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Bab 591 - Bab 600

635 Bab

제591화

비행기 출발 시간은 밤 여덟 시쯤이었고 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다. 윤하경은 함께 출장을 가는 동료, 양우성과 함께 대기실 의자에 앉아 있었다.그때, 핸드폰이 진동하며 울렸고 화면을 들여다보니 뜻밖에도 강현우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언제 돌아와?]평범한 연인의 대화처럼, 아무렇지도 않은 톤이었다. 윤하경은 가볍게 입술을 깨물며 몇 글자를 입력하더니 곧바로 화면을 꺼서 가방 안에 넣었다.[급하게 출장 가게 됐어요.]“윤 대표님, 탑승 시작했습니다.”양우성이 다가와 조심스럽게 말했다.“그래.”윤하경은 짧게 대답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유성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자정이 넘어 있었지만 도시는 여전히 불빛으로 반짝였고 늦은 밤인데도 거리엔 사람들의 활기가 가득했으며 심지어 공기마저 뜨겁고 활달한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윤하경은 이 분위기에 마음이 들떠, 호텔 근처의 작은 식당에 들어가 마음껏 훠궈를 즐겼다. 생각해 보면 참 웃긴 일이다. 경성에 있을 땐 고급 요리를 보기도 싫어했는데 여기 오자마자 식욕이 살아난 것이다.식사를 마친 후 늦은 밤바람을 맞으며 호텔로 돌아온 윤하경은 침대에 몸을 묻었다.도시는 조용해졌지만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복잡했고 오늘 낮에 봤던 광경이 떠올랐다.강현우의 따뜻한 미소, 그리고 그가 신이나처럼 다정하게 돌보던 신인아의 모습.아무리 곱씹어봐도, 자신을 바라보던 그 눈빛은 결코 그렇게 부드럽고 다정하지 않았다.윤하경은 문득 산꼭대기에서 강현우가 자신을 절벽 끝으로 몰아붙였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때 그의 눈빛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서늘함이었다.만약 그 자리에 신인아가 있었다면? 과연 그는 그렇게 무자비할 수 있었을까?정답은 뻔했다. 윤하경은 입술을 꾹 다물고 옆으로 몸을 돌렸지만 아무리 눈을 감아도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다.다음 날 아침, 결국 늦잠을 자고 말았다. 서둘러 준비를 하고 양우성과 함께 공장에 도착하자 이미 현장은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었다.공사장의 먼지가 심해 운동복 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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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2화

윤하경은 번개처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때 막 익힌 소고기를 집어 입에 넣으려던 양우성이 그녀의 돌발 행동에 깜짝 놀라, 입을 반쯤 벌린 채 그녀를 쳐다봤다.“윤 대표님, 무슨 일 있어요?”입 안 가득 고기를 문 채라 말도 어눌했다. 윤하경은 짧게 입술을 꾹 다물고는 가방을 낚아채듯 들었다.“급한 일이 생겨서 먼저 가야겠어. 너 혼자 천천히 먹어.”단호하게 말을 마치고는 가게 뒷문 쪽으로 달렸다.“윤 대표님! 출입구는 앞쪽인데요!”양우성이 뒤에서 소리쳤지만 윤하경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고 길을 몰라 헤매던 끝에, 정신없이 2층으로 올라가 버렸다.2층은 전부 룸 형태였다. 잘못 들어온 걸 알았지만 계단으로 내려가려던 순간 강현우와 딱 마주치고 말았다.이때 한 중년 남성이 강현우를 데리고 2층으로 올라오고 있었다.“강 대표님, 여긴 뭐 미슐랭 같은 고급 레스토랑은 아니지만 유성 특유의 맛이 있어서요. 꼭 한번 드셔보시죠.”강현우는 무표정한 얼굴로 뒤따르고 있었고 윤하경은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숨겼다.그리고 복도 끝까지 달려가다가 길을 몰라 우왕좌왕하다가 결국 화장실 문을 열고 안으로 뛰어들었다. 문을 닫자마자, 아까 강현우를 안내하던 사람이 옆방 룸으로 들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윤하경은 심장이 쿵쿵 뛰는 걸 겨우 진정시키며 숨을 죽였다.‘내가 왜 이렇게 피해야 하지...’그녀는 속으로 자책하면서도, 몸은 떨리고 있었다.잠시 후, 화장실에서 조심스레 빠져나온 그녀는 서둘러 1층으로 내려갔지만 긴장한 나머지 걸음이 너무 빨랐고 무심코 지나치던 룸의 문이 살짝 열려 있는 것을 미처 보지 못했다.그 룸 안에서는 강현우가 억지로 앉아 설명을 듣고 있었다.무심코 고개를 돌리던 그는 문밖을 지나가는 낯익은 실루엣을 포착했다.모자를 눌러쓴 채, 급히 고개를 숙이며 지나가는 윤하경의 모습에 강현우의 눈매가 가늘게 좁혀졌다.천천히 몸을 일으킨 그는 유리창 쪽으로 다가가 바깥을 내다봤다.바로 그때 윤하경이 택시를 세우려고 손을 흔드는 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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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3화

