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Bab 621 - Bab 630

643 Bab

제621화

강현우는 신인아와 점심을 먹던 중 전화가 울리자 처음에는 무시하려 했다. 하지만 발신자 번호를 확인한 순간, 바로 전화를 받았다.“뭐라고?”그의 목소리는 날카롭고 단호했다. 신인아가 그의 그릇에 반찬을 덜어주려던 손이 멈췄고 조심스레 고개를 들어 강현우를 바라보았다.“현우 오빠, 무슨 일 생긴 거예요?”그는 대답 대신 전화기 너머로 차갑게 명령했다.“당장 인원 풀어. 집을 뒤집어서라도 찾아. 반드시.”전화를 끊은 강현우는 바로 일어서려 했지만 신인아가 그를 붙잡았다.“오빠... 며칠째 나 혼자잖아요. 밥 한 끼도 끝까지 못 먹고 가는 거예요?”그녀의 눈동자에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흐를 듯 촉촉한 빛이 맺혀 있었고 목소리도 떨리고 있었다. 안쓰러운 표정에 한순간 망설인 강현우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더니 톤을 낮췄다.“인아야. 이따가 다시 올게. 지금은 급한 일이 생겼어.”“하지만...”그녀가 말을 다 하기도 전에 강현우는 이미 등을 돌리고 떠났다.민진혁도 곧바로 그 뒤를 따라나섰고 두 사람의 뒷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신인아는 이내 표정을 바꿨다.순식간에 식탁 위를 밀쳐 그릇들을 바닥으로 쓸어내렸고 요란한 파편 소리가 거실을 메웠다. 그래도 분이 안 풀렸는지, 그녀는 머리를 감싸며 날카롭게 비명을 질렀다.곧이어 어딘가에서 검은 그림자가 나타나 그녀를 안았다.“인아 씨, 괜찮으십니까?”호영의 목소리는 거칠고 낮았다. 신인아는 그를 힘껏 밀치며 이를 악물고 노려봤다.“무능한 놈! 윤하경 하나 처리도 못 하면서 무슨 쓸모가 있어?”조금 전, 강현우의 전화 속에서 ‘윤하경’이라는 이름이 분명 들렸다. 지난번 그렇게 큰 사고가 있었는데도 멀쩡하다니 분노가 다시 치밀었다.호영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 고개를 숙였다.“죄송합니다. 실력이 부족했습니다.”“그나마 자각은 있네.”신인아는 깊게 숨을 들이켠 뒤 이내 다시 평정을 되찾은 듯한 얼굴로 바닥을 내려다봤다.깨진 접시와 그릇 파편이 어지럽게 널려 있는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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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2화

강호석은 여유롭게 테이블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회장님, 데려왔습니다.”이 집사의 목소리가 고요했던 분위기를 깨뜨렸다.순간, 강호석은 날카롭게 윤하경을 째려봤고 그 눈빛은 세월을 버틴 지혜와 위압을 동시에 품고 있었다.강현우와 함께한 시간이 길었던 윤하경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눈빛만으로 사람을 짓누르는 시선에 익숙했다. 그래서인지 심장이 순간 움찔했어도 얼굴엔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말없이 흐르는 시간이 길어지자, 윤하경이 먼저 입을 열었다.“회장님 안녕하세요. 갑작스레 부르셔서 조금 놀랐습니다. 무슨 일로 저를 찾으신 건가요?”그녀의 차분한 인사에 강호석의 입꼬리가 희미하게 올라갔다.“내가 무섭지 않나 보지?”윤하경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회장님, 겉모습만 보면 참 인자해 보이세요. 제가 무서울 이유가 없죠.”강호석은 예의 바른 윤하경의 말에 살짝 기세를 누그러뜨렸다.“배짱은 있네.”그는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네가 우리 현우를 붙잡고 결혼하겠다고 고집 피운다는 애지?”윤하경은 잠시 멈칫했지만 끝내 대답하지 않았다. 강호석은 그녀의 반응을 흘끗 보더니 다시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며 물었다.“왜 대답 안 해? 내가 물어보면 대답하는 게 예의 아닌가?”잠시 생각에 잠긴 윤하경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제가 ‘아니에요’라고 하면 괜히 잘난 체하는 것 같고 ‘맞아요’라고 하면 더 웃기잖아요.”그 대답에 강호석이 흥미를 느낀 듯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윤하경 앞까지 걸어와 섰다.비록 허리는 굽었어도, 그가 내뿜는 분위기는 여전히 날카롭고 위압적이었다. 강호석은 웃을 땐 인자한 얼굴이었지만 웃지 않는 지금은 오히려 섬뜩했다.“그 말인즉슨, 우리 현우가 널 놔주질 않아서 어쩔 수 없이 결혼해야 하는 거다... 그 말이지?”그는 비웃듯 낮게 웃더니 곧이어 목소리를 낮췄다.“네가 좀 잔머리 쓰는 거야 알겠는데 여기가 어디라고 네가 발을 들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해?”말끝이 채 떨어지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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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3화

