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Chapter 601 - Chapter 610

635 Chapters

제601화

강현우는 윤하경이 조그마한 몸으로 허겁지겁 방 안으로 뛰어 들어가는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가볍게 눈빛을 거두고는 그대로 자리를 떴다.밖이 조용해진 후, 얼마쯤 시간이 흘렀을까. 윤하경은 창밖에서 자동차 시동 거는 소리를 들었고 그제야 긴장이 풀린 듯, 힘없이 침대에 몸을 젖혔다.그리고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오더니 온몸이 축 처지고 정신도 몽롱해져서 이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다시 눈을 떴을 때, 코끝을 찌르는 짭조름하고 매콤한 냄새가 방 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윤하경은 비몽사몽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보다가, 식탁에 앉아 있는 강현우를 발견했고 그의 앞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끈한 국수 한 그릇이 놓여 있었다.윤하경은 얼떨떨한 얼굴로 물었다.“설마... 저거 사러 나가신 건가요?”강현우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더니 비꼬듯 대답했다.“아니면 강아지 주려고 샀겠어?”평소에도 썩 친절하진 않았지만 오늘따라 말투가 한층 더 거칠었다. 그럼에도 윤하경은 따뜻한 국수를 바라보며 마음 한쪽이 조금씩 풀어지는 걸 느꼈다.“가만히 있을 거야? 내가 떠먹여 줘?”강현우가 느긋하게 한마디 던지자, 윤하경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식탁 앞으로 갔다.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냥 핑계 삼아 먹고 싶다고 말했을 뿐이었다. 설마 진짜로 사 올 줄은 몰랐던 터라, 그 따끈한 국수 냄새에 입맛이 돌았다. 윤하경은 별다른 말 없이 젓가락을 들어 국수를 후루룩 먹기 시작했고 겨우 두어 젓가락을 먹고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강현우를 바라봤다.“진짜... 저희 학교 앞에서 팔던 거 맞아요.”윤하경은 말하면서도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이었다. 강현우는 코앞으로 몰려드는 매운 국수 냄새를 견디다 못해 코를 찡그렸고 당장이라도 손으로 코를 막을 기세였다.그 모습을 본 윤하경은 장난기가 발동했다.“진짜 맛있는데요? 한 입만 드셔보세요.”그녀는 국수 한 젓가락을 집어 강현우 앞으로 들이밀었다.그러자 강현우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의자를 밀치고 벌떡 일어섰고 그 모습에 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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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2화

“그냥 참고 있었던 거야. 내가 다 낳으면 윤하경을 현우 오빠 곁에서 꺼지게 할 테니까.”신인아는 숨을 들이쉬었다가 내뱉으며 이를 악물었고 손에 쥔 진단서를 꽉 구기면서 소리쳤다.“근데 이제 와서, 임신했다고? 윤하경이?”마지막 말에는 이미 억누를 수 없는 분노가 묻어 있었고 곁에 조용히 서 있던 남자는 고개를 깊이 숙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죄송합니다. 하지만 사실입니다.”신인아는 대답을 듣자마자 손에 잡히는 대로 집어 던졌다. 손에 잡힌 것은 유리컵이었고 정확히 그의 이마를 스치며 깨져버렸다.유리 조각들이 바닥에 튀면서 날카로운 소리를 냈고 남자의 이마에서는 선명한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그는 아프다는 기색 하나 없이, 그대로 고개를 푹 숙인 채 서 있었고 피가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며 대리석 바닥 위에 붉은 자국을 남겼다.그 모습을 본 신인아는 오히려 기분이 조금 풀린 듯, 부드럽게 손짓했다.“이리 와봐.”그는 잠시 망설였지만 이내 다가와, 신인아 앞에 무릎을 꿇었다.휠체어에 앉은 신인아와 눈높이가 맞춰졌지만 그는 절대 고개를 들지 않았고 마치 신을 모시듯, 숨조차 조심스럽게 쉬며 고개를 깊이 숙이고 있었다.신인아는 하얀 손으로 그의 이마를 부드럽게 쓸어주었다.“안 아파?”그는 움찔했지만 곧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하지만 그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신인아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더니 곧장 손가락으로 그의 이마 상처를 꾹 눌렀다.그러자 하얀 손끝에 붉은 피가 번지면서 두드러졌다. 그럼에도 그림자는 고통을 참으며 꼼짝도 하지 않았다.“누가 허락했어? 내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라고.”신인아의 목소리는 차갑고 또렷했다. 피가 손가락을 타고 천천히 흐르는 동안, 남자는 눈을 꾹 감으며 조용히 말했다.“죄송합니다.”신인아는 그제야 손을 거두었다. 손끝에 묻은 피를 보곤 불쾌한 표정을 지었지만 남자가 곧바로 티슈를 가져와 조심스럽게 그녀의 손을 닦아주었다.이번엔 신인아도 마지못해 가만히 있었고 피를 닦아내며 다시 기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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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3화