윤하경은 강현우가 보지 않는 틈을 타 가볍게 눈을 내리깔았고 강현우는 방 안으로 들어와 긴 다리를 접으며 소파에 털썩 앉았다.그는 문가에 가만히 서 있는 윤하경을 바라보며 짧게 미간을 찌푸렸다.“이리 와.”그 목소리에는 은근한 불만이 섞여 있었다. 윤하경은 가볍게 헛기침을 하며 코끝을 만지는 척했고 억지로라도 웃음을 지어 보이며 조심스레 다가갔다.“여긴 웬일이에요?”자연스레 던진 질문이었지만 강현우는 느긋하게 한쪽 눈썹을 들어 올렸다.“네 말투 들으니까, 나랑 마주치는 거 꽤 불편한 모양이네?”‘그래.’윤하경은 마음속으로 대답했지만 강현우 성격을 아는 그녀는 그런 말 따위 입 밖에 낼 용기가 없었다.“아니에요.”윤하경은 억지로 웃으며 고개를 저었고 강현우는 마치 그녀가 무슨 거짓말을 하는지 꿰뚫어 보려는 가늘게 눈을 좁히며 그녀를 바라봤다. 윤하경은 그 시선이 부담스러워 잠깐 시선을 피했다가, 괜히 분위기를 바꾸려 애썼다.“차라도 드릴까요? 커피, 아니면 차?자신도 모르게, 윤하경의 목소리엔 낯선 거리감이 배어 있었다. 마치, 눈앞에 앉아 있는 남자가 몇 번이고 함께 잠자리를 했던 사람이 아니라, 갓 만난 낯선 사람인 것처럼 말이다.강현우는 대답하지 않았고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윤하경은 어색함을 참지 못하고 먼저 입을 열었다.“그럼 차로 할게요. 커피는... 여기선 원두가 별로라서.”그러나 그녀가 돌아서기도 전에 강현우가 가볍게 손을 뻗어 그녀를 끌어당겼다.“아!”윤하경은 제대로 중심을 잡지 못하고 강현우의 탄탄한 품 안으로 툭 안겨버리면서 반사적으로 두 손으로 배를 감쌌다.다행히 강현우는 그녀의 이런 미세한 반응을 눈치채지 못했다. 대신, 손가락으로 윤하경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느긋하게 만지작거리며 물었다.“아까 레스토랑에서 나 봤지? 왜 도망쳤는데?”그 질문에 윤하경은 본능처럼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저... 못 봤어요. 현우 씨도 그 가게에 계셨던 거예요?”강현우는 피식 웃더니 비웃듯 눈을 가늘게 떴다. 그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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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4화