누군가 강현우를 막아보려 했지만 그가 손에 쥔 총을 보고는 섣불리 다가서지 못했다. 결국 아무도 나서지 못한 채 눈치만 살피며 우왕좌왕할 뿐이었다.윤하경이 강현우에게 달려가려는 순간 이 집사가 그녀를 꽉 붙잡았다.그걸 본 강현우의 시선이 이 집사에게 매섭게 꽂혔고 그 눈빛은 말 그대로 얼음처럼 차가웠다.“놔.”강현우의 짧고 단호한 한마디였다.“그만하면 됐어!”강호석은 억지로 버텼고 손가락으로 강현우가 들고 있는 총을 가리키며 목소리를 높였다.“강현우, 네가 지금 이게 어른한테 할 짓이냐? 집안 규칙 다 잊었어? 집 안에서 무기 들이대는 거 금지인 거 몰라? 넌 한 여자 때문에 가족 전체를 적으로 돌리겠다는 거냐!”평소 윤하경 앞에서 보이던 너그러운 웃음은 온데간데없었고 분노로 굳은 그의 얼굴엔 오랜 세월 쌓인 권위가 묻어났다.하지만 강현우는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그래요?”그는 들고 있던 총을 가볍게 흔들며 입꼬리를 비뚤게 올렸다.“그럼 할아버지는 내 여자를 왜 데려가셨는지부터 말해보시죠.”내 여자라는 말에 유난히 힘이 들어갔다.강현우는 느긋하게 옆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고는 강호석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덧붙였다.“진짜 그냥 얘기 좀 하려고 부르신 거예요? 설마 그 정도로 순진하진 않으시겠죠?”강호석은 이를 악물고 있었고 이 집사가 급히 중재에 나섰다.“대표님... 회장님도 다 대표님을 위해서 하신...”“탕!”갑작스레 울려 퍼진 총성에 모두가 얼어붙었다.총구는 이 집사가 서 있던 자리 바로 옆 바닥을 향하고 있었다.윤하경도 놀랐지만 이내 눈빛이 차분해졌다. 강현우의 사격 실력을 잘 알고 있었기에 자신에게 위험이 가지 않는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다.반면 이 집사는 뒷걸음질 치며 식은땀을 흘렸다.강호석은 들고 있던 지팡이로 바닥을 세게 내리치며 소리를 질렀다.“강현우, 네 눈에 내가 그렇게 우습게 보여!?”강현우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시선을 내렸다.“그럴 리 있겠어요. 제가 제일 존경하는 분인데요.”강현우는 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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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4화

