했다.“그럭저럭.”그 말을 들은 배지훈은 피식 웃으며 한마디 거들었다.“그 정도면 아주 훌륭하지. 나중에 들러리는 전부 잘생긴 애들로 골라야겠네. 하경 씨 눈도 좀 즐겁게 해드려야지.”강현우는 배지훈을 째려보면서 말했다.“네 맘대로 해봐.”강현우의 그 말에 배지훈은 어깨를 으쓱이며 능청스럽게 받아쳤다.“아니 그럼 어떡하라고? 넌 내 들러리도 안 해주잖아. 결혼식 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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