“윤하경, 네가 현우 오빠를 뺏지 않았다면 난 너를 꽤 좋아했을 거야. 근데 지금은... 아니야.”신인아는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한편, 윤하경은 자신이 누군가에게 노려지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있었다.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때, 방 안은 여전히 비어 있었다. 강현우는 오늘 밤 돌아오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윤하경은 조용히 침대에 누웠다.그런데 막 잠들려고 눈을 감은 순간 ‘딸깍’하는 소리와 함께 침실 문이 열렸다.굳이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윤하경은 본능적으로 알았다. 강현우는 말없이 성큼성큼 걸어 들어와 욕실로 향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온몸에 뜨거운 물기가 감도는 채로 다시 나왔다.그는 조용히 침대 곁으로 다가와 긴 다리를 뻗어 단번에 침대 위로 올라왔다.그 무게에 침대가 살짝 꺼졌고 곧이어 윤하경의 등 뒤로 따뜻한 체온이 밀려왔다.윤하경은 눈을 감고 있었지만 강현우가 있는 공간에서 편하게 잠드는 건, 애초에 불가능했다.그녀는 강현우의 큰 손이 자신의 허리로 내려와 평평한 아랫배에 조심스럽게 얹히는 걸 느꼈다.그 순간, 몸이 본능적으로 굳었고 알 수 없는 생각이 스치듯 떠올랐다.‘강현우가 정말 이 아이를 지키고 싶은 걸까?’“안 자고 있었어?”강현우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생각을 끊어냈다.윤하경은 입술을 꼭 다문 채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몸을 돌려 강현우를 마주 봤다.샤워를 막 마친 강현우에게선 특유의 서늘한 향과 함께, 은은한 바디워시 향이 났다.솔직히, 꽤 좋은 냄새였다.강현우는 눈을 반쯤 감고 침대에 누워 있었고 평소처럼 매서운 기운도 많이 가라앉아 있었다.강현우가 이제는 어느 정도 화가 풀렸다는 걸 윤하경은 느꼈다.그래서 용기를 내어, 강현우의 가슴팍에 얼굴을 살짝 기대고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내일... 출근해도 될까요?”살짝 애교를 섞어 물었지만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강현우의 눈빛이 서서히 어두워졌다.“출근하고 싶어서 묻는 거야? 아니면 딴짓하려고?”강현우는 낮게 물으며 허리에 얹은 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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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4화