“죽으려고 작정했어?”강현우가 날카롭게 내뱉은 말에 윤하경은 반박 한마디 하지 못했다. 오늘 일은,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경솔했다. 강현우가 제때 오지 않았더라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그 섬뜩한 강호석의 눈빛이 다시 떠오르자 몸이 저절로 떨렸다.그녀의 손이 사소한 떨림조차 감추지 못하자 강현우는 흘낏 그녀를 보고는 말없이 시선을 돌렸다.“집으로 돌아가.”그가 조용히 말했다.조수석에 앉은 민진혁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시동을 걸었다.그 시각, 강씨 저택 안.이 집사가 떨리는 강호석의 모습을 보고 다가가 조심스레 물었다.“회장님... 그럼 지금부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어떻게 하냐고?”강호석은 지팡이를 짚고 느릿하게 걸음을 옮기더니 탁자 앞에 앉아 차를 따랐다.“원래는 그 계집애를... 살려둘 생각도 있었지. 하지만 지금 보니... 그럴 필요도 없겠군.”그 마지막 한마디는 유난히 느리고 또 무겁게 흘러나왔다.이 집사는 놀란 듯 눈을 찌푸렸다.“하지만 만약 우리가 직접 손을 대면... 도련님께서 분명 가만히 계시진 않을 텐데요.”그는 더 말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고 거기까지가 그가 지켜야 할 선이었다.사실 예전에는 강현우와 강호석의 관계가 지금처럼 험악하진 않았다.하지만 강현우가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조금씩 알게 되면서부터 둘의 사이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틀어졌다.강호석은 찻잔을 들던 손을 멈췄고 주름진 눈매에 어두운 기운이 스쳤다.“현우야, 머리는 좀 총면한 것 같은데... 하지만 아직은 너무 젊어.”그는 입꼬리를 비틀며 낮게 웃었다.“세상일이 다 자기 맘대로 될 거라고 착각하는 것 같더군.”의미심장한 말이었다.이 집사는 한참을 망설이다 조심스럽게 다시 물었다.“그럼 지금은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강호석은 냉소를 지으며 되받았다.“어떻게 하긴... 당장은 잠시 조용히 있어야겠지.”그 말에 이 집사는 더욱 어리둥절했지만 더 묻지 않았다. 강호석은 원래 말이 많지 않았기에 그는 고개를 숙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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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5화

윤하경은 고개를 더 깊숙이 숙였다.왠지 모르게 마치 학교 다닐 때 선생님께 잘못 들켜서 혼나는 기분이었다.‘아니, 아니야... 강현우는 선생님보다 훨씬 무서운 존재야.’게다가 이번 일은 누가 봐도 자기 잘못이었기에 괜히 억울한 척해 봤자 소용없었다.강현우가 눈을 가늘게 뜨며 그녀를 내려다보았다.그리고 갑자기 손을 뻗어 그녀의 팔을 당기더니 윤하경의 몸은 순식간에 그의 무릎 위에 앉게 됐다.오늘따라 긴 원피스를 입고 있었던 윤하경은 자연스럽게 두 다리가 벌어지고 강현우와 마주 보며 앉게 되자 얼굴이 화끈하게 달아올랐다.더군다나 강현우는 그녀의 허리를 꽉 감고 놓아주지도 않았고 몸을 조금만 움직여도 그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도대체 어떻게 도망친 거야? 응?”목소리는 낮고 느긋했지만 그 안에 담긴 분노는 뻔히 느껴졌다.윤하경은 기침을 가장해 헛기침을 한번 하더니 눈길을 조심스레 베란다 쪽으로 돌렸다.이 상황에서 괜히 둘러댔다간 더 혼날 게 뻔했기에 결국 솔직하게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베란다요.”그녀는 조심스럽게 손가락으로 베란다 방향을 가리켰다.“저기서... 내려갔어요.”윤하경은 자신이 말할수록 강현우의 표정이 점점 더 어두워지는 게 보였다.강현우는 원래도 가까이 다가가기 힘든 인상이었지만 화가 났을 땐 그 차가운 분위기가 배로 강해졌다.그의 손에 힘이 들어가며 허리가 꽉 조여졌다.“아야...”윤하경이 짧게 신음을 흘렸다.“윤하경, 너 지금 목숨이 몇 개야?”그의 말투는 여전히 조용했지만 더 무서웠다.“몰랐어요.”윤하경은 작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숙였다.설마 윤수철이 정말로 자신을 그렇게까지 팔아넘길 줄은 몰랐다.아니, 사실은... 어느 정도 예감은 하고 있었다.하지만 한 번쯤은 믿고 싶었고 그게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는 이제야 뼈저리게 깨닫게 됐지만 말이다.“몰랐다고?”강현우는 이를 악물고 낮게 중얼거렸다.“지금처럼 계속 이딴 식으로 굴다간 내가 너 관 뚜껑 덮는 꼴 볼 수도 있겠네.”거친 말이었지만 틀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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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6화