윤하경은 수없이 자신에게 다짐했었다. 강현우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든, 절대 신경 쓰지 말자고. 그런데도, 윤하경은 끝내 신인아와 자신을 비교하며 강현우 마음속에서 누가 더 무게 있는 존재인지를 저울질하고 있었다. 참,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알면서도 인간은 늘 이렇게 자신을 아프게 하는 짓을 반복하는 거겠지.윤하경은 조용히 웃다가 고개를 들어 강현우를 똑바로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네, 봤어요. 현우 씨가 바쁘신 것 같아서 방해하고 싶지 않았어요.”말을 마친 그녀는 강현우의 품에서 벗어나 조용히 한 걸음 물러났고 맑고 담담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그리고 저도 몸이 좀 좋지 않아서요. 특별히 하실 말씀이 없다면 돌아가 주세요.”그녀의 말에 강현우는 눈썹을 약간 치켜올렸다. 그의 몸에서 느껴지던 서늘한 기운은 한순간에 더욱 짙어졌고 만약 예전 같았다면 윤하경은 이쯤에서 얼어붙어 꼼짝 못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그녀는 꼿꼿이 서서 조금도 흔들림 없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강현우는 검은 눈동자를 가늘게 좁히며 성큼 다가왔고 가까워질수록 그의 날카로운 아우라는 더욱 거칠게 밀려들었다.“잠깐 못 본 사이에, 많이 달라졌네.”그는 손을 뻗어 윤하경의 턱을 가볍게 들어 올리면서 싸늘한 웃음을 지었다.윤하경은 살짝 입술을 다물며 한 발짝 뒤로 물러섰지만 여전히 고개를 들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칭찬으로 들을게요.”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오히려 기세 하나 꺾이지 않고 그를 바라봤다. 그러나 강현우의 표정은 점점 더 굳어졌다. 둘의 시선이 공기처럼 얼어붙어 서로를 마주쳤고 하나는 차갑게, 하나는 고집스럽게 맞섰다.그때, 갑작스러운 노크 소리가 긴장된 분위기를 끊어냈다.윤하경은 먼저 시선을 돌려 문을 열었더니 문밖에는 양우성이 서 있었다.“윤 대표님, 아까 제대로 드신 것 같지 않아서요. 야식 좀 사 왔습니다.”밝게 말하며 방 안을 들여다보던 양우성은 이내 안에 있는 강현우를 보고 멈칫했다.그의 싸늘한 표정에 순간 몸을 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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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5화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윤하경은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았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다시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윤 대표님, 아까 그 사람은 간 것 같던데... 괜찮으세요?”문밖에서 양우성이 조심스럽게 묻자 윤하경은 코끝을 훌쩍이며 힘겹게 대답했다.“괜찮아요. 얼른 들어가 쉬세요. 내일 아침 일찍 경성으로 돌아가야 하니까요.”다음 날 아침, 윤하경은 예정대로 서울로 돌아왔다. 마침 주말이라, 윤하경은 본가도 강현우가 사는 곳도 가지 않고 예전에 혼자 살던 자신의 작은 아파트로 향했다.그리고 침대에 쓰러지듯 눕자,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모른 채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전화벨 소리에 겨우 눈을 뜨자, 방 안은 이미 어둑어둑 어두워져 있었다.잠결에 핸드폰을 들여다보니 화면에는 ‘소지연’ 이름이 떠 있었다. 통화를 받자마자 소지연의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하경아, 어디야?”윤하경은 목을 가다듬으며 힘없이 대답했다.“집이야. 하루 종일 잤어.”“잤어?” 소지연은 의외라는 듯 물었다.“너랑 강현우 무슨 일 있어? 나 아까 호천이랑 데이트하다가 강현우 봤는데...”그러나 소지연이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윤하경이 바로 끊어내듯 말했다.“그 사람 얘기하지 마. 원래부터 아무 사이 아니었어. 그 사람 무슨 짓을 하든 난 관심 없어.”짧지만 단호한 말에 소지연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고 뭔가 더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윤하경은 곧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소지연은 멍하니 핸드폰을 내려다봤고 옆에 있던 유호천이 다가와 물었다.“어때? 뭐래?”소지연은 어깨를 으쓱하면서 슬쩍 안쪽을 바라봤고 거기에는 어두운 얼굴로 앉아 있는 강현우가 있었다.“하경이가 그러는데... 강현우가 무슨 짓을 하든 자기랑은 상관없대.”그 말을 들은 순간, 이미 어두웠던 강현우의 얼굴은 한층 더 어둡게 가라앉았고 주먹을 꽉 쥔 그의 턱선은 더욱 날카롭게 드러났다. 유호천은 소지연을 힐끗 보더니 둘 다 말을 아꼈다. 괜히 더 건드렸다간 분위기만 더 험악해질 것 같았다.그러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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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6화

