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우는 고개를 돌려 윤하경을 봤고 그 시선이 잠시 그녀가 붙잡고 있는 옷소매에 머물렀다가, 다시 눈을 맞췄다.“잠깐 나갔다가 올 거야. 너는 얌전히 집에 있어. 일 끝나는 대로 바로 들어올게.”평소와는 다른, 드물게 부드러운 목소리였다.윤하경은 살짝 멈칫하더니 처음으로 떼를 써보고 싶었다.“그런데 오늘 밤에는 그냥 좀 같이 있고 싶어서요.”그 말을 들은 강현우의 얼굴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말 들어. 인아는 다른 사람이랑은 달라. 그런 유치한 질투, 의미 없어.”윤하경은 그 말을 들으며 순간적으로 웃음이 나왔다.정말 질투라고 생각한 걸까. 그렇게 생각하자 이 상황이 우습기까지 했지만 억지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윤하경은 웃으면서 그의 옷자락을 가볍게 놨다.“장난이에요. 빨리 다녀오세요.”강현우는 그녀가 순순히 말하자 고개를 숙여 윤하경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더니 낮게 속삭였다.“일 끝나면 바로 올게.”“네.”윤하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가 문을 나서는 뒷모습을 오래도록 바라봤다.그리고 쿵 하고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는 순간, 억지로 지었던 웃음이 서서히 지워졌다.“하아.”침대에 다시 누우며 윤하경은 아까 강현우가 보였던 싸늘한 눈빛을 떠올렸다. 그 찰나의 순간이, 마음속 어딘가를 서늘하게 스쳐 지나갔다.‘나는 아직 1순위가 아닌가 봐...’한참을 그렇게 누워 있다가 조용히 핸드폰을 들어 누군가에게 짧은 메시지를 하나 보냈다.‘오늘은 꼭 같이 있을 거라더니 결국 안 오네.’강현우는 그날 밤 돌아오지 않았고 심지어 다음 날이 되어도 소식은 없었다.윤하경은 여전히 감시받고 있다는 걸 느끼며 살아가고 있었지만 겉보기엔 평온한 하루가 또 흘러갔다.다음 날 아침, 백정연에게서 전화가 왔다.“하경 씨, 윤수철 회장이 방금 회사에 공식 통보했어요. 부대표직 정식으로 해임됐대요.”그 말에 윤하경은 놀라지 않았다. 윤수철이 어제 보여준 모습만 봐도 이 정도는 이미 각오했던 일이다.“알겠어요.” 짧게 대답한 뒤, 그녀는 잠시 망
Baca selengkap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