강현우의 시선에 윤하경은 저도 모르게 주눅이 들었다.뭔가 분위기를 풀어보려 말을 꺼내려던 찰나 그의 손이 조용히 그녀의 목을 감쌌다.힘을 꽉 주지도 않았지만 그 손끝에서 전해지는 기운은 묘하게 위협적이었다.손길이 천천히 내려오더니 그는 윤하경의 드레스 지퍼 쪽으로 향했고 그녀는 순간 침을 꿀꺽 삼키고는 조심스레 말했다.“제가... 제가 할게요.”강현우는 특별히 반응하지 않았다.“얌전히 있어. 또 도망치면 그땐 진짜 어떻게 될지 몰라.”그건 분명히 경고였다.윤하경은 고개를 마구 끄덕이며 마치 고장 난 인형처럼 말했다.“네... 알겠어요.”바로 그때 강현우의 주머니에서 진동음이 울렸다.그는 눈을 떼지도 않은 채 핸드폰을 꺼내 들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어.”“그래. 알겠어.”그는 통화 내내 시선은 윤하경에게 고정되어 있었고 끊고 나서도 마찬가지였다.그는 한 손으로 세면대의 수도꼭지를 틀며 말했다.“잠깐 나갔다가 올 거야. 너는 조용히 있어.”그러곤 그의 손이 슬며시 하경의 허벅지를 타고 내려갔고 피부를 타고 스치는 감촉에 하경의 등골이 서늘해졌다.“안 그러면... 이 다리... 앞으로 쓸 일 없게 될 수도 있어.”그가 허투루 하는 말이 아니라는 걸 윤하경은 너무 잘 알고 있었다.그는 화나면 정말 어떤 짓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네... 절대 안 나갈게요.”윤하경은 재빠르게 대답했고 강현우는 그제야 살짝 눈썹을 올리며 만족한 듯 돌아섰고 이내 방문이 닫혔다.그 순간 윤하경은 긴 숨을 내쉬며 세면대에 털썩 앉았고 입술을 세게 깨물며 떨리는 손으로 조심스레 배 위에 손을 얹었다.“아가야, 우리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그녀는 정말 혼란스러웠다.처음 그가 결혼 얘기를 꺼냈을 땐 분명 마음 한편이 설렜지만 조금 전 그 눈빛은 감정이 아닌 집착 그 자체였다.그 사람의 성격에 평생을 얽매인다는 건... 감당하기 힘든 일이었다.강씨 가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도 이미 뼈저리게 느꼈다.설령 그와 결혼한다 해도 강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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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7화

“뭐, 뭐라고?”윤하경은 막 잠에서 깨어났고 어젯밤 제대로 못 잔 탓에 정신이 멍했다.소지연의 말을 한참 듣고서야 그 뜻을 알아챈 윤하경은 얼굴에 미세한 기대감이 떠올랐다.“그럼... 우리 잠깐이라도 밖에 나갈 수 있는 거야?”소지연이 혀를 찼다.“밖에 왜 나가? 강현우가 말 한마디만 하면 유명 웨딩드레스 디자이너들이 알아서 찾아오잖아. 오히려 나가서 고를 필요가 없는 거지.”결국 바깥바람은 못 쐰다는 얘기였고 윤하경의 얼굴에는 금세 실망이 드러났다.그 표정을 본 소지연이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너... 왜 그렇게 기운 없어 보여? 너답지 않게.”윤하경과 소지연은 오래 알고 지낸 사이였기에 딱 한 번의 표정만 봐도 상대의 속을 읽어낼 수 있었다. 소지연은 당연히 윤하경이 기뻐할 줄 알았다. 강현우 같은 남자와 결혼한다는 건 대부분의 여자에게 로또에 당첨되는 것처럼 느껴질 일이니까 말이다.그런데 지금 윤하경의 표정에는 그런 기쁨이 전혀 묻어나지 않았다.윤하경은 잠시 눈을 들어 소지연을 바라보다 피식 웃으며 말했다.“지연아, 내가 정말 기뻐해야 할까?”그 말에 소지연의 표정도 진지하게 바뀌었다.“하경아, 너 지금 무슨 생각하는 거야?”바로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두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돌리자 문 너머에서 하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윤하경 씨, 웨딩드레스 디자이너가 도착하셨습니다. 거실로 내려와 주시겠어요?”잠깐의 침묵이 흘렀고 윤하경은 마치 줄에 묶인 인형처럼 턱 하니 멈춰 서 있었다.소지연이 뭔가 말하려던 찰나 윤하경이 먼저 일어섰다.“가자. 내려가서 보자고.”말을 마치고 욕실로 들어가 버린 그녀의 뒷모습에 소지연은 말없이 입을 다물었다.이 복잡한 일에 친구까지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얼마 후 윤하경은 다시 방에서 나왔고 이제 그녀의 얼굴에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억지웃음이 걸려 있었다.“가자.”표정이 순식간에 바뀐 걸 본 소지연은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어... 그래.”두 사람은 함께 거실로 내려갔고 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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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8화