처음부터 끝까지, 윤하경은 단 한 번도 강현우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강현우는 그런 그녀를 싸늘하게 내려보다가, 마침내 묵직하게 입을 열었다.“여기 병원엔 무슨 일로 온 거야?”윤하경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내가 병원에 온 이유를 강현우 씨한테 굳이 보고해야 하나요? 설마 이 병원, 강현우 씨네 소유라도 됩니까?”예전 같았으면 절대 감히 이런 말을 하지 못했겠지만 오늘따라 어디서 그런 용기가 솟은 건지, 말끝은 날카롭고 뾰족했다.그때, 신인아가 고개를 살짝 숙였다가 다시 환한 웃음을 띠며 다가왔다.“언니 사실 이 병원... 오빠가 투자한 곳이에요.”말하며 신인아는 수줍게 고개를 들어 강현우를 바라봤고 작은 얼굴에 은은하게 붉은빛이 스며들었다.“제가 검사받거나 치료받을 때 편해지라고 오빠가 일부러 투자하셨대요.”강현우는 그런 신인아를 내려다보았다. 그 눈빛은 윤하경을 볼 때처럼 냉정하거나 차갑지 않았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윤하경은 가슴 어딘가가 서늘하게 저리는 걸 느꼈지만 곧 아무렇지 않은 듯 미소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이만.”그렇게 짧게만 인사를 건네고는 돌아서서 병원을 빠져나갔다.그러나 막 병원을 나서던 순간, 왠지 모를 불안감이 밀려왔다. 이 병원에 강현우가 투자했다는 건, 자신이 이곳에서 무엇을 하려 했는지도 그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알 수 있다는 의미였다.윤하경은 조용히 차에 올라탔고 가슴 한구석이 서늘하게 얼어붙는 느낌이었지만 이내 자신을 다독였다.“설마, 지금 그 사람이 내 일에 관심을 갖겠어. 지금쯤이면 온통 신인아 걱정만 하고 있겠지.”속으로 그렇게 되뇌며 애써 불안을 떨쳐냈지만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윤하경은 아예 다른 병원을 알아보기로 했다.다음 날 아침, 그녀는 이른 시간에 일어나 새로운 병원으로 향했다. 집을 나서기 전, 아랫배에 손을 살짝 얹고 속삭였다.“아가야... 미안해.”윤하경은 단단히 마음을 다잡고 현관문을 열고 나섰다.새로 찾은 병원의 복도에 앉아, 차가운 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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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7화

병원 문을 쾅 닫고 나온 강현우는 아무 말 없이 윤하경을 번쩍 안아 들었다.그 거칠고도 압도적인 움직임은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끌었지만 강현우의 살벌한 기세에 모두 입을 닫고 고개를 돌렸다.윤하경은 대책 없이 끌려가 병원 앞에 세워둔 차에 쑥 밀어 넣어졌다. 몸에 부딪히는 충격에 아픈 소리를 낼 뻔했지만 뒤따라 차에 올라타는 강현우의 어두운 표정을 보고는 얼른 입을 다물었다. 지금 이 분위기에 괜히 반항했다가는 자신만 손해라는 걸 윤하경도 잘 알고 있었다.운전석에 앉아 있던 민진혁은 분위기를 재빨리 읽고 조용히 시동을 걸었다.차 안은 숨 막힐 듯 조용했고 창밖으로 스쳐 가는 바람 소리, 그리고 긴장으로 거칠어진 윤하경의 숨소리만이 적막을 깼다.강현우는 한마디 말도 없이 앞만 바라보고 있었고 그 무거운 기류는 가을비를 몰고 올 것 같은 먹구름처럼 깔려 있었다.얼마를 그렇게 달렸을까, 차는 결국 예전에 머물던 강현우의 별장 차고에 멈춰 섰다.차가 멈추기 무섭게, 강현우는 아무런 경고도 없이 윤하경의 손목을 잡아채 차에서 끌어 내렸다."놓으라고요!"윤하경은 버둥거리며 소리쳤지만 강현우는 아랑곳하지 않았다.그의 눈빛은 평소보다 훨씬 더 무서웠고 윤하경은 본능적으로 위축됐다. 숨을 꿀꺽 삼키는 사이, 강현우는 단숨에 그녀를 어깨에 메고 2층까지 올라갔다.침대 위로 던져지듯 내려진 윤하경은 푹신한 이불 위에 파묻혔지만 잠시 정신을 못 차렸다. 겨우 몸을 일으키려던 순간, 강현우는 침대 맞은편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꼬고 담담히 담배를 꺼내 들었다.담배 연기가 허공에 퍼지는 동안, 그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윤하경은 침대 가장자리에 조심스레 몸을 일으켜 앉았다. 어깨 너머로 강현우를 흘깃 바라보면서도, 그가 워낙 조용하니 오히려 더 긴장했고 숨소리 하나 내는 것조차 신경 쓰일 정도였다.‘왜 이렇게 가만히 있는 거야...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머릿속이 복잡하게 얽혔고 긴 정적 끝에, 결국 먼저 입을 연 쪽은 윤하경이었다.“왜 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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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8화

