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끝까지, 윤하경은 단 한 번도 강현우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강현우는 그런 그녀를 싸늘하게 내려보다가, 마침내 묵직하게 입을 열었다.“여기 병원엔 무슨 일로 온 거야?”윤하경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내가 병원에 온 이유를 강현우 씨한테 굳이 보고해야 하나요? 설마 이 병원, 강현우 씨네 소유라도 됩니까?”예전 같았으면 절대 감히 이런 말을 하지 못했겠지만 오늘따라 어디서 그런 용기가 솟은 건지, 말끝은 날카롭고 뾰족했다.그때, 신인아가 고개를 살짝 숙였다가 다시 환한 웃음을 띠며 다가왔다.“언니 사실 이 병원... 오빠가 투자한 곳이에요.”말하며 신인아는 수줍게 고개를 들어 강현우를 바라봤고 작은 얼굴에 은은하게 붉은빛이 스며들었다.“제가 검사받거나 치료받을 때 편해지라고 오빠가 일부러 투자하셨대요.”강현우는 그런 신인아를 내려다보았다. 그 눈빛은 윤하경을 볼 때처럼 냉정하거나 차갑지 않았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윤하경은 가슴 어딘가가 서늘하게 저리는 걸 느꼈지만 곧 아무렇지 않은 듯 미소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이만.”그렇게 짧게만 인사를 건네고는 돌아서서 병원을 빠져나갔다.그러나 막 병원을 나서던 순간, 왠지 모를 불안감이 밀려왔다. 이 병원에 강현우가 투자했다는 건, 자신이 이곳에서 무엇을 하려 했는지도 그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알 수 있다는 의미였다.윤하경은 조용히 차에 올라탔고 가슴 한구석이 서늘하게 얼어붙는 느낌이었지만 이내 자신을 다독였다.“설마, 지금 그 사람이 내 일에 관심을 갖겠어. 지금쯤이면 온통 신인아 걱정만 하고 있겠지.”속으로 그렇게 되뇌며 애써 불안을 떨쳐냈지만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윤하경은 아예 다른 병원을 알아보기로 했다.다음 날 아침, 그녀는 이른 시간에 일어나 새로운 병원으로 향했다. 집을 나서기 전, 아랫배에 손을 살짝 얹고 속삭였다.“아가야... 미안해.”윤하경은 단단히 마음을 다잡고 현관문을 열고 나섰다.새로 찾은 병원의 복도에 앉아, 차가운 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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