희미한 불빛 아래, 강현우는 비스듬히 윤하경을 바라보다가 냉담하게 말했다.“쓸데없는 소리 더 하면 진짜 못 나간다.”그 말에 윤하경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고개를 돌려 옆에 앉은 강현우를 바라보니 칼로 조각한 듯한 완벽한 옆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그는 윤하경의 모든 취향을 완벽하게 저격하는 얼굴이었다. 오랫동안 곁에 있으면서한 번도 이 사람과 진짜 함께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하지만 현실은 너무 냉정했다. 무엇보다, 강현우 곁에는 신인아가 있었고 윤하경은 다른 여자와 남자를 나눌 만큼 대범한 사람이 아니었다.윤하경은 살며시 아랫배 위로 손을 얹으며 마음속으로 조용히 속삭였다.“미안해.”이젠 내일, 혹시라도 나갈 회가 오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었다.윤하경은 언제 잠이 들었는지도 모른 채,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어렴풋이 느껴진 침대의 흔들림에 눈을 떠보니 강현우가 어느새 침대 옆에 서 있었다.가운의 허리끈을 고쳐 매는 그의 손길은 무심했고 묵직한 눈빛은 잠에서 덜 깬 윤하경을 차갑게 내려다보고 있었다.“일어나. 곧 같이 나가야 해.”강현우의 단호하고 짧은 한마디에 윤하경은 잠긴 목소리로 작게 대답했다.“네...”밖에 나갈 수 있다는 생각에 윤하경은 졸음을 참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고 부지런히 씻고 내려오니 이미 식탁에는 아침 식사가 준비돼 있었다.평소처럼 샌드위치나 커피가 놓여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식탁 위에는 따끈한 완탕 만둣국이 올라와 있었다.조금 놀란 윤하경은 무심히 집사를 바라봤더니 집사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이건 대표님께서 하경 씨 드시라고 특별히 준비하라고 하셨어요.”그 말을 듣자마자, 윤하경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려 강현우를 바라봤다.하지만 그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식탁에 앉아 있었다.조심스레 자리에 앉아 국을 한 숟갈 떠먹어본 순간 입 안 가득 퍼지는 익숙한 맛에, 윤하경은 깜짝 놀랐다.“이거... 직접 하신 건가요?”집사는 조심스레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닙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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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5화

어젯밤과 오늘 아침, 강현우가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기억해 준 걸로 괜히 감동했었던 윤하경은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스스로가 우스워졌다.애초에, 이런 상황을 바라던 것도 윤하경이었으니 그녀는 살짝 입술을 깨물며 자신의 감정이 한심하게 느껴졌다.‘참, 별것도 아닌 일에 이렇게 흔들리다니.’이때 ‘딩’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병원 원장이 급히 팔을 뻗어 문을 붙잡으며 공손하게 말했다.“이쪽으로 가시죠.”강현우는 대꾸도 없이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몇 걸음 앞서가다 뒤를 돌아본 그는 제자리에 멈춰 서 있는 윤하경을 발견하곤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뭐 해. 따라와.”그제야 정신을 차린 윤하경은 얼른 대답하고 그 뒤를 따라갔다.윤하경은 처음엔 당연히 차가운 수술실로 끌려갈 거라 생각했지만 예상과 달리, 그들이 향한 곳은 초음파 검사실이었다.“윤하경 씨, 이쪽에 누워주세요.”“네?”잠시 어리둥절했지만 옆에 선 강현우의 굳은 표정을 보고는 조용히 지시에 따랐다. 한 번 경험한 적 있는 검사라, 그녀는 익숙하게 침대에 몸을 눕혔다.차가운 젤이 배 위에 발라지고 얼음장 같은 초음파 탐촉자가 아랫배에 닿는 순간 몸이 살짝 움찔했다.고개를 돌려 모니터를 바라보자 그곳에는 작고 작은 존재가 있었다. 손톱만 한 작은 생명체. 아직 완전한 형태를 갖추진 않았지만 분명히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그리고 조금 빠른, 그러나 또렷한 심장 소리가 들려왔다.윤하경은 숨을 삼키며 이 작은 존재가, 지금 이 순간에도 그녀 뱃속에서 자라고 있다는 걸 온몸으로 느꼈다.“발육이 아주 좋습니다. 이제 형태가 뚜렷하게 보이네요.”원장이 환하게 웃으며 강현우를 불렀다.“여기 보세요. 이게 작은 손이고 여기는 발입니다.”윤하경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 강현우를 바라봤다.놀랍게도 평소 냉정하고 차가웠던 강현우의 표정이 조금은 부드러워져 있었다.그 단단하고 날카롭던 이목구비가 지금은 어딘지 모르게 따뜻해 보였다.심지어 그는 스크린에 비친 작은 생명체를 한참 바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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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6화