윤하경은 애써 고개를 들고 억지로 미소 지으며 입을 열었다.“그래서요, 제가 뭐라고 말씀드려야 하나요? 제가 임신했다고 말씀드리면 현우 씨가 몇십억 원쯤 던져주시고 그 돈 받고 조용히 사라지면 되는 건가요? 그래서 제가 아이를 지우러 간 거고요?”말은 담담했지만 윤하경의 목소리 끝에는 미세한 떨림이 묻어 있었다.이 바닥에서 이런 일은 흔했고 그녀는 마지막 남은 체면만이라도 지키고 싶었다.강현우는 이글거리는 눈으로 그녀를 노려봤다. 그 눈빛만으로도 윤하경은 몇 번이고 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윤하경은 힘겹게 입술을 다물고 길게 숨을 들이켰다.“저는 그저... 제 체면을 마지막으로 지키고 싶었을 뿐이에요.”윤하경은 힘을 내어 조용히 말했다. 그녀가 정말로 바란 건, 서로 상처를 주지 않고 끝내는 것이었다.“우리 관계도... 이제 여기까지였다고 생각했어요.”입술을 깨물며 말하는 윤하경을 향해, 강현우는 조소를 머금었다.“우리 관계?”그는 비웃듯 낮게 되물었고 윤하경은 숨을 고르며 용기를 냈다.“이제, 현우 씨 옆에는 신인아도 있고 박소희도 있으니까요. 저는 더 이상 강현우 씨 곁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그냥 깔끔하게 정리하죠.”말을 마친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떨리고 있었지만 눈빛만큼은 단단했다.강현우는 한참 동안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바라보다가 피식 웃었다.“깔끔하게 정리?”그의 목소리는 싸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너 지금, 진짜 뭔 소리 하는지 알고 말하는 거야?”그는 지독히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윤하경은 다시 고개를 들었지만 강현우의 표정은 냉정하고 차가웠다.“네가 깔끔하게 정리하자고 말하면 내가 그러자고 고개 끄덕일 거 같아?”강현우는 차가운 웃음을 흘리며 그녀를 내려다봤다.그러더니 이내 무언가에 화가 난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문을 힘껏 쾅 닫고 나가버렸다.쿵!거칠게 닫힌 문소리에 놀란 윤하경은 몸을 움찔했고 방 안은 곧바로 고요해졌다.윤하경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이마를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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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9화