윤하경은 잠시 얼어붙었다.작고 여린 몸이 반사적으로 움찔했지만 강현우는 그런 반응쯤은 전혀 느끼지 못한 듯, 무심하게 그녀의 목덜미에 입을 맞췄다.입술이 닿은 곳은 간지럽고 따뜻했지만 전혀 편안하지 않았고 오히려 윤하경의 심장은 점점 더 불안하게 뛰기 시작했다.표정만 보면 강현우는 지금 화가 나 있는 것도 아니고 겉으론 한없이 부드러워 보였지만 윤하경은 그보다 더 무서운 게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에 대한 두려움은 이미 마음 깊은 곳까지 스며 있었고 어쩌면 몸이 먼저 기억하고 있는지도 몰랐다.“오늘 웨딩드레스는 어땠어?”강현우가 갑자기 입을 열었지만 팔은 여전히 그녀를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윤하경은 순간을 모면하듯 가볍게 기침을 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 고개를 끄덕였다.“예뻤어요.”“그런데 왜 입어보진 않았어? 마음에 안 들었어? 내일 좀 더 골라서 다시 보내게 할까?”말투는 다정했지만 그 다정함이 오히려 더 낯설고 소름 돋았다.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아예 잊어버린 사람처럼, 전혀 다른 얼굴이었다.윤하경은 강현우의 감정 기복엔 이제 익숙해질 만큼 익숙했고 잠깐 망설이다가 조심스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에요. 이미 골랐으니까, 더 보내실 필요는 없어요.”그녀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려 강현우를 바라봤다.천장에서 내려오는 노란 조명이 그의 날렵한 이목구비를 부드럽게 비추고 있었고 그 모습만큼은 분명 여느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완벽했다.그녀는 억지로라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식사는 하셨어요? 안 드셨으면 주방에 얘기해서 바로 준비해 드릴게요.”강현우는 별말 없이 그녀의 턱을 손끝으로 들어 올리며 바라보다가 조용히 말했다.“근데 표정이... 왜 이렇게 안 좋아?”강현우의 말투는 이미 정답을 알고 있다는 듯 단정적이었다. 윤하경은 짧게 숨을 들이쉬고 고개를 젓고는 억지웃음을 지었다.“아니에요. 좋아요. 오히려 좀 얼떨떨해서요.”그녀의 또렷하고 예쁜 눈매엔 억지로 숨긴 피로함이 엿보였다. 강현우는 말없이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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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9화