강현우는 윤하경을 뒤로 남긴 채, 아무런 미련도 없이 병원 복도를 걸어 나갔고 혼자 남겨진 윤하경은 멍한 얼굴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좋다니? 좋긴 뭐가 좋은 거지?’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머리가 복잡했지만 강현우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잠시 멍하니 서 있던 윤하경은 곧 정신을 차리고 조심스레 발걸음을 떼려다가, 문득 뭔가를 떠올리고는 일부러 문 앞에 조금 더 서 있었다.혹시나 강현우가 정말 가버렸다면 그 틈을 타 몰래 빠져나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기대하며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지만 문 앞에는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는 용천수가 있었다.“하경 씨, 대표님이 급한 일이 있어 먼저 가셨습니다. 저보고 하경 씨를 집까지 모셔다드리라고 하셨습니다.”용천수는 차갑고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윤하경은 속으로 깊게 한숨을 삼켰다.애초에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딱 막힐 줄은 몰랐다.용천수를 억지로 뚫을 자신이 없어 윤하경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얌전히 병원 밖으로 걸어 나갔다.병원 입구까지 왔을 때, 역시나 강현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뒤를 돌아보니 용천수는 여전히 그림자처럼 자신을 바짝 따라붙어 있었다.윤하경은 말없이 차에 올라탔다. 용천수가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려는 순간 뒷좌석에 앉은 윤하경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천수 씨, 전에 제가 한번... 당신 목숨을 구해준 적 있죠?”그는 아무런 표정도 없이 룸미러로 윤하경을 바라봤다.“혹시...”윤하경이 어렵게 말을 꺼내려 했지만 용천수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짐작한 듯, 단호하게 끊어버렸다.“안 됩니다.”그렇게 말하고는 별다른 대답도 듣지 않고 차를 몰기 시작했고 윤하경은 뒤로 기대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용천수는 작게 혀를 찼다. 어디서든 도망칠 생각만 하는 그녀가 참 답답해 보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또 다른 차 한 대가 조용히 그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걸 몰랐다.한편, 강현우는 본가로 돌아갔다. 고풍스러운 정원을 지나 한선쪽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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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7화

한선아의 날 선 외침이 정원을 가득 울렸다.강현우 앞에서 언제나 다정하고 인자한 어머니로만 행동했던 그녀였지만 지금은 참지 못했다.그녀 눈에는 강현우가 윤하경을 선택하는 것이 곧 자신의 모든 기대와 계획을 무너뜨리는 일로 보였다.급히 다가온 한선아는 자신보다 훨씬 키가 큰 아들을 올려다보며 목소리를 조금 낮추었다.“현우야, 엄마도 네가 고집 센 거 잘 알아. 하지만 세상일은 네 뜻대로만 되는 게 아니야. 네가 알다시피, 박씨 집안과의 혼사는 할아버지께서 오래전부터 정해두신 일이야. 네가 소희랑 결혼하지 않으면 할아버지께 뭐라고 설명할 거니?”그녀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지금 네가 경영권을 장악한 것 같아도, 네 삼촌들이나 사촌 형제들이 그 누구도 네가 모든 걸 독차지하는 걸 순순히 받아들일 리 없어. 하지만 박씨 집안과 혼인을 맺으면 그들의 힘이 네 편이 되어줄 거야. 너의 자리가 훨씬 더 단단해지지.”잠시 숨을 골랐다가, 한선아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하지만 윤하경이랑 결혼한다면 네 삼촌들은 더 이상 눈치 볼 이유가 없어. 소희가 다른 형제들과 결혼해 버리기라도 하면 너는 곧바로 또 하나의 강력한 적을 만들어내게 될 거야.”한선아는 절박한 얼굴로 강현우의 옷깃을 잡았다.“현우야, 엄마는 정말 네가 잘되길 바랄 뿐이야. 엄마가 하는 말, 한 번만 생각해 줘.”그러나 그 모든 간곡한 부탁에도 불구하고 강현우는 조금의 감정도 없이 차갑게 웃었다.“그래요? 어머니 말씀은 제가 여자 하나 못 잡으면 가문에서 밀려나게 생겼다는 거네요?”그의 목소리는 가볍게 비꼬듯 냉담했다. 그 한마디에 한선아는 얼굴이 굳어버렸다.지금까지 강현우가 이 자리까지 올라온 건, 어떤 인맥이나 혼인 덕이 아니라 순전히 그 자신이 직접 손에 쥐어낸 결과였다.하지만 이 순간 한선아는 무슨 말을 해도 강현우를 설득할 수 없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밀려왔다.잠시 후, 한선아는 힘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현우야, 네가 얼마나 능력 있는지, 엄마가 모르는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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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8화