윤하경은 지금 정말 강현우에게 감금당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도대체... 뭘 하려고 이러는 거야?’혹시라도 아이를 지키려고 하는 건가, 그런 생각이 스치자마자 윤하경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설령 강현우가 받아들이려 해도, 그 가족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현우 씨 어디 계세요? 저, 뵙고 싶어요.”윤하경은 담담하게 고개를 들고 경호원을 바라봤지만 돌아온 대답은 냉정했다.“저희도 모릅니다.”그 짧은 말에 더 이상 버틸 힘도 잃은 윤하경은 고개를 떨구고 방 안으로 돌아갔다.하녀는 그녀가 순순히 물러나자 안도한 듯 웃으며 말했다.“하경 씨,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까 대표님께서 나가시면서 꼭 잘 챙겨드리라고 당부하셨어요. 필요한 거 있으시면 말씀만 하세요.”말은 번드르르했지만 윤하경은 싸늘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무슨 말을 그렇게 해도, 결국 자유를 빼앗긴 건 변하지 않는 현실이었다.“그럼 식사 먼저 하세요. 저는 잠깐 나가 있겠습니다. 혹시 저녁에 드시고 싶은 거 있으시면 또 알려주세요.”하녀는 정중히 말한 뒤 방을 나갔고 방 안에 남겨진 윤하경은 가만히 식탁 위를 바라봤다.갓 차려진 따끈한 음식들, 하지만 이상하게도, 전혀 손이 가지 않았다.그녀는 힘없이 침대에 앉아 있다가 뭔가 생각난 듯 이불을 뒤적이기 시작했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핸드폰은커녕 지갑 하나 보이지 않았다.‘차에 두고 내렸구나.’이젠 연락을 할 방법도, 도움을 청할 방법도 전혀 없었다.윤하경은 결국 지친 몸을 이끌고 다시 침대에 쓰러졌고 하염없이 천장을 바라보며 꼼짝도 하지 않은 채 그렇게 한참을 버텼다.오후가 다 지나고 하녀가 간식거리를 들고 들어왔을 때도, 윤하경은 한 숟갈도 먹지 않았다. 그러자 하녀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다가왔다.“하경 씨, 조금이라도 드셔야죠. 안 그러면 아기한테도 안 좋아요.”그녀의 말은 따뜻했지만 윤하경의 마음에는 아무런 파문조차 일으키지 못했다.그저 텅 빈 눈으로 침대에 누운 채 인형처럼 움직이지 않았다.하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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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0화

윤하경은 결국 또 주저앉았다. 강현우의 싸늘한 눈빛 앞에서 5초도 버티지 못하고 결국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잠시 뜸을 들인 끝에, 윤하경은 그의 차가운 시선을 마주한 채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은 탓인지, 일어나려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며 다시 주저앉을 뻔했다.강현우는 그런 그녀를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다가 콧방귀를 뀌었고 윤하경은 조금 머뭇거리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죄송해요. 지금은... 별로 입맛이 없어서요.”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현우는 비웃듯 짧게 웃었다.“뭐야, 굶어 죽을 생각이야? 아니면 뱃속 애까지 같이 굶길 셈이야?”그는 그렇게 쏘아붙이고는 성큼성큼 식탁 쪽으로 걸어가 무심히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손가락으로 식탁을 가볍게 두드렸다.“이리 와.”강현우의 목소리는 마치 윤하경에게 망설일 틈조차 주지 않겠다는 듯 여전히 냉담했다.윤하경이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자 강현우는 눈매를 가늘게 좁히며 지친 듯 낮게 경고했다.“지금 네 발로 오든지, 아니면 내가 직접 끌고 가든지.”그 한마디에 담긴 싸늘한 위협이 공기를 더욱 얼어붙게 했다.결국 윤하경은 조용히 일어나 식탁까지 걸어갔고 가볍게 앉자, 강현우는 턱으로 식탁 위 음식을 가리켰다.“먹어.”그가 던진 짧은 명령에, 윤하경은 조심스럽게 젓가락을 들었다. 그러나 막 한 입 넣자마자 속이 울렁거렸다.입맛이 없었던 게 아니라 진짜로, 몸이 받질 않았다. 윤하경은 급히 젓가락을 내려놓고 화장실로 달려가 토해냈다.강현우는 담배를 피울 때처럼 느긋하면서도, 묘하게 음울한 눈빛으로 그런 그녀를 묵묵히 바라봤다. 얼굴을 씻고 돌아온 윤하경은 조심스레 식탁에 앉아 억울하다는 듯 강현우를 바라봤다.강현우는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그녀를 가만히 내려다봤고 잠시 침묵 끝에, 강현우가 물었다.“뭐 먹고 싶어?”그의 목소리는 처음보다 아주 조금 부드러워졌다. 윤하경은 그 미세한 변화를 감지하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혹시... 같이 나가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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