윤하경은 정신을 번쩍 차리며 얼른 말했다.“아, 아니요. 그냥... 결혼식장을 어떻게 꾸미면 좋을까, 그 생각 좀 하고 있었어요.”강현우는 슬쩍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몸을 돌려 윤하경을 똑바로 바라봤다.“그래? 그럼 말해봐. 어떤 분위기가 좋을 것 같아?”갑작스러운 질문에 윤하경은 잠깐 말문이 막혔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현우 씨가 보시기에 좋은 걸로 하세요. 저야 뭐... 다 좋죠.”그 말을 하며 윤하경은 강현우 품에 살짝 기대며 마치 애교라도 부리듯 굴었고 슬쩍 넘어가 보려는 수였지만 티가 너무 났다.그러자 강현우는 그녀의 머리 위를 내려다보다가 목덜미를 집어들 듯 가볍게 잡아 일으켜 세웠다. 윤하경이 당황해서 눈을 들어 바라봤을 땐, 강현우의 입꼬리가 어느새 내려가 있었다. 순간, 자신이 뭔가 실수했나 싶어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강현우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현우 씨...?”“네?”“결혼할 사이에 그렇게 부르는 건 그건 좀 아니지 않아?”윤하경은 멍하니 그를 바라보다 당황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뭐라고 부르면 되는데요?”강현우와의 관계가 애초에 편한 사이가 아니었던 탓에, 지금까지도 습관처럼 ‘강 대표님’ 또는 ‘현우 씨’라고 불러왔고 화가 나면 가끔 이름을 부른 적은 있어도 그것도 기껏해야 반쯤 미쳐 있을 때였다.강현우는 가볍게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전에 구지호한텐 어떻게 불렀는데?”윤하경의 눈빛이 순식간에 식더니 억지로 짓던 미소도 싹 사라졌다.“또 왜 그 사람 얘길 해요.”하지만 강현우는 마치 놀리듯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고 그녀의 턱을 꾹 집으며 눈을 가늘게 떴다.“대답 안 해? 예전엔 구지호한테 뭐라고 불렀는데?”윤하경은 말없이 고개를 돌렸다. 사실 예전에 구지호와 잘 지낼 때는 간혹 애칭도 부른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이름만 들어도 속이 뒤집힐 정도로 역겨웠다.그녀가 끝까지 대답을 피하자, 강현우는 턱을 쥔 손에 점점 더 힘을 줬다.“아파요...”윤하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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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0화

강현우는 고개를 돌려 윤하경을 봤고 그 시선이 잠시 그녀가 붙잡고 있는 옷소매에 머물렀다가, 다시 눈을 맞췄다.“잠깐 나갔다가 올 거야. 너는 얌전히 집에 있어. 일 끝나는 대로 바로 들어올게.”평소와는 다른, 드물게 부드러운 목소리였다.윤하경은 살짝 멈칫하더니 처음으로 떼를 써보고 싶었다.“그런데 오늘 밤에는 그냥 좀 같이 있고 싶어서요.”그 말을 들은 강현우의 얼굴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말 들어. 인아는 다른 사람이랑은 달라. 그런 유치한 질투, 의미 없어.”윤하경은 그 말을 들으며 순간적으로 웃음이 나왔다.정말 질투라고 생각한 걸까. 그렇게 생각하자 이 상황이 우습기까지 했지만 억지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윤하경은 웃으면서 그의 옷자락을 가볍게 놨다.“장난이에요. 빨리 다녀오세요.”강현우는 그녀가 순순히 말하자 고개를 숙여 윤하경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더니 낮게 속삭였다.“일 끝나면 바로 올게.”“네.”윤하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가 문을 나서는 뒷모습을 오래도록 바라봤다.그리고 쿵 하고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는 순간, 억지로 지었던 웃음이 서서히 지워졌다.“하아.”침대에 다시 누우며 윤하경은 아까 강현우가 보였던 싸늘한 눈빛을 떠올렸다. 그 찰나의 순간이, 마음속 어딘가를 서늘하게 스쳐 지나갔다.‘나는 아직 1순위가 아닌가 봐...’한참을 그렇게 누워 있다가 조용히 핸드폰을 들어 누군가에게 짧은 메시지를 하나 보냈다.‘오늘은 꼭 같이 있을 거라더니 결국 안 오네.’강현우는 그날 밤 돌아오지 않았고 심지어 다음 날이 되어도 소식은 없었다.윤하경은 여전히 감시받고 있다는 걸 느끼며 살아가고 있었지만 겉보기엔 평온한 하루가 또 흘러갔다.다음 날 아침, 백정연에게서 전화가 왔다.“하경 씨, 윤수철 회장이 방금 회사에 공식 통보했어요. 부대표직 정식으로 해임됐대요.”그 말에 윤하경은 놀라지 않았다. 윤수철이 어제 보여준 모습만 봐도 이 정도는 이미 각오했던 일이다.“알겠어요.” 짧게 대답한 뒤, 그녀는 잠시 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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