강현우는 얼굴에 일말의 감정도 없이 담담하게 말했다.“할아버지, 오늘 제가 온 건 그냥 한 가지 알려드리려고 온 거예요. 결혼은 이미 결정된 일이고 누구 허락을 구할 생각도 없습니다.”그는 차분한 목소리로 덧붙였다.“결혼식은 ‘포레스트’에서 조용히 치를 예정입니다. 그날 참석만 해주시면 됩니다. 그리고...”강현우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그 전에 누가 뒤에서 이상한 짓을 한다면 그땐 저도 더는 봐주지 않겠습니다.”강현우의 말은 단호했다. 강씨 집안 사람들 성향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는 어차피 이 소식이 오래 숨겨질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미리 못을 박아둔 것이다.말을 끝낸 강현우는 강호석의 어두운 얼굴을 뒤로 하고 그대로 돌아섰다.한선아는 다급히 쫓아가 무언가 말하려다, 강호석이 뒤에 버티고 있는 게 생각나 발걸음을 멈췄다.그녀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렸더니 강호석은 이미 얼굴이 검게 굳어 있었고 그 눈빛만 봐도,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랐다는 걸 알 수 있었다.한선아는 서둘러 다가가며 다급히 말했다.“아버지, 진정하세요. 제가 다시 잘 설득해 볼게요.”그러나 강호석은 비웃으며 그녀를 흘겨봤다.“설득? 네가 그 자식을 설득할 수 있을 것 같아?”한선아는 고개를 깊숙이 숙였다.강현우는 한번 결심한 일은 절대 고집을 꺾지 않는 성격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강호석은 싸늘한 눈빛으로 한선아를 바라보았다가,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설득이 안 된다면...”강호석은 말끝을 흐렸지만 윤하경을 없애야 한다는 뜻은 명확히 드러났다.그러자 한선아는 곧바로 고개를 깊숙이 숙였다.“네, 아버지. 알겠습니다.”강호석은 비웃듯 콧방귀를 뀌고는 지팡이를 짚으며 천천히 정원을 빠져나갔고 한선아는 그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등이 구부정하게 굽어 있었지만 여전히 이 집안을 쥐락펴락하는 무서운 존재였다.이때 하녀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그녀를 부축했다.“사모님, 이제 어떻게 하실 건가요? 만약 정말 어르신 뜻대로 하신다면... 도련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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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9화

하지만 윤하경은 더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30분 후, 신인아의 별장.신인아는 조용히 거실에 앉아 티비를 바라보고 있었고 화면에서는 도심 교통사고 관련 뉴스가 보도되고 있었다.차량 행렬이 사고로 인해 완전히 정체된 상황이었고 특히 그 가운데 한 대의 벤틀리 차량이 심하게 파손돼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뉴스 진행자가 차분하게 상황을 설명했다.“이번 사고는 경성 남쪽 대교 부근에서 발생했습니다. 피해 차량은 벤틀리 차량으로 탑승자는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습니다. 정확한 부상 정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며 자세한 상황은 추후 보도해 드리겠습니다.”그때 방 안으로 검은 그림자가 조심스럽게 들어왔다. 그는 슬쩍 TV 화면을 보고는 곧바로 고개를 숙였고 신인아는 가볍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이번 일, 아주 잘했어.”그는 고개를 낮춘 채, 조용히 대답했다.“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신인아는 그의 대답에 흐뭇한 듯 미소를 짓더니 휠체어를 밀고 다가와 그의 손을 가볍게 잡았다. 그리고 천천히 그를 올려다보며 부드럽게 물었다.“너... 혹시 나를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진 않아?”남자는 그가 잡힌 손을 잠시 바라보다, 모자에 가려진 얼굴에 부드러운 빛을 띄웠다.“아닙니다. 저에겐 언제나 따뜻하고 착한 분이십니다.”신인아는 그 말이 믿기지 않는 듯, 다시 물었다.“정말로?”그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진심입니다.”신인아는 잠시 입술을 깨물다 작게 손짓해 그를 불렀다.“이리 와.”그는 주저 없이 그녀 앞에 무릎을 꿇었고 신인아는 조심스럽게 그의 이마를 살폈다.어젯밤 자신이 직접 던진 유리잔에 베인 상처였다. 급하게 소독만 한 탓에 상처는 아직 선명하고 아프게 붉게 남아 있었다.신인아는 잠시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미안해. 어젯밤... 너무 심했지.”그녀는 곧 휠체어를 돌려 서랍장을 열고 응급약품 상자를 꺼내 다시 돌아왔다.그러자 남자가 다급히 말했다.“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하지만 신인아는 들은 척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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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0화

강현우는 문득 이마를 찌푸렸다.처음엔 윤하경이 꽤 크게 다쳤을 거라 예상했지만 막상 보니 눈에 띄는 외상 하나 보이지 않았다.바로 그때, 담당 의사가 들어왔고 강현우는 고개를 돌려 낮게 물었다.“어때?”의사는 공손하게 답했다.“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강 대표님. 윤하경 씨는 몸 상태도 좋고 심지어 뱃속 아이도 무사합니다.”하지만 의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현우의 미간은 오히려 더 깊게 찌푸려졌다.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단호하게 말했다.“할 수 있는 검사는 전부 다시 해.”의사는 당황해 잠시 머뭇거렸다. 그때 침대에 반쯤 기대어 있던 윤하경이 먼저 입을 열었다.“의사 선생님 곤란하게 하지 마세요. 정말 괜찮아요. 필요한 검사는 다 끝났어요.”그녀는 담담하게 말했지만 스스로도 믿기 힘들 정도로 운이 좋았다.아니 어쩌면 뱃속 아이가 강한 운명을 가진 건지도 몰랐다.두 번이나 큰 사고를 겪었지만 아이도, 그녀 자신도 모두 무사했다.마침 말을 끝낸 순간 문이 열리고 우지원이 들어섰다. 그는 윤하경이 무사히 병상에 누워 있는 모습을 보자, 익숙하게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농담처럼 말했다.“와, 형수님. 진짜 목숨 질기네요.”그가 ‘형수님’이라고 부르는 데 전혀 망설임이 없어 윤하경은 순간 멍하니 강현우를 돌아봤지만 강현우는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았다.그러자 우지원이 느긋하게 물었다.“어때요? 사고 낸 차, 찾았어요?”우지원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아니요. 사고 낸 트럭, 번호판도 가짜였어요. 사고 치고 바로 강가에다 버려뒀더라고요. 흔적도 없이 깨끗하게 처리했던데요?”그는 웃으며 이빨까지 드러냈다.“대체 누굴 노린 건지는 모르겠네요. 형을 노린 건지, 형수님을 노린 건지.”강현우의 눈빛은 깊고 어두워졌다. 그때 주머니 속 휴대전화가 진동했다.강현우는 화면을 흘긋 확인한 뒤, 윤하경을 잠시 바라보다 병실 밖으로 걸어 나갔다.방 안에는 우지원과 윤하경만 남았고 그는 히죽 웃으며 병상 가까이 다가왔다.“